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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교육의 윤리적 과제-아동 존재가치 배우기

등록일 2015-07-09 02:01 게재일 2015-07-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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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원<br /><br />계명대학교 교수· 유아교육과
이수원계명대학교 교수· 유아교육과

근·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이성은 미신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며, 독재와 압박에 저항하게 하는 무기였고, 산업화와 과학·기술 발전의 원천이었다. 우주의 법칙을 포함하여 모든 형태의 진리가 이성에 의해 발견될 수 있다고 여겼으며, 발견된 법칙에 따라 인과론적인 예언이 가능해졌고, 이와 더불어 진보주의 사관이 구축되었다.

모더니즘 관점이 아동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성인은 이성을 갖춘 존재인 반면, 아동은 성인에 비해 이성이 부족하고 미성숙하며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여겨진다. 아동은 성인에 의해 빚어져야 할 토기(土器)에 비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모더니즘의 아동관은 아동의 진정한 모습을 왜곡하고 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 `애 같다`는 말이 상대가 부족해보일 때 사용하는 부정적인 표현이듯이, 모더니즘에서의 아동은 성인에 비해 미성숙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아동이 미성숙한 존재라는 명제는 아동을 성숙한 존재로 개발하기 위한 성인의 개입과 권위를 합리화한다. 성인만이 아동이 배워야 할 지식의 목록을 결정한 권위를 가진다.

아동 역량에 대한 과소평가나 성인의 개입과 권위에 대한 합리화 등의 문제로 인하여 포스트모더니즘은 지난 반세기 동안 모던니즘 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포스트모던 관점에서 모더니즘 아동관은 아동을 은밀히 통제하고 규제한다고 보고 성인의 억압으로부터 아동을 해방시키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에서처럼 보편적인 지식이 있다고 가정하지 않았고 대신 우리의 지식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이라고 보았다. 때문에, 성인이 고안한 환경 속에서 성인의 관점에 따라 아동을 이해하기 보다는, 성인이 아동이 속한 사회문화와 아동의 일상 경험을 먼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아동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 한마디로 포스트모더니즘은 교실 안에서 아동을 교사가 주입하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는 위치에 두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함께`오늘은 무엇을 탐구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존재로 보고 아동의 권리와 위치를 복원시키고자 한다.

아동이 무엇을 배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아동 역량에 대한 믿음이 근거가 된다. 포스트모더니즘 교육의 학자들은 지금까지 묘사된 아동의 이미지를 재해석했는데 포스트모더니즘의 아동은,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빈 용기나 그려지기를 바라는 빈 용지가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 적극 참여하는 유능한 아동이다. 아동은 태어날 때부터 유능하나 성인이 아동의 행동과 삶을 제한하면 아동이 무력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 교육학자 카넬라(Gaile Sloan Cannella)는 그녀의 저서 `유아교육이론 해체하기`에서 “타인을 존중한다는 것을 능력이 모자라고 미숙한 자를 비롯하여 가난한 자, 이질적인 특성을 지닌 자까지 다 포함하여 인간 모두에 대해 그들을 어떻게 참되게 볼 수 있는가, 그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들의 존재 가치를 어떻게 음미할 것인가를 배우는 지속적인 노력”이라고 보았다. 아동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인정하기 위해 아동의 목소리에 귀 기울임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나는 나의 아이에 대해 간섭하는 것이 성인으로서 합당하다고 생각하는지, 그 생각의 이면에는 아이의 역량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가 아닌지, 나의 아이의 참모습과 존재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혹은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귀 기울임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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