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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두 얼굴

등록일 2016-07-28 02:01 게재일 2016-07-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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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WMO 세계기상관측기구는 올해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연은 오래전부터 기상 이변에 대해 인간에게 계속적인 경고를 보내왔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 경고를 무시하고 더 악독하게 자연을 괴롭혔다. 그런 인간들을 품 넓은 자연은 더 큰 품으로 안아줬다. 자연은 인간들이 언젠가는 알겠지 하면서 참고 또 참았다. 그런데 이젠 자연의 참을성에도 한계가 온 것 같다. 그 단적인 예가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등으로 불리는 폭염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같은 달보다 평균 기온이 0.9도 올랐다고 한다. 0.9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는 우리는 잘 모른다. 무지한 인간들에게 기후전문가들은 전지구의 기온이 평균 1도 상승하면 많은 생물종들이 멸종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리고 2도가 상승하면 환경 재앙 영화에서 보던 끔찍한 장면들이 현실화 되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것은 기후학자들이 말하는 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편안함에 익숙해져버린 인간들에겐 너무도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들린다는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보아 언론들은 한 동안 계속되는 무더위와 기록적인 기온에 대해 보도할 것 같다. 그리고 기후전문가들을 초빙하여 곧 닥칠 기후 재앙에 대해 떠들어 댈 것이 뻔하다. 그런데 정작 들어야 하는 인간들은 들을 생각이 전혀 없다. 여름이면 해마다 반복되는 언론 패턴에 인간들은 양치기가 살던 마을의 주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언론이 아무리 “늑대야!”라고 외쳐도 인간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더 편안하게 살기 위해 자연을 더 심하게 파헤치고 있다.

폭염이 반드시 동반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불쾌감(不快感)이다. 불쾌지수는 기온에 정비례하여 수직상승한다. WMO의 자료를 잠시 빌려 올해 불쾌지수를 전망해본다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올해는 분명 유사(有史) 이래 불쾌지수가 가장 높은 해가 될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나는 요즘인데, 우리를 더 짜증나게 하는 것들이 있어 도무지 불쾌지수를 억제 할 수 없다.

특히 뉴스만 보면 불쾌는 어느새 분노로 바뀌어 폭염보다 몸과 심장을 더 뜨겁게 만든다. 이것이 지속되면 정말 분노 조절 장애가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의 뉴스들은 사람은 물론 이 사회를 분노케 한다.

뉴스를 보면 분명 지금 우리 사회는 분노 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사회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소통이 전혀 안 되는 우리 사회이기에 그 정도는 더 심하며, 그 어떤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우리나라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바로 `미궁(迷宮)`이다. 왜 우리 사회는 미궁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을까. 필자는 그에 대한 분명한 답을 목욕탕에서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목욕탕으로 말하자면 가장 진솔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곳 중 한 곳이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1%나 99%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무리 좋은 거 갖다줘봐라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지!” 어느 할아버지의 말씀 한 마디에 그동안 필자를 답답하게 만들었던 많은 궁금증들이 일시에 해소 되었다. 그리고 사드와 함께 영남권 신공항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둘에는 큰 공통점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지역이 둘 다 영남권이라는 것! 둘째, 극과 극의 대립이 있다는 것! 셋째, 삭발식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극명한 차이점도 있다. 하나는 목숨을 걸고 유치(誘致)하려 한 사업이라면, 다른 하나는 목숨을 걸고 반대하는 사업이라는 것!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지역의 어느 신문은 1면을 백지로 내었다. 만약, 정말 만약 사드가 백지화 된다면 그 신문은 영남권 신공항 때처럼 똑같이 1면을 백지로 낼까. 목숨을 걸고 신공항을 유치하려고 했던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는지, 왜 사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는지? 불타는 여름, 영남의 두 얼굴에 짜증이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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