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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청마, 그리고 학생들!

등록일 2014-07-01 02:01 게재일 2014-07-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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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이 그 어느 해보다 큰 기대로 시작한 청마의 해! 그 청마의 해가 이제 반을 넘어서고 있다. 과연 2014년 상반기를 평가한다면 우리는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 반환점을 도는 청마의 모습이 너무나도 지쳐 보인다. 상처투성이인 청마에게 과연 우리는 남은 2014년을 기대할 수 있을까?

참으로 큰 사건 사고가 많았던 2014년 상반기! 모두가 너무나도 마음 아픈 사건 사고이기에 필자는 뉴스 기피 증후군까지 생겼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모든 언론을 끊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분 단위로 손 안에서 뉴스를 보고 듣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어떨지. 그래서 무작정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다 필자만 다른 별에서 왔다는 강한 소외감을 느꼈다. 그 소외감에 한 동안 필자는 사람들을 쳐다 볼 수 없었다. 이 나라의 정서를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은 것이 `정(情)`인데, 어쩌다 이토록 메마른 나라가 됐는지,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화가 났다. 그리고 큰 사건 사고들에 너무 무감각해져버린 이 나라가 걱정 됐다.

희망의 불모지가 되어 버린 이 나라에 희망이 싹트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14년 상반기 큰 사건들을 정리 해 보았다. (1월) 조류 인플루엔자,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여수앞바다 기름 유출 (2월) 경주 리조트 붕괴 (3월) 송파 버스 추돌 , 제주도 어선 침몰 (4월) 세월호 침몰 (5월) 지하철 2호선 충돌, 고양 종합 터미널 화재, 전남 장성 요양 병원 화재 (6월) GOP 총기 난사! 참 많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니 정말 안타깝다.

이 사건 사고들의 보도 내용을 보면 공통되는 말이 있다. 그건 바로 `안전규정`이라는 말이다. 안전규정만 제대로 지켰어도 절대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내용이 기사 끝에는 늘 마침표처럼 붙어 있다. 그만큼 이 나라가 규정, 특히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말이기에 많이 답답했다. 왜 사람들은 규정을 지키지 않는 걸까. 그건 바로 규정을 지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 나라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기에 이미 사람들에겐 부정적 학습 효과가 깊이 축적돼 있다. 부정적 학습 전이는 원칙과 규정에 대한 불신을 불러 일으켰을 테고, 이익만을 좇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손해는 곧 도태와도 같기에 사람들은 조금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원칙과 규정 따윈 버렸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수십 년 지속되다 보니 “기본, 원칙, 규칙, 규정” 따위의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 돼 버렸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그건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무시해왔던 원칙과 신뢰를 다시 지켜내는 것이다.`원칙과 신뢰가 바로 서는 나라`라는 말이 참 웃기는 사회가 되어버린 이 나라에 과연 희망은 있을까?

조심스럽지만 답은 그래도 있다는 것이다. 희망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 학생들이다. 지난주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14년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가 있었다. 논란이 많은 시험이라 이 시험 자체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학생들에 대해서다. 지금 중학교 학생들에게 내신에도 안 들어가는 대외 시험은 큰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필자의 학교는 이 시험에서 조차 제외된 학교라 더더욱 학생들은 이 시험에 흥미가 없을 듯 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실시한 이 시험에서 정말 꼴통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단 한명의 조는 학생 없이 모두가 마침 종 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필자는 청마가 비상할 길을 찾았다. 원칙이 바로 선 대한민국,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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