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전국시대의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하며 백성을 근본으로 생각했던 민본주의 사상가이다. 백성과 사직, 군주, 이 셋을 맹자가 중요하게 여긴 순서대로 보면 `맹자` 진심하(盡心下) 제14편에 `백성들이 가장 존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고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적고 있다. 맹자 사상은 말 그대로 백성을 뿌리로 생각하는 고대 민주주의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 우리의 헌법 제1조는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은 4년마다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와 5년마다 있는 대통령 선거에서 직접선거로 몇 초 만에 결정되는 투표행위를 실질적인 국민의 권력으로 본 것이다.
오늘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통해 국민의 주권의식을 높이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 이번 선거에도 어김없이 구태의 폐습이 살아나 매니페스토(Manifesto)는 실종된 것 같다. 매니페스토란 선거에 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 구체적인 목표, 추진의 우선순위, 실행방법, 실행 기간, 재원조달방안을 명시한 선거공약을 말한다. 유권자는 정당·후보자의 공약을 비교하여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공약을 많이 제시한 정당이나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광주시에서 야권의 모 정당 여성 후보는 본인의 선거 홍보물로 대통령 실명과 국보위를 거론하며 `대통령 저격수`라고 칭하면서 총부리를 겨눈 후보 사진이 합성된 포스터까지 게시하였다 한다.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자가 군복을 입고 군 통수권자에 대해 저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국군을 함부로 희화화한, 예의와 금도를 넘어선 저질적인 패러디로 유권자의 표심을 사려고 한 행위는 막장까지 치닫고 있다. 선거 때면 나타나는 이런 부류의 함량미달 후보자들은 `천박한 민주`의 탈을 뒤집어쓰고 곳곳에서 권력을 추구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이 지연, 학연을 떠나 냉철한 판단으로 옥석을 못 가려준다면 이 땅에 `참민주주의`는 요원한 것이다. 명실상부한 진정한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유권자인 `국민` 뿐이다.
1519년 중종반정의 공신들이 국정을 농단하던 것에 반대하여 조광조 등 신진 사림(士林)들이 성리학을 바탕으로 강력한 정치개혁을 추진하다 기묘사화가 발생한다. 이때 화를 입은 학자들을 기묘명현(己卯名賢)이라 부르는데 기준(1492~1521)도 이 기묘명현의 한 분이다.
기준은 유배지에서 울타리, 창문, 벼루 등 늘 가까이하면서도 무심히 지나쳤던 주변의 일상사물에 대한 고찰을 통해 사물이 가지는 깊은 의미를 깨닫고 끊임없이 수행을 하여 그 성찰의 결과로 60가지 사물에 대한 명(銘)을 짓는다. 기준의 덕양유고(德陽遺稿) 육십명(六十銘) 중 가장 마지막에 있는 빗자루에 대한 명인 부옥추는 명문의 제목에서 빗자루 앞에 `집을 부유하게 한다`는 수식어를 붙여놓았는데, 이를 마음에 적용하면 마음의 윤택함, 즉 덕(德)의 함양으로 볼 수 있으니 빗자루라는 사물을 통해 본성의 회복을 추구한 것이다. `소학`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덕목으로 물뿌리고 비로 쓰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모든 기본이 마음의 찌꺼기를 쓸어내고 티 없는 마음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을 이른다. 30세의 젊은 나이에 죽어간 선비가 진정 쓸어버리고 싶었던 것은 당시의 더러운 정치 상황이었을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분노하고 슬픈 것은 유권자가 뽑은 의원들이 세계 각국의 국회와 비교하여 볼 때 자질, 업무추진 능력 등 경쟁력은 worst(최악)이고, 그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헤아릴 수 없는 갑질인 특권은 best(최상)이기 때문이다. 이 더럽고 추잡한 것들을 이번 선거를 통해 바른 인물을 선택하여 깨끗하게 비질하지 못한다면 20대 국회도 임기 4년 내내 패거리들의 이전투구 당쟁에 국민들은 분노와 슬픔으로 또 다시 가슴앓이를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