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제 가장 행복할까요?
`행복의 순간`을 설문한 조사에 따르면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가족과 또는 연인과 함께 무언가를 했던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는 결과가 많았습니다. 결국, 행복이란 `어떤 순간(the moment)`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벨기에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마테를링크가 1906년에 발표한 아동극 `파랑새`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오래된 질문이자 아름다운 답변입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는 요술쟁이 할머니의 아픈 딸이 보고 싶어 하는 파랑새를 찾아 떠납니다.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미래의 나라` 등에서 파랑새를 만나지만 우여곡절 끝에 남매는 결국 파랑새를 얻지 못합니다. 실망해서 집으로 돌아 온 남매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가 자기 집 새장에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소박한 행복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행복을 전혀 알아보지 못해요.`라는 빛의 요정의 말처럼 행복은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좀처럼 발견하지 못합니다. 행복은 먼 곳이 아니라 우리 가까운 곳에 늘 숨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할 뿐이지요. 숨바꼭질을 할 때 술래는 숨어 있는 친구들을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구석구석 잘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만 꼭꼭 숨어 있는 친구(행복)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나다`(미하이 칙센트미하이·한울림·2014)의 저자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몰입(flow) 이야기`는 과학적인 행복 접근법이라 할 만 합니다. 우선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행복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언합니다. 그러면서 `행복은 외부에 있는 사물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들이 이것들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달려 있다. 실제로 행복은 우리가 준비해야 하고, 마음속에서 키워가야 하며, 사라지거나 빼앗기지 않도록 스스로 지켜내기도 해야 하는 특별한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우리 마음을 조절하는 것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외적인 조건들, 이를테면, 기질, 외모, 환경 등에 좌우되지 않고 우리의 행동과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인 듯한 느낌을 순간, 순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러한 경험을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최적 경험`이라고 부릅니다.
`최적 경험`을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종종 제게 왜 글을 쓰게 됐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자발적으로(?) 원고지 70매 분량의 단편 소설을 여름방학 내내 매달려 쓴 적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써 본 소설이었고, 처음 감당해 본 분량이었습니다. 그 한 달 동안 원고지 앞에 앉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저는 알 수 없는 희열과 시간이 왜곡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마지막 문장을 쓰고 소설에 마침표를 찍었을 때 느낀 기쁨과 성취감은 아직도 제 머리와 가슴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아마 이러한 경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말한 `최적 경험`이자 `몰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스로가 하고 있는 일의 순간, 순간에 몰입하는 것. 그 속에 바로 우리가 찾는 행복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 순간이 바로 그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