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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에 대한 공공연한 비밀

등록일 2016-08-16 02:01 게재일 2016-08-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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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원<br /><br />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
이수원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

아이에게 눈길조차 주기 어려울 만큼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를 아이에 대한 공공연한 비밀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첫번째 비밀은 초등학교 입학 전후 즈음되면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 평생 알아야 할 내용을 유치원에서 배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질서 지키기, 양보하기, 실수로나 고의로 친구를 괴롭혔을 때 사과하기 등등. 다만, 우리 어른들도 가끔 그렇듯 아이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도 마음이 아는 것만큼 따르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문제가 생겼을 때 어른이 먼저 해결책을 내놓기 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고 해결책을 아이와 함께 찾아본다면 아이는 스스로 선택한 해결책을 보다 더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비밀은 우리 어른들이 “당신의 상황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군요”라며 누군가로부터 공감을 얻을 때 위로를 얻듯이, 아이들도 질책이나 비난보다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읽어준다면 위로를 얻는다. 어른들이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주변의 어떤 설득도 의미가 없듯이 아이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에서 한 아이가 울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은 스마트폰 만화 영상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함께 걷고 있었다. 아마도 그 여성은 아이를 데리고 가야하는데 아이가 울며 보채니까 스마트폰 만화영상으로 아이를 유인하고자 했던 것 같다. 아이는 여성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영상을 보지 않았고 계속 서럽게 울었다. 만화영상 대신 “네가 지금 속상하구나”라는 공감을 얻고,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더라면 상황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세번째 비밀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부모의 인품이 어떻든 상관없이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다. 때문에 상대 배우자를 아이 앞에서 힐난하는 것은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준다.

필자는 기차 안에서 본의 아니게 어머니와 어린 아이와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아버지와 갈등을 겪고 있었던 듯했다.

대구에서 서울 가는 기차 안에서 어머니는 오랜 시간동안 아이에게 아버지를 비난했기 때문에 결혼생활의 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왜 자신의 짐을 자녀에게 지우는가.

언어폭력이나 물리적 폭력 등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이들은 남은 평생을 정신적 트라우마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부모 양쪽 중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함께 공황장애, 분노 등을 가슴에 간직한 채 살게 된다. 그러니 자녀 교육에 눈곱만큼의 관심이라도 있다면, 명심해야 할 것은 아이 앞에서 상대 배우자에게 잘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전부가 되는 세상을 헐뜯고 파괴하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알려드릴 비밀은 스마트폰 열심히 들여다보느라 바쁜 부모 옆에서 아이들이 외롭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뇌발달에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 때문에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스마트폰 사주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정작 부모는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을 수가 없고 수시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스마트폰을 만지느라 심지어 아이의 말에 건성으로 답하기도 한다. 대신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마음이 만나는 순간을 만들고 공동의 관심사를 찾아가며, 공유할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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