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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29 : 300

등록일 2014-07-08 02:01 게재일 2014-07-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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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

산업재해 예방 이론 중에 `하인리히(Heinrich) 법칙`이란 것이 있다. 이 법칙은 1920년대 미국의 한 보험회사에서 관리감독관으로 일하던 하인리히가 발견한 법칙이다. 그는 각종 사고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패턴을 발견했다. 노동 재해가 발생하는 과정에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명의 경상자가 먼저 발생했고, 경상자가 발생하기 전에는 비록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숫자를 조합해 `1:29: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을 발표했다.

이 법칙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다양한 사전 징후가 먼저 나타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즉 어떤 일이라도 느닷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의 큰 병도 처음부터 큰 병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분명 큰 병에 대비하라고 다양한 신호를 보내지만 우리는 그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쳤기에 작은 병이 큰 병이 됐다는 것이다. 지진, 화산폭발, 지진해일 등 대재앙과도 같은 자연 재해도 마찬가지다. 예고 없이 바로 폭발하는 화산은 없다. 지진과 지진 해일도 분명 다양한 조짐을 먼저 보낸다.

그런데 자연 재해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지만 동물들은 아니다. 왜일까? 동물들은 자연이 보내는 아주 작은 징후도 무시하거나 그냥 지나침이 없다. 자연을 섬기고 사는 동물들은 자연이 보내는 사전 징후에 대한 행동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되면 모든 것을 놓고 철저히 그 행동 매뉴얼대로 움직인다. 그러기에 동물들은 인간들과는 달리 대재앙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하지만 인간들은 어떤가. 감각이 무뎌질 대로 무뎌진 인간들은 자연과 사회가 보내는 사전 징후 따위엔 관심이 없다. 자기 본위의 모순에 빠진 인간들에겐 모든 판단의 기준은 자신이다. 그러기에 자연과 사회가 보내는 징후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냉철하게 판단해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길 객관적인 눈이 없다. 그러기에 인간들은 항상 뒷북 울리기에 바쁘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사전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 그래서 징후(徵候)를 컴퓨터에서 검색해 보았다. 재난 징후, 자살 징후, 폭발 징후, 이별 징후, 산사태 징후, 전쟁 징후, 학교 폭력 징후, 암 징후, 이상 징후 등 정말 많은 징후들이 검색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많은 징후들이 지금 우리 사회와 너무나도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주 칼럼 `원칙과 청마, 그리고 학생들`에서 경주리조트 붕괴, 세월호 침몰, 고양 종합 터미널 화재 등 올 상반기에 발생한 다양한 사건 사고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이 사건 사고들을 하인리히 법칙에 대입시켜 보면 `1:29:300` 중 어디에 해당할까. 이들이 `1`에 해당한다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29` 나 `300`에 해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는 아직 더 엄청난 사건이 남아 있다는 결론밖에 없다. 그럼 이 다음은 뭘까. 세월호가 `1`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 나라에는 무슨 일이 남아 있다는 말인가.

절대로 사회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다. 준비하자는 것이다. 대비하자는 것이다. 한 번 더 살피자는 것이다. 자연과 사회가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들에 귀를 기울이자는 것이다. 그래서 세월호와 같은 아픔을 두 번 다시는 겪지 말자는 것이다.

냄비 코리아답게 지금 코리아 냄비는 차갑게 식었다. 세월호는 영혼 없는 포털사이트 검색 창 아래에 `세월호 수색 작업 현황`이라는 뜬금없는 문구만 남기고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월드컵 역시 엄청난 예산만 쏟아 부은 채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젠 어떤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뭔가가 불안하기까지 하다. 더 이상 냄비 코리아가 달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지금까지의 사건 사고들이 `1`이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소 부품 비리 사건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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