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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품 감정의 현주소

등록일 2016-04-01 02:01 게재일 2016-04-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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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최근 미술에 대한 관심이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예술가의 삶을 이해하며 간접적 경험을 해보려는 수준을 넘어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직접 수집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술품 진위에 대한 논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미술품 수집과 진위에 대한 논란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세계 각 나라마다 자국의 고유한 문화가 존재하고 이러한 문화와 예술이 함께 융합해 우수한 작품들을 만들어 낸다. 수 천년을 이어 온 문화와 그 시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기어졌다면 그 가치는 분명 재화가치를 통해 새롭게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그 미술품의 가치평가는 미술시장을 통해 공정하게 이뤄지며, 수요와 공급 원칙에 의해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처럼 미술품이 단순한 기호품으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재화가치를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상품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평가금액 또한 만만치 않게 변화되고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수치도 있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평가되는 미술품이 동시에 공존하는 것이 오늘날 세계 미술시장의 성향이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미술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초엽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해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들에 대한 진위여부의 본격적인 감정이 이뤄지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 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감정의 선행문제가 심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술품 감정이란 미술품에 대한 진위판정(authentication) 뿐만 아니라 미술품의 가치평가(appraisal)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미술품 진위판정과 가치평가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는 하나, 각각 판단하는 자료와 절차가 다른 전문영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authentication`을 진위감정으로 `appraisal`을 시가감정으로 구분해 사용하고 있으며 더불어 전문가들의 진위감정을 추가하기도 하며, 동시에 이뤄지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진위감정과 시가감정은 비슷한 이력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나 가장 문제시 되는 것은 진위감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인 감정기관은 없지만 한국고미술협회와 한국화랑협회가 미술품 진위에 대한 감정업무를 맡아 왔으며, 2001년 설립된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가고 있다. 점점 소멸되고 망실되어가는 미술품 감정의 객관적 증빙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나가는 업무와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과 감정 업무에 필요한 정책적 제반 업무를 지원받으며 공신력을 높여가고 있다. 그리고 몇해 전 명지대에서는 예술품감정학과가 새롭게 신설되어 감정학 연구를 좀 더 체계적이고 학문적으로 개척해 나가고 있다.

유럽에 비해 비교적 짧은 미술 역사 속에서 미술시장을 통해 재화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미술품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리고 서양화 수용과정과 중첩된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상황이 근·현대 미술품의 진위여부를 명확히 판단하지 못하는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근대 미술품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얕은 경험과 추정에 의해 판단하는 우려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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