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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중섭 회고전의 정수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지난 6월부터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민화가로 익히 알고 있는 이중섭(1916~1956)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길지 않은 작가의 삶 속에서 예술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에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유학할 정도로 부유했던 삶을 살았던 작가에게 한국전쟁은 그의 운명을 바꿔 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향을 떠나면서 겪게 되는 가난과 질병, 그리고 가족과의 생이별이 주는 그리움은 그의 작품 속에 자서전처럼 고스란히 남겨졌다.부산과 제주, 통영, 대구, 왜관 그리고 서울로 이어진 고달픈 피난의 여정은 40세라는 짧은 천재화가의 삶 전부가 되고 말았다.이번 전시회에서는 은지화를 비롯해 유화, 드로잉, 엽서화, 편지화 등 200여 점의 유작과 자료들이 소개되고 있다.식민시대와 해방기, 한국전쟁을 관통하는 작가의 비극적인 삶의 흐름 속에서도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았던 그의 순수함을 단편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유화작품들의 묵직하고 진지함을 감상하는 재미보다 드로잉 작품이 주는 간결하고 함축적인 조형적 감성을 마음으로 읽어 보는 재미가 이번 전시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가 될 것 같다.이중섭이 창안한 은지화는 양담배를 싸는 종이에 입혀진 은박지 위에 형상을 새기거나 긁고 그 위에 물감을 바른 후 닦아내면, 긁힌 부분에만 물감 자국이 남게 되는 원리에서 만들어진 표현매체이다.그렇게 해서 깊이 파인 선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드로잉이 완성되는 것이다.드로잉(Drawing)이라는 표현 방법은 서양미술이 유입되던 20세기 초반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해 이제는 미술의 한 분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일반적으로 드로잉은 선을 위주로 하여 그리는 행위, 혹은 작업 전반을 위한 스케치, 도안, 초벌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사전적 의미로는 `그리다` 외에도 `끌어내다`, `뽑아내다`, `당기다`, `잡아 늘이기` 등의 넓은 의미를 가진다.그리고 연필이나 펜, 콘테, 붓 등에 의해 그려진 결과물로 표현되기도 한다.이처럼 드로잉은 어떤 대상에서 정수를 뽑아내는 행위를 통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최소한의 수단과 방법으로 표출하고 있다.드로잉 즉, 그린다는 행위는 자신의 주변의 대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되며, 그 생각은 화면으로 표현되는 최초의 기록이며 흔적이 된다.다시 말해 드로잉이 가지는 `그리다`의 의미는 한 화면 속에 시간과 공간을 함축해 표출하는 행위이기도 하다.이중섭의 은지화와 편지화, 엽서화에 나타난 조형미는 드로잉이 주는 간결함과 순수하고 천진함이 주는 해맑은 이미지로 함축되고 있다.선의 율동이 만들어 내는 운동감과 반복된 묘사에서 오는 공간감의 표출은 드로잉의 정수를 보여주기에 충분할 것 같다.드로잉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이미지를 단순하게 묘사하기 보다는 그 보다 훨씬 넓은 기능을 가지고 예술가의 관념이나 사고의 상태를 밀착시킨 상태에서 형상을 그리거나 혹은 상징화 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예술적 관념 속에서 표출되는 진정한 리얼리티를 이번 전시를 통해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2016-09-07

기후 변화

▲ 이원락 수필가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동토 소련의 얼음이 녹아서 땅 위에 숨어 있던 탄저균들이 살아나서 많은 생명들이 감염되고 있다고 한다. 또 지난 여름 몽고 지방에 낮의 온도가 35℃까지, 평균여름 온도의 20℃ 정도가 더 올랐단다. 무한히 넓게 뻗쳐 있던 북극의 빙하가 녹아버려서 곧 해수면위로 나지막하게 떠 있는 섬들은 물에 잠겨 버릴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장맛비가 섬진강을 통해 경상도와 강원도 지방을 관통해 북쪽으로 빠져나갔으나 지금은 대만에서 중국 대륙을 거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휘몰아친다. 장마도 근래에는 갑자기 폭포수 같은 50mm 정도가 쏟아져서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뜨거운 날씨 때문이다. 이것은 땅 속에 묻혀 있던 탄소를 발전이라는 명목아래 함부로 꺼내서 사용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원자력, 태양열 등을 개발하기도 해서 열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산천은 인간이 살아가기에 좋도록 마구 파 엎어버린다.인간은 모두가 잘 살기를 원한다. 가난할 때는 `먹고 살기만 하면 좋겠다`고 했지만 배가 고프지 않으니까 이제는 인간은 더 편리해 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과학을 장려하고 개발에 힘을 쏟아 붓는다.인간은 욕심을 자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세상을 휩쓸고 있는 자본주의는 많은 생산과 끝 모를 소비를 권장하고 있다. 그래서 발전을 더욱 촉진시킬 것이고 그만큼 더운 날씨는 계속될 것이다.인간의 생각에는 남을 도우려고 하는 선(善)한 면도 있지만 자기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마음, 자만, 멸시, 뽐내기, 무시 등 나쁜 마음이 대부분이어서 남을 생각하는 척 하면서도 자기의 이득을 도모한다.이런 마음은 억제하기가 힘이 든다. 억제하자는 말은 하기가 쉬워도 행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우선 나의 상점에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한 여름에도 에어콘을 켜 둔 채 창문을 열어 두어서 손님이 들어가고 싶도록 만든다. 아끼기 위한 노력보다는 손님 끌어들이기가 우선이다. 지구 차원에서도 열대우림의 개발이나 지형 바꾸기 등도 지구의 가슴에 깊은 흉터를 남기고 있다. 국내의 4대강 사업으로 공학적으로는 큰일을 해내었지만 생명학적으로는 물고기 뿐만아니라 주변의 생태계마저 망가뜨려 놓았다.바람소리는 자연의 숨소리이다. 이제는 그 소리마저 거칠어졌다. 점점 더워지면서 병증세가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각자의 생활 태도를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저자의 생각으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죄란 자기 이득을 중심으로 하는 이기심(利己心)과 자연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자기만의 눈으로 보는 `편견(偏見)`이라 생각된다.인간은 이런 악(惡)한 것을 업(業)으로 받았기 때문에 원죄를 벗어나는 길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줄이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그 한 방법으로는 공동으로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는 종교 단체가 노력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만일 종교단체가 이런 것에는 등한시 한 채 좀 더 큰 건물을 세우려 하거나 신도가 제단에 많이 우글거리기를 바라면 그것도 자본주의 사고방식에 물들어버린 종교 지도자가 이끌고 있을 것이다. 원래 종교는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등을 비판하고 꾸중할 수 있어야 한다.이런 지도자를 만나면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어린 애기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하고 가물에 비가내리면 존칭을 써서 `빗님이 오신다!`고 기뻐할 것이다. 그는 지구를 구해내어서 인류를 살려낼 것이다.이런 거대한 지구 차원의 문제는 인류 전체가 같은 맘으로 함께 노력해야 비로소 좋은 결과가 가능하다. 우리는 이 지구를 온전히 보존해 사랑하는 후손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2016-09-06

아름다움에 대하여

▲ 박현주위덕대 교수·간호학과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시원하다. 유례없이 더웠던 지난 8월의 폭염이 대자연의 그늘 속으로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제 서서히 `살아간다는 것`의 적응이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모든 것들이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개성 없이 흘러가는 즈음에 매서운 계절의 본 모습이 내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었다.최근에 알게 된 매미의 울음과 일생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매미는 여름 한 달을 살기 위하여 땅속에서 굼벵이로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을 산다고 한다. 매미가 하루 종일 울어대는 이유는 죽기 전에 짝을 지어 종족을 퍼뜨리기 위해서다. 마침내 짝을 찾은 수컷 매미는 암컷과 짝짓기를 한 뒤 죽는다. 암컷 매미는 나뭇가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그 속에 알을 낳고 일생을 마친다.이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로 이전까지 소음으로만 들리던 매미의 울음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중국 진나라의 육운(陸雲)이라는 시인은 매미의 다섯 가지 덕에 대해서 말했다.첫째는 문(文)으로 머리에 관대가 있으니 문인의 기상을 갖추었다고 했고, 둘째는 청(淸)으로 식물이 내어주는 수액과 이슬을 마시고 살아 청정함을 갖추었다고 했다.셋째는 염(廉)으로 다른 생명들에게 전혀 해를 입히지 않고 살아가니 청렴함을 갖추었다고 했고, 넷째는 검(儉)으로 일정한 거처가 없이 흙과 하늘, 나무줄기를 집으로 여기며 살아가니 검소함을 갖추었다고 했다. 다섯째는 신(信)으로 자신의 할 도리를 지켜 울어대니 신용을 갖추었다고 했다.매미의 소리가 한갓 벌레의 잡음이 아니라 한 존재의 일생을 마감하는 처절한 절규였음을 인식한 후로는 현상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폭이 깊어진 것 같았다.나는 이러한 현상들을 통해 무엇을 깨달은 것일까?매일의 일상이 아픈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던 30대, 간호사 중년병 시절에 나는 문득 아름다움에 대하여 생각하곤 했다. 그때 나는 “아름다움은 눈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하였다.매일 환자들을 간호하고 그들의 쾌유를 기도하였지만 그 속에서 아름다움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고치를 뚫고 처음 세상으로 나온 나비의 어설픈 비상 마냥 위태롭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찾는 나비의 서툰 비행이 있었기 때문에 인연처럼 그 아름다움의 의미가 내 마음에도 내려앉게 되었다.어느날 내가 환자가 되어 수술대 위에서 느꼈던 의사의 정교하고 섬세한 손놀림, 부드러운 감촉으로 내 몸을 감싸주던 간호사의 따뜻한 손은 의료현장에서 나의 직업에 대한 의미를 일깨워준 강렬한 울림이었다. 누군가의 삶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행복을 지켜주려는 열정적인 움직임! 이게 간호사로서 내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이 아름다운 충격 이후 나는 그동안 사소하게 생각했었던 간호 행위들에 대해 신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게 되었다.간호현장을 떠난 지 어언 8년, 학생들은 현장실습에서 느낀 점들에 대해 나에게 묻곤 한다. “환자의 더러워진 시트를 갈아주고 배설물을 치우는 것이 과연 전문간호사의 모습인가?”라고. 그러면 나는 어떤 행위가 전문적인가 비전문적인가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 앞서 환자를 도와주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때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학생들은 “나의 밝은 미소에 환자가 같이 웃을 때, 어떤 일이라도 나의 도움으로 환자가 좋아지고 고마워할 때”라고 대답한다.그것이면 족하다. 누군가를 도와줌에 있어 내 행위의 귀천을 먼저 따진다면 그건 진정한 도움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전문성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이 존재하지만 전문성을 빛나게 만드는 것은 진정한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다.나는 나이팅게일의 후예들에게 환자의 소변, 대변, 땀, 피, 고름, 가래와 친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눈에 보이는 현상 이면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어야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음에는 자신의 행위에 철학을 가지고 임하라고 한다. 철학을 가지고 하는 행위는 진정한 아름다움일 것이다.

2016-09-05

청백리와 3·5·10

▲ 강희룡 서예가조선시대에는 관리들의 관직수행 능력과 청렴·근검·도덕·경효·인의 등의 덕목을 겸비한 이상적인 관료 상으로 의정부에서 뽑은 관직자에게 주어진 호칭을 살아있을 때는 염근리(廉勤吏)라 하고 죽은 후에 청백리(淸白吏)라 불렀다. 정조의 홍재전서에 기록된 고식(故寔)은 조선후기의 학자인 김희락(1761~1803)의 시문집으로 정조에게 본받을 만한 옛날 고사를 아뢴 내용이 적혀있다.조선초기의 대표적인 청백리인 황희(1363~1452)가 각료의 모임에 갈 때 호조의 관원이 그가 추울까 걱정되어 율무죽을 드렸다. 그러자 황희가 말하길 `호조에서 어찌 재상의 아문에 음식을 지급하는가. 장차 논계하여 정배시키겠다`라고 적고 있다. 율무죽 한 그릇이 호조의 예산에 별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를 물리치는 것으로도 부족해 정배까지 하겠다고 했으니 어찌 보면 지나칠지 모르나 임금을 보좌하여 국가를 경영하는 시초에는 청렴도에 이와 같이 기강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본보기로 보여준 사례이다.또 다른 기록은 세종 때 탐욕스러운 중앙 관원이 공무 차 지방에 내려와 대놓고 뇌물을 요구한 기록도 있다. 사람들이 많이 있는 자리에서 가죽신 만들 재료를 요구한 이 관원에게 수원교관으로 있던 변구상이란 자가 큰 소리로 말하길 `당신 얼굴에 소 아홉 마리 분의 가죽신 재료가 있다`고 일침을 줬다라고 적고 있다. 사람이 탐욕에 눈이 멀면 낯가죽이 소 아홉 마리 분량만큼 두꺼워진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전통적 사회윤리가 실종된 오늘날 공직을 이용해 목마를 때 물을 마시듯 재물을 탐해 불릴 수만 있다면 그것이 온당한지 불법인지를 전혀 따지지 않는다면 그 심성이 도적과 무엇이 다르겠는가.조선시대는 관원의 뇌물수수에 대한 처벌이 엄격했다. 관원이나 이전(吏典)이 뇌물을 받으면 받은 장물을 계산해 처벌했으며, 관원은 관직과 작위를 빼앗고 관원 명부에서 이름을 삭제했으며 이전은 직역을 그만두게 하며 부정으로 벼슬을 잃은 사람에게는 다시 관직을 주지 않는 법이 시행되었다. 조선이 수용한 대명률(大明律) 조문을 보면 관원이든 이전이든 뇌물을 받으면 파면했다. 뿐만 아니라 받은 장물의 양을 합산하여 그에 따라 태형이나 장형의 처벌을 받으며, 장물이 많으면 최고 수위인 교수형에 처해졌다. 관원의 부정부패에 대하여 오늘날보다 더욱 엄격하게 다뤘음을 알 수 있다.더욱 놀라운 것은 뇌물을 받겠다는 의사표시만 하여도 수장죄(受贓罪)로 처벌하였다. 또 법규를 어기고 받았는지, 법규는 어기지 않으면서 받았는지, 일이 다 끝난 뒤에 받았는지에 따라 왕법수뢰(枉法受賂), 불왕법수뢰(不枉法受賂), 사후수뢰(事後受賂)로 나누어 처벌하였다. 이들 죄인은 국가에서 대대적인 사면령을 내릴 때도 그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또한 관원들에게 신규 관원 대상자를 추천하게 했는데, 만약 추천된 자가 재직 중에 뇌물을 받으면 추천한 자까지도 연좌되어 처벌을 받았다. 뇌물수수로 처벌받은 관원의 아들과 손자들은 모든 관직에 임명될 수 없었다.3· 5· 10이란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의 한도를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일컫는 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 못한 비정상이 정상화되어 깊이 뿌리내린 고질적인 청탁문화가 이 법 시행을 앞두고 나라경제까지 휘청거린다고 요동친다. 조선 후기 박종채 선생은 과정록(過庭錄)에 `공직에 있는 사람은 비록 내일 떠나더라도 항상 백 년 동안 있을 마음을 가져야 하니, 그런 뒤에야 백성을 안정시켜 제대로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이런 마음이 없는 사람이 자신을 속이며 공직에 있으면 그 사회는 결국 병들어 나라까지 쓰러진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해주고 있다.

2016-09-02

더 많이, 더 빨리

▲ 류영재 포항예총회장`형산강 중금속 오염`이란 소식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강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형산강의 오염은 늘 염려되던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매우 심각해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 검사 결과 형산강 하류의 섬안큰다리 부근 4개 지점의 퇴적물에서 기준치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를 초과한 수은이 검출되어 수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염려의 정도를 지나 일종의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강에 대한 추억과 식수원 오염이라는 생존에 대한 현실적인 위기감으로 마음이 몹시 착잡하다. 형산강변의 연일읍 중명리가 내 고향 마을이다. 어린 시절의 형산강은 파란 꿈을 키우며 뛰놀던 놀이터였고, 고향을 떠나 공부하던 시절 여름방학이면 어김없이 강변 백사장에 천막을 치고 `리버사이드호텔`이라 부르며 지역의 미술학도들과 함께 예술가의 꿈을 키우며 별이 바람에 스치우는 밤하늘을 바라보던 곳이었다. 강은 평화였고 마을의 풍요를 제공하는 젖줄이었다.포항은 지리적으로는 한반도의 변방이지만 바다와 산과 강, 숲의 풍요로움이 넘치는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는 환동해의 관문이며 글로벌시대의 교두보이다. 형산강은 포항문명의 시원이며 조국 근대화의 기수인 포스코 입지의 근간이다. 그곳이 풍요의 젖줄이기는커녕 재앙 덩어리가 되어 버렸다니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몇 해 전 우연한 여행길에 이제 막 도시 건설을 시작하는 세종시를 지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함부로 잘라버린 산과 들이 만신창이가 되어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냄에 내 팔과 다리가 잘려 나간 것 같은 참담함을 느꼈다. 도대체 누가 그런 허가를 낸 것일까? 국가가, 정부가 무슨 권리로 조상들이 연면히 지켜온 유구한 역사의 땅을 저토록 무자비하게 난도질 할 수 있는가? 그것이 아무리 합법적인 행위라 하더라도 생태계를 저토록 함부로 하는 죄를 어찌하나? 생명에 대한 죄책감과 제도권의 이기심에 가슴이 미어지고 분노가 일었다. 현재의 세종시는 십여 년 전 과학상상그리기 대회에서 학생들이 미래의 도시로 그리던 상상화 속에 나오는 도시의 모습이 되었다.물질문명의 한계는 속도와 비례하는 데미지를 안고 있는 것이 자명한 이치임에도`더 많이, 더 빨리`를 외치며 욕심을 부렸고, 그 결과 환경에 대한 우려와 같은 오지 않을 것 같던 미래의 재앙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인간의 행복추구라는 명분 아래 쉴 새 없이 자행된 무분별한 건설, 수많은 건축들은 진정 누구를 위한 일이었을까? 이제는 그 해답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누린 행복보다 더 큰 불행의 부메랑이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참 무서운 일이다. 단지 환경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삶이 두려운 것이다. 국가의 정책이 두렵고 내가 평생을 몸담아 온 교직에서 행한 교육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가 두렵다.세월 탓이기도 하지만 급작스런 기후 변화(이 또한 대책도 없는 자연 훼손의 영향이다)에 올여름 더위를 견디기가 몹시 어려웠고,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에 가속도가 붙어 이제는 멈춰지지도 않는 삶이 고단하고 염려스럽다. 이 세상은 과연 최선을 다해 살아온 수고한 이들에게 진정 자신의 삶에 대한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것들에 대해 성찰하고 바로 잡을 새도 없이 또 다른 일들이 밀려오고 있으니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내달리기만 하는 이 세상을 어찌하면 좋을꼬….바닥은 혼탁하다하나 어느 때보다 태평하게 흐르는 형산강을 바라보며 강물처럼 순리대로 느릿느릿 갈 수는 없을까 하는 상념들이 교차한다.

2016-08-31

아쉬움으로 조망되는 예술가의 삶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말복을 며칠 앞둔 지난 14일 오후 폭염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하는 한통의 한 비보가 전해졌다. 지병으로 요양 중이시던 박남희 경북대 교수가 끝내 병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하셨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정년퇴임 기념전과 대구경북미술연구원 개원 세미나, 그리고 올해 수성아트피아 초대전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가시던 중 생겨난 일이라 그녀와의 이별이 주는 안타까움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늘 부지런하고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아가셨던 교수님의 생전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교육자이며 화가로서의 진정한 우먼파워가 무엇인가를 몸소 보여주셨기에 지역 미술인들은 그녀를 늘 존경하며 따랐다.정년퇴임 기념전을 준비하며 한 언론사와 나누었던 인터뷰에서 그녀는 “학문과 예술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돈과 권력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예술 세계, 바로 휴머니즘을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양심에 어긋남 없이 살아왔고 돈과 타협하지 않고 물질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대구 미술사에 대한 책도 하나 못 쓴 것 같아 후회스럽지만, 퇴임 이후 더 많은 저서를 남긴 선학들의 사례를 본받아 이제 제2의 인생을 설계해보려 합니다”라는 삶의 철학과 향후 계획을 말씀하셨지만 결국 그 약속은 공허한 다짐이 되고 말았다.필자가 미술이론가로 활동을 시작하며 그녀와 함께 했던 다양한 행사에서 느꼈던 인상은 일에 대한 열정과 지나칠 정도의 집착이 주는 완벽함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지역 미술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었으며, 여성운동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 왔었다.“내 마지막 설 자리는 학교와 화단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바쁜 삶 가운데도 내가 내 자신에 대해 포기할 수 없던 부분이 바로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작품이 가장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라는 그녀의 말처럼 교육자와 화가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 오셨으며, 결국 예술가로 삶을 마감하셨다. 바쁜 삶속에서 그녀를 지탱해 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예술이었으며, 화가로서의 시대적 사명과 교육자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기에 성실히 실천으로 옮기셨다. 결코 본인의 직무를 회피하거나 힘들어 하기보다는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청년정신을 보여주셨다.어린 시절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꿈 많았던 소녀는 회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마련한 회고전에서 고이 간직했던 스케치북을 들추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림을 그릴 수 있어 행복했고, 그림을 통해 내 인생의 아름다운 부분들을 채울 수 있어 만족합니다. 그리고 이 행복을 후배와 제자들과 함께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라는 대목은 예술이 인간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느냐를 여실히 보여 주는 내용이다. 누구보다 미술을 사랑했던 그녀의 삶이었기에 그녀의 빈자리가 마냥 크게만 느껴진다.대구미술의 산증인이며 살아있는 박물관 역할을 해주셔야 하는 장본인이신데 정작 대구현대미술사의 정리나 집필은 뒤로 미룬 채 역사 속으로 쓸쓸히 사라졌다. 대구 근·현대 미술사를 정리하기 위한 집필활동과 아카이브 구축을 시작하며 맞게 된 그녀의 죽음은 슬픔과 함께 주체할 수 없는 아쉬움만 남긴다. “박남희 교수님 당신께서 완성하지 못한 연구는 저희들이 계속해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2016-08-30

삼겹살과 그림책의 공통점?

▲ 김현욱 시인살면서 이렇게 무더웠던 적이 또 있었나 싶다. 이번 여름은 손에 꼽히는 혹서기였다. 다들 누진세가 무서웠는지 영화관, 커피숍, 대형마트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그에 비하면 도서관은 한산한 편이다. 집 근처에 삼겹살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있는데 간판에 이런 문구가 보였다. “우리 가게에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 도서관은 어떨까? “도서관은 오는 사람만 온다!” 도서관을 꾸준히 다니다 보면 알게 된다. 찾는 사람이 찾는다. 오는 사람만 온다. 엉뚱한 소리 같겠지만, 도서관에서 삼겹살 한 번 구워 먹었으면 좋겠다.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는 맛집(?) 도서관이 될 수 있을지도.이런 무더위에는 도서관이나 교실에서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게 최고의 피서다. 6살 딸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그림책 강의를 신청했다. 강사가 물었다. “그림책이란 무엇일까요?” 이런저런 대답이 나왔다. 나는 속으로 `우리 딸 읽어주는 재미있는 책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어른이 읽어도 아름답고 감동적인 책입니다.`라고 덧붙였다.강사는 멋진 말을 쏟아냈다. `글과 그림의 행복한 결혼`이라느니, `문학과 미술이라는 서로 다른 예술 형식이 독특하게 결합된 형태`라느니, `그림 없이 글로만 존재할 수 없는 책, 그림이 없다면 이야기의 의미가 불분명해지는 책`이라느니, `외견상으로는 글과 그림의 합성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글로도 그림으로도 보기 어려운 제3의 텍스트, 아이코노 텍스트`라느니…. 계속 듣고 있자니, 그동안 딸아이에게 읽어줬던 재미있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그 그림책들을 얘기하는 게 맞는지 의아했다.그러다 뜬금없이, `삼겹살과 그림책의 공통점`이 궁금했다. 저 강사도 이런 식으로 포문을 열었더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아무튼, 삼겹살과 그림책의 공통점은? 좀 억지스럽더라도 들어보시라. ①재미가 있다. 삼겹살은 먹는 재미, 그림책은 읽는 재미가 있다. ②살코기와 비계가 있다. 삼겹살은 비계가 적당히 있어야 맛있다. 그림책도 글과 그림이 어울려야 재미있다. ③껍질이 두껍다. 삼겹살의 껍질은 그림책의 하드커버처럼 두껍다. 돼지 껍질은 콜라겐이 풍부하고 그림책 표지는 상상력이 풍부하다. ④국산과 수입품이 있다. 삼겹살은 국산이, 그림책은 수입품이 대세다. 물론 국산 그림책이 점점 인기다. ⑤만만하다. 국민 고기 삼겹살처럼 그림책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⑥같이 먹는다. 삼겹살도 그림책도 함께 먹어야, 같이 읽어야 즐겁다.이쯤 했는데, 강사가 그림책 읽어 줄 때 주의할 점을 말했다. 귀가 솔깃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삼겹살을 먹는 방법이 다양하듯이. 내 아이가 당신 아이와 다르듯이. 내가 당신과 다르듯이. 다들 식성이 다르듯이. 그림책의 글을 읽을 때는 동화 구연하듯 읽지 말고 자연스럽게 읽으라고 했다. 특히, 글자를 짚어가며 읽지 말라고 했다. 가끔 딸아이가 재미있게 실감 나게 읽어달라고 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어쭙잖은 동화 구연을 한다. 할머니가 됐다가 쓰레기통이 됐다가 곰이 되기도 한다. 요즘 끝말잇기에 재미를 붙인 딸아이가 이 글자는 뭐고 저 글자는 뭐냐고 묻는다. 그럴 땐 손가락으로 그림책을 짚어가며 읽어준다.돌이켜보면, 다 그때그때 다르다. 예전에 `웃찾사`라는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컬투 콤비의 유행어처럼 모든 일은 그때그때 다르다. 그게 그림책 읽어주는 일뿐이랴. 자녀교육도 살아가는 일도 모두 그때그때 다르다.다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교사의 열정이나 자녀에게 책 읽는 기쁨을 알려주기 위해 오늘도 도서관을 들락날락하며 가방에 5권씩, 10권씩을 그림책을 빌려 가는 부모의 사랑 같은 것들이 아닐까?그건 그렇고, 이 더위 가시면, 딸아이와 삼겹살이나 구워 먹어야겠다. 삼겹살과 그림책의 공통점 찾기라는 희한한 놀이나 하면서.

2016-08-29

선현들의 지혜에서 답을 찾아야

▲ 강희룡 서예가올 여름은 유난히도 덥다. 이 혹서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청아한 노래로 인간들의 탐욕스러운 삶을 비웃는 곤충이 있으니 바로 매미이다. 예로부터 시인들은 매미가 애벌레로 오랜 세월 땅속에서 지내다가 성충이 되어 여름 한철에 짧은 시간을 노래하고는 생을 마감하는데서 삶의 덧없음을 표현했다. 또한 높은 곳에서 이슬만 마시고 산다고 하여 청백리 고결함의 상징으로 여겼다. 오랜 기간 땅속에 있음은 선비들에 비유하면 공부를 오랜 세월 하는 기간이요, 성충이 되어 밖으로 나와 짧은 시간 노래를 부름은 선비로서 국가의 부름을 받아 관직에서 청렴하게 그리고 짧은 기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야인으로 돌아가란 뜻이다. 이행(李荇·1478~1534)의 용재집(容齋集)에 매미에 대한 시가 한 구절 있다. `너의 성품이 자못 고결하거니/ 누가 미천한 곤충이라 하리오/ 바람에 울자니 마음 유독 쓰리고/ 이슬만 먹고사니 배는 늘 주리네/ 사마귀의 도끼는 몰래 독을 품고/ 거미의 실은 포위 풀지 못하나니/ 몸뚱이 가지면 참으로 누가 되건만/ 이 동물이야 본래 삿된 마음 없어라.` 연산군 10년(1504) 폐비 윤씨의 복위를 반대하다 거제도에 귀양을 가서 양을 치던 시인 이행에게도 매미는 자기의 절절한 상념을 촉발하는 존재였다. 이행은 고결한 까닭에 학대받을 수밖에 없는 약자의 비애와 한탄을 매미에 투영해 이 시를 지었다. 이슬만 마시며 늘 가난하면서 사마귀와 거미라는 천적에 시달리는 그 모습은 바로 언사로 억울하게 귀양 온 청렴한 선비였던 자신의 모습에 빗댄 것이다.정약용(1762~1836)의 `여유당전서`에는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이 기록돼 있다. `도산사숙록`은 퇴계 이황을 사숙(私淑)하며 얻은 것을 기록해 정리한 책이다. 1795년에 다산은 중국인 신부 주문모 변복잠입사건에 연루돼 금정역 찰방(金井驛察訪)으로 좌천된다. 그해 겨울 그는 이웃집에서 `퇴계집`을 얻어 매일 아침 세수한 후 거기에 수록된 편지 한 편씩을 읽었다. 오전에 공무를 보고 오후가 되면 편지를 읽으며 깨달은 점을 부연해 기록했는데 그 기록을 정리한 것이 바로 `도산사숙록`이다.퇴계가 젊은 율곡(栗谷) 이이(1536~1584)에게 답한 편지를 읽고 다산은 퇴계의 편지 가운데 한 구절을 초록한 뒤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일에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대뜸 다른 의견을 만들어내지 말고 또한 대뜸 지나간 일로 여기지도 말라, 모름지기 자세히 연구해 말하는 이의 본지(本旨)를 알고자 힘쓰고 반복해서 증험해야 한다.` 여기서 대뜸이란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란 의미로 깊은 생각 없이 조급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다산은 도산사숙록에서 자신의 경솔함을 종종 반성했는데 이 조목 역시 퇴계의 편지를 부연하면서 자신을 경계한 것으로 볼 수 있다.우리 사회에서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상황들을 보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너무 `대뜸` 반응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한번쯤 깊이 생각하여 대뜸 판단하는 조급함만 없애버리면 범죄도 줄어들 것이고 서로를 고소하는 법에 의존하는 생각도 줄어들 것이다. 오늘날 사회구조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 일컬으나 원래 완전한 민주주의는 없는 것이고, 저울처럼 균형이 유지되는 법치도 없는 것이다. 이유원(1814~1888)은 임하필기(林下筆記)에 이렇게 적고 있다. `부끄러움 안고 살기 보다는 부끄러움 없이 죽는 것이 낫다.` 부끄러움 앞에 죽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부끄러움을 초래한 자신의 잘못을 고쳐 새롭게 거듭나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떳떳한 사람을 부끄러운 사람으로 몰아가는 세상을 바로잡아야 할 때도 있다. 힘에 빌붙어 구차히 살기를 도모하는 사람을 볼 때에 사람들은 그를 더럽게 여기고,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인면수심을 볼 때에는 우리는 분노를 느낀다. 자신의 비위를 감추고 부끄러움도 없이 서로를 검찰에 고발하는 우리사회의 고위공직자들이 한번쯤 가슴에 새겨야 할 교훈이다.

2016-08-26

느림의 품격(品格) 1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전국이 펄펄 끓고 있을 때 `느림의 섬`으로 유명한 청산도와 보길도에 다녀왔다. 여기까지만 보고 누군가는 휴가라도 다녀왔나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휴가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아직 교육청으로부터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산자연중학교 교사들에게 휴가는 너무나도 사치스러운 단어이다.필자를 비롯한 산자연중학교 교사들은 사전답사를 위해 지난 주 `느림의 섬`으로 유명한 완도 일원을 다녀왔다. 사전답사라는 말보다는 특성화 교과인 `산지여정` 교과의 수업 장소와 수업 프로그램 개발이 좀 더 정확한 말이다.`산지여정`이라는 교과는 학생들이 자신들이 먹는 먹거리 생산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 전 과정에 대해 현지 생산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해봄으로써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에 대해 배우는 산자연중학교만의 특성화 교과이다.이 때의 먹거리는 제철 먹거리를, 생산 방법은 최대한 인위적인 방법이 배제된 자연적이고 전통적인 방법을 의미한다.혹 다른 학교의 수학여행을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런데 분명히 다른 건 수학여행이 체험활동이라면, 산지여정은 특성화 교과 수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수학여행이 여행사에 의해 진행된다면, 산지여정은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학교에서 다한다.9월에 있을 산지여정은 `슬로푸드(slow food)와 우리의 몸`이라는 주제로 수업이 진행 될 예정이다.수업 주제가 정해지면 교사들은 바쁘다. 다른 학교 교사들이야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내려온 교육과정과 교과서로, 한 줄 세우기 시험을 위한 틀에 박힌 수업만 하면 된다. 산자연중학교에서 하는 산(生) 수업들은 분명 내신(內申)을 위한 죽은 수업과는 다르다. 학생들을 살리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교육 체계로는 어림도 없다. 산자연중학교에는 수업 내용, 수업 방법, 평가, 교재 개발 등 교육의 판을 새로 짜야 하는 교과가 무려 여덟 개나 있다. 그것을 교사들이 다한다.한 때 `느림`이 대세였던 때가 있었다. 당시 `빠름`은 많은 사회문제들의 원인이었다.빠름은 모든 일에 있어 대충 대충을 강요했고, 그 대충 대충은 부실(不實)로 이어졌다. 부실은 신뢰를 무너뜨렸고, 믿음이 없는 사회는 갈등만 난무했다.갈등은 가정과 학교는 물론 사회 전 분야로 독버섯처럼 퍼져 나갔고,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엄청난 혼돈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빠름에 따른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느림을 제시했다.느림의 섬, 슬로시티들이 빠름으로 지친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유토피아를 찾듯 그곳으로 빠르게 몰려들었다.슬로시티 가입을 위해서는 친환경적 에너지 개발, 차량통행 제한 및 자전거 이용, 나무 심기, 패스트푸드 추방 등 슬로시티가 되기 위한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슬로시티로 지정된 곳들도 분명 처음에는 이런 가입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그런데 과연 지금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필자는 전국이 펄펄 끓던 지난 주 느림의 섬에도 더 이상 느림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국을 끓게 만든 폭염은 섬이라고 봐주지 않았다.이글거리는 아지랑이 사이로 `느림은 행복`이라는 글귀가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보았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펄펄 끓는 이유는 바로 `느림`이 품격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대형버스가 빠르게 질주하는 느림의 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16-08-25

리우 올림픽 이후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리우데자네이루에서 들려오는 올림픽 소식들이 여름의 무더위도 거뜬히 견딜 수 있게 해주었는데, 어느새 끝이 나니 아쉬움이 가득하다.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4년 동안의 노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참가 선수들이 자신들의 유년과 청춘을 고스란히 녹여낸 행사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메달 획득에 상관없이 참가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열정적인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목적을 지니기 때문에, 참가 선수들은 승패에 개의치 않고 좋은 경기를 보여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한다. 올림픽 기간 동안 올림픽 정신을 위반해서 강제 출국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더 많은 이유도 선한 목적을 지닌 올림픽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여자 5천m 예선전에서 미국 선수인 애비 다고스티노는 경기 도중 뉴질랜드 선수인 니키 햄블린과 뒤엉켜 넘어지면서 큰 부상을 입었지만, 햄블린을 격려하며 남은 경기를 함께 완주했다. 이들은 `올림픽 정신`의 진수를 보여주는 감동 휴먼스토리를 남겼다. 미국의 남자 육상선수 윌 클레이가 여자 허들 선수 퀸 해리슨에게, 중국의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선수 친카이가 여자 수영선수 허쯔에게 결혼 프러포즈를 했다. 이들은 올림픽 경기장을 일순간 핑크빛 모드로 바꾸는 깜짝 로맨틱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올림픽 경기가 승패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듯이 그 경기를 지켜보는 관람객의 자세도 자국 선수의 승패에 초연해야 하지만, TV를 통해 리우 올림픽을 관전하는 동안 이긴 경기에는 `역시`라는 생각을 하고, 패한 경기에는 `아쉬움`이라는 감정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올림픽 경기에 출전하기 전 백종원의 3대천왕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그의 호탕하고 의연한 모습을 우리에게 먼저 보여 준 남자 사격부문 진종오 선수는 3연패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 우리는 `역시`라며 함성을 질렀다. N포스트는 그의 멘탈관리법을 분석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그럴듯하고 흥미롭다. 첫째 `멘탈 리허설` 방법을 쓴다고 한다. 이 방법은 올림픽 통산 21개의 금메달을 따낸 미국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도 즐겨 쓰는 방법이라는데, 1분 단위로 따져가며 사소한 습관까지 철저하게 정해서 반복함으로써 돌발변수를 없애는 방식이다. 둘째, 지나간 세트에 연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에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셋째, 분석증후군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성적이 저조한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면 성적이 더 저조해지는 현상이다. 빈틈없는 훈련과 자신에 대한 한 치의 흔들림 없는 강한 믿음이 그를 올림픽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여자 배구와 여자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기대 만발했던 여자 배구의 경우 네덜란드와의 8강 진출 경기에서 승리를 기대했던 우리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배구 협회의 소극적인 지원으로 김연경은 팀의 에이스, 동료챙기기, 통역 등의 역할을 하느라 경기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후일담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손연재 선수가 메달을 놓친 일도 매우 아쉽다. 하지만 그녀가 해낸 4위는 러시아·동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이라 할 만한 리듬체조의 뿌리 깊은 전통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일본이 엘리트 스포츠 지원정책을 꾸준히 펼쳐서 이번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한다. 리우 올림픽 이후 우리에게는, 올림픽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의 정책을 기획할 때 좀더 멀리 내다보는 원시안이 필요함을 느낀다.

2016-08-24

사드배치와 지역이기주의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온 나라가 한 여름의 찜통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와중에도 경북 성주에서는 때 아닌 사드배치 문제로 더욱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불안정한 국제정세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군사적 대응조치로 피치 못해 이루어진다고는 하지만 과연 미사일방어의 핵심 무기 체계인 사드(THAAD·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방어)의 한반도 배치가 우리나라의 외교적 관점과 경제문제, 전자파에 의한 성주군민들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지는 정책반영은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끝없는 퇴보로 여겨지고 있다.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는 `세계의 화약고`로 존재하고 있으며 최근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 의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은 한반도의 신냉전시대를 여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이처럼 지속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서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한 신무기 개발과 배치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조치일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민감한 신형무기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국제적 이해관계와 국내·외적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점들은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깊이 있는 연구와 신중한 논의가 우선되고 지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배려가 함께 공론화되어 진행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안겨주고 있다.현재 미군에 의해 사드포대 배치가 진행 중인 일본과 괌의 사례는 성주 사드포대 배치절차와 목적, 배치환경에는 너무나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과연 중앙정부에서 이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했는가에 대한 의혹이 증폭 되고 있다.괌의 사드부대는 아직 설치가 확정된 것이 아니고 지난 1년 동안 지역 주민들과 여론수렴기간을 현재까지 거치고 있으며 일본 역시 레이더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 검증과 기계 장치에 의한 소음피해 등을 이유로 설치반대에 대한 항의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괌과 일본 모두는 레이더의 전면부가 바다로 향하고 있지 성주군처럼 내륙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 속에서도 성주군의 사드배치계획은 미군의 일방적인 정책일 수 있다는 게 성주 군민들의 주장인 것이다.하지만 현재 사드문제가 마치 지역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사드의 전자파 유해문제로 폄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어디엔가는 배치를 해야 하는 방위시설이지만 지방정부와 지역주민들의 배타적 이기주의에 비롯되고 있는 듯한 언론보도는 동북아시아의 외교·군사·경제적 측면에서 중차대한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이 문제를 쉽게 간과해 버리려는 의도가 성주 군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중국의 경우 사드배치문제 이후 직·간접적인 영향이 당장 눈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대구의 대표적인 여름축제 중 하나인 `치맥 페스티벌`에 참여하기로 했던 칭다오시의 우정 사절단이 공식적으로 불참을 통보해 왔으며, 대규모 유커들의 대구관광 역시 취소되었다. 그리고 한류문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K-POP`의 잇따른 중국공연취소는 만만찮은 사드의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중앙정부는 이제라도 사드배치 문제를 원점에서 새롭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면 관련된 지역주민들과의 적극적인 토론회와 더불어 설명회 등을 함께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서로간의 이해와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정책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있는가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2016-08-23

참 `나`와 허세의 `나`

▲ 강희룡 서예가나를 뜻하는 한자에는 `아(我)`와 `오(吾)`가 있다. `아`는 손[手]에 창[戈]을 들고 있는 회의문자로서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 과시하고 싶어 하는 `나`인 반면에 `오`는 입 구(口)와 소리를 나타내는 다섯 오(五)가 합쳐진 글자로 원래 입으로 글을 읽는 소리를 뜻하는 글자로 나중에 가차되어 `나`라는 뜻으로 사용되어 남에게 보이지 않는 거짓이 없는 솔직한 `나` 자신을 의미한다. 계곡 장유(張維, 1587~1638)의 지인인 이대재라는 사람이 오랜 객지 생활 끝에 작고 누추한 집 한 채를 마련했다. 이삼십 대에 촉망받던 세족(世族) 출신이 어쩌다 세상과 어긋나 살던 곳을 떠나 떠돌이생활을 면치 못하다가 충남 면천에 겨우 오두막집을 마련했다. 좁고 지저분한 집이지만 자신에겐 안성맞춤이라 여기며 그 집에 `내 밭 갈아서 먹고, 내 샘물 길어서 마시며, 내 본분 지키며 살다가, 내 생애 마치리라`라고 한 권필의 `사오당명(四吾堂銘)`을 본떠 `사오당`이라는 당호를 내걸었다.장유는 `계곡집` `사오당시 서문`에 “세상의 도리가 쇠락한 뒤로는 선비들이 참 오랫동안 제 분수를 편안한 마음으로 지키지 못했다. (중략) 먹는 것이야 밭에 부족하지 않고 마시는 것이야 샘에 충분하다. 그러나 많은 소유를 추구하고 이익을 취하며 부귀에 집착하고 미혹돼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그만둘 줄 모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것은 지켜야 할 나의 본분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적고 있다.조선 제21대 왕인 영조(英祖)도 생모인 숙빈 최씨의 묘소가 있는 고령 재사를 육오(六吾)로 명명하고는 팔순의 나이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평생 동안 마음을 지킨 것이, 하나는 자긍심을 경계함이며, 하나는 자만을 경계함이며, 하나는 지위를 잊는 마음이며, 하나는 물로 씻어서 깨끗이 하고 싶은 마음이다. 만일 나의 마음을 알려면 고령 육오당을 보아라.` 라고 적고 있다. 이렇듯 권필이 `사오`를 쓴 이후로 참으로 많은 사람이 사오라는 호를 애용하여 마음의 경계로 삼았다.오늘날 우리 사회는 솔직한 나(吾)보다 드러내 과시하는 나(我)를 더 알아준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솔직한 나보다는 드러내 과시하는 나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구조는 취업 준비생에게는 업무능력이나 성실성보다는 스펙을 더 중시하게 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결국 자신을 드러낼수록 솔직한 나로부터 멀어져 가식이 하나둘 보태지면서 불행하게도 알맹이인 나를 잊고 껍질만 믿고 살아가는 상황으로 변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한국의 정치지형은 불행히도 위정자들이 만들어 놓은 지역구도가 동서로 나뉘어져 긴 세월을 이어져 왔다. 이번에 다행히도 `영남당`이라 불리던 여당의 당 대표가 호남출신이 당선되어 당 개혁을 기치로 동분서주하는 그의 행보가 신선한 반면, 대통령과의 특수한 관계로 섬김의 정치철학 속에 아무리 뛰어봤자 고질적인 당 개혁은 안 되고 결과는 `도로친박당`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쪽도 있다. 여기서 이정현 대표가 내걸었던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개혁이 성공하면 그는 `진실한 나`를 바탕으로 실천한 성공적인 정치인이 되겠으며, 개혁결과가 용두사미 꼴이면 `허세인 나`를 내세운 개혁실패라 하겠다. 현대사회는 나의 본분을 벗어나 나를 꾸미고 드러내는 데에 더 많은 가치를 두게 하는 속성이 있다. 며칠 전 한국의 사드배치 반대를 위한 여섯 명의 야당의원 중국방문은 아무리 지적으로 성형하고 화장해 `진솔한 나`라고 국민들 앞에 설명하나 그런 행위 자체는 이미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허세인 나`를 그려낸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현대인들은 선인들의 지혜를 본받아 내면에서 자꾸 커지는 `아(我)`를 억제하고 사라져 가는 `오(吾)`를 키우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2016-08-19

우리 아이에 대한 공공연한 비밀

이수원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아이에게 눈길조차 주기 어려울 만큼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를 아이에 대한 공공연한 비밀을 알려드리고자 한다.첫번째 비밀은 초등학교 입학 전후 즈음되면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 평생 알아야 할 내용을 유치원에서 배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질서 지키기, 양보하기, 실수로나 고의로 친구를 괴롭혔을 때 사과하기 등등. 다만, 우리 어른들도 가끔 그렇듯 아이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도 마음이 아는 것만큼 따르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문제가 생겼을 때 어른이 먼저 해결책을 내놓기 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고 해결책을 아이와 함께 찾아본다면 아이는 스스로 선택한 해결책을 보다 더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두번째 비밀은 우리 어른들이 “당신의 상황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군요”라며 누군가로부터 공감을 얻을 때 위로를 얻듯이, 아이들도 질책이나 비난보다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읽어준다면 위로를 얻는다. 어른들이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주변의 어떤 설득도 의미가 없듯이 아이도 마찬가지다.백화점에서 한 아이가 울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은 스마트폰 만화 영상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함께 걷고 있었다. 아마도 그 여성은 아이를 데리고 가야하는데 아이가 울며 보채니까 스마트폰 만화영상으로 아이를 유인하고자 했던 것 같다. 아이는 여성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영상을 보지 않았고 계속 서럽게 울었다. 만화영상 대신 “네가 지금 속상하구나”라는 공감을 얻고,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더라면 상황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세번째 비밀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부모의 인품이 어떻든 상관없이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다. 때문에 상대 배우자를 아이 앞에서 힐난하는 것은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준다.필자는 기차 안에서 본의 아니게 어머니와 어린 아이와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아버지와 갈등을 겪고 있었던 듯했다.대구에서 서울 가는 기차 안에서 어머니는 오랜 시간동안 아이에게 아버지를 비난했기 때문에 결혼생활의 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왜 자신의 짐을 자녀에게 지우는가.언어폭력이나 물리적 폭력 등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이들은 남은 평생을 정신적 트라우마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부모 양쪽 중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함께 공황장애, 분노 등을 가슴에 간직한 채 살게 된다. 그러니 자녀 교육에 눈곱만큼의 관심이라도 있다면, 명심해야 할 것은 아이 앞에서 상대 배우자에게 잘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전부가 되는 세상을 헐뜯고 파괴하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알려드릴 비밀은 스마트폰 열심히 들여다보느라 바쁜 부모 옆에서 아이들이 외롭다는 것이다.스마트폰이 뇌발달에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 때문에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스마트폰 사주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정작 부모는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을 수가 없고 수시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스마트폰을 만지느라 심지어 아이의 말에 건성으로 답하기도 한다. 대신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마음이 만나는 순간을 만들고 공동의 관심사를 찾아가며, 공유할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2016-08-16

대접(待接)과 접대(接待)

▲ 강희룡 서예가남송의 유학자 주희(朱熹·1130년~1200)는 24세에 이연평을 만나 그의 영향 속에서 주염계, 장횡거, 이정자(二程子)의 설을 종합 정리해 주자학(정주지학)으로 집대성했으며 이 학문이 고려 말 한반도로 유입되어 조선조 사회의 윤리기강으로 자리 잡게 된다. 거유(巨儒) 주자가 후대 사람들을 경계하기 위해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하기 쉬운 후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열 가지를 뽑아 제시한 것 중 제일 마지막에 있는 대목이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뉘우친다.(부접빈객거후회·不接賓客去後悔)`라고 적고 있다. 손님이 방문했을 때는 이런저런 이유로 대접을 소홀히 했다가는 가고 난 뒤에 후회해 보았자 이미 늦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소홀한 대접이란 찾아온 손님을 마땅히 예(禮)로써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맹자는 일찍이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씨, 즉 선천적이며 도덕적 능력인 사단(四端)에서 예(禮)를 사양지심(辭讓之心)이라 하여 겸허하게 양보하는 마음, 즉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예의 근본(根本)으로 설파했다. 이러한 교훈을 사회윤리로 정착화 시켜 인간관계를 예를 바탕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을 중국에서는 `동쪽에 있는 예의 밝은 군자의 나라(東方禮義之國)`로 불려졌다.이 대접이란 단어를 뒤집으면 접대가 된다. 접대란 손님을 맞아서 시중을 드는 행위로 내면에 부당거래나 이익을 취하기 위하여 예가 결여된 대접이라 하겠다. 다양화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 접대가 사회전반에 걸쳐 하나의 문화로 형성되어 자리 잡았다. 이러한 올바르지 못한 접대문화가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 되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4년 전 국민권익위원회의 김영란법 제정안이 발표됐다. 이 법의 취지는 공직자와 정치인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자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4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으로 9월 28일부터 시행 예정이다.이러한 부정부패 방지법 시행을 놓고 지금 우리 사회는 유통업계와 농수축산업계, 골프 등 레저스포츠업계, 호텔이나 외식업계 등이 모두 산업 위축으로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하며 큰 저항이 일고 있다. 이 법이 가져올 경제적 손실을 대략 연 11조6천억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통계대로라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마디로 그동안 묵시적으로 불려왔던`부패공화국`이라는 부끄러운 말을 그대로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2015년 국제투명성기구의 조사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라는 최하위 권이다.하지만 앞으로 시행 될 이 법의 더 큰 문제는 금품·향응 수수나 부정청탁의 소지가 가장 큰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줬다는 점이다. 법 초안엔 예외 규정이 없었지만 몇 년의 입법예고기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신설됐다 한다. 또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의 자녀·친척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빼버리고 없다. 국회의원들이 정작 이 법의 대상자인데 자신들의 청탁과 민원엔 눈을 감아 허수아비 법안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행위가 정작 `갑`질 중의 `갑`질 아닌가. 선진국 예를 들면, 지난해 시행에 들어간 독일의 반부패법이 국회의원의 뇌물 수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과는 우리는 정반대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공허하며 수학적인 수치인 `국민소득`만 높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모로써 속일 수 없다. 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따르게 되고, 얻지 못하면 떠나가게 되니, 떠나가고 따르는 사이에 털끝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 말은 조선건국의 초석을 놓은 삼봉 정도전(鄭道傳,1342~1398)의 `정보위(正寶位)`에 기록된, 위정자들이 가슴깊이 새겨야 할 명(銘)이다.

2016-08-12

지구를 살리는 씨앗 올림픽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전 세계의 우려 속에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이 닻을 올렸다. 하계 올림픽은 동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등과 함께 지구인들을 잠 못 들게 하는 세계 4대 스포츠 대회 중 하나이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인 만큼 모두의 환영을 받으면 좋으련만 리우 올림픽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시작 전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지카 바이러스, 정치 혼란, 불안한 치안, 그리고 무차별적인 테러 등은 리우 올림픽 개최 여부를 불투명하게 만들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은 했지만, 세계인들은 여전히 불안하게 리우 올림픽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 농구 대표팀은 불편하고 불안한 선수촌 대신 초호화 유람선에 숙소를 마련했다고 하니 리우 현지의 사정이 어떤지 짐작이 간다. 그렇다고 초호화 유람선까지 동원했다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이야기들이 세계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그 중 공통적인 것이 올림픽정신 위배다. 그것은 올림픽 회의론자들이 자주 말하는 올림픽의 상업화에 따른 올림픽 정신 해체와도 맥을 같이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창설자 쿠베르탱은 “스포츠로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외쳤다. 그가 말한 평화는 다름에 대한 인정과 이해인데, 자신들만을 위하는 미국 농구 대표 팀의 독자적인 행보는 올림픽 정신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다.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말처럼 세상 모든 것 중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올림픽 또한 31회까지 오면서 분명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래도 지구인들이 올림픽을 보면서 열광하고, 또 더 큰 용기와 희망을 얻는 것은 올림픽을 넘어 선수들이 흘린 땀의 대가와 가치를 알고, 또 그 땀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그리고 행여나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더 큰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스포츠가 주는 마력(魔力) 중 하나는 바로 도전 정신이다. 도전 할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반드시 목표를 이루고야 마는 도전 정신! 그리고 정정당당함과 배려와 인정의 정신! 스포츠가 살아 있다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올림픽 전(全) 경기를 꼼수가 난무하고,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국회에 있는 분들, 특히 중국 행 비행기 표를 예매한 분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기 자랑하는 의정 보고서 말고 올림픽을 보고 느낀 점을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늦은 시간 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3학년 나경이와 함께 개막식을 보았다. 분명 뭔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딸아이도 공감을 하는지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그리고 또래 아이가 나왔을 때는 아예 일어서서 텔레비전으로 들어갈 태세로 개막식을 보았다. 그리고 큰 소리로 자막을 읽었다.“거리에 꽃 한 송이가 싹을 틔웠다. 버스, 전차, 자동차의 행렬 속에서도 아직은 깨끗하다. 한 송이의 꽃이 아직은 창백하지만,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온다. 색도 아직은 알 수 없고 꽃잎도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자막 읽기를 마친 아이가 고개를 휙 돌려 따지듯이 묻는다. “아빠, 올림픽에서도 나무를 심자고 저렇게 노력하는데, 정말 너무 한 거 아냐.” 아이가 심호흡을 하고는 말을 잇는다. “아빠 우리 학교 옆에 있던 산이 다 깎여 나갔어. 그 자리에 아파트가 자라고 있어. 그리고 우현동 사거리 알지. 거기에도 분명 산이 있었는데, 아파트가 자라고 있어. 정말 너무 한 거 아냐.”부끄러웠다.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리우 올림픽이 필자의 대답을 대신해 주었다. “지구 온난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숲을 보호하고 되살리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숲을 재생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들은 우리의 희망이다.”지구를 살리는 씨앗 올림픽, 리우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한다.

2016-08-11

어딘가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작은도서관일 것

▲ 김현욱 시인20세기를 대표하는 아르헨티나의 작가이자 시인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천국이란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정원이나 궁전을 생각하겠지만, 나는 항상 천국을 도서관과 같은 곳이라고 상상했다”고 고백했다. 알다시피 보르헤스는 시립도서관 직원을 거쳐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을 19년이나 지냈다. 보르헤스에게 도서관은 살아서 갈 수 있는 천국이며, 책은 수많은 천사였던 셈이다.`2015년 전국 작은도서관 통계`에 따르면 경상북도에는 224개의 작은도서관이 운영 중이다. 포항시가 56개로 가장 많고 구미시가 32개, 칠곡군이 26개 순이다. 시군별 총인구수 대비 작은도서관 1관당 인구수도 주목할 만하다. 포항시는 작은도서관 1관당 9천278명, 구미시는 1만3천122명, 칠곡군은 4천724명이다. 여기에 시립도서관, 도립도서관까지 포함하면 경상북도 각 시군에서 운영 중인 크고 작은 도서관의 수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충분한 것도 아니다.문제는 통계나 도서관 수가 아니라 도서관의 활용이다. 오랜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부 시립도서관이나 도립도서관도 문제지만 가장 큰 숙제는 지역 곳곳에 자의든 타의든 묻혀 있는 작은도서관이다. 2016년 포항시를 기준으로 예로 들자면, 경상북도에서 작은도서관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공립 39개, 사립 18개가 운영 중이다. 2008년 5월, 포항시 죽장면에 `선바위 작은도서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8개(공립)의 작은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포항시 남구의 38번 `호미곶 작은도서관`부터 포항시 북구의 30번 `죽장면 참느리도서관(상옥)`까지 그 수도 많고 이름도 다양하다.필자가 사는 포항시 북구 두호동에도 `책이랑 바다랑 작은도서관`, `두무치 작은도서관` 2곳이 있다. 두무치 작은도서관에 종종 들러 딸아이 읽을 그림책을 빌리곤 하는데 이웃들은 그곳이 어딘지 잘 몰랐다. 길가 구석이나 어느 건물에 딸린 작은도서관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찾기도 어렵다. 이번에 여름방학을 하면서 여름방학 계획서에 흥해읍 종합문화센터 4층에 있는 `이팝도서관`을 안내했는데 가보기는커녕 아는 아이도 드물었다.무엇보다 지역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도서관을 살려야 한다. 이웃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지역의 지혜로운 어른들과 각종 단체와 모임들이 힘을 모아 작은도서관의 후원자가 돼야 한다. 작은도서관에 사람이 모이고 그곳에서 이웃을 만나고 유대감을 키우고 공동체 의식을 꽃피워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작은도서관에 모여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도록 해야 한다.죽도시장 한가운데 작은도서관을 열어 장 보러 온 부모들과 아이들과 상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책을 읽고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 집과 가까운 지역 곳곳의 작은도서관에 아이들과 어른들의 독서동아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야 한다. 일요일, 월요일 쉬고, 저녁 6시면 문 꼭꼭 닫는 곳이 아니라 365일, 밤늦게까지 환하게 불 밝힌 작은도서관이어야 한다. 관계자는 예산 타령, 규제 타령을 할 것이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을 살릴 묘수는 여럿 있다. 벤치마킹할 사례도 전국에 많다. 작은도서관이 살아나면 시립도서관, 도립도서관도 살아날 것이다.칼라 모리스의 `도서관이 키운 아이`에 나오는 주인공 멜빈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다. 도서관에서 책만 보는 건 아니다. 사람을 만나야 한다. 멜빈도 사서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로 도서관에서 더욱 성장한다. 멜빈이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 행사는 `도서관에서 밤새워 책 읽기`다. 멜빈은 도서관에서 책뿐만 아니라 좋은 친구를 만난다. 훗날 멜빈은 공립도서관 사서 교사가 되어 또 다른 아이들이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게 돕는다.어딘가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집 근처 작은도서관일 것이다.

2016-08-10

소서팔사(消暑八事) + 2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아이고 고맙니대이, 처음에는 사람들이 마을 입구에 학교가 있어서 마을 배랬다 했는데, 아이고 배리기는, 요즘 다른 동네는 골목에서 아(이)들 보기가 어려운데 우리 동네는 온 종일 아(이)들 소리 들리고, 이래 아(이)들하고 여행도 같이 하고 얼매나 좋은지. 선샘요 진짜 고맙니대이!”지난 주 학생들과 함께 학교 소재지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안동을 다녀왔다. “그 학교는 아직 방학 안 했나?”하고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 물론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도 방학을 했다. 학생들은 서울을 비롯해 인천, 수원, 대전, 부산 등 전국에 있는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다.그리고 지난주 목요일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다시 학교로 모였다. 학생들은 방학 전부터 마을 어르신들에게 농사일이 덜 바쁠 때가 언제인지, 그리고 가시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매일 마을을 다니며 물었다. 방학 전 주 학생들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여행 계획을 완성하였다. 날짜는 7월 28일, 장소는 경상북도 신청사와 안동 일원. 기상청은 연일 폭염 경보를 내렸지만, 마을 어르신을 위하는 학생들의 마음은 폭염보다 더 뜨거웠다.“아이고 좋다! 너그가 있으니 더 좋다. 진짜 좋다.” 진이(산자연중 2학년)의 손을 꼭 잡은 할머니께서 봄 소풍 나온 아이마냥 좋아하셨다. 평소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거동조차 어려우신 할머니께서는 진이의 손을 꼭 잡고 도청 신청사와 하회마을 곳곳을 마음에 담으셨다. 정말 더웠지만 진이는 할머니께서 힘들어 하실까봐 최대한 할머니의 걸음에 자신의 걸음을 맞추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른 팔을 들어 작열하는 태양을 가려주었다. 할머니께서는 땀으로 들러붙은 진이의 옷을 너풀너풀 털어주셨다. 많은 여행객들이 두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이 흐트러질까봐 길을 비껴주었다. 그 모습들은 그대로가 참 인성교과서였다.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국회가 하는 일이 모두 그렇듯 인성교육진흥법도 처음에는 세상을 다 바꿀 것처럼 떠들썩하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인성교육진흥법이 어떤 법인지, 심지어 그런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하기야 교육청 사람들은 물론 교사들조차 인성교육법이 뭐하는 법인지 정확히 모르는데 일반 사람들이야 오죽할까. 말도 안 되는 인성교육진흥법을 말하려고 한 것이 아닌데, 답답한 마음에 잠시 인성교육진흥법을 언급하였다.하회마을을 끝으로 학생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 준비한 지역사회탐방 행사가 끝이 났다. 돌아오는 차 안에는 이야기꽃이 활짝 피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로 세대를 허문 이들이기에 특별한 이야기 주제는 필요 없었다.필자는 인터넷 뉴스를 보았다. 그 중에서 가장 크게 들어온 뉴스는 고속도로마다 피서객 차량들이 가득하다는 기사와 피서를 즐기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공항 이용객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기사였다.우리의 피서 문화가 어떤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언론들은 곧 흥청망청하는 피서지 모습을 경쟁하듯 내보낼 것이다. 그리고 건전한 피서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 하자고 피서 계몽 운동을 펼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잘난 사람들이 많은 이 나라에서는 다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조들의 피서법 하나를 소개 한다. 소서팔사(消暑八事)! 이는 정약용 선생이 제시한 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다.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타기, 넓은 정각에서 투호하기,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 씻기(月夜濯足)”여기에 두 가지를 더 추가하면 완벽한 피서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첫째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처럼 주변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기. 둘째는 정치 뉴스 절대 안 보기. 소서십사(消暑十事)로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나시길 기원한다.

2016-08-04

생활체감형 양성평등정책 만들려면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실장성별영향분석평가법 제정으로 인해 지역 양성평등정책 실행에 관한 과제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정책개선 도출이라든가 실현성 있는 정책추진에는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양성평등정책의 효과적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책개선 컨설팅이 이뤄져야 한다.특히 사업분야별 정책개선안 도출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업전반에 걸쳐 성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에 대한 전문가의 컨설팅이 필요한 실정이다.즉 성인지 관점에서의 정책개선안 필요성에 관한 인식부족, 부서 간 협조 부족 등으로 인해 양성평등 정책개선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개선 도출 및 실행 연계성을 강화하는 컨설팅이 필요하다.이에 기관별 컨설팅을 통해 정책개선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발굴해 지역 양성평등 정책개선 실현가능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컨설팅 사업의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성별영향분석평가 컨설팅 사업의 내실화가 필요하고, 컨설팅 사업에 관한 체계화 및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즉 이러한 특성에 맞게 성별영향분석평가 컨설팅 방향은 첫째, 인사이동이나 업무상 바빠서, 또는 교육대상에 포함되지 못해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성별영향평가 컨설팅 사업을 통해 컨설턴트가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지표 설명뿐만 아니라 성별영향평가 제도, 성 주류화, 성별 통계 등 관련 사항에 대해서 컨설팅을 제공해 공무원의 성별영향분석평가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성별영향분석평가를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컨설팅을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컨설팅 운영에 있어 무엇보다 기관의 성별영향분석평가 인프라와 추진체계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효율적 시스템을 위해 과제선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성별영향평가 교육을 확대 실시하고, 관련조직과 예산 등을 점검하도록 컨설팅을 해야 한다.다음으로 과제선정 및 보고서 작성 등을 지원하는데 이 단계에서 성별영향분석평가 결과의 정책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실제로 정책개선을 이루도록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컨설팅 방법은 주로 전화와 이메일 형태로 이뤄졌으며, 방문 컨설팅도 증가하였다.컨설팅 내용은 총괄담당자를 대상으로 추진기구 구성 운영, 추진계획수립, 기관장 관심도 제고 방안 등을 컨설팅했으며, 과제담당자를 대상으로 성별통계, 법령·지침 개선, 성인지 예산 반영, 사업수행방식과 같은 지표별 컨설팅을 수행했다.성별영향분석평가의 필요성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성별영향분석평가의 결과로 도출된 정책개선안이 정책에 반영돼 수혜대상자에게 혜택이 적절하게 돌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이처럼 양성평등정책 활성화를 위한 환류의 활성화는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개선시킬 수도 있다.정책개선 실행은 성별영향분석평가 총괄담당자나 과제담당자인 공무원 개인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부서 전체의 의지와 관심이 수반되어야만 가능하다.우선 평가수행부서에서 미리 도출된 성별영향분석평가 결과에 근거한 정책개선안 즉 법령 개선, 지침 개선, 사업수행기준 개선, 예산요구안 등 이들 중 업무영역내에서 반영 가능한 정책개선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무엇보다도 사업선정 과정에서의 컨설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정책개선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성별분리 통계 작성과 성별격차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특히 컨설팅 내용 및 운영에서 그 기준과 구체성이 필요하므로 컨설팅 내용에서 가장 언급해야 할 부분은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정책개선안을 제시한다면 생활체감형 정책개선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2016-08-03

액체근대를 사는 길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날씨도 이전의 해들보다 무척 덥고, 지구촌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아름다운 이야기보다는 불행한 이야기가 더 많은 요즈음이다. 내일은 또 무슨 상상도 못할 일이 생겨나서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할지 불안한 가슴으로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 인터넷 덕분에 전 세계의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하는 우리 시대의 불행인가? 우리가 사는 세계의 변화만 해도 어찔한데, 인심의 변화까지 감당해야 하다니.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격심한 변화를 몸소 겪었던 폴 발레리(1871-1945)는 `중단, 불일치, 놀라운 일은 우리 삶의 일상적인 조건들이다. 많은 사람들은 심지어 이러한 조건들을 꼭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제 인간의 정신은 갑작스런 변화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자극 (….) 이외의 것들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일상이 비상의 사태가 되고, 비상의 사태가 일상이 되어버린 근대 사회의 비정상적인 변화를 두고 시니컬한 어조로 표현해 내고 있다.한 세기 이후를 사는 우리들도 이전 시대와는 또 다른 형태의 중단, 불일치, 놀라운 일 즉 비상사태에서나 볼 법한 일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영국 리즈대학 명예교수인 지그문트 바우만(1925~)은 액체근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세 가지 조건 속에 내던져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첫째, 우리는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둘째, 예측하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결코 측정되지 않는 지속적인 위험 속에서 살아야 한다. 셋째, 신뢰의 위기 속에서도 과감히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바우만은 발레리처럼 시니컬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과감한 행동을 요구하는 차이를 가진다. 그가 고안해 낸 액체근대라는 용어를 쉽게 설명해 보면, 커다란 공장 안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일을 하는 시대를 근대 중에서도 고체근대라고 일컫고, 커다란 건물도 수많은 인력도 필요 없이 항시 액체처럼 그 모습을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시대를 액체근대라고 명명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사는 시대는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과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큰 공장과 거대한 기계, 불평 많은 노동자는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액체근대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 같다.바우만은 `액체근대`(2000)라고 하는 책에서 불확실하고 위험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개인의 어깨에 지워진 책임의 무게를 넘어, 자기결단과 해방의 자유, 거대한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의지, 공동의 노력을 향한 책임의 `통각`을 길러야 함`을 역설한다. 그는 해방, 개인성, 시·공간, 일, 공동체 등 인간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조건을 치밀하게 점검하는 작업을 통해서 우리가 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그는 또 “시인이 글을 쓴다는 것은 `항상 거기 있는` 그 무언가를 뒤에 숨긴 벽에 부딪힘을 의미한다”고 한 밀란 쿤데라의 말을 빌어 사회학적 글쓰기의 지향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의 말대로 외국인혐오, 인종편견, 희생양,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 등에 대해 선입관을 갖지 않게 하는 것이 사회학의 임무라고 한다면, 사회학적 글쓰기는 그런 편견들이 가지고 있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최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불행한 소식들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단일민족의 신화를 벗어난 우리들은 리차드 세넷의 말처럼 `공동체의 이미지는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갈등은 차치하고, 차이점을 느끼게 할 만한 모든 것을 깨끗이 정화한다. 우리라는 느낌, 비슷해지려는 욕망을 표현한 이 느낌은 인간이 서로를 더욱 깊숙이 들여다볼 필요가 없게 해주는 하나의 방편`이 되면 안 된다. 진정성과 상호이해에 기반을 둔 공동체 형성이 필요하다.

2016-08-01

영남의 두 얼굴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WMO 세계기상관측기구는 올해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연은 오래전부터 기상 이변에 대해 인간에게 계속적인 경고를 보내왔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 경고를 무시하고 더 악독하게 자연을 괴롭혔다. 그런 인간들을 품 넓은 자연은 더 큰 품으로 안아줬다. 자연은 인간들이 언젠가는 알겠지 하면서 참고 또 참았다. 그런데 이젠 자연의 참을성에도 한계가 온 것 같다. 그 단적인 예가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등으로 불리는 폭염이다.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같은 달보다 평균 기온이 0.9도 올랐다고 한다. 0.9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는 우리는 잘 모른다. 무지한 인간들에게 기후전문가들은 전지구의 기온이 평균 1도 상승하면 많은 생물종들이 멸종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리고 2도가 상승하면 환경 재앙 영화에서 보던 끔찍한 장면들이 현실화 되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것은 기후학자들이 말하는 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편안함에 익숙해져버린 인간들에겐 너무도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들린다는 것이다.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보아 언론들은 한 동안 계속되는 무더위와 기록적인 기온에 대해 보도할 것 같다. 그리고 기후전문가들을 초빙하여 곧 닥칠 기후 재앙에 대해 떠들어 댈 것이 뻔하다. 그런데 정작 들어야 하는 인간들은 들을 생각이 전혀 없다. 여름이면 해마다 반복되는 언론 패턴에 인간들은 양치기가 살던 마을의 주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언론이 아무리 “늑대야!”라고 외쳐도 인간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더 편안하게 살기 위해 자연을 더 심하게 파헤치고 있다.폭염이 반드시 동반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불쾌감(不快感)이다. 불쾌지수는 기온에 정비례하여 수직상승한다. WMO의 자료를 잠시 빌려 올해 불쾌지수를 전망해본다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올해는 분명 유사(有史) 이래 불쾌지수가 가장 높은 해가 될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나는 요즘인데, 우리를 더 짜증나게 하는 것들이 있어 도무지 불쾌지수를 억제 할 수 없다.특히 뉴스만 보면 불쾌는 어느새 분노로 바뀌어 폭염보다 몸과 심장을 더 뜨겁게 만든다. 이것이 지속되면 정말 분노 조절 장애가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의 뉴스들은 사람은 물론 이 사회를 분노케 한다.뉴스를 보면 분명 지금 우리 사회는 분노 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사회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소통이 전혀 안 되는 우리 사회이기에 그 정도는 더 심하며, 그 어떤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우리나라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바로 `미궁(迷宮)`이다. 왜 우리 사회는 미궁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을까. 필자는 그에 대한 분명한 답을 목욕탕에서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목욕탕으로 말하자면 가장 진솔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곳 중 한 곳이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1%나 99%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무리 좋은 거 갖다줘봐라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지!” 어느 할아버지의 말씀 한 마디에 그동안 필자를 답답하게 만들었던 많은 궁금증들이 일시에 해소 되었다. 그리고 사드와 함께 영남권 신공항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둘에는 큰 공통점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지역이 둘 다 영남권이라는 것! 둘째, 극과 극의 대립이 있다는 것! 셋째, 삭발식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극명한 차이점도 있다. 하나는 목숨을 걸고 유치(誘致)하려 한 사업이라면, 다른 하나는 목숨을 걸고 반대하는 사업이라는 것!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지역의 어느 신문은 1면을 백지로 내었다. 만약, 정말 만약 사드가 백지화 된다면 그 신문은 영남권 신공항 때처럼 똑같이 1면을 백지로 낼까. 목숨을 걸고 신공항을 유치하려고 했던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는지, 왜 사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는지? 불타는 여름, 영남의 두 얼굴에 짜증이 치솟는다.

201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