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에 주로 클래식 FM을 듣습니다. 물론, 클래식에 전혀 문외한입니다만 자주 듣다보니 몇 가지 터득한 게 있습니다. 성악과 기악 중 성악이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오페라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들이 그러합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에 `축배의 노래`, `아, 그대였던가`, 푸치니의 `토스카` 중에 `별은 빛나건만`, `라보엠`의 `그대의 찬 손`, `내 이름은 미미` 등의 아리아들이 귀에 익숙해졌습니다. 오페라의 서곡과 간주곡들은 유명한 아리아들의 멜로디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현악곡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아는 것만큼 보이고 듣는 것만큼 좋아지게 됩니다. 별 뜻 없이 틀어놓았던 클래식 FM 덕분에 도서관에서 고전음악 관련 책도 찾아 읽게 되고 미처 몰랐던 작곡가들의 생애도 알게 됐습니다. 표제음악은 제목이 있는 것이고, 절대음악은 제목 없이 `소나타 3번` 등으로 불리는 것, 표제음악은 대부분 고전 시대를 지나 낭만파 시대에 생겨났다는 것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감상 순서는 낭만파의 초기 작품, 슈베르트, 멘델스존 등의 작품과 쇼팽, 리스트, 비니아브스키, 파가니니 등 연주가를 겸했던 작곡가들의 작품입니다. 음악은 시대별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바흐와 헨델의 시대를 바로크 시대라고 합니다. 1600년부터 1750년까지를 바로크 시대라고 하는데 이 시대의 음악은 청순하고 깨끗하면서도 종교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초보자들에겐 조금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바로크 시대가 끝나면 이어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에 의한 고전 음악 시대가 열립니다. 고전 음악의 특징은 음 자체의 아름다움과 음악의 형식을 중요시하는 형식미의 추구에 있습니다. 이 시기의 음악은 대부분 절대 음악의 범주에 속합니다.
슈베르트는 낭만파 음악의 선두주자입니다. 초등학교 교장을 아버지로 하여 13번째로 태어난 슈베르트는 천성이 자유분방하여 형식을 무시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31세란 짧은 나이에 요절한 슈베르트는 일생 동안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독신으로 지냈습니다.
2악장의 미완성으로 남은 교향곡 8번 `미완성`은 형식으로는 미완성이지만 듣는 이들에게 고독과 사랑을 느끼게 해줍니다. 소박함과 깨끗함의 극치를 이루는 `첼로 소나타 아르페지오네 8곡`의 즉흥곡, 속삭이는 듯한 즐거움의 조화를 이루는 피아노 5중주 `송어`, 슬픔 속의 격정을 나타내는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등 헤아릴 수 없는 슈베르트의 작품은 우리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합니다.
작곡가들 가운데서 가장 부유했던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교향곡 그리고 `한여름 밤의 꿈`은 클래식의 세련됨을, 피아노 협주곡과 실내악곡들 그리고 `피아노를 위한 무언가`는 예술의 화려함을 일깨워 줍니다.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을 통해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느꼈다면, 테크닉의 거장들, 파가니니, 리스트, 쇼팽으로 옮겨가면 좋습니다. 귀신같은 바이올린 소리를 들려 준 파가니니의 협주곡 여섯 개, 무반주 카프리스는 정녕 바이올린의 매력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줍니다. 헝가리 출신의 리스트는 체르니로부터 피아노를 배워 1838년부터 온 유럽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피아노의 광인입니다. 헝가리의 민족음악인`마자로`족의 민요를 토대로 한 19개의`헝가리 광시곡`은 아름다운 서정과 넘치는 박력을 함께 느끼게 합니다.
고전음악도 가요나 팝송과 다를 바 없습니다. 역사가 있고 그 속에 사연이 있습니다. 클래식 FM을 통해 솟구쳐 오르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