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30%대의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군대식 말투의 대중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어느듯 종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제작 드라마 사상 최초로 유일무이하게 130억원의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영하고 경제효과적인 면에서 `별에서 온 그대`의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 이외에도 KBS의 간판뉴스 프로그램인 KBS 9시뉴스에 처음으로 배우 송중기를 스튜디오에 초대하는 파격적인 대접을 하기도 했다. 이것은 이제 드라마 방송이 가지는 무형적 자산과 가치관의 인식전환에 커다란 변화를 안겨다 주는 대목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태양의 후예` 판권판매와 간접광고(PPL), 음원판매 등으로 제작비 130억원을 이미 회수했으며 간접광고를 진행한 유통기업들은 한·중 동시 방영 덕분에 중국에서 우리나라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지고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엄청난 결과를 얻고 있다. 말 그대로 대박 콘텐츠를 낳은 셈이다.
이처럼 한류열풍이라는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인기도와 함께 시청자들에게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해 주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 군인이 가지고 있는 본분과 조국에 대한 충성심이 무엇인가를 명품 연기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진피해 복구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다. 군인인 내게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라고 국가가 준 임무는 없으니까”라고 말했던 유시진 대위의 명 대사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납치된 의사 강모연을 구출하기 위해 외교적 마찰까지 불사하고 작전을 전개한 유 대위를 질타하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대한민국 국민을 대한민국 군이 구하러 간 겁니다. 당신들에게 국가안보란 밀실에서 하는 정치고, 카메라 앞에서 하는 외교인지는 몰라도 내 부하들에겐 청춘 다 바쳐 지키는 조국이고, 목숨 다바쳐 수행하는 임무고 명령이야! 작전 간에 사망하거나 포로가 됐을 때 이름도 명예도 찾아 주지 않는 조국의 부름에 영광되게 응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이 곧 국가안보라는 믿음 때문이다”라고 꼿꼿하게 답변하던 특전사 사령관인 윤중장의 눈빛 연기는 이 드라마가 그 어떤 정책이나 대중 강연회보다 깊은 감동을 전해 줬다. 자기 배역에 충실한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가 드라마의 가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했으며, 드라마 줄거리에서 느끼는 조국에 대한 가치관과 투철한 직업의식이 주는 아름다움은 애틋한 남녀 간의 사랑 이상의 흥미로움과 진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이제 제20대 총선도 끝이 나고 국정을 새롭게 수행해 나갈 국회의원 300명이 확정됐다. 공교롭게도 이번 총선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방영과 천안함 피격 6주기와 시기를 같이하고 있어 국방을 책임지는 군인의 본분과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국회의원의 본분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연상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우리 시대의 현실적인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줬던 드라마 속 의사 강모연의 대사 중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가져야 하는 직업의식과 가치관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를 명품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매일같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려고 수술실에서 12시간도 넘게 보내요. 그게 제가 하는 일이죠”
필자는 칼럼을 정리하며 반문해 본다. “오늘 나는 무엇을 살리기 위해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