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연(중)학교에는 여덟 개의 특성화 교과가 있다. 특성화 교과란 기초 교과와 상호 보완 관계에 있는 교과로 기초 교과에서 배운 지식들을 융합하는 교과다. 틴스타는 그 중 한 과목이다. 2학기부터 수업이 시작되기에 지난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틴스타 지도자 과정`연수를 다녀왔다.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려면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수업을 들어야 한다. 수업 시간은 아침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정말 쉼 없이 계속 됐다.
최근 들어 교사 연수 시간이 학교 평가의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학교마다 교사들의 연수 시간 확보를 위한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로 뜨겁다. 정말 바람직한 모습이고 이런 뜨거운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는 밝다 못해 눈부시다 하겠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의 교육만족지수와 행복지수가 수직으로 상승해 더 이상 성적 비관 자살, 학교 폭력과 같은 입에도 담고 싶지 않은 학교 괴담들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으니 무엇이 문제일까. 교사들은 끊임없이 자기연찬을 하는데 해마다 공교육을 포기하는 학생들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학교 괴담의 심각성과 교사들의 연수 시간이 비례한다고 하면 너무 억지일까. 분명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연수들이 시간을 채우기 위한 연수로 진행되고 있다. 또 대부분이 사이버 상에서 클릭 몇 번으로 시간이 채워진다. 편법을 없애기 위해 타임 스크롤바 기능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보완장치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본질이 망각된 연수의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틴스타(Teen STAR)! 학교 특성화 교과이지만 `틴스타`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필자는 많이 낯설었다. 안내 책자에 “틴스타는 `(Sexuality Teaching in the context of Adult Responsibility) 성인의 책임감이라는 맥락에서 본 성교육`을 의미하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의 신체적인 면뿐 아니라 정서적·사회적·이성적·영적인 면에서 총체적으로 성을 이해하고 성 정체성을 정립하도록 도움을 받게 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솔직히 국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이지만 이 말만으로는 틴스타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막연하게 성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연수를 들었다. 많은 성교육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내용은 너무도 유사하기 때문에 솔직히 처음에는 기대보다 의무감으로 연수에 참가했다. 하지만 그 의무감은 첫 강의에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1교시에는 `몸의 신학(TOP)`이라는 주제로 산자연(중)학교 이영동 교장 신부님의 강의가 있었다. 강의 제목만 보면 종교적인 내용이 아닐까 싶지만 아니었다. 몸과 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들을 수 있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감각만 발달되어 있고, 감정이 없는 시대에 `무엇이 가치 있는가?`, `그리고 왜 가치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받았다. 그리고 성교육을 가치로 접근하는 방식이 참 신선했다.
지금 우리는 가치 부재, 가치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정치, 종교, 교육, 기업, 가정 등 이 사회 모든 요소들은 이미 고유의 가치를 상실한 지 오래다. 가치 부재는 곧바로 사회 혼돈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라는 큰 아픔을 통해 우리가 가치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런 의미에서 `몸의 신학`은 필자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인간의 몸은 혼인적인 몸과 관계적인 몸으로 나뉘며, 우리는 건전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살고 있다는 강의 내용은 필자에겐 분명 큰 화두였다.
그리고 강의 끝 부분에서 새로운 화두를 받을 수 있었다. `로고테라피(의미 요법)!` 모든 것이 일방적으로 강요되어지는 시대, 특히 주입식 교육이 전부인 학교에 로고테라피는 학교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의무감에서 참가한 연수에서 필자는 잃어버린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을 바다에 나가게 하려면 바다를 간절히 그리워하게 하라!”는 큰 가치를 마음 깊이 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