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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의 역할과 책무

등록일 2016-03-15 02:01 게재일 2016-03-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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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3월초 대구미술관에서는 현재 전시중인 미술품에 대한 진위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대구 출신의 작고작가 이인성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그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대상으로 포함 시켜 소장하겠다는 미술관측의 발표로 일단락이 되었다. 기자간담회에서 미술관장과 이인성기념사업회장, 연구원들이 참석해 진위논란이 되는 작품의 제작배경에 대한 자료제시와 위작이라고 단정 지을 학술적 근거가 없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우리나라 근대미술품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이다. 이처럼 한국의 근대미술품에 대한 논란은 비단 이인성의 작품에만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 미술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과 미술품 유통이 가진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히고 설켜 생겨난 일들이다.

이번 이인성의 `연못` 진위논란 문제는 지난해 대구의 유명 미술품수집가가 평생 수집한 작품 600여점을 대구미술관에 기증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미술관에서는 이들 작품에 대한 평가와 소장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옥석을 가려내듯 심도 깊은 선별과정이 과연 있었느냐 하는 문제이다. 전국적인 사례를 보더라도 몇 안 되는 대규모 미술품 기증문화를 몸소 실현한 기증자의 숭고한 의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심의위원들의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이 있었다면 이런 사태까지 벌어졌을까 하는 아쉬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규모의 미술품 기증이 이루어질 때에는 충분히 생겨날 수 있는 사안이기에 먼저 미술관 내부적으로 수집을 위한 충분한 학예연구가 이루어지고 기증 작품의 질적 수준에 대한 평가가 병행되어졌다면 최소한 시립미술관의 소장품 중 진위논란이라는 구설수에 휩싸이지 않았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천재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이인성이 과연 수작(秀作)만을 제작했겠느냐 하는 문제는 이번 진위논란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불과 100여 년 남짓의 우리나라 서양화 역사 속에서 진위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과연 몇 점 정도 될 수 있을까? 아직까지 대구근대미술에 대한 깊이와 폭넓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한 사항 속에서 무작정 근대미술품 한 점을 유명작가의 작품이 아닐 것이라고 해서 사장(死藏)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코 가볍게 다루어질 수 없는 문제이다. 특히 이런 학술적 연구가 수반되어져야 하는 진위문제를 아니면 말고 식의 익명의 언론제보는 대구미술 연구를 퇴보 시키는 부끄러운 모습이다.

1920년대 우리나라에 서양화가 유입되던 시기에 대구는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서양화 기법을 익히고 귀국한 선각자들에 의해 급속한 성장과 보급을 가져왔고, 이들이 남긴 작품들은 6·25전쟁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탓에 고스란히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었다. 현재 일제강점기 대구에서 활동했던 서양화가들 중 그들이 남긴 자료 중 망실되거나 소장처를 확인할 수 없는 작품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 작품들은 대구근대미술 아니 나아가 한국근대미술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에 그 가치는 더욱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대구 근대작가들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자료 수집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하는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설립되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책무를 이해하고 앞으로 발굴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다보면 이번 사태처럼 진위논란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수없이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시립미술관이 그런 학술연구를 이어가지 못한다면 누가 이 일을 대신해 줄 것인가? 오늘도 묵묵히 미술관 학예실을 지키며 연구 활동을 이어가는 학예사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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