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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를 통해 드러난 습관

등록일 2015-06-17 02:01 게재일 2015-06-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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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웃는 모습, 사람을 대할 때의 행동, 운동할 때의 자세, 심지어 이름이나 눈빛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때 말하는 “사람”이란 그 사람의 본모습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조직, 사회, 국가의 참모습을 아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개인이든, 사회든, 국가든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그 대상의 참모습을 알 수 있는 공통적인 방법으로 필자는 “큰일”을 든다. 큰일의 정도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대상의 감춰졌던 본모습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습관은 제2의 본성이라는 말이 있듯이 본모습을 습관으로 바꾸어 위의 문장을 다시 쓰면 다음과 같다.“큰일을 당하면 그 대상의 습관을 알 수 있다.”

메르스는 우리 사회 조직의 습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습관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도 민망하다. 필자는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습관, 교육부(청)의 습관, 언론의 습관, 정치의 습관, 정부의 습관을 똑똑히 보았다. 그 습관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건 “네 탓”이다. 정부부터 시작해서 국민 개인까지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말한다, 나는 절대 잘못한 것이 없고 문제가 생긴 것은 무조건 “남 탓이다!”고.

습관이 생기려면 1만 시간 이상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습관은 수많은 반복에 의해 만들어 진다. 우리의“네 탓”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껏 어떤 일만 생기면 그것에 대해 이성적으로 접근하여 해결하려지 않고 무조건 “남 탓”만 해 왔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죽이지 않으면 죽는 살벌한 경쟁 대국이 되어버렸다. 경쟁 대국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정치다. 여와 야뿐인 이분법적 정치에서 화합이니 배려니 하는 말은 너무 낯설다.

우리나라에 “네 탓” 습관을 뿌리내리게 한 일등 공신은 언론이 아닐까한다. 필자는 아직도 언론에 보수와 진보가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동일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보도 방향은 극과 극인 우리나라 언론에 과연 최소한의 언론 윤리는 있는지 궁금하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 언론 보도의 대원칙은 자극성이다. 그래서 언론들은 좀더 자극적인 기사를 찾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에 나오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막말 쇼는 “네 탓”의 끝판이다. 언제 우리나라 방송과 신문의 하이라이트에는 네 탓만 하는 정치 이야기 대신에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미담들로 채워질지.

지금 이 나라 정치와 언론은 또 “네 탓”에 올인 하고 있다. 그 대상은 서울의 한 병원! 필자는 그 병원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은 지역 병원에서는 삶의 가망성이 없다고 하여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기 위해 그 병원에 간 지인에 대한 것이다. 너무도 다행히 그 병원 의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필자의 지인은 기적적으로 새로운 생명이라는 희망의 끈을 잡고 지금 너무도 건강하게 봉사하며 살고 있다. 아마도 이 나라엔 필자의 지인과 같이 서울의 그 병원에서 새로운 삶을 선물 받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병원과 의사들을 탓하는 정치인과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 그리고 언론에게 필자는 정중히 묻는다. 과연 당신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렸는지? 약조차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바이러스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고 있는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자가 누구인지? 의사 이전에 그들도 사람일진데 왜 두렵지 않을까마는,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들의 힘을 누가 빼고 있는지?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에서 인생을 망치는 8개의 나쁜 습관에 대해 말했다. 거기다가 하나를 덧붙이면 나라를 망치는 9개의 나쁜 습관이 될 것이다. 그건 바로 “남을 탓하는 습관”이다. 이이는 나쁜 습관을 없애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침을 주고 있다. “革舊習一刀決斷根株(혁구습일도결단근주) - 나쁜 습관은 한 칼에 잘라버리듯이 뿌리째 뽑아야 한다.” 메르스를 잡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말을 늘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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