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를 소설화한 작품으로 적층적(積層的·민중에 의해 첨삭되는 것) 성격을 갖추면서 발달해 온 사회적 특징 속에 가족의 갈등을 유교적 해석의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조선후기 대표적 고전소설에는 `장화홍련전`과 `콩쥐팥쥐전`이 있다. `장화홍련전`은 계모와 전처자식의 관계에서 빚어질 수 있는 윤리의 문제점과 무능한 가장으로 인해 가정이 파멸되는 비극적 모습을 가족구성원 간의 갈등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콩쥐팥쥐전` 역시 비슷한 줄거리로 계모의 온갖 학대 속에 콩쥐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신이한 존재의 도움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변신을 거듭한 후 결국 살아나 계모와 팥쥐를 처벌한다는 내용의 후처제도의 비판과 권선징악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런 소설은 평안도·경기도·전라북도·경상남도 등지에서 채록됐는데 전승자의 기억력, 문학적 소양 정도에 따라 다양한 변이현상을 보여 주고 있지만 기본적인 줄거리는 일치한다. 전반부의 이야기는 남녀의 혼인담이라는 기본 골격에다 계모와 전처소생의 갈등을 주제로 한 계모담(繼母譚)이 교묘히 복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한국인의 재생 관념과 권선징악이라는 윤리 의식이 작용하여 시대상의 구성이라고 하겠다. 9세기 중국문헌인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俎)에 콩쥐팥쥐 비슷한 설화와 신라의 이야기로 소개되어 전하는 방이설화도 가족의 갈등을 주제로 한 응보담(應報譚) 설화로 조선조 18세기 후기에 와서 안정복(1712~1791)의 동사강목(東史綱目)에 인용되어 문헌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모두가 인간이 구체적으로 느끼는 욕망을 본성으로 본 순자의 `성악설`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 인간 갈등의 사례라고 하겠다.
유가(儒家)에서 주장하는 이상적인 인간형이 갖춰야 될 것의 첫째는 덕목(德目), 즉 인(仁)이다. 이러한 인은 사랑 혹은 어짊으로 인간 내면세계의 근본이며 뿌리이다. 유가의 창시자인 공자는 `인이란 윗사람을 윗사람답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과 아랫사람을 아랫사람답게 소중히 아끼며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논어를 통해 후세에 깨우쳐주고 있다. 사람에게는 `천륜(天倫)`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천륜이란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간의 관계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하늘의 도리로 맺어진 것이기 때문에 끊어질 수도 없고, 끊어져서도 안 된다는 인간관계를 말한다.
오늘날 사회가 발달하고 물자는 풍요로워진 반면 인간의 욕망은 물질에 사로잡히고 생존이 화두가 되면서 타인을 향해 분노가 쌓이고, 상대를 배척하며, 삶의 정신적 여유가 사라지자 더불어 사는 공동체는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 가장 애정 어린 온기를 유지해야 할 혈연관계가 파괴되고 사회의 원초적인 집단인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요즘 우리사회는 자식이 부모를 죽이거나 친부모나 계모 또는 계부에 의한 아동학대로 어린 영혼이 고통 속에서 시달리다 스러져간 끔직한 사건이 눈만 뜨면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런 뉴스를 대할 때마다 사회 전체가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진다. 국민들은 이런 인면수심의 행동에 분노하고 슬픔의 눈물을 흘리다 머리속이 공허함에 이르고 심장까지 먹먹하게 된다. 인두겁을 쓴 아동학대의 범죄가 고전적 소설보다 더 끔직한 현대판 `장화홍련전`이나 `콩쥐팥쥐전`으로 환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다양한 연속선상에서 계속 존재할 때 이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어진다.
헤겔에 따르면 결혼은 인륜적 관계이며 그 의미는 인류의 종으로서의 생명의 유지와 보존을 위한 성적 관계로서만 파악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단순한 계약관계로서만 파악하는 것도 잘못이며 사랑이라는 감정에만 남녀의 본질을 두는 것도 잘못이다. 결혼을 통해 가정과 가족이 형성되면 가족은 천륜으로 묶여 사랑과 신뢰를 토대로 생활 전체를 공동으로 영위하는 관계이다. 따라서 결혼은 권리는 반으로 줄고 막중한 책임과 의무는 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아동학대의 무관심에서 벗어나 감시자가 되어야 건강한 사회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