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언제부터인가 대학들은 교육부가 공모하는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수들이 모여서 계획서를 쓰느라 밤을 꼬박 새우고, 결과를 기다리느라 목을 길게 빼고 조바심한다. 대학입시 결과를 놓고 가슴졸임을 하듯이 선정 발표를 기점으로 대학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선정된 대학들은 제출했던 계획서대로 사업수행을 한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선정되지 못한 대학들은 다음의 기회를 기대하며 열심히 아이디어를 모으며 노력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대학`과 `사업`은 도저히 결합될 수 없는 용어들이라며 의아해 하던 많은 교수들도, 해가 갈수록 사업의 수가 늘어나고 지원여부에 따라 대학의 재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지켜보며, 사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교육부는 고등교육이 창조경제의 중심이라는 인식과 함께, 대학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기초·교수학습역량, 전공역량, 연구역량, 산학협력역량, 평생교육역량 등 5개의 역량으로 분류하고, 역량별 대표사업을 중심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기초·교수학습역량은 기초교양교육, 비교과, 교수학습 질 개선을, 전공역량은 전공역량 강화, 대학 특성화를, 연구역량은 교수·학생 연구역량 강화를, 산학협력역량은 대학-산업간 연계 강화를, 평생교육역량은 성인 계속 교육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른 영역별 대표사업은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ACE), 대학특성화 사업(CK), 두뇌한국21(BK21 Plus),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이다.교육부는 이 외에도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BRIDGE)사업, IPP일학습병행제(장기현장실습제)사업,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산업수요 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PRIME)사업 등을 통해서, 대학이 시대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촉진자(facilitator)역할을 한다고 바쁘고, 대학들은 대학이 생긴 이래로 이렇게 많은 공모사업이 있어 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바쁜 중이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사업들 외에도 대학을 두고 벌이는 사업은 허다하고, 눈만 뜨면 사업공지문이 날아와 머리가 어찔할 정도로 대학들은 사업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사업의 성과를 발표하는 행사들도 따라서 늘어나고 있어 분주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각종 사업들은 대학평가와 맞물리기도 하고, 신입생을 유치할 때 홍보 수단으로 쓰이기도 하기 때문에 몇 개의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몇 관왕이라는 별칭을 붙이는 대학들도 있다. 특히 등록금 동결, 신입생 수요 감소, 대학구조개혁이라는 압박을 피해갈 수 없는 지방 사립대들은 일련의 사업들에 동참하지 못 할 경우,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새로 있을 PRIME(PRogram for Industry needs Matched Education)사업은 선정될 경우 최소 50억원에서 최대 200억원을 지원 받을 수 있는 대규모 지원 사업이다. 프라임 사업은 미래 유망산업에 대비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정원 이동을 위한 학사구조·제도 개편을 지원하는 사업이다.이는 산업계 수요와 대학 공급간 양적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대학교육이 이공계열 중심의 전공 확대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구조개혁이다. 더 나아가 대학 간 정원교환, 새로운 학과신설, 학과통폐합, 학문간 융합 등의 학사구조개편과 유동적 정원, 자유학부제, 다중전공, 연계전공, 융합전공 등 학사제도개편이 에상된다. 각종 사업을 둘러싼 거대한 변화들 앞에서, 대학들은 사업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대학교육을 위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사명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