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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팔사(消暑八事) + 2

등록일 2016-08-04 02:01 게재일 2016-08-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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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아이고 고맙니대이, 처음에는 사람들이 마을 입구에 학교가 있어서 마을 배랬다 했는데, 아이고 배리기는, 요즘 다른 동네는 골목에서 아(이)들 보기가 어려운데 우리 동네는 온 종일 아(이)들 소리 들리고, 이래 아(이)들하고 여행도 같이 하고 얼매나 좋은지. 선샘요 진짜 고맙니대이!”

지난 주 학생들과 함께 학교 소재지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안동을 다녀왔다. “그 학교는 아직 방학 안 했나?”하고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 물론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도 방학을 했다. 학생들은 서울을 비롯해 인천, 수원, 대전, 부산 등 전국에 있는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난주 목요일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다시 학교로 모였다. 학생들은 방학 전부터 마을 어르신들에게 농사일이 덜 바쁠 때가 언제인지, 그리고 가시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매일 마을을 다니며 물었다. 방학 전 주 학생들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여행 계획을 완성하였다. 날짜는 7월 28일, 장소는 경상북도 신청사와 안동 일원. 기상청은 연일 폭염 경보를 내렸지만, 마을 어르신을 위하는 학생들의 마음은 폭염보다 더 뜨거웠다.

“아이고 좋다! 너그가 있으니 더 좋다. 진짜 좋다.” 진이(산자연중 2학년)의 손을 꼭 잡은 할머니께서 봄 소풍 나온 아이마냥 좋아하셨다. 평소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거동조차 어려우신 할머니께서는 진이의 손을 꼭 잡고 도청 신청사와 하회마을 곳곳을 마음에 담으셨다. 정말 더웠지만 진이는 할머니께서 힘들어 하실까봐 최대한 할머니의 걸음에 자신의 걸음을 맞추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른 팔을 들어 작열하는 태양을 가려주었다. 할머니께서는 땀으로 들러붙은 진이의 옷을 너풀너풀 털어주셨다. 많은 여행객들이 두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이 흐트러질까봐 길을 비껴주었다. 그 모습들은 그대로가 참 인성교과서였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국회가 하는 일이 모두 그렇듯 인성교육진흥법도 처음에는 세상을 다 바꿀 것처럼 떠들썩하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인성교육진흥법이 어떤 법인지, 심지어 그런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하기야 교육청 사람들은 물론 교사들조차 인성교육법이 뭐하는 법인지 정확히 모르는데 일반 사람들이야 오죽할까. 말도 안 되는 인성교육진흥법을 말하려고 한 것이 아닌데, 답답한 마음에 잠시 인성교육진흥법을 언급하였다.

하회마을을 끝으로 학생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 준비한 지역사회탐방 행사가 끝이 났다. 돌아오는 차 안에는 이야기꽃이 활짝 피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로 세대를 허문 이들이기에 특별한 이야기 주제는 필요 없었다.

필자는 인터넷 뉴스를 보았다. 그 중에서 가장 크게 들어온 뉴스는 고속도로마다 피서객 차량들이 가득하다는 기사와 피서를 즐기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공항 이용객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우리의 피서 문화가 어떤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언론들은 곧 흥청망청하는 피서지 모습을 경쟁하듯 내보낼 것이다. 그리고 건전한 피서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 하자고 피서 계몽 운동을 펼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잘난 사람들이 많은 이 나라에서는 다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조들의 피서법 하나를 소개 한다. 소서팔사(消暑八事)! 이는 정약용 선생이 제시한 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다.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타기, 넓은 정각에서 투호하기,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 씻기(月夜濯足)”

여기에 두 가지를 더 추가하면 완벽한 피서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첫째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처럼 주변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기. 둘째는 정치 뉴스 절대 안 보기. 소서십사(消暑十事)로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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