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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작은도서관일 것

등록일 2016-08-10 02:01 게재일 2016-08-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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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욱<br /><br />시인
▲ 김현욱 시인

20세기를 대표하는 아르헨티나의 작가이자 시인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천국이란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정원이나 궁전을 생각하겠지만, 나는 항상 천국을 도서관과 같은 곳이라고 상상했다”고 고백했다. 알다시피 보르헤스는 시립도서관 직원을 거쳐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을 19년이나 지냈다. 보르헤스에게 도서관은 살아서 갈 수 있는 천국이며, 책은 수많은 천사였던 셈이다.

`2015년 전국 작은도서관 통계`에 따르면 경상북도에는 224개의 작은도서관이 운영 중이다. 포항시가 56개로 가장 많고 구미시가 32개, 칠곡군이 26개 순이다. 시군별 총인구수 대비 작은도서관 1관당 인구수도 주목할 만하다. 포항시는 작은도서관 1관당 9천278명, 구미시는 1만3천122명, 칠곡군은 4천724명이다. 여기에 시립도서관, 도립도서관까지 포함하면 경상북도 각 시군에서 운영 중인 크고 작은 도서관의 수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충분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통계나 도서관 수가 아니라 도서관의 활용이다. 오랜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부 시립도서관이나 도립도서관도 문제지만 가장 큰 숙제는 지역 곳곳에 자의든 타의든 묻혀 있는 작은도서관이다. 2016년 포항시를 기준으로 예로 들자면, 경상북도에서 작은도서관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공립 39개, 사립 18개가 운영 중이다. 2008년 5월, 포항시 죽장면에 `선바위 작은도서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8개(공립)의 작은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포항시 남구의 38번 `호미곶 작은도서관`부터 포항시 북구의 30번 `죽장면 참느리도서관(상옥)`까지 그 수도 많고 이름도 다양하다.

필자가 사는 포항시 북구 두호동에도 `책이랑 바다랑 작은도서관`, `두무치 작은도서관` 2곳이 있다. 두무치 작은도서관에 종종 들러 딸아이 읽을 그림책을 빌리곤 하는데 이웃들은 그곳이 어딘지 잘 몰랐다. 길가 구석이나 어느 건물에 딸린 작은도서관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찾기도 어렵다. 이번에 여름방학을 하면서 여름방학 계획서에 흥해읍 종합문화센터 4층에 있는 `이팝도서관`을 안내했는데 가보기는커녕 아는 아이도 드물었다.

무엇보다 지역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도서관을 살려야 한다. 이웃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지역의 지혜로운 어른들과 각종 단체와 모임들이 힘을 모아 작은도서관의 후원자가 돼야 한다. 작은도서관에 사람이 모이고 그곳에서 이웃을 만나고 유대감을 키우고 공동체 의식을 꽃피워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작은도서관에 모여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도록 해야 한다.

죽도시장 한가운데 작은도서관을 열어 장 보러 온 부모들과 아이들과 상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책을 읽고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 집과 가까운 지역 곳곳의 작은도서관에 아이들과 어른들의 독서동아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야 한다. 일요일, 월요일 쉬고, 저녁 6시면 문 꼭꼭 닫는 곳이 아니라 365일, 밤늦게까지 환하게 불 밝힌 작은도서관이어야 한다. 관계자는 예산 타령, 규제 타령을 할 것이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을 살릴 묘수는 여럿 있다. 벤치마킹할 사례도 전국에 많다. 작은도서관이 살아나면 시립도서관, 도립도서관도 살아날 것이다.

칼라 모리스의 `도서관이 키운 아이`에 나오는 주인공 멜빈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다. 도서관에서 책만 보는 건 아니다. 사람을 만나야 한다. 멜빈도 사서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로 도서관에서 더욱 성장한다. 멜빈이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 행사는 `도서관에서 밤새워 책 읽기`다. 멜빈은 도서관에서 책뿐만 아니라 좋은 친구를 만난다. 훗날 멜빈은 공립도서관 사서 교사가 되어 또 다른 아이들이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게 돕는다.

어딘가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집 근처 작은도서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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