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4월에게 바통을 넘기고 지금 산과 들은 4월의 향연이 한창이다. 사람들은 3월을 물오름달, 4월을 잎새달이라고 했다. 나라마다 열두 달을 나타내는 표현이 있다. 그 중 필자는 인디언들의 표현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인디언들은 사물의 특징을 관찰하고, 그 특징을 묘사한 말로 이름을 짓는다. 그들은 달력을 만들 때 주위에 있는 풍경의 변화나 마음의 움직임을 주제로 그 달의 명칭을 정한다고 한다. 인디언들은 3월을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이라고 했다. 변화무쌍한 3월을 너무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3월의 자연은 정말 하루가 다르다.
그런데 3월보다 4월을 표현한 인디언 식 이름을 보고 필자는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인디언 블랙푸트 족은 4월을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이라고 했다. 욕심 없는 인디언들에겐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는 4월이 한없이 기뻤을 것이다. 그 기쁨은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디언들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고 이름을 짓는다면 어떤 이름을 지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현상을 정확히 관찰하고 그 현상에 맞는 단어들을 열거하여 이름을 짓는 인디언들이기에 다음과 같은 이름을 짓지 않을까 싶다. 배신과 복수의 달, 정치에 대한 희망이 모조리 없어지는 달, 국회로 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달,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 잘 났다고 떠들어대는 달, 각종학교 학생들의 차별이 극에 달하는 달 등!
지난 3월은 화려한 자연만큼이나 많은 말들이 만들어진 달이다. 3월 초에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 때문에 인공지능과 관련된 말들이 우리 사회를 마비시켰다. 사람들은 알파고의 등장에 처음에는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워했지만, 그 두려움을 인류의 힘을 모으는 계기로 삼았다. 그 힘이 모아져 슈퍼컴퓨터의 집합체인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귀중한 1승을 건졌다.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일 인양 기뻐했다. 그 기쁨에 힘을 얻은 사람들은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힘을 얻어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쁨은 오래 가지 못한다. 꼭 분위기를 깨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정치가 바로 판을 깨는 주범이다.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는 국민들의 힘을 모조리 빼놓고 있다. 냄비근성 강한 언론들은 알파고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공천 이야기로 국민들의 정신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다. 알파고는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지만, 공천은 국민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뻔뻔한 자기 공천, 깜깜이 공천, 돌려막기 공천, 알파고 공천, 물갈이 공천, 학살 공천 등 듣기만 해도 짜증 지수가 치솟는 말들이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누가 누구를 심판한다는 것인지, 정말 웃긴다. 나이를 드실 만큼 드신 사람들이, 그리고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모르겠다. 정말 이번에야 말로 막말 정치, 막장 정치의 끝은 벼랑 끝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제대로 보여줘야 할 텐데. 그러기에는 이 나라 국민들이 너무 지쳤다. 어찌 보면 이 또한 꼼수 정치꾼들의 고도의 술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지치게 해놓고 좋은 말 한 마디 슬쩍 흘려 그것이 전부인양 믿게 만드는 고도의 꼼수 정치!
3월을 너무도 힘들게 건넌 사람들이 많다. 이 나라 학생들, 특히 각종학교 학생들, 입시생, 취준생이 그렇고, 매일 이른 새벽부터 네거리로 몰려 나가 꼼수 정치를 하는 그들이 그렇고. 아무튼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이 기쁨의 4월을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문을 크게 외쳐본다.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걱정하지 말아요, 모든 것이 잘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