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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사죄만이 답이다

등록일 2016-02-04 02:01 게재일 2016-02-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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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봉준<br /><br />숭실대 교수·베어드학부대학
▲ 차봉준 숭실대 교수·베어드학부대학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북한이 함부로 남침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우리나라의 중2들 때문이라고. 이는 극심한 사춘기를 겪는 이 또래의 아이들이 일으키는 이런저런 문제에 대한 과장이자 해학이다.

대개 이 시기에 접어든 아이들로 인해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많은 골치 아픈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행히 우리 집 아이는 지난 한 해 이 시기를 비교적 가볍게 넘어갔다. 그러나 가볍게 넘겼다고는 해도 부모 된 입장에서 불안하고, 노엽고, 신경 거슬렸던 일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사안마다 가벼운 전쟁(?)만 치르고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잘못을 깨닫고 이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에 하나 끝까지 잘못을 숨기고, 합리화하고, 알량한 자존심에 버티기로 일관했더라면 사단이 났어도 여러 번 났을 일이다.

지난 해 연말 `몽고간장`이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백년 전통의 향토 기업이 연로한 명예회장의 어른답지 못한 언행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5년 내내 우리 사회를 달궜던 `갑질 논란`과 `금수저 논란`의 결정판으로 주목 받기에 부족함 없는 충격적 사건이었다. 다행히 회사 측의 발 빠른 대응과 당사자의 사과 표명으로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가 싶었는데 해가 바뀌고도 여전히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운전기사의 폭로에 이어 관리부장, 비서실장 등의 폭로가 추가로 이어지면서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방송을 통해 중계되던 대국민사과 방송을 지켜보았던 필자로서도 그 날의 사과에 진실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른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후속 조치로 인해 사과의 진정성을 전혀 느낄 수 없음이 더 큰 이유다.

지금 또 하나의 논란이 우리 사회를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해 12월 28일 한일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된 소식이 전해졌다. 두 나라 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아울러 아베 총리가 위안부로서 고통당하고 상처 입은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는 전향적 태도의 발언이 보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은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기껏 그 정도 배상금으로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느냐부터 시작해서 정작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과는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절차상의 문제까지 뒷말이 무성하다. 이에 더해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 논란까지 겹치면서 여론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아울러 일본에 대한 불신과 분노도 더욱 거세다. 회견 이후 일본 정부 관료와 우익단체 등이 보이는 행태들이 회견문의 취지와 반하는데서 이들의 사죄에 진실성이 있는지를 의심치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한국 정부도, 일본 정부도 보다 진실한 사죄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협상 과정에 나타난 미진한 부분에 대해,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소통 부재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과거 정부가 손도 대지 못했던 일을 마무리했다는 식의 자화자찬으로 공(功)을 앞세우기보다는 여론의 따끔한 질책을 겸허히 수용함으로써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본 아베 정권과 보수 우익단체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한일 간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기 위해서는 일본 당국의 진실한 사죄만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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