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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와 허세의 `나`

등록일 2016-08-19 02:01 게재일 2016-08-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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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나를 뜻하는 한자에는 `아(我)`와 `오(吾)`가 있다. `아`는 손[手]에 창[戈]을 들고 있는 회의문자로서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 과시하고 싶어 하는 `나`인 반면에 `오`는 입 구(口)와 소리를 나타내는 다섯 오(五)가 합쳐진 글자로 원래 입으로 글을 읽는 소리를 뜻하는 글자로 나중에 가차되어 `나`라는 뜻으로 사용되어 남에게 보이지 않는 거짓이 없는 솔직한 `나` 자신을 의미한다.

계곡 장유(張維, 1587~1638)의 지인인 이대재라는 사람이 오랜 객지 생활 끝에 작고 누추한 집 한 채를 마련했다. 이삼십 대에 촉망받던 세족(世族) 출신이 어쩌다 세상과 어긋나 살던 곳을 떠나 떠돌이생활을 면치 못하다가 충남 면천에 겨우 오두막집을 마련했다. 좁고 지저분한 집이지만 자신에겐 안성맞춤이라 여기며 그 집에 `내 밭 갈아서 먹고, 내 샘물 길어서 마시며, 내 본분 지키며 살다가, 내 생애 마치리라`라고 한 권필의 `사오당명(四吾堂銘)`을 본떠 `사오당`이라는 당호를 내걸었다.

장유는 `계곡집` `사오당시 서문`에 “세상의 도리가 쇠락한 뒤로는 선비들이 참 오랫동안 제 분수를 편안한 마음으로 지키지 못했다. (중략) 먹는 것이야 밭에 부족하지 않고 마시는 것이야 샘에 충분하다. 그러나 많은 소유를 추구하고 이익을 취하며 부귀에 집착하고 미혹돼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그만둘 줄 모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것은 지켜야 할 나의 본분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적고 있다.

조선 제21대 왕인 영조(英祖)도 생모인 숙빈 최씨의 묘소가 있는 고령 재사를 육오(六吾)로 명명하고는 팔순의 나이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평생 동안 마음을 지킨 것이, 하나는 자긍심을 경계함이며, 하나는 자만을 경계함이며, 하나는 지위를 잊는 마음이며, 하나는 물로 씻어서 깨끗이 하고 싶은 마음이다. 만일 나의 마음을 알려면 고령 육오당을 보아라.` 라고 적고 있다. 이렇듯 권필이 `사오`를 쓴 이후로 참으로 많은 사람이 사오라는 호를 애용하여 마음의 경계로 삼았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솔직한 나(吾)보다 드러내 과시하는 나(我)를 더 알아준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솔직한 나보다는 드러내 과시하는 나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구조는 취업 준비생에게는 업무능력이나 성실성보다는 스펙을 더 중시하게 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결국 자신을 드러낼수록 솔직한 나로부터 멀어져 가식이 하나둘 보태지면서 불행하게도 알맹이인 나를 잊고 껍질만 믿고 살아가는 상황으로 변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의 정치지형은 불행히도 위정자들이 만들어 놓은 지역구도가 동서로 나뉘어져 긴 세월을 이어져 왔다. 이번에 다행히도 `영남당`이라 불리던 여당의 당 대표가 호남출신이 당선되어 당 개혁을 기치로 동분서주하는 그의 행보가 신선한 반면, 대통령과의 특수한 관계로 섬김의 정치철학 속에 아무리 뛰어봤자 고질적인 당 개혁은 안 되고 결과는 `도로친박당`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쪽도 있다. 여기서 이정현 대표가 내걸었던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개혁이 성공하면 그는 `진실한 나`를 바탕으로 실천한 성공적인 정치인이 되겠으며, 개혁결과가 용두사미 꼴이면 `허세인 나`를 내세운 개혁실패라 하겠다. 현대사회는 나의 본분을 벗어나 나를 꾸미고 드러내는 데에 더 많은 가치를 두게 하는 속성이 있다. 며칠 전 한국의 사드배치 반대를 위한 여섯 명의 야당의원 중국방문은 아무리 지적으로 성형하고 화장해 `진솔한 나`라고 국민들 앞에 설명하나 그런 행위 자체는 이미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허세인 나`를 그려낸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현대인들은 선인들의 지혜를 본받아 내면에서 자꾸 커지는 `아(我)`를 억제하고 사라져 가는 `오(吾)`를 키우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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