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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보다 못한 각종학교 학생들! - 제발, 좀 도와주세요(2)

등록일 2016-03-23 02:01 게재일 2016-03-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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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자연은 이제 확실히 겨울잠을 깼다. 겨울잠을 잘 잤는지 잠투정 한 번 없이 봄눈(眼)을 떴다. 그 모습이 마치 잠에서 갓 깬 공주처럼 황홀하다. 큰 기지개를 켜는 자연의 넓은 품 사이로 보이는 봄의 모습이 참 눈부시다. 자연은 경제난(經濟難)에 힘들어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말한다. 힘내시라고. 포기하지 마시라고. 꼭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그런데 시끄러운 이 나라 정치인들 때문에 자연의 응원 소리가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정말 누구를 위한 정치인지? 政治? 情致? 情癡? 이 나라는 정치는 도대체 무엇인지? 지난 주 필자는 많은 사람들부터 응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 내용은 이제 곧 좋아질 거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기사 하나를 필자에게 보내주었다. 그 기사를 보고 필자는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필자를 당황스럽게 만든 기사를 잠시 인용한다.

“경북교육청은 저소득층 학생의 학비부담을 완화하고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저소득층자녀 학비지원 지침을 확정해 8일 발표했다. 특히 올해는 법무부장관이 교육비 지원을 추천한 난민인정자 또는 그 자녀에 대해서도 학비를 지원한다. (중략) 일시적으로 가정환경이 어려워져 경제적 곤란에 처한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장 추천 제도를 병행 운영해 학생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 할 방침이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 자녀의 학비 지원을 확대해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 기사를 보고 피가 거꾸로 쏟는 줄 알았다. 특히 “난민인정자 또는 그 자녀에 대해서도 학비를 지원한다”라는 내용을 보고는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경북교육청을 찾아가 따지고 싶었다. 당연히 난민인정자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분명한 건 이 나라 중학교 학생인 각종 학교 학생들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학교 학생들 모두에게 지원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각종 학교 학생들 중 최소한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만이라도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각종 학교 학생들이 난민인정자보다 못한 게 정녕 대한민국인가? 대한민국 교사라는 것이 정말 죄스럽다. 한 어머니의 비명 같은 절규 소리가 경북교육청 관계자들은 들리지 않는가.

“우리 아이는 무상교육대상자인 저소득 한부모가족보호대상자이지 않느냐고 교육청에 몇 번이나 민원을 넣었지만 중학교는 원래 무상교육이라 줄 수 없답니다. 그리고 대안학교는 학교가 아니라 지원할 수 없답니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행복학교 박람회에 참가하고, 언론에서 칭찬도 하고, 교육청에서 좋은 학교라고 추천까지 해주고는 혜택은 없고! 정작 필요한 교육을 받아야 할 아이들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에서 아무런 도움도 못 받는 게 이 나라 교육 현실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한부모라서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대출금에 이자 갚아 가며 장사하는 저는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주말도 없이 휴일도 없이 일을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일어서려고 일하는 사람도 없이 혼자서 13시간을 넘게 일합니다. 그래도 경제는 나아지질 않습니다.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저 같이 이렇게 힘든 엄마들이 힘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세요. 이제 중학생인 아이는 사춘기에 들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입니다. 겨우 안정을 찾을 거 같은데 교육비라는 현실에 부딪혀 엄마가 다시 전학을 시켜 도시로 데려온다면, 이 아이는 영영 학교라는 공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존에 받는 것만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수 십 번 요청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법이 그렇답니다. 약자를 위한 제도가 결국 약자를 위해서는 어떤 것도 해줄 수가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하고 힘들고 아픕니다. 이 제도는 진짜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요. 저는 자꾸 지쳐만 가는데, 제 눈에 자꾸 밟히는 저 아이 때문에 맘이 너무 아픕니다.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분명한 것은 자연은 겨울 지나 봄이지만, 이 나라는 계속 겨울,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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