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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를 치료하는 진정한 백신

등록일 2015-06-15 02:01 게재일 2015-06-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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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온 나라가 메르스(MERS)의 공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TV의 각종 다큐멘터리나 SF영화를 보면 인간이 무한한 능력과 탁월한 과학기술을 통해 광활한 우주를 거침없이 개척해 나가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정작 감기나 독감과 같은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져 버리는 현재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가지는 한계점에 내심 숙연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일련의 현상 속에서 인간은 대자연속에서 그저 자그마한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동물들로 부터 전염된 바이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되는 우리의 모습에서 위대한 자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실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전염병은 더욱 종잡을 수 없는 존재로 발전해 가고 있다. 그리고 세상의 역사는 인간들이 만든 전쟁과 자연에서 얻어진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항상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게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에겐 절대적 위협이 되는 바이러스의 출현이 때로는 인류의학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단초가 되는 경우도 역사를 통해 여러 차례 보아왔다. 이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결국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새로운 계기가 된다는 사실이다. 이번 메르스 역시 인간이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과 침탈에서 비롯된 바이러스의 변이에서 비롯된 참사로 보아진다.

현재까지 14명의 사망자가 나온 메르스 사태가 우리사회에 끼친 파장은 사상자가 발병한 것 못지않게 우리사회에 끼친 영향이 엄청나다. 우리사회에는 이번 사태는 사회의 여러 관계에서 비롯된 불신과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대두되면서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본의 아니게 감염된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불신과 함께 질병을 극복한 노력보다는 회피하려는 이러한 현상은 메르스의 치료제 부재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정부의 안일한 위기 대처능력도 문제였지만 무작정 감염환자나 의심환자를 중증환자 보듯이 사회에서 격리부터 시켜 놓고 보는 식의 대처방법과 장기적 휴교만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태도가 더욱 혼란을 초례하는 것 같다.

야생 다람쥐나 들쥐 등의 전염병으로써, 쥐의 벼룩을 통해 병원균이 다른 동물에게 전염되었던 `흑사병(Black Death)`은 14세기 유럽의 역사마저 바꿔 놓은 무서운 병으로 기록되고 있다. 페스트균의 감염에 의해 급성으로 일어나 1664~5년에는 런던 인구의 20% 정도가 이 병으로 목숨을 잃게 되었으며, 19세기 말에는 중국에서도 엄청난 인명을 앗아가 버린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 무렵 기록에 따르면, 전 유럽 인구의 1/3 내지 1/4이 이 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리고 1918년 여름 악성 독감으로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 역시 엄청난 사상자를 만들어 내었다. 치명적인 독감 바이러스로 발전한 스페인 독감은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천500만~5천만 명이 사망했으며, 한국에서도 740만 명이 이병에 감염되었으며 감염된 이들 중 14만여명이 사망에 이른 걸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2003년의 `사스(SARS)-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와 2009년의 `신종플루`, 2014년의 `에불라`등 인류의 역사 속에서 늘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은 지속돼 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제 인류는 메르스나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백신 개발도 중요하겠지만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며 무분별하게 개발해 나가는 정책에 변화를 꾀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 악성 바이러스로부터 우리와 우리가족을 지키는 백신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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