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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불안을 뛰어넘은 한국교양교육 학술대회

등록일 2015-07-02 02:01 게재일 2015-07-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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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메르스가 처음에는 `페스트`(알베르 카뮈, 1947)의 주된 배경인 오랑시 시민들처럼 쉽게 지나갈 전염병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예상을 했지만,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심각한 사태로까지 진전되자 우리의 몸과 마음을 쪼그라들게 하고 있다. 한동안 우리들의 관심이 온통 메르스에 집중되는 가운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식적인 모임들이 무기한 연기 또는 잠정적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전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교양교육학회와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 공동 주최로 열린 교양교육 관련 학술대회는 메르스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학술 축제의 장이었다.

사실, 여러 학회들이 잇달아 취소되는 상황에서 주최측이 학회를 연다는 데는 다소의 두려움이 있었고, 참석자들도 망설임이 있었다. 하지만 학회는 발표자와 토론자, 관심 있는 지식인, 관계자 등 보이지 않는 수많은 네트워크들의 복잡한 연결망으로 이루어져 있어, 취소도 열림도 그 결정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열린 학술대회는 기대 이상으로 성황을 이루었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보인 교양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높은 관심이, 기적처럼 메르스에 대한 불안을 넘어서게 만든 셈이다.

대학이 생긴 이래로 교양교육은 늘 있어 왔다. 하지만 한국 대학들의 일부에서는, 교양교육은 전공교육의 주변 내지는 하부에 있는 교육의 일종이며, 더 심하게는 교양은 교육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학생 자신들이 스스로 쌓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21세기가 전문지식만으로는 살 수가 없이 되어 버리자,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에 대한 인식에도 큰 변화가 있어 왔다.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손동현 원장이 일찍부터 해 온 주장처럼 정보화·세계화 시대의 대학 교육은 총체적이고 종합적 사유를 길러주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며 연결지평을 만들 줄 아는 인재야말로 21세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이고, 그런 인재를 키워 낼 수 있는 지점이 교양교육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학들이 교양교육에 무게를 두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른다.

당일 학술대회의 대주제가 `21세기 한국사회의 변화와 교양교육`이었던 것만큼 한국 대학의 교양교육이 전환기를 맞은 한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논의의 초점이 맞추어졌다. 대학과 사회의 소통이 덜할 때의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부르던 때와는 달리 지금의 한국 대학들은 사회의 요구를 적극 탐색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대학 교양교육의 관심은 대학들이 하고 있는 최대의 고민인 취업의 문제와도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일 발표 중 아주대 홍성기 교수가 제안한 `강의페어링제도`가 그 좋은 예이다.

학생들의 진로와 밀착되어 있는 강의페어링제는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면,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교과목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짝짓기 해서 수강하는, 교양-전공이라는 영역으로 구분할 필요가 없을 만큼 교과목들 간의 수평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 이 제도는 맞춤형 직업교육 효과를 가질 뿐만 아니라 교양과 전공 간의 경계를 해체하는 새로운 교육 경향이며, 학부대학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가 되는 제도이기도 하다. 아주대의 이 교육모델은 교육과정의 유연화를 넘어 대학학사구조 전반에 대한 개혁이 전제가 되면 매우 유용한 제도가 될 것 같다.

메르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교육 내용과 교수법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그날의 참석자 모두가 지닌 간절한 바람은, 제대로 된 교양교육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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