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할리우드 영화 일색이던 극장가에 최근 들어 `명량`, `국제시장`, `연평해전`, `내부자들`, `히말라야`, `검사외전 `등 우리 영화들이 제대로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물론 위에서 열거한 영화들 이외에도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우리 영화들이 더 많이 있다. 국민들의 문화 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을 생각하면 이들 영화들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네덜란드 역사가 호이징가는 인간의 본질 중 유희(遊戱)에 주목하여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학명을 창안했다. 여기서 유희는 단순히 논다는 뜻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 활동을 의미한다. 창조 활동의 결과는 산업 구조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욕구를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더 이상 빵만으로는 살 수 없게 되었으며 빵 너머의 것을 갈망하게 되었다. 갈망의 간절함에 비례하여 산업은 빠르게 변했다. 산업이 사람의 생활방식을 좌우하던 시대는 갔다. 이젠 사람들의 생활방식, 즉 문화가 산업 및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주5일제 정착과 함께 우리 사회에 가장 이슈가 된 단어가 `여가(餘暇)`이다. 여가 생활, 여가 문화 등 여가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일벌레처럼 살아온 우리 국민들에겐 아직 여가란 낯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여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간혹 여가의 뜻을 곡해한 사람들의 일탈 행위는 우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많은 제도와 문화들이 그렇듯이 여가 문화 또한 너무 빠르게 우리에게 왔다. 모든 것에는 곰삭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겐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어설플 수밖에 없다. 우리의 여가 문화를 들여다보면 너무 슬프다. 직장인들의 여가를 대표하는 단어는 휴가이다. 그런데 그 휴가문화는 어떠한가. 우리의 휴가는 계절과 장소가 너무 한쪽으로 쏠려 있다. 계절은 여름, 장소는 바다 아니면 계곡. 그래서 휴가철이 되면 바다나 계곡은 물론 그 곳으로 가는 도로까지 사람과 차로 넘쳐난다. 그 곳에서 사람들은 더 지쳐 돌아온다.
그런데 성인들의 슬픈 여가 문화가 학생들에게 그대로 대물림 되고 있다. 학생들은 조기교육을 통해 휴가, 삼겹살, 술이 모두 같은 말이라는 것을 어른들로부터 배웠다. 자기들끼리 캠핑이라고 갈라치면 어려서부터 체득한 지식들이 무의식적으로 나온다. 그것이 당연한 것인지 알고 삼겹살은 기본, 술은 필수로 준비를 하고 휴가에 대한 전통을 잇는다는 자부심으로 밤새 흥청망청한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여가 문화를 가르쳐야 한다.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 잘 노는 것이 경쟁력이다`와 같은 말이 공허한 말이 아님을 스마트 사회는 잘 증명해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잘 노는 방법을 가르칠 교사가 없다는 것이다. 교사 또한 제대로 노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여가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가가 곧 재창조라는 사실을 인식한 기업들은 직원들의 효과적인 여가생활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문화관광체육부는 여가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고 및 일과 여가의 균형을 통한 삶의 질 개선, 국가의 행복 수준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민여가활성기본법을 제정하였다.
우리의 여가문화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한국 영화 열풍이다. 운동, 등산 등에 국한되었던 여가 문화가 이제 예술로 확대되고 있다. 예술이 바람직하고, 또 창조적인 세계관을 제시해주는 기능을 한다고 볼 때 이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 반가운 소식에 부응이라도 하듯 역사관을 바로 세워줄 두 편의 영화가 개봉한다. `동주`와 `귀향` 우리 민족의 처절한 아픔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들이 슬리퍼 히트를 기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나라의 여가 문화도 분명 한 단계 더 크게 발전할 것이고, 발전된 우리의 여가 문화가 새로운 한류로 떠오를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일본과 한국 정치인에게 시를 선물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