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3·1절 전으로 개봉된 `동주`(이준익 감독)와 `귀향`(조정래 감독), 두 편의 영화가 한국을 뜨겁게 하고 있다. 두 영화가 일제강점기 일본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잔혹한 일을 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동주`는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시 `서시`를 쓴 독립운동가 윤동주 시인의 짧은 일생을 그린 영화이고, `귀향`은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불안한 시국의 청춘임을 부끄러워 했던 그 분/들어봐 별 헤는 밤 윤동주 알고 있나요?/사람은 모두가 별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난 난 너의 별 그리고 넌 넌 나의 별/함께 별을 헤어봅시다`라며 레퍼 술제이는 윤동주의 `서시`를 `별헤는 밤`으로 노래한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 119에 가면 윤동주 문학관이 있고, 그 주변으로 시인의 길이 있고, 연세대 핀슨홀에는 윤동주 기념관이 있고, 기념사업회도 있다. 기념사업회에서는 시문학상, 기념강좌, 시암송대회, UCC경연대회, 시작곡경연대회, 백일장, 해외문학상 등 윤동주 시인을 기리기 위해서 여러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특별히 지난 2월 16일은 윤동주 서거 71주기를 맞아 평전과 시집이 출간되었고, 3월 20일부터 창작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가 시작되고, 차여울 밴드가 윤동주 헌정앨범을 냈다. 윤동주가 유학했던 일본 릿쿄대학에서는 올해로 9년째 그를 기리는 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윤동주를 기리기 위한 사업과 행사가 여러 군데에서 이루어졌지만, 영화 `동주`만큼 광범위하고 짧은 시간 만에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동주`는 2월 29일 일일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하며 4만4천608명의 관객이 늘어 누적관객은 65만5천910명에 이른다.이준익 감독은 윤동주가 술제이의 랩처럼 불안한 시국의 청춘임을 부끄러워하는 인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송몽규(박정민 분)의 외향적이고 직설적인 성격과는 달리 윤동주(강하늘 분)의 내성적이고 신중한 성격이 영화를 보는 시간 내내 답답하게 만들지만,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식민지 주체이자 청년 시인의 고뇌와 행동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윤동주의 죽음은 송몽규의 대사로 처리되지만, 흑백으로 진행되는 영화의 스토리 전개를 지켜본 관객이 그의 죽음의 장렬함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준익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진정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당시 후쿠오카 교도소 수감자 1천800명의 의문사였다. 의문사를 통해서 일본의 죄를 묻는 것, 그것이 이 영화를 만든 진짜 이유라고 했다.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의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며칠 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과 일본 정부가 맺은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지나간 세월에 상관없이 피해자 고통을 다루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보여주는 최근의 영화로 `마지막 위안부`(2014, 임선 감독), `소리굽쇠`(2014, 추상록 감독), `눈길`(2015, 이나정 감독) 등이 있었지만, `귀향`(조정래 감독)만큼 뜨거운 반응을 받은 영화는 처음이다.`귀향`은 지난 달 24일 개봉 직후부터 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으며, 개봉 5일 만에 100만관객을 넘겼다고 한다. 조정래 감독의 제작의도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최대한 잘 전하되, 고통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치유로까지 나아갔다고 했다. 그의 또 다른 의도는 이준익 감독처럼 죄를 묻는 데 있지 않았을까? 영화적 상상력으로 역사의 진실을 드러내 보여주는 방법으로.
201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