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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예술로 함께 나눠요

등록일 2014-05-21 02:01 게재일 2014-05-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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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좀처럼 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고 국내경기는 국제적인 환경변화와 점점 장기화 되어져 가고 있는 유람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내수부진과 소비심리 하락이 이어져 회복하기 힘든 상태로까지 빠져드는 것 같다. 경제계도 그렇지만 문화예술계는 이제 시장논리를 넘어서서 업종전환을 모색하는 예술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특히 미술계는 교수나 교사의 직업을 가진 소수의 인원을 빼고는 특정한 직업 없이 대학 강의나 창작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거의 모두이다. 이러한 예술인들은 일반인들과는 달리 풍부한 경험과 학문을 통해 시대의 상황에 맞는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 열정적인 고뇌와 작업을 이어가고, 이러한 고민의 흔적들이 작품으로 창작 될 때 스스로의 만족감과 함께 금전적 보상을 받고자 한다.

지난 1950~60년대만 하더라도 화가라는 예술가는 퍽이나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직업으로 비춰졌다. 장발머리에 군복외투를 아무렇게나 걸쳐 입고, 하얀 담배연기를 연신 뿜어대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나 술에 취해 칸트와 헤겔의 미학을 논하며 보헤미안을 예찬하던 모습은 자유분방한 예술인 그 자체였다. 하지만 90년대로 접어들면서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함께 찾아온 경기회복과 외국 여행 자유화로 예술인들도 그나마 한시적인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이는 사회 전반적인 경제적 윤택함이 예술계에까지 그 수혜를 줬기에 가능했던 혜택이었다. 그리고 90년대 중반의 IMF와 또 다시 찾아온 장기적인 경제위기는 예술가의 외형적 모습에서부터 사고의 전환까지 많은 변화와 혼동을 안겨다 줬다.

예술가라고 칭하는 화가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던 시절부터 있어 왔던 직업이고 앞으로도 인간이 사고하고 살아가는 동안은 분명 존속 될 직업일 것이다. 경제논리에 따라 쉽게 부와 명예를 누리는 예술가들도 있겠지만, 여전히 여유롭지 못한 환경 속에서 원초적인 고민을 미학적으로 표현하고 살아가는 예술가들도 계속 될 것이다. 미술의 근본적인 학문 추구가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재현하는 부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시대적 예술정신을 표출하기 위한 고독한 노력은 그들만의 업보인 양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해결되지 못한 국내의 여러 가지 어려운 사건과 사고들이 산재해 있지만 이제 정신적인 여유를 조금씩 우리들 스스로가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경제적인 윤택함의 추구보다는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 우리의 정신세계를 살찌우기 위해 고뇌하는 예술가들의 시대적 고민을 함께 대화로 나눠 보고,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아름다움의 개념을 한 점의 작품을 통해 나눠 볼 수 있는 시간에 마음의 여유를 투자했으면 한다. 트라우마가 주는 정신적 고통은 결국 인간이 만든 예술로 치유 받고 해결하는 것이 신체와 물리적 고통에서 가장 쉽게 벗어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늘 어렵고 힘든 작업 속에서 인간의 정신적 한계점에서 늘 고민하고 그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켜 내고 있다. 고통 받고 있는 마음을 이제 예술로 치유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예술가들이여, 이제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가슴속에만 묻어 놓지 말고, 예술가들 보다 더욱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에게 마음이 따스하게 녹는 예술로 그들을 안아주자. 이제는 예술가들이 만들어주는 치유의 예술이 아마도 그들의 아픈 가슴과 분노로 가득 찬 마음을 천천히 어루만져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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