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금강경 별기(別記)

▲ 김현욱 시인한영조 교수의 `붓다의 치명적 농담`(문학동네·2011)을 읽습니다. 이름 하여, 금강경 별기(別記)입니다. 별기(別記)란 본문에 덧붙여 따로 적거나 그런 기록을 뜻합니다. 작가가 별기의 방식으로 금강경을 해설한 것은 듣는 자의 성격과 자질, 문화와 교양, 시대와 상황 등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대상으로 보면 금강경이 설해지던 당시의 독자는 일반인이 아니었습니다. 진리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각오로 오랫동안 수련했던 고도의 불교수행자들이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금강경은 매우 고차원적인 불교의 가르침입니다.상황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금강경의 `말씀`은 불교의 오랜 역사를 통해 누적된 어법과 문제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오늘날의 현대인들이 도저히 그 맥락과 상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언어적으로는 금강경의 의미와 교훈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주고받는 언어로 소통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입니다.작가는 최상승의 경지보다 그것이 타파하고자 하는 장애의 현실에 대해 논의했고, 금강경이 말하는 언어보다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과 맥락을 보여주고자 했으며 무엇보다 이 모든 이야기를, 현재 우리가 쓰는 일상적 언어의 지평 위에서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경전의 언어를 축자적으로 따라가는 소(疏)의 방식보다 과감한 해석과 체계를 제시하는 별기의 방식이 오늘날에 더 유효하다고 본 작가의 판단과 성과는 충분히 수긍할 만합니다.설화적이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법화경`이나 `화엄경`을, 일상적이고 교훈적인 것을 선호하는 사람은 `법구경`이나 `수타니파타`를, 핵심만 추려 불교의 체계와 골격을 알고 싶으면 `대승기신론`이 제격이라며 작가는 독자의 성향과 근기에 맞는 방편을 찾는 것이 좋다고 추천합니다.만공 스님(1871~1946)의 일화 중에 재미있는 것이 있습니다. 때는 한말에서 일제 초기, 몰락한 궁중의 상궁 나인들이 스님을 찾아와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법문은 않고 뜬금없이, 노래 한 자락을 읊었다고 합니다. “저 산 딱따구리는 생나무 구멍도 잘 뚫는데…. 우리 집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뚫는구나.”자리에 앉아 있던 여인들이 구석구석에서 킥킥거리고 쑥덕거렸답니다. 만공 스님은 간절한 마음으로 진리의 조갯살을 열어보였는데, 여인네들은 안타깝게도 그것을 늙은 스님의 음담패설로 들었던 것입니다. 생나무를 힘겹게 뚫을 필요가 없습니다. 뚫린 구멍을 찾으면 됩니다. 내 안에 뚫린 구멍. 이게 무얼 의미할까요?불교는 `불성`(목표)과 `번뇌와 무지`(문제), `반야`(방법)라는 삼각 구도를 갖고 있습니다. 이 관계를 육조 혜능이 비유로 설명해놓은 것을 한영조 교수는 현대적으로 다듬어 우리에게 들려줍니다.“산 속에 금이 묻혀 있다. 산은 금을 몰라보고, 금도 자신을 둘러싼 것이 산인 줄 모른다. 의식이나 자각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생각할 줄 알아 이 보물이 귀한 줄 안다. 전문가를 시켜 산을 뚫고 원광을 캔다. 그것을 불에 녹여 찌끼를 떨어내고 순금을 얻는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은 큰 부자가 되어 오랜 가난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귀한 불성이 우리 몸 안에 숨은 것도 이와 같다. 덧없는 몸이 세계라면, 나와 남을 분별하는 습관은 산이고,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번뇌는 금을 덮은 광석찌끼다. 불성은 금이고, 그것을 되찾는 전문 반야지혜는 전문제련사이며, 정진용맹은 그 광석찌끼를 뚫고 깨는 일이다. 지혜의 제련사를 시켜 나와 남을 분별하는 뿌리 깊은 습관이라는 산을 뚫고, 거기서 번뇌 광석을 확인하고 이를 깨달음의 불로 제련하면, 거기 금강처럼 빛나고 영원한 불성(金剛佛性)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경의 이름에 금강을 붙였다.”

2016-04-29

껍데기 시험은 가라!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어느 달 혼란스럽지 않은 달이 없는 우리 사회지만 그 중에 혼란이, 아픔이, 상처가 가장 큰 달이 4월이다. 그래서 4월은 시인들에게 특별한 달이다. 4월 시 중 하나를 꼽으라면 필자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를 말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학창시절에 누구나 외쳤을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하지만 껍데기 뿐인 학교에서 배웠는지 대한민국 4월은 알맹이는 가고 껍데기만 남았다. 그러기에 어쩌면 슬픔도, 부끄러움도, 희망도 모두 껍데기인지 모른다.필자는 많은 학생들에게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를 가르쳤다. 껍데기는 거짓, 아부, 증오, 폭력 등 형식적이고 영혼 없는 것들 전부라고, 반면에 알맹이는 진실, 희생, 배려, 희망 등 기본적이고 영혼 가득한 것들이라고! 그리고 수업 마지막에는 항상 너희들이 이 사회의 알맹이가 되라고! 그래서 제발 이 나라를 살맛나는 사회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필자 또한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이와 같은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선생님의 가르침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그런데 슬프게도 지금 필자는 껍데기가 되어 있다. 그것도 속이 텅텅 빈, 어떤 충격에도 깨지지 않는 철옹성 같은 껍데기. 그런 필자가 학생들에게 알맹이를 말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 알맹이가 되겠다던 학창 시절의 그 맹세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생각해보면 그 다짐들은 학교 시험이 끝나는 순간 모두 껍데기로 변해버렸다.이 나라 사람들은 시험의 후예들이다. 그런데 그 시험이라는 것이 껍데기 시험이다. 즉 이 나라 사람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 시험을 통해 껍데기로 변했다. 이 나라 시험은 학생들의 생각을 틀에 가두기로 유명하다. 그 틀은 절대 창의성 같은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이 나라 시험에서, 아니 이 나라에서 창의와 창조는 곧 오답(誤答)이다.창조 경제, 창조 경영, 창조 교육 등 현 정부의 키워드는 창조이다. 정부는 큰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창조라는 것이 지금의 위기와 혼란을 해결해 줄 것처럼 떠들어댔다. 하지만 해결방법이라고 믿었던 창조가 오히려 더 큰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 혼란은 믿음, 즉 신뢰부터 상처를 냈다. 금이 간 믿음에서는 불신이 독버섯처럼 피었다. 불신은 조직 사회에서 믿음이라는 연결 고리를 끊어버렸다. 모래 알 사회에서는 조직의 힘이니, 단합, 협동 같은 말은 전설이 된지 오래다.“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대로 하자면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볼 것도 없는 답에 소름이 돋는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이 즈음되면 분명 초인이나 선각자, 아니면 영웅이 나타날 법도 한데 정말 아무리 둘러봐도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럼 우리는 앉아서 우리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도 정해져 있다.물론 “아니다”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의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없다면 우리는 새로운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 그걸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교육이다. 그런데 지금의 붕어빵 교육으로 절대 할 수 없다. 형식과 껍데기만 난무한 지금의 교육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역시 답이 안 보인다. 우리의 교육을 요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당사자들이 학교 현장에 존재하는 한 절대 새로운 교육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극단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교육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는 공염불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곧 가정의 달 5월이다. 전 국민이 행복한 5월을 맞이하기 위한 간절한 바람으로 외친다. 제발 4월이 가기 전에 학교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 시험은 가라!

2016-04-28

몰입, 행복의 비밀

▲ 김현욱 시인사람은 언제 가장 행복할까요?`행복의 순간`을 설문한 조사에 따르면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가족과 또는 연인과 함께 무언가를 했던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는 결과가 많았습니다. 결국, 행복이란 `어떤 순간(the moment)`에 존재하는 것입니다.벨기에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마테를링크가 1906년에 발표한 아동극 `파랑새`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오래된 질문이자 아름다운 답변입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는 요술쟁이 할머니의 아픈 딸이 보고 싶어 하는 파랑새를 찾아 떠납니다.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미래의 나라` 등에서 파랑새를 만나지만 우여곡절 끝에 남매는 결국 파랑새를 얻지 못합니다. 실망해서 집으로 돌아 온 남매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가 자기 집 새장에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세상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소박한 행복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행복을 전혀 알아보지 못해요.`라는 빛의 요정의 말처럼 행복은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좀처럼 발견하지 못합니다. 행복은 먼 곳이 아니라 우리 가까운 곳에 늘 숨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할 뿐이지요. 숨바꼭질을 할 때 술래는 숨어 있는 친구들을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구석구석 잘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만 꼭꼭 숨어 있는 친구(행복)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그런 의미에서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나다`(미하이 칙센트미하이·한울림·2014)의 저자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몰입(flow) 이야기`는 과학적인 행복 접근법이라 할 만 합니다. 우선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행복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언합니다. 그러면서 `행복은 외부에 있는 사물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들이 이것들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달려 있다. 실제로 행복은 우리가 준비해야 하고, 마음속에서 키워가야 하며, 사라지거나 빼앗기지 않도록 스스로 지켜내기도 해야 하는 특별한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행복해지는 방법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우리 마음을 조절하는 것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외적인 조건들, 이를테면, 기질, 외모, 환경 등에 좌우되지 않고 우리의 행동과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인 듯한 느낌을 순간, 순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러한 경험을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최적 경험`이라고 부릅니다.`최적 경험`을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종종 제게 왜 글을 쓰게 됐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답변합니다.“중학교 2학년 때 자발적으로(?) 원고지 70매 분량의 단편 소설을 여름방학 내내 매달려 쓴 적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써 본 소설이었고, 처음 감당해 본 분량이었습니다. 그 한 달 동안 원고지 앞에 앉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저는 알 수 없는 희열과 시간이 왜곡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마지막 문장을 쓰고 소설에 마침표를 찍었을 때 느낀 기쁨과 성취감은 아직도 제 머리와 가슴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아마 이러한 경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말한 `최적 경험`이자 `몰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스로가 하고 있는 일의 순간, 순간에 몰입하는 것. 그 속에 바로 우리가 찾는 행복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이 글을 쓰는 순간, 순간이 바로 그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2016-04-22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의 공약이 실천되길…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선거 쓰나미에 대한민국이 요동치고 있다. 질 사람은 지고, 뜰 사람은 떴다. 선거는 끝났지만 과거가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재를 넘어 미래 진행형인 사람들도 있다. 선거 결과는 잠룡(潛龍)을 승천한 용(龍)과 이무기로 변해 수장(水葬)된 용(龍)으로 확연히 구분 지었다. 16년만의 여소야대 정국이니, 3당 정치니, 녹색바람이니 하며 언론들은 정치 패널들을 동원하여 언론사 입맛에 맞게 선거 후 여론몰이에 기를 올리고 있다. 마치 영화 `내부자2`를 보는 듯하다.대구에서는 야당 당선인이 나왔고, 순천에서는 여당 국회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분명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수준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를 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이나, 정치를 보도하는 언론들의 수준은 퇴보할 대로 퇴화해 그 끝을 알 수 없다. 도대체 이 나라 정치의 후진성은 어디까지인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잔칫집이 된 정당이 있는가 하면 정말 초상집이 된 정당도 있다. 비록 분위기는 다르지만 두 곳 다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탓하기다. 잔칫집은 자기 탓, 초상집은 남 탓하기 바쁘다. 선거 기간 동안 그토록 분주하게 국민들의 손을 잡던 그들에게 이젠 국민은 없다.선거가 끝난 지금 골목은 정적이 감돌 정도로 적막하다. 골목 시끄럽게 주민들을 찾아다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 나라 선거에는 패턴이 있다. 선거 전에는 공천 때문에 한동안 시끄럽다가, 공천이 끝나면 떼거리로 몰려나와 국민들을 귀찮게 하고는 선거가 끝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현수막 한 장 남기고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그리고 한참 후 국회의원이라는 금배지를 달고 거만할 대로 거만해져 어쩌다 한 번 지역 행사장에 나타나 거드름을 부린다. 만약 공자가 지금의 정치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아마도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할 것이다. “이보다 더 웃길 수는 없다”그리고 자공(子貢)에게 해 준 말을 이 나라 정치인들에게 해 줄 것이다. 더 이상 국민들이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자와 자공의 대화를 인용한다.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子貢問政), 공자가 말하였다.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비를 충족하게 하며, 백성이 믿게 하여야 한다.(足食足兵,民信之矣)” (중략) 자공이 물었다 “나머지 둘 중 꼭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립니까?” 공자가 말하기를 “식량을 버려라. 자고로 사람은 모두 죽는다. 그러나 백성들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民無信不立)” (`논어`안연 12-7)공자의 가르침에서 알 수 있듯 정치는 물론 나라 존립의 가장 기본은 국민의 신뢰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의도에 입성한 사람들은 주민의 신뢰를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신뢰라는 것이 절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신뢰는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선거가 끝난 지금 필자는 문득 궁금해졌다. 당선인들의 선거 공약이 무엇이었는지. 혹 독자 여러분은 지역구 당선인의 선거 공약을 알고 계신지? 언론이 알려줬으면 좋겠지만 이 나라 언론 중에 이런 일을 할만한 언론은 없다. 언론들은 다들 선거 결과를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느라 바쁘다.최근 기억 상실증과 관련된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부디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이런 드라마를 따라 하지 않기를 바란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순간 국민들은 싸늘하게 등을 돌릴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혹여나 그렇게 하는 당선인이 있다면 국민들은 그를 꼭 기억할 것이다. 필자는 “사회 약자를 위한 선거 공약을 실천하겠다”라는 어느 당선인의 공약을 기억한다. 정말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공약인 이 공약이 반드시 실천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6-04-21

이상잠(履霜箴)의 교훈

▲ 강희룡 서예가이상(履霜)이란 주역의 곤괘(坤卦)에서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이른다`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일의 조짐을 보고 미리 그 화를 경계하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조선 중기의 학자이며 청백리인 주세붕(1495~1554)은 중종 23년에 지어 올린 그의 이상잠인 무릉잡고(武陵雜稿)에서 `작은 일에서 큰 의미 찾는 자는 흥하고, 쉬운 일에서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는 자는 망한다`라고 적고 있다. 이것은 입법이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서리가 내릴 때 얼음이 얼 것을 알고 미리 대비한다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유비무환을 강조한 것이며, 만약 그렇지 못하고 안일한 생각으로 `아직 얼음도 얼지 않았는데 서리 좀 내린 걸 가지고 무얼 그리 걱정인가`라고 말한다면 얼마 안 가 곧 얼음이 얼고 난 뒤에는 국가나 국민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선거란 중의를 모아 국가를 위해 일할 사람을 고르는 일이다. 선택을 받고자했던 그들은 민의에 복무하겠다며 진실성 없는 땅바닥 읍소, 현란한 퍼포먼스, 그리고 악어의 눈물로 호소한다. 난무하는 후보자들의 감언은 저열한 유권자들의 이설을 만나 비로소 은밀하게 화동한다. 이렇듯 감언과 이설은 결코 홀로 서지 않는다. 20대 입법부를 대표할 국민의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300명의 의원이 선택됐다. 그들은 임기 동안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봉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들이 국가를 위해 봉사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올바른 민주주의가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고르는 입장에서의 시민들의 깨어 있는 냉철한 의식이 중대하다. 아일랜드 출신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정치가였던 에드먼드 버크는 `변화의 수단이 없는 국가는 보존의 수단을 갖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계파싸움이나 당쟁이 시작되었다고 연일 언론에 보도된다. 이런 반복되는 구태의연한 정치행태의 결과로 그들이 남긴 가상한 위민의 구호는 대개 형해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제도는 의젓하나 실종된 민주정신의 책임은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에게 있다.`일어탁수(一魚濁水)`라는 말이 있다. 한 마리 물고기가 물을 흐리게 한다는 뜻으로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 집단 전체나 여러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미침을 비유하는 말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방죽을 흐려 놓는다`는 말도 그 궤를 같이 하는 의미의 속담이다. 그러나 미꾸라지가 증거로 보인 것은 겉보기에 평온한 수평을 유지하고 있는 맑은 방죽 물이 그 속에 얼마나 많은 더러움을 은폐하고 있었는가 하는 본질의 문제를 들춰낸 것이기 때문이다. 감춘다 하여 끝내 드러나지 않을 리 없으며 드러내지 않으면 더러움은 오히려 더 깊어진다.이곡(1298~1351)의 가정집(稼亭集)에 `목민관 한 사람의 마음이 의를 추구하느냐 이익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백성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니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적고 있다. 이 글은 선생이 합포(合浦)의 목민관으로 나가는 관리를 전송하며 지어준 글이다. 현대국가에서의 목민관이라 함은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자치단체장과 모든 정책결정의 위치에 있는 공직자들을 아우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다스림에 있어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정책은 그들의 마음에서 나오고 그 정책이 바로 국가와 백성의 안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100년 전 대한제국이 일제에 넘어가자 `한 숟갈의 밥이나 한 모금의 물도 모두 왜적의 손에서 나온 것`이라 하여 거부한 최익현 선생의 정신은 조선을 조선이게 했고, 합방령을 접한 그날 황현(1855~1910)은 절명시를 짓고 탄식하며 절명하였으니 이는 나라 위한 선비의 곧은 정신이 깔려있다고 하겠다. 반면, 한일합방의 공로작과 은사금에 기꺼워 한 당시의 반국가적 관료들의 행태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부류들에 의해 또다시 나라 잃고 이방인의 슬픔을 당해서야 되겠는가.

2016-04-20

역사에서 배우는 난세와 치세의 처세법

▲ 박문하 경북도의원·시인우리는 항상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나간 역사는 다가올 미래의 거울이기에 현재를 비추어보면 나아갈 방향의 해답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현명한 사람은 역사의 교훈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는 것이다.4·13 총선이 끝난 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가 사납게 출렁이면 작은 돛단배 하나를 뒤집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는 것을 확인한 일대 혁신적 변화였다. 졸지에 정치의 주연과 조연이 바뀌고 정치적 지형을 새롭게 그려야 하는 격랑의 시기에 중국 역사에서 불꽃같은 삶으로 한 시대를 보낸 범려와 문종, 장량과 한신이라는 대비되는 4인의 인물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처신을 해야 하는가를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와신상담`이라는 유명한 고사성어가 떠오르는 춘추전국시대의 오나라 부차와 월나라 구천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맞수였다. 그리고 사면초가로 유명한 초, 한의 항우와 유방 또한 거대한 중국의 지도를 바꾸어 놓은 훨씬 큰 스케일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다. 이들 중 역사적 승자로 기록되고 있는 구천과 유방은 공교롭게도 두 사람 다 뛰어난 다수의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월나라의 구천은 범려와 문종 등이 있었고 한고조 유방은 장량, 소하, 한신, 번쾌 등 걸출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중에 범려와 장량의 난세와 치세에 대처했던 처세법을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구천을 지근에서 보좌했던 범려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책사로 거론되는 대표적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후일 구천이 춘추5국을 평정하기까지 뛰어난 책략으로 보좌하여 부귀영화가 보장된 일등 공신의 반열에 올랐을 때 세상을 평정하고 나서는 자신의 존재가 그리 환영받지 못할 것을 예견하고 그 유명한`토사구팽`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채 벼슬자리까지 팽개치고 떠나버린다.천하통일의 대업을 쟁취한 유방은 중원의 패자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을 사마천 사기의`고조본기`장량 부분에서 본영에서 지략을 짜고 천리 밖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점에서 나는 장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서술하고 있다. 엄청난 시련과 난관을 이겨내고 최후의 승자가 된 한고조 유방은 뛰어난 능력을 지닌 개국 공신들의 세력이 커지는 것이 극도의 두려움이었다.장량은 혜안의 지략가답게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예외 없는 숙청의 굴레를 씌울 유방의 계략을 읽고 유방의 군사를 피해 토가족이 살고 있는 청암산에 은거한다. 그는 산수가 뛰어난 이곳에서 미개한 토가족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농사법을 전수하고 선진 문물을 보급하여 민초들의 존경을 받으며 천수를 누렸다. 이에 비하면 유방의 개국에 절대적 기여를 한 대장군 한신은 비정한 권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결국 역모죄를 뒤집어쓰고 여태후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물건이나 사람은 필요한 곳과 쓰일 곳에 있어야 하고 예나 지금이나 스스로 감추고 물러날 줄도 아는 지혜가 더욱 절실한 지금이다. 시인 이형기 선생은 `낙화`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노래하고 있다.언젠가는 가야하는 인생을 뒤돌아보고 사라지는 것, 가버리는 것, 떨어지는 것들은 적절히 아름다운 때여야만 그 떠남이 빛이 난다는 것을 뼛속 깊이 깨닫게 하는 문장이다. `정치의 계절`에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알고 현명하게 처신하는 것도 똑같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마치 우리에게 말하는 듯하다. 권력의 음지에 있지만 욕심이 없어 밝고 행복했으며 양지에만 있었지만 어둡고 불행했던 그들의 삶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교훈을 주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2016-04-19

벚꽃 엔딩, 그리고 `나쁨`

▲ 차봉준 숭실대 교수·베어드학부대학“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오예!)” 라디오를 즐겨 듣는 청취자라면 이번 한 주 가장 많이 들었을 노래, `벚꽃 엔딩`의 한 소절이다. 봄을 대표하는 꽃으로 치자면 목련, 개나리, 진달래, 철쭉 등을 열거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 벚꽃이 아닐까 싶다. 지금 이 순간도 벚꽃길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지역에서는 이러저러한 이름을 붙인 벚꽃 축제가 한창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봄을 노래하는 많은 곡들 중에서도 버스커 버스커(Busker Busker)라는 그룹이 부른 이 노래가 유독 많이 애창되는 것 같다. 이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 손잡고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길을 걸으며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 하는 청춘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 아니, 굳이 청춘으로 한정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오십을 넘긴 중년 부부의 나란히 걷는 모습이면 어떻고, 팔순을 넘긴 노부부의 맞잡은 손이면 또 어떠하랴. 봄바람에 비 오듯 흩날리는 벚꽃 나무 아래라면 그 누구나 한번쯤 낭만에 젖어 그 길을 걷고 싶어질 테니 말이다.닷새 전 일이다. 여느 때보다 이른 시간에 귀가를 서둘렀다. 그리고 마침 아이가 학원을 마치는 시간과도 맞아 떨어진 덕분에 오래간만에 학원 앞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 틈에 아들 녀석의 모습도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걷는 모습이 여느 때와는 좀 달랐다. 평소 걱정스러울 만큼 들고 뛰던 녀석의 걸음걸이가 여간 조심스러울 뿐 아니라, 한껏 느릿느릿했다. 잠시 후 다가온 녀석을 보는 순간 모든 궁금증이 풀렸다. 아들 녀석의 한 손에는 물이 반쯤 채워진 종이컵이 들려 있었고, 그 안에는 소복이 꽃을 피운 한 가지의 벚꽃이 담겨 있었다.자초지종은 이러했다. 학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다가 길가에 늘어선 벚꽃 나무에 꽃들이 만발한 걸 보고서는 마음이 동했단다. 그래서 한 가지를 꺾었고, 학원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께 종이컵 하나를 얻어 시들지 말라고 즉석 화병을 만든 것이다. 집에 갖고 돌아와 제 책상 위에 두고 감상할 생각이었단다. 사내놈치고는 꽃을 좋아하는 성품이긴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찡하고 미안해졌다. 곧바로 집에 들어가지 말고 벚꽃 구경하러 드라이브할까 물었더니 그건 또 싫단다. 학원 숙제, 학교 숙제, 그리고 곧 다가 올 중간고사 시험 준비로 시간이 없단다. 몇 번을 졸라도 싫대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이틀 전, 아들의 방을 살펴봤더니 이미 시들어 버린 종이컵 화병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다시 아이의 학원 시간에 맞춰 학원 앞으로 갔고, 다짜고짜 아이를 차에 태운 채 가까운 거리의 벚꽃 길을 달렸다. 처음에 짜증을 내던 아이도 어느새 꽃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해가 저문 탓인지 꽃의 색감이 분명치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선명하게 꽃을 보여주려고 달리는 차의 창문을 내렸지만, 이내 창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흐릿한 시야는 해가 저문 탓만이 아니었다.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미세먼지 농도 `나쁨`.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길을 아이와 함께 걷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잠시 걸어보면 어떨까, 잠시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아빠의 과감한 시도는 과민한 엄마의 저항에 부닥쳐 무참히 묵살되었다. 미세먼지 농도 `나쁨`은 내일도 모레도 계속된다. 그리고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침묵의 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땅에 새로운 생명 탄생을 가로막은 것은 사악한 마술도, 악독한 적의 공격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저지른 일이었다”라고. 우리 스스로가 진짜 `벚꽃 엔딩`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매우 `나쁨`.

2016-04-18

`태양의 후예`가 대세지 말입니다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지난 2월부터 30%대의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군대식 말투의 대중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어느듯 종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제작 드라마 사상 최초로 유일무이하게 130억원의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영하고 경제효과적인 면에서 `별에서 온 그대`의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 이외에도 KBS의 간판뉴스 프로그램인 KBS 9시뉴스에 처음으로 배우 송중기를 스튜디오에 초대하는 파격적인 대접을 하기도 했다. 이것은 이제 드라마 방송이 가지는 무형적 자산과 가치관의 인식전환에 커다란 변화를 안겨다 주는 대목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태양의 후예` 판권판매와 간접광고(PPL), 음원판매 등으로 제작비 130억원을 이미 회수했으며 간접광고를 진행한 유통기업들은 한·중 동시 방영 덕분에 중국에서 우리나라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지고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엄청난 결과를 얻고 있다. 말 그대로 대박 콘텐츠를 낳은 셈이다.이처럼 한류열풍이라는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인기도와 함께 시청자들에게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해 주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 군인이 가지고 있는 본분과 조국에 대한 충성심이 무엇인가를 명품 연기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진피해 복구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다. 군인인 내게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라고 국가가 준 임무는 없으니까”라고 말했던 유시진 대위의 명 대사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납치된 의사 강모연을 구출하기 위해 외교적 마찰까지 불사하고 작전을 전개한 유 대위를 질타하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대한민국 국민을 대한민국 군이 구하러 간 겁니다. 당신들에게 국가안보란 밀실에서 하는 정치고, 카메라 앞에서 하는 외교인지는 몰라도 내 부하들에겐 청춘 다 바쳐 지키는 조국이고, 목숨 다바쳐 수행하는 임무고 명령이야! 작전 간에 사망하거나 포로가 됐을 때 이름도 명예도 찾아 주지 않는 조국의 부름에 영광되게 응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이 곧 국가안보라는 믿음 때문이다”라고 꼿꼿하게 답변하던 특전사 사령관인 윤중장의 눈빛 연기는 이 드라마가 그 어떤 정책이나 대중 강연회보다 깊은 감동을 전해 줬다. 자기 배역에 충실한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가 드라마의 가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했으며, 드라마 줄거리에서 느끼는 조국에 대한 가치관과 투철한 직업의식이 주는 아름다움은 애틋한 남녀 간의 사랑 이상의 흥미로움과 진한 감동을 전해주었다.이제 제20대 총선도 끝이 나고 국정을 새롭게 수행해 나갈 국회의원 300명이 확정됐다. 공교롭게도 이번 총선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방영과 천안함 피격 6주기와 시기를 같이하고 있어 국방을 책임지는 군인의 본분과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국회의원의 본분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연상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우리 시대의 현실적인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줬던 드라마 속 의사 강모연의 대사 중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가져야 하는 직업의식과 가치관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를 명품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매일같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려고 수술실에서 12시간도 넘게 보내요. 그게 제가 하는 일이죠”필자는 칼럼을 정리하며 반문해 본다. “오늘 나는 무엇을 살리기 위해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가….”

2016-04-15

경북교육청 신청사 개청식에 부쳐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국가의 미래와 교육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는 지금까지 수없이 진행되어 왔다. 연구들의 결론은 “국가의 미래는 교육에 달렸다”이다. 교육은 한 나라의 존폐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교육이 흥하면 나라도 흥하고, 교육이 망하면 나라도 망한다. 그래서 선진국은 기를 쓰고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후진국들은 또 선진국을 모델 삼아 후진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국가 발전과 교육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우리나라는 교육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이다. 전쟁 이후 폐허나 다름없는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부모들은 비록 당신들은 헐벗고 굶주려도 자식들만큼은 공부를 시켰다. 자식들은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전쟁 폐허국가에서 선진국까지 불과 50년도 안 걸렸다. 세계는 한국의 발전 속도에 모두 놀랐다. 그리고 한국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교육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전 세계는 한국의 교육열에 주목했다.한국 경제 발전의 원천은 교육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원 절대 부족국가였던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인적 자원뿐이었다. 교육은 우리나라의 인적 자원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렇게 교육된 인적자원들은 세계가 놀랄 경제 기적을 일구어냈다.산업통산자원부는 2014년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세계일류상품 품목 수가 154개라고 발표했다. 또 세계시장 점유율 5위권에 든 `세계일류상품`은 41개사 33개 품목이며, 향후 5년 내에 5위권에 들 가능성이 큰 `차세대 일류상품`은 27개사 26개 품목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전자제품, 전자정보기술(IT), 의료기술 등은 이미 세계 최고이다. 이 또한 교육이 만들어 낸 기적이다.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경제 사정을 보면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표되는 각종 경제 지표들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결코 밝지 못함을 확인해 주고 있다. 지금 이대로 가다간 경제 침체를 넘어 경제 붕괴까지 올 수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잘 나가던 우리 경제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이에 대한 답은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제 지수보다 더 비관적인 것이 교육 관련 지수다. 우리나라 교육은 사회 4대 악(惡)을 생산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어 버렸다. 청소년 관련 지수 중 자살률, 흡연 증가율 등은 이미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을 차지 하고 있는 반면 청소년 행복지수, 정직 지수 등은 최하위이다.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교육법이 화제다. `모든 학생 성공 법(Every Student Succeeds Act)`. 이 법을 두고 교육 평론가들은 “획일적 평준화 교육의 한계를 시인하고 학생·학부모·학교의 자율성 확대를 통한 창의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모든 학생 성공 법`. 법 이름만 봐도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는 뭘까.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보다 더 멋진 교육이 있다. 바로 경상북도 교육청이 만들어가는 `명품(名品) 교육`이다. 혼돈에 빠진 대한민국 교육계와는 달리 `명품 경북교육` 슬로건에 맞게 경북교육은 차별화된 명품 교육 정책을 펼쳐 양질의 발전을 해 왔다. 이제 경북 교육은 문화 수도 안동·예천 신청사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비상을 시작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새마을운동을 발원시킨 저력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불씨를 지핀 지역이 바로 경상북도이다.그 기운을 이어받아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교육을 구할 교육 개혁의 봉화(烽火)가 경북 교육청 신청사에서 피워 오르길 간절히 기원한다. 그래서 경제 위기에 빠진 나라를 살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희망 경북 교육이 되길 바란다. 15일 경북교육청 신청사 개청식은 대한민국 교육 르네상스가 발원하는 날이 될 것이다.

2016-04-14

국민을 슬프게 하는 best(최상)와 worst(최악)

▲ 강희룡 서예가기원전 전국시대의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하며 백성을 근본으로 생각했던 민본주의 사상가이다. 백성과 사직, 군주, 이 셋을 맹자가 중요하게 여긴 순서대로 보면 `맹자` 진심하(盡心下) 제14편에 `백성들이 가장 존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고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적고 있다. 맹자 사상은 말 그대로 백성을 뿌리로 생각하는 고대 민주주의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 우리의 헌법 제1조는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은 4년마다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와 5년마다 있는 대통령 선거에서 직접선거로 몇 초 만에 결정되는 투표행위를 실질적인 국민의 권력으로 본 것이다.오늘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통해 국민의 주권의식을 높이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 이번 선거에도 어김없이 구태의 폐습이 살아나 매니페스토(Manifesto)는 실종된 것 같다. 매니페스토란 선거에 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 구체적인 목표, 추진의 우선순위, 실행방법, 실행 기간, 재원조달방안을 명시한 선거공약을 말한다. 유권자는 정당·후보자의 공약을 비교하여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공약을 많이 제시한 정당이나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다.광주시에서 야권의 모 정당 여성 후보는 본인의 선거 홍보물로 대통령 실명과 국보위를 거론하며 `대통령 저격수`라고 칭하면서 총부리를 겨눈 후보 사진이 합성된 포스터까지 게시하였다 한다.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자가 군복을 입고 군 통수권자에 대해 저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국군을 함부로 희화화한, 예의와 금도를 넘어선 저질적인 패러디로 유권자의 표심을 사려고 한 행위는 막장까지 치닫고 있다. 선거 때면 나타나는 이런 부류의 함량미달 후보자들은 `천박한 민주`의 탈을 뒤집어쓰고 곳곳에서 권력을 추구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이 지연, 학연을 떠나 냉철한 판단으로 옥석을 못 가려준다면 이 땅에 `참민주주의`는 요원한 것이다. 명실상부한 진정한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유권자인 `국민` 뿐이다.1519년 중종반정의 공신들이 국정을 농단하던 것에 반대하여 조광조 등 신진 사림(士林)들이 성리학을 바탕으로 강력한 정치개혁을 추진하다 기묘사화가 발생한다. 이때 화를 입은 학자들을 기묘명현(己卯名賢)이라 부르는데 기준(1492~1521)도 이 기묘명현의 한 분이다.기준은 유배지에서 울타리, 창문, 벼루 등 늘 가까이하면서도 무심히 지나쳤던 주변의 일상사물에 대한 고찰을 통해 사물이 가지는 깊은 의미를 깨닫고 끊임없이 수행을 하여 그 성찰의 결과로 60가지 사물에 대한 명(銘)을 짓는다. 기준의 덕양유고(德陽遺稿) 육십명(六十銘) 중 가장 마지막에 있는 빗자루에 대한 명인 부옥추는 명문의 제목에서 빗자루 앞에 `집을 부유하게 한다`는 수식어를 붙여놓았는데, 이를 마음에 적용하면 마음의 윤택함, 즉 덕(德)의 함양으로 볼 수 있으니 빗자루라는 사물을 통해 본성의 회복을 추구한 것이다. `소학`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덕목으로 물뿌리고 비로 쓰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모든 기본이 마음의 찌꺼기를 쓸어내고 티 없는 마음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을 이른다. 30세의 젊은 나이에 죽어간 선비가 진정 쓸어버리고 싶었던 것은 당시의 더러운 정치 상황이었을 것이다.지금 국민들이 분노하고 슬픈 것은 유권자가 뽑은 의원들이 세계 각국의 국회와 비교하여 볼 때 자질, 업무추진 능력 등 경쟁력은 worst(최악)이고, 그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헤아릴 수 없는 갑질인 특권은 best(최상)이기 때문이다. 이 더럽고 추잡한 것들을 이번 선거를 통해 바른 인물을 선택하여 깨끗하게 비질하지 못한다면 20대 국회도 임기 4년 내내 패거리들의 이전투구 당쟁에 국민들은 분노와 슬픔으로 또 다시 가슴앓이를 하게 될 것이다.

2016-04-13

패거리

▲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온 나라가 제20대 총선의 열기로 요란하다. 투표일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사실을 정확히 말하면 열기가 예전만 못하여 오히려 시들하다는 느낌까지 드는데, 그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 더 이상 현실정치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기대 또한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현실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일반국민들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왜곡된 결과를 초래하여 엉뚱한 자들에게 정치권력을 쥐어주고 마는 불행을 낳게 된다. 선거를 통하여 당선이란 절차를 거치고 나면 금방 초심을 잊고 갑의 위치로 돌아가는 부류들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정치는 필연적으로 적과 아군으로 편이 나누어지게 마련이며 피아간의 치열한 전투를 통하여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의 예술이다.그 과정이 선의의 경쟁이면 예술이라 하여 손색이 없겠으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우리 편의 단점은 가려서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상대편은 헐뜯고 폄하해야 비로소 승리의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으니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할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유권자들의 표심 또한 워낙 변화무쌍하여 정치를 생물이라고도 한다. 정치의 근본이 인간의 안녕과 행복의 추구라면 인간의 행복이 과연 그렇게 변화무쌍한 과정에서 드라마틱하게 얻어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행복과 평화는 예측이 가능한 여정을 한걸음씩 나아갔을 때 조금씩 쌓여가는 것이며 그래야 가치 있고 지속가능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예술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필자가 정치에 대하여 이렇게 장광설을 늘어놓는 까닭은 선거철을 맞아 각종 언론매체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른바 공약이라는 이름의 과대포장과 이기를 추구하는 각종 집단의 패거리문화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패거리는 서로 어울려 다니는 사람의 무리를 뜻하는 `패`를 얕잡아 이르는 것이니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며 `패거리문화`라는 말 또한 어감이 편치 않음은 당연하다.그러나 한자의 사람인(人)자가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하여 기대고 있는 형상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로 인간이 본시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뜻하듯이 인간은 근본적으로 패거리를 지어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이므로 패거리가 생기고 파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 패거리가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며 원래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패가 훨씬 더 많다. 패가 패거리로 전락하고 마는 이유는 집단의 이기심 때문이며 이것이 오래 지속되면 스스로 잘못임을 알면서도 정당화되고 결국은 스스로 도취되어 판단력까지 상실하는 불행한 일이 벌어져 사회갈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패거리 내에서는 획일적인 사고가 강요되고 합리적인 토론보다 상명하복의 관계가 형성되어 개인의 다양성과 창조성이 말살되므로 패거리문화는 결국 미래 창조사회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우리나라는 단일민족 국가이므로 `우리`라는 집단의식이 유난히 강조되는 문화가 삶의 저변에 형성되어 있다. 서양의 `나`라는 개인주의 정신을 가벼운 처신이라 여기고, `우리`라는 집단정신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우리 집` 등의 경우는 물론이요 심지어`우리 마누라`처럼 어법상으로 대단히 이상한 경우도 있다.정치를 예술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예술을 정치에 비유하는 것은 난센스다. 개인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에 전념해야 하는 것이 예술가의 본분이며 현실정치와는 일정거리를 두는 것이 예술가들의 기본적인 자세이다. 그러나 예술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예술가들이 사심 없이 단합하여 한 목소리를 내고 창작에 전념하는 본분에 충실할 때 정치인들 스스로가 예술가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될 것이다. 진정은 서로 통하게 마련이며 문화, 예술에 무관심한 사람은 결코 창조적 미래의 지도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와 예술, 예술과 정치가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는 예술공동체문화를 꽃피우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이다.2016년 4월은 예술가들이나 정치가들 모두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6-04-12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기리며

▲ 박현주위덕대 교수·간호학과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아름다운 4월이 열리는 첫 날, 우리대학 간호학과에서는 제5회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가졌다.이름하여 나선식이라 불리는 이 행사는 나이팅게일의 희생과 봉사정신을 기리며 예비간호사로 생명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행사이다.학생들의 손에 꼭 쥐어진 촛불들이 다함께 빛을 발하며 강당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들의 눈빛은 따뜻하게 단상을 응시하였고, 입술에서는 천상의 화음이 울려퍼져 온 마음을 감싸안은 듯 했다.새삼 30여년 전, 나의 학창시절 가관식 기억들이 하나, 둘, 켜지는 촛불과 함께 떠올랐다. 하얀 원피스 가운에 블루 컬러의 망토를 걸치고 거울 앞에 섰을 때, 내 앞에는 제법 간호사의 기품이 흐르는 누군가가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칼날 같이 빳빳하게 풀 먹인 간호사 캡이 은사님들의 손으로 내 머리 위에 씌워지던 순간, 나는 평생 내가 지키고 가야 할 책임과 약속, 오래된 지혜들이 아름다움의 왕관처럼 우뚝 솟아오르는 것 같은 황홀감을 느꼈다. 그리고 빨간 촛불들이 동료와 동료들의 손으로 이어지며 어둠을 밝혀나갈 때, 내 심장은 그 숭고함에 대한 박동으로 전율하였다.간호사로서 어언 20여년을 임상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힘들고 지칠 때면 그 날 내 머리위에 씌워지던 하얀 왕관과 촛불의 맹세가 나를 일으켜 세우곤 하였다.오늘 나의 제자들, 아니 나의 간호사 후배들은 마음속에 무슨 보석을 담았을까? 시대의 물결에 따라 이제는 간호사 캡이 없어지고 대신 간호사들은 가슴에 전문직 간호사의 상징인 휘장을 달고 있다. 면허 간호사만이 달 수 있는 휘장에는 비둘기와 하트, 식물의 줄기와 잎, 봉오리가 새겨져 있고, 여기에는 생명 보호와 사랑,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빠른 치유와 회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제자들의 가슴에 휘장을 하나 하나 달아주며 “훌륭한 간호사가 되세요”라고 말하는 나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내가 이제는 후배들을 인도하는 연배가 되었구나.” “내가 그네들에게 훌륭함에 대하여 말할 수가 있을까.” 다시금 간호사에 대하여, 그리고 돌본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간호사 20여년차. 이미 연차로서 셀 수 없는 세월이었다. 당돌하게도 아픈 이들의 희망이 되고자 뛰어들었던 그녀, 그러나 제대로 진정한 사랑을 베풀지 못하고 수없이 받기만 하였다. 오른손이 절단되어 서툰 왼손으로 또박또박 눌러 써서 건네주던 편지, 밤샘 하며 고생한다고 따뜻하게 잡아주던 할머니의 거친 손, 어른이 되어서도 `누나`라고 부르며 따라 다니던 영원한 소년.그들이 나에게 원했던 것은 간호사이기 이전에 인간이었고, 지식과 합리성으로 무장된 전문인이기보다 아파할 수 있는 땨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었다.난 그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순수한 행복과 가슴 벅찬 눈물과 삶의 보람을 선사 받았던가. 그네들이 건네준 사랑과 행복이 있었기에 나는 매일 교단에서 나의 제자이자 후배들에게 말할 수 있다. 간호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그리고 함께 되어가는 것이라고. 휘장수여와 촛불의식을 마치고 선·후배간에 노래와 춤으로 화답하는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나의 제자이자 후배들! 참으로 생기발랄하고 희망에 찬 모습들이다. 그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들을 바라보면서 난 기도한다.“나의 제자들이여, 오늘의 이 열정과 떨림을 영원히 간직하여라. 그리고 힘차게 나아가 그 큰 날개를 활짝 펼치고 너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라.”

2016-04-07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3월이 4월에게 바통을 넘기고 지금 산과 들은 4월의 향연이 한창이다. 사람들은 3월을 물오름달, 4월을 잎새달이라고 했다. 나라마다 열두 달을 나타내는 표현이 있다. 그 중 필자는 인디언들의 표현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인디언들은 사물의 특징을 관찰하고, 그 특징을 묘사한 말로 이름을 짓는다. 그들은 달력을 만들 때 주위에 있는 풍경의 변화나 마음의 움직임을 주제로 그 달의 명칭을 정한다고 한다. 인디언들은 3월을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이라고 했다. 변화무쌍한 3월을 너무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3월의 자연은 정말 하루가 다르다. 그런데 3월보다 4월을 표현한 인디언 식 이름을 보고 필자는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인디언 블랙푸트 족은 4월을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이라고 했다. 욕심 없는 인디언들에겐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는 4월이 한없이 기뻤을 것이다. 그 기쁨은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인디언들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고 이름을 짓는다면 어떤 이름을 지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현상을 정확히 관찰하고 그 현상에 맞는 단어들을 열거하여 이름을 짓는 인디언들이기에 다음과 같은 이름을 짓지 않을까 싶다. 배신과 복수의 달, 정치에 대한 희망이 모조리 없어지는 달, 국회로 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달,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 잘 났다고 떠들어대는 달, 각종학교 학생들의 차별이 극에 달하는 달 등!지난 3월은 화려한 자연만큼이나 많은 말들이 만들어진 달이다. 3월 초에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 때문에 인공지능과 관련된 말들이 우리 사회를 마비시켰다. 사람들은 알파고의 등장에 처음에는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워했지만, 그 두려움을 인류의 힘을 모으는 계기로 삼았다. 그 힘이 모아져 슈퍼컴퓨터의 집합체인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귀중한 1승을 건졌다.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일 인양 기뻐했다. 그 기쁨에 힘을 얻은 사람들은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힘을 얻어 일상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쁨은 오래 가지 못한다. 꼭 분위기를 깨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정치가 바로 판을 깨는 주범이다.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는 국민들의 힘을 모조리 빼놓고 있다. 냄비근성 강한 언론들은 알파고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공천 이야기로 국민들의 정신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다. 알파고는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지만, 공천은 국민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뻔뻔한 자기 공천, 깜깜이 공천, 돌려막기 공천, 알파고 공천, 물갈이 공천, 학살 공천 등 듣기만 해도 짜증 지수가 치솟는 말들이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누가 누구를 심판한다는 것인지, 정말 웃긴다. 나이를 드실 만큼 드신 사람들이, 그리고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모르겠다. 정말 이번에야 말로 막말 정치, 막장 정치의 끝은 벼랑 끝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제대로 보여줘야 할 텐데. 그러기에는 이 나라 국민들이 너무 지쳤다. 어찌 보면 이 또한 꼼수 정치꾼들의 고도의 술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지치게 해놓고 좋은 말 한 마디 슬쩍 흘려 그것이 전부인양 믿게 만드는 고도의 꼼수 정치!3월을 너무도 힘들게 건넌 사람들이 많다. 이 나라 학생들, 특히 각종학교 학생들, 입시생, 취준생이 그렇고, 매일 이른 새벽부터 네거리로 몰려 나가 꼼수 정치를 하는 그들이 그렇고. 아무튼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이 기쁨의 4월을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문을 크게 외쳐본다.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걱정하지 말아요, 모든 것이 잘 될 거예요!).

2016-04-06

중학생에게 동시집 선물하기

▲ 김현욱 시인지난달 26일은 포항교육지원청부설영재교육원 중언어반 첫 수업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언어반이라 하면 어떤 수업을 하는 곳일까 궁금하겠습니다. 문학 감상과 창작, 논리와 문법, 독서토론 등을 배우는 곳입니다. 저는 올해 새로 뽑힌 포항 지역 20명의 중학생들과 함께 시 감상 수업을 했습니다. 돌아가면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끝낸 후, 작년 12월에 출간한 동시집 `지각 중계석`(문학동네·2015)을 나눠 줬습니다. 중언어반 학생들에게 20~30분 정도 자유롭게 동시집을 읽을 시간을 줬습니다. 그런데 동시집을 받아든 중언어반 학생들의 표정이 참으로 가관이었습니다.`세상에! 동시집을 나눠주다니!`, `뭐야? 지금 우리한테 동시를 읽으라고?`, `아…. 벌써부터 따분하고 하품이 나네.`, `시랑 담 쌓은 지 오랜데…`, `오 마이 갓!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중언어반 학생들의 동시집 독후감을 받았습니다. 학생들이 낸 독후감 첫머리를 읽으며 저 또한 `오 마이 갓!`을 외쳤습니다. 불안한 예상은 적중했습니다.“나는 평소에 소설이나 과학책만을 읽었기 때문에 동시집이 의외였고 또 관심이 가지 않았다”, “나는 동시집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저 동시들은 모두 단순하고 지루하며 재미없다고 생각했었다”, “동시…, 언제부터 시와 멀어졌는지 모르겠다. 도서관에 가서도 수필이나 소설과 같은 종류의 책만 찾아다녔지, 지나가다 시집이 있는 구간이 있어도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나는 항상 시를 따로 읽지 않고 그냥 학교에서 배우는 대로만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집을 읽어봤다.”태어나서 동시집이나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건 처음이라는 몇몇 중학생의 글을 보며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됐을까요? 자괴감에 한참을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영재교육원에 중언어반 중학생이 이 정도라면….그래도 천만다행입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동시집 한 권을 다 읽은 중언어반 친구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변화가 감지됐습니다.“이 책은 내 생애 거의 처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시집이다. 그래서 그런지 집중해서 정말 인상 깊게 보았고, 읽은 지 며칠 된 지금까지도 아직 선명하고 생생하게 내용이 떠오른다. 내가 생각한 이 책은 마치 비빔밥 같다. 재미있는 맛, 통쾌한 맛, 감동이 있는 맛, 오묘한 맛 등이 모두 섞여서 환상적으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모두 맛있는 맛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맛의 시를 고른다면, `고래할아버지`와 `100원`이라는 시다”“나는 조금의 기대도 없이, 한숨을 쉬며 책을 받아들었다. 내가 이때까지 아무 근거도 없이 동시집에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지금껏 내가 생각해왔던 동시집의 이미지와 내가 읽고 있는 동시집의 이미지는 너무 달랐다. 이 동시집의 시들 중에는 읽는 이들이 같이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는 시, 읽으면서 슬며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시,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시들도 있었다. 시들이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동시집에 관심이 조금 생겼다”“가장 기억에 남는 시는 `할머니의 화장품`이라는 시였다. 그 시에서는 눈 침침한 할머니를 위해 엄마가 네임펜으로 또박또박 번호와 글씨를 써 놓았다. 그리고서는 할머니에게 애가 단 엄마는 타박타박한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눈 침침한 할머니를 위해 네임펜으로 또박또박 번호와 글씨를 새기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이처럼, 서로 아끼고 존중하면서 배려하고, 도와주는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다”학부모님, 선생님께 간곡히 당부 말씀 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동시집을 선물해주세요. 요즘 좋은 동시집이 참 많습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 동시집을 선물해주세요. 작지만 소중한 변화가 시작될 겁니다.

2016-04-05

역사책과 민족의 미래

▲ 강희룡 서예가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거울은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를 비춘다. 고산 윤선도(1587~1671)는 고산유고(孤山遺稿) 국시소(國是疏)에 `과거의 일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기가 쉽고 현재의 일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기가 어렵다. 그러니 과거의 일이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하고서야 현재의 일이 옳고 그름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라고 적고 있다. 그 이유는 과거의 일은 자신들과 관련되어 있지 않고 그 실상도 이미 다 드러나 있지만 현재의 일은 자신들과 관련되어 있고 그 실상도 채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릴 수 있는 단초는 곧 과거를 바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분별 기준이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 아닌 상대적인 `이해관계`가 되어버린다면 그릇된 역사관으로 우리의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다고 본다. 윤기(1741~1826)는 그의 무명자집(無名子集)에 `소위 역사가라는 자들은 모두 돈이나 받고 쌀이나 요구하며 위세와 친분에 좌우될 뿐이다.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더라도 몇이나 되겠는가. 역사책을 읽는 사람이 옛일을 살피고 널리 보는 자료로 삼는다면 괜찮지만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적고 있다. 윤기 역시 정조실록을 편찬할 때, 편찬을 담당한 관원들이 사초(史草)를 마구 고쳐 세도가에게는 칭찬과 아부를 일삼고 한미한 이들은 누락하거나 소략하게 기록하였다는 것이다. 윤기가 언급한 역사책은 국가의 감독 하에 편찬된 정사(正史)이다. 본래 역사의 편찬은 국가의 할 일이다. 역사를 편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이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역사책은 권력을 잡은 쪽의 입장을 대변하기 마련이다. 역사의 진실이 체제의 정통성을 위협하거나 권력자의 치부를 드러낸다면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윤기가 언급한 것처럼 편찬을 맡은 사람들의 개인적인 견해와 감정이 개입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사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야사(野史)이다.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 `예실구야(禮失求野)`라는 공자의 말이 있다. 예법이 사라지면 재야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법은 상류층의 생활양식으로 세월이 흐르면 예법도 바뀌거나 사라지기에 그럴 때는 민간에서 그 예법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 점이 역사책에도 적용된다. 국가가 편찬한 정사가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면 개인에 의해 기록된 야사에서 진실을 찾아야 한다.삼국 시대 역사책으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있다. 삼국사기는 김부식이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편찬한 정사이고, 삼국유사는 승려 일연(一然)이 혼자 힘으로 편찬한 야사이다. 정확성과 신빙성은 삼국사기가 높지만, 삼국유사에는 삼국사기에서 배제된 신화와 설화가 적혀있다. 정사는 지난 역사에 대한 국가의 공식 입장이며, 야사는 정사의 오류를 바로잡고 누락을 보충한다. 정사가 없다면 우리는 지난 역사를 일관적인 관점에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을 것이며, 야사가 없다면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역사를 진실로 믿는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역사학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자신이 살아온 한 시대의 역사를 객관적이면서 실증적으로 정리하여 후세에 길이 읽힐 역사서를 저술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이러한 원칙을 가장 충실히 수행했던 인물은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의 저자 이긍익이다. 이는 연려실기술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신이 술이부작(述而不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역사서의 서술 원칙은 객관적이고 실증적이어야 한다. 우리의 역사책은 좌우 이념이라는 정치색에 편승되어 좌파 정부 10년 동안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옳고 그름`이 재정립되어 삭제되고 새로 첨가되어 굴곡졌으나, 이 시점에서 비록 늦었지만 `한국사`교재가 진실만을 바르게 기록한 역사책으로 새로 태어나 2017년 대입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었다니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올바른 역사를 모르는 민족의 미래는 캄캄한 밤길을 걷는 것과 같다.

2016-04-04

한국 미술품 감정의 현주소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최근 미술에 대한 관심이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예술가의 삶을 이해하며 간접적 경험을 해보려는 수준을 넘어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직접 수집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술품 진위에 대한 논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미술품 수집과 진위에 대한 논란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세계 각 나라마다 자국의 고유한 문화가 존재하고 이러한 문화와 예술이 함께 융합해 우수한 작품들을 만들어 낸다. 수 천년을 이어 온 문화와 그 시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기어졌다면 그 가치는 분명 재화가치를 통해 새롭게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그 미술품의 가치평가는 미술시장을 통해 공정하게 이뤄지며, 수요와 공급 원칙에 의해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이처럼 미술품이 단순한 기호품으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재화가치를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상품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평가금액 또한 만만치 않게 변화되고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수치도 있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평가되는 미술품이 동시에 공존하는 것이 오늘날 세계 미술시장의 성향이다.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미술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초엽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해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들에 대한 진위여부의 본격적인 감정이 이뤄지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 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감정의 선행문제가 심화되기 시작한 것이다.미술품 감정이란 미술품에 대한 진위판정(authentication) 뿐만 아니라 미술품의 가치평가(appraisal)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미술품 진위판정과 가치평가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는 하나, 각각 판단하는 자료와 절차가 다른 전문영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authentication`을 진위감정으로 `appraisal`을 시가감정으로 구분해 사용하고 있으며 더불어 전문가들의 진위감정을 추가하기도 하며, 동시에 이뤄지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진위감정과 시가감정은 비슷한 이력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나 가장 문제시 되는 것은 진위감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인 감정기관은 없지만 한국고미술협회와 한국화랑협회가 미술품 진위에 대한 감정업무를 맡아 왔으며, 2001년 설립된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가고 있다. 점점 소멸되고 망실되어가는 미술품 감정의 객관적 증빙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나가는 업무와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과 감정 업무에 필요한 정책적 제반 업무를 지원받으며 공신력을 높여가고 있다. 그리고 몇해 전 명지대에서는 예술품감정학과가 새롭게 신설되어 감정학 연구를 좀 더 체계적이고 학문적으로 개척해 나가고 있다.유럽에 비해 비교적 짧은 미술 역사 속에서 미술시장을 통해 재화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미술품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리고 서양화 수용과정과 중첩된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상황이 근·현대 미술품의 진위여부를 명확히 판단하지 못하는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근대 미술품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얕은 경험과 추정에 의해 판단하는 우려는 없어야 할 것이다.

2016-04-01

`장화홍련전`과 `콩쥐팥쥐전`

▲ 강희룡 서예가설화를 소설화한 작품으로 적층적(積層的·민중에 의해 첨삭되는 것) 성격을 갖추면서 발달해 온 사회적 특징 속에 가족의 갈등을 유교적 해석의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조선후기 대표적 고전소설에는 `장화홍련전`과 `콩쥐팥쥐전`이 있다. `장화홍련전`은 계모와 전처자식의 관계에서 빚어질 수 있는 윤리의 문제점과 무능한 가장으로 인해 가정이 파멸되는 비극적 모습을 가족구성원 간의 갈등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콩쥐팥쥐전` 역시 비슷한 줄거리로 계모의 온갖 학대 속에 콩쥐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신이한 존재의 도움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변신을 거듭한 후 결국 살아나 계모와 팥쥐를 처벌한다는 내용의 후처제도의 비판과 권선징악을 토대로 하고 있다.이런 소설은 평안도·경기도·전라북도·경상남도 등지에서 채록됐는데 전승자의 기억력, 문학적 소양 정도에 따라 다양한 변이현상을 보여 주고 있지만 기본적인 줄거리는 일치한다. 전반부의 이야기는 남녀의 혼인담이라는 기본 골격에다 계모와 전처소생의 갈등을 주제로 한 계모담(繼母譚)이 교묘히 복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한국인의 재생 관념과 권선징악이라는 윤리 의식이 작용하여 시대상의 구성이라고 하겠다. 9세기 중국문헌인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俎)에 콩쥐팥쥐 비슷한 설화와 신라의 이야기로 소개되어 전하는 방이설화도 가족의 갈등을 주제로 한 응보담(應報譚) 설화로 조선조 18세기 후기에 와서 안정복(1712~1791)의 동사강목(東史綱目)에 인용되어 문헌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모두가 인간이 구체적으로 느끼는 욕망을 본성으로 본 순자의 `성악설`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 인간 갈등의 사례라고 하겠다.유가(儒家)에서 주장하는 이상적인 인간형이 갖춰야 될 것의 첫째는 덕목(德目), 즉 인(仁)이다. 이러한 인은 사랑 혹은 어짊으로 인간 내면세계의 근본이며 뿌리이다. 유가의 창시자인 공자는 `인이란 윗사람을 윗사람답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과 아랫사람을 아랫사람답게 소중히 아끼며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논어를 통해 후세에 깨우쳐주고 있다. 사람에게는 `천륜(天倫)`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천륜이란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간의 관계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하늘의 도리로 맺어진 것이기 때문에 끊어질 수도 없고, 끊어져서도 안 된다는 인간관계를 말한다.오늘날 사회가 발달하고 물자는 풍요로워진 반면 인간의 욕망은 물질에 사로잡히고 생존이 화두가 되면서 타인을 향해 분노가 쌓이고, 상대를 배척하며, 삶의 정신적 여유가 사라지자 더불어 사는 공동체는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 가장 애정 어린 온기를 유지해야 할 혈연관계가 파괴되고 사회의 원초적인 집단인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요즘 우리사회는 자식이 부모를 죽이거나 친부모나 계모 또는 계부에 의한 아동학대로 어린 영혼이 고통 속에서 시달리다 스러져간 끔직한 사건이 눈만 뜨면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런 뉴스를 대할 때마다 사회 전체가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진다. 국민들은 이런 인면수심의 행동에 분노하고 슬픔의 눈물을 흘리다 머리속이 공허함에 이르고 심장까지 먹먹하게 된다. 인두겁을 쓴 아동학대의 범죄가 고전적 소설보다 더 끔직한 현대판 `장화홍련전`이나 `콩쥐팥쥐전`으로 환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다양한 연속선상에서 계속 존재할 때 이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어진다.헤겔에 따르면 결혼은 인륜적 관계이며 그 의미는 인류의 종으로서의 생명의 유지와 보존을 위한 성적 관계로서만 파악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단순한 계약관계로서만 파악하는 것도 잘못이며 사랑이라는 감정에만 남녀의 본질을 두는 것도 잘못이다. 결혼을 통해 가정과 가족이 형성되면 가족은 천륜으로 묶여 사랑과 신뢰를 토대로 생활 전체를 공동으로 영위하는 관계이다. 따라서 결혼은 권리는 반으로 줄고 막중한 책임과 의무는 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아동학대의 무관심에서 벗어나 감시자가 되어야 건강한 사회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16-03-29

한국 정치에 없는 두 가지

▲ 차봉준 숭실대 교수·베어드학부이제서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4·13 총선의 공천(公薦)이 마무리되었다. 지역구에 출마할 당의 후보를 가리기 위해, 그리고 비례대표 후보자의 순위를 결정하기 위해 모든 정당은 그야말로 혼돈과 파국의 시간을 지루하게 이어왔다. 그러나 뒷맛은 너무나 씁쓸하다. 전혀 개운치 않다. 한국의 대표 정당들이 보여준 일련의 공천 행위가 과연 그 이름에 걸맞은 과정이었던가를 반문하자면, 한 마디로 삼척동자도 비웃을 만큼 유치하기 짝이 없고 치졸하기 그지없는 막장이었다.공(公)이란 `공적인 것`, 혹은 `숨김없이 드러냄`을 의미한다. 굳이 거창한 정치학적 해석을 끌어 붙이지 않더라도, 즉 문자가 지닌 의미만 놓고 보더라도 근간에 진행된 각 정당의 공천이 과연 공적인 행위였는지, 숨김없이 드러낸 정당하고 정의로운 절차였는지에 대해 떳떳하다 말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만약 있다면 염치가 없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한국 정치에서 `사라진` 두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니 이 두 가지가 한국 정치에 애초부터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기에 한국 정치에 `없는` 두 가지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듯 싶다.그 첫 번째가 정당성이다. 오래전부터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허울 좋은 구호를 남발해 왔다. 그 명칭이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든, 상향식 공천이든, 국민 경선이든 이들의 약속은 지켜졌는가. 그리고 각 정당이 새로운 공천 방식을 거론할 때마다 공히 내세웠던 말이 정당성이 아니었던가. 지역 주민을 위해,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일할 일꾼을 정당한 방식으로 공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공천관리위원회가 되었건, 공천심사위원회가 되었건 결과적으로 이 기구들이 보여준 행태들은 지지 정당을 떠나 하나같이 기대이하의 수준이었다.심지어는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이고 제도적 정당성도 보란 듯이 무시해 버렸다. 그러고서도 자신들에게 표를 행사해 달라며 뻔뻔히 손을 내민다.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최고 정점이다.한국 정치에 없는 두 번째는 참 슬프게도`국민`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천만 관객을 불러 모았던 영화 `변호인`의 명장면이기도 한데, 이 영화에서 극중 주인공은 “변호사라는 사람이 국가가 뭔지 몰라?”라는 상대방의 공격에 “압니다. 너무 잘 알지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며 대응한다. 그렇다. 국가란 국민이며, 국민이 곧 국가다. 그런데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말이 무엇 때문인지 이미 흘러간 시대의 정치학 교과서에 박제(剝製)되어 버린 단어처럼 낯설게만 느껴진다. 작금의 한국 정치는 정당성만 상실한 게 아니라, 국민도 상실했다. 선거철만 되면 입에 발린 말로 하던 소리가 `국민이 주인입니다` `국민의 종이 되겠습니다`였다. 그런데 이제는 뻔한 거짓말인 이 소리조차 그리울 지경이다. 이제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우리 맘대로 할 테니 투표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말라는 배짱인 듯싶다. 이건 파렴치(破廉恥)의 최고치다.진정 누구를 위한 `새누리`인가. 과연 누구와 `더불어` 살기 위한 정당인가. 또한 어떠한 `국민`의 당인가. 당신들에게 과연 국민이 있긴 있는 것인가. 이렇게 하고서도 4월 13일, 신성한 한 표를 자신에게 행사해 달라는 말이 입에서 나온단 말인가.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한 인기 여가수가 선거참여를 독려하는 광고를 들었다. 그날, 나는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과연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될 것인가?

2016-03-28

난민보다 못한 각종학교 학생들! - 제발, 좀 도와주세요(2)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자연은 이제 확실히 겨울잠을 깼다. 겨울잠을 잘 잤는지 잠투정 한 번 없이 봄눈(眼)을 떴다. 그 모습이 마치 잠에서 갓 깬 공주처럼 황홀하다. 큰 기지개를 켜는 자연의 넓은 품 사이로 보이는 봄의 모습이 참 눈부시다. 자연은 경제난(經濟難)에 힘들어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말한다. 힘내시라고. 포기하지 마시라고. 꼭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그런데 시끄러운 이 나라 정치인들 때문에 자연의 응원 소리가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정말 누구를 위한 정치인지? 政治? 情致? 情癡? 이 나라는 정치는 도대체 무엇인지? 지난 주 필자는 많은 사람들부터 응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 내용은 이제 곧 좋아질 거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기사 하나를 필자에게 보내주었다. 그 기사를 보고 필자는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필자를 당황스럽게 만든 기사를 잠시 인용한다.“경북교육청은 저소득층 학생의 학비부담을 완화하고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저소득층자녀 학비지원 지침을 확정해 8일 발표했다. 특히 올해는 법무부장관이 교육비 지원을 추천한 난민인정자 또는 그 자녀에 대해서도 학비를 지원한다. (중략) 일시적으로 가정환경이 어려워져 경제적 곤란에 처한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장 추천 제도를 병행 운영해 학생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 할 방침이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 자녀의 학비 지원을 확대해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필자는 이 기사를 보고 피가 거꾸로 쏟는 줄 알았다. 특히 “난민인정자 또는 그 자녀에 대해서도 학비를 지원한다”라는 내용을 보고는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경북교육청을 찾아가 따지고 싶었다. 당연히 난민인정자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분명한 건 이 나라 중학교 학생인 각종 학교 학생들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학교 학생들 모두에게 지원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각종 학교 학생들 중 최소한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만이라도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각종 학교 학생들이 난민인정자보다 못한 게 정녕 대한민국인가? 대한민국 교사라는 것이 정말 죄스럽다. 한 어머니의 비명 같은 절규 소리가 경북교육청 관계자들은 들리지 않는가.“우리 아이는 무상교육대상자인 저소득 한부모가족보호대상자이지 않느냐고 교육청에 몇 번이나 민원을 넣었지만 중학교는 원래 무상교육이라 줄 수 없답니다. 그리고 대안학교는 학교가 아니라 지원할 수 없답니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행복학교 박람회에 참가하고, 언론에서 칭찬도 하고, 교육청에서 좋은 학교라고 추천까지 해주고는 혜택은 없고! 정작 필요한 교육을 받아야 할 아이들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에서 아무런 도움도 못 받는 게 이 나라 교육 현실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한부모라서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대출금에 이자 갚아 가며 장사하는 저는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주말도 없이 휴일도 없이 일을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일어서려고 일하는 사람도 없이 혼자서 13시간을 넘게 일합니다. 그래도 경제는 나아지질 않습니다.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저 같이 이렇게 힘든 엄마들이 힘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세요. 이제 중학생인 아이는 사춘기에 들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입니다. 겨우 안정을 찾을 거 같은데 교육비라는 현실에 부딪혀 엄마가 다시 전학을 시켜 도시로 데려온다면, 이 아이는 영영 학교라는 공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존에 받는 것만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수 십 번 요청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법이 그렇답니다. 약자를 위한 제도가 결국 약자를 위해서는 어떤 것도 해줄 수가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하고 힘들고 아픕니다. 이 제도는 진짜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요. 저는 자꾸 지쳐만 가는데, 제 눈에 자꾸 밟히는 저 아이 때문에 맘이 너무 아픕니다.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분명한 것은 자연은 겨울 지나 봄이지만, 이 나라는 계속 겨울, 겨울이다!

2016-03-23

생활체감형 양성평등, 모니터링 채널에서 설계하자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지역의 양성평등 정책 실현에 기여한 성별영향분석평가제도는 2005년부터 시행하여 2011년 9월에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제정되었다. 그간 성별영향분석평가사업은 2005년 85건으로 시작한 이래 해마다 과제수가 증가하여 2014년에는 2만6천438건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양성평등정책과제를 발굴하여 정책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하여 왔다. 최근 성별과 연령의 특성을 고려한 여성의 공적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 보완, 아버지의 학교교육 활동 참여 활성화 방안, 양성평등한 진로교육 등의 다양한 정책개선을 이행하였다. 이와 같이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통해 남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많은 정책을 추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별영향분석평가 과제수의 양적 증가에 비해 피부에 와 닿는 생활체감형 정책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성별영향분석평가사업을 바탕으로 정책개선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려면 모니터링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성주류화 프로젝트, 정책, 프로그램의 기획, 집행, 평가의 모든 단계에서 젠더관점과 젠더분석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볼 때, 성별영향분석평가 모니터링은 문제에 대해 성인지적 시각을 유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모니터링은 실제 정책대상과 사업 추진방법 측면에서 지역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참여통로가 절실하다는 측면에서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성별영향분석평가 사업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모니터링은 기존 성주류화 제도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하며, 그 주된 대상은 기존 성주류화 제도가 시행하는 성별영향분석평가나 성인지 예산서 작성 등 사업의 집행과 전달과정으로 투입 모니터링, 과정 모니터링, 산출 및 결과 모니터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먼저, 기획단계 모니터링에서는 정책의 목표와 정책수요조사, 성별분리통계 등을 고려해야 하며, 고객참여자와 그 성별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사업이나 프로그램 참여자의 성별 파악여부, 사업의 고객과 다양한 관련 집단 파악여부, 사업과 관련하여 남녀의 삶의 조건의 차이와 서로 다른 요구 파악 및 반영여부 등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업의 수행과정 모니터링에서는 정책결정과정, 관련 법제도, 예산, 수행방식 등에 초점을 두어 사회적 약자 고려, 의사결정참여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과 모니터링에서는 정책만족도, 예산집행 결과, 수행정도, 정책개선안에 초점을 두어 활용결과 등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생활체감형 양성평등 정책실현을 위한 모니터링은 해당과제의 추진상황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단계별로 모니터링 초점을 도출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성별영향분석평가 모니터링 주체와 관련하여 사업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누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정확한 기준 마련, 사업의 수혜자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보다 구체화된 지표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분석할 수 있는 기술적인 전문가와 어떤 데이터가 가장 유용한지를 결정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갖춘 책임 관리자가 포함된 모니터링 전담부서가 필요하며, 이들을 통해 모니터링의 객관성, 공정성, 전문성 등을 제고시켜야 할 것이다. 셋째, 성별영향분석평가 세부점검 지표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모니터링 지표, 적절한 모니터링 수준 및 방법 등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참여를 유도함으로 인해 소통과 공감대 형성의 채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1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