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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날짜 방정식

등록일 2015-07-01 02:01 게재일 2015-07-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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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7월이다. 6월의 수식어는 호국의 달이다. 그래서 각 학교에는 `호국 정신으로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세계로 미래로`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하지만 2015년 6월은 호국(護國)의 자리를 메르스가 차지해 버렸다. 6월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어쩌면`메르스로 인해 갈등, 분열, 불신이 더 심해져 세계에서 왕따가 된 나라`라는 현수막이 전국의 관광서는 물론 회사, 학교에 걸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 해 전에 어느 대학생이 쓴 대자보가 국민적인 관심을 크게 끈 적이 있었다. 제목은 `안녕들하십니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 근로자들의 파업과 이들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 그리고 고압 송전탑, 국가 기관의 선거 개입 의혹 등 당시의 사회 이슈들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담은 대자보였다. 사회 문제가 심각한데 왜 관심을 가지지 않느냐며, 불의를 보고 행동하지 않은 우리사회의 다수를 비판하는 것으로 대자보는 끝이 났다.

한 학생의 절규는 전국을 대자보 홍수로 만들었다. 대학가는 물론 심지어 국회에까지 대자보가 붙었으니 그 위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바쁘다는 이유로 사회 문제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잠자던 사회적 양심을 일깨우는데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냄비 근성이 강한 우리나라는 한동안 그러다 끝났다. 대자보가 지나간 자리엔 더 큰 공허만이 남았다.

일반적으로 한국 문학의 특징으로 자연과의 융화, 체념과 한의 승화, 여백과 여운, 풍자와 해학, 그리고 은근과 끈기를 든다. 그런데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은근과 끈기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한 곳만 빼고. 혹 그곳이 어디인지 짐작하시겠는지. 그곳은 바로 국회다. 정말 지치지도 않고 싸우는 정치권의 모습은 끈기의 대표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대자보와 정치를 말하기 위해 시작한 글이 아닌데, 골 깊은 불신에 그만 또 이야기가 살짝 다른 곳으로 흘렀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의 제목이다. 6월 한 달 동안 우리의 이야기는 마치 대본처럼 일정한 틀을 갖추고 있었다. 시작은 항상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끝은 “건강하세요!” 그만큼 우리는 안녕하지 못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 안녕하지 못한 6월이 이제 끝났다. 6월만 끝날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안녕하지 못하게 만든 메르스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다행히 국민들의 의지로 메르스는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는 듯하다. 그래서 사회도 안정을 찾나 싶었는데, 역시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나라가 조용한 꼴을 못 보는 것이 이 나라 정치이기에 국회법인가 뭔가로 다시 전국을 뜨겁게 하고 있다. 제발 이번만은 메르스로 지쳐 있는 국민을 위해 조용해주면 안되는지.

7월을 견우직녀의 달이라고 한다. 만남의 대표적인 이야기인 견우와 직녀, 그들의 만남을 위해 까막까치가 다리가 되어 주는 7월. 그래서 감동이 더 한 7월. 만남과 감동이 있는, 그래서 행복한 7월에 정부와 국회가 오작교가 되어 주면 안되는지. 그래서 힘들고 지쳐 있는 국민들이 그 오작교를 건너 다시 새로운 희망과 더 큰 행복을 만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영국 심리학자가 발표한 `행복한 날짜 방정식`이 있다. `행복한 날짜=O+(N×S)+Cpm÷T+He` 여기서 `O`는 야외활동,`N`은 자연의 상태, `S`는 친구와의 교류,`Cpm`은 어린 시절의 긍정적인 기억들, `T`는 기온, `He`는 여름휴가에 대한 기대감을 뜻한다.

이 방정식대로 계산하면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날은 6월 20일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기온과 자연 상태가 야외활동 하기에 좋고, 또 여름휴가에 대한 행복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 우리에게 가장 행복한 날짜는 언제일까. 필자는 듣기만 해도 행복한 친구, 야외활동, 여름휴가 등이 있는 7월의 모든 날이 행복한 날이 아닌가 한다. 만약 여기에 메르스 퇴치, 경제 활성화, 정치 안정만 들어간다면 2015년 남은 날들 모두가 우리게 행복한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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