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소고(小考)

등록일 2014-07-21 02:01 게재일 2014-07-21 18면
스크랩버튼
이수원대구대 교수·유아교육학과

시카고대학 마사 누스바움 교수는 똑똑한 인재 양성에만 초점을 둔 교육체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과학과 기술은 중요하며, 국가가 나라의 번영을 가져올 과학과 기술에 초점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똑똑하나 비판적 사고가 부족하고 공감능력이 결여된 기술자를 양산하며 시민교육(liberal education)을 외면하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다”

이 경고는 신자유주의 교육체제 속에서 입시 경쟁, 선행학습, 사교육으로 특징 지워지는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이며 우리 교육 사업이 이를 잘 준비하고 있는가? 개인의 안녕과 복지에 교육은 어떤 이바지를 할 수 있어야 하는가? 교육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다양한 대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가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하는 교육과제는 `비판적 사고를 가진 시민 양성`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학업성취도 향상에 힘써왔으며 창의성이 곧 미래 자산이라는 인식 하에 똑똑한 개인 만들기에 주력해왔다. 반면 인류애, 공정성, 정의 등 사회가치를 토대로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이를 실천할 시민 양성에는 소홀했다.

비판적 사고란 학자들마다 그 정의가 다양하지만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사물의 옳고 그름을 검토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건전한 비판이 가능하기 위해 옳고 그름을 가리는 논리력이 기본이 돼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비판 성향도 중요하다. 비판 성향에는 나의 지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 겸손, 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개방적 태도, 타인의 처지나 입장이 되어보는 공감능력, 내가 속한 이해관계나 이데올로기 체제를 제 3의 관점에서 조망해볼 수 있는 태도, 인종이나 국가,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공정심 등이 포함된다. 한 개인이 우수한 논리력을 갖추어도 비판성향이 부족하다면, 사회 가치를 실천에 옮기는 원동력으로서의 비판적 사고는 불가능하며 개인의 이해관계와 이득을 위한 논리로 변질되기 쉽다.

비판적 사고 교육을 위해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 내에서 어떤 다양한 생각들이 있으며 이들 관점간의 갈등과 해결방법을 다뤄볼 필요가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영국과 프랑스 고등학교에서는 `시민 교육`을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독일 고등학교에서는 `정치교육`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교과내용은 단순한 도덕 교육에서 벗어나 평등, 인권, 사회통합, 노동조합의 당위성, 이해관계와 갈등 등 정치, 경제, 사회 주요사건을 포괄한다. 그리고 이 내용들은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보고 들으며, 어쩌면 현재 학생 가족이 당면한 문제이거나 미래 학생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이다. 학생의 삶과 상관없는 지식들을 목록화 해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주입식 교육체제 속에서는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도 이제 학생들의 삶과 밀접한 내용을 토대로 우리 상황에 맞는 비판적 사고 함양의 기회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난해 말 특정 출판사 역사책에서 기술(記述)의 편향성과 왜곡이 발견돼 사회 논란이 된 적 있다. 논란이 된 교재는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기술했으며 이것이 왜 문제인가, 왜곡된 기술을 통해 그 교과서를 편찬하고 옹호하는 그룹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것도 비판적 사고를 위한 교육 기회가 될 수 있다.

비판적 사고 교육 분야에서 대학자인 리차드 폴에 의하면,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비합리성이나 한계를 자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어떤 생각이나 지식도 완전한 것이 없으므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기성세대들의 가치와 생각을 절대적인 것처럼 가르치는 도덕교육이나 체제 순응 교육을 지양해야 한다. 학생들이 편견에서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판단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은 사회정의를 적극 구현할 민주시민이 되는 초석이며 개인의 행복과도 관련 있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학생들이 수학 문제나 영어 문제를 하나 더 풀어내는 일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고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비판적 사고의 교육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침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