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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변신하면 부활한다

등록일 2015-06-18 02:01 게재일 2015-06-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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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2000년대 들어선 이후부터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힘입어 경제사회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중 눈에 띠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바뀐 것 중 하나로 시장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시장이라는 것은 공간지리적인 실체를 지닌 흔히 전통시장이라는 곳을 연상하기 쉽지만, 이러한 제약이 없는 사이버상의 거래시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성장하였다. 과거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발품을 팔아야만 하였지만 이제는 가정에서 편안하게 TV를 시청하다가 필요한 물품들을 전화 한통화로 손쉽게 주문하고 배달되는 세상을 맞이하였다.

이러한 외형상 거래형태와 구매수단이 혁신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시장의 `본질`은 불변이다. 시장의 형성은 단순히 소비자가 원한다고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시간적, 물리적 조건이 맞지 않으면 소비자가 원하더라도 시장은 형성되지 않는다. 반대로 공급자가 야심차게 휘황찬란한 쇼핑몰을 건설하고 이름을 시장이라고 붙여두더라도 그것은 공급자의 기반일 뿐 소비자가 장소의 접근성, 거래행태의 편의성 등에 만족하지 못하면 거래의 접점으로서의 시장은 형성되지 않는다.

간혹 전통시장을 살리자, 전통시장을 죽이지 말자라는 식의 이야기들을 들을 때가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유독 포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서울의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처럼 조선시대부터 이미 존재하였던 `시전(市廛)`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명실상부한 `전통시장`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포항에서 지금 전통시장이라고 이야기되는 시장들은 철저한 경제논리하에서 성장한 시장들이다. 포항이 교통오지였던 시기에는 포스코 등 지역내 철강산업의 급성장과 더불어 넘쳐나는 소비수요로 인해 무엇이건 부족한 물품을 공급해줄 수 있는 시장은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대구 등 대도시로부터 물품을 조달해오는 상인의 입장에서는 이동운임, 수고비 등을 충분히 얹어 다른 도시보다 비싼 소비자물가인 이른바 `포항프리미엄`이 매겨진 시장이라도 시민들은 충분히 만족하였었다.

그런데 포항을 비롯한 신흥도시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시장의 경우에는 대부분 주거지역 등 소비자가 밀집되는 인구지형도와도 큰 상관관관계가 있다. 때문에 그러한 도시들의 경우에는 지역의 발전과 인구의 팽창으로 인구지형도가 크게 바뀐 곳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자동차나 철도 등 교통인프라의 발달과 더불어 소비자의 소비행태까지도 크게 변화하였다. 말 그대로 발이 달린 소비자가 어디든 신속히 갈 수 있게 되었고 정보통신의 발달로 소비자에게 부족하였던 여타 지역과의 가격정보 비교능력도 크게 신장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과거 20만명 시대에 통하였던 포항시내의 소비 패러다임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게 된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는 왕`이라는 말까지 머리에 박혀있는 상황이다. 적어도 `왕` 대접까지는 바라지 않겠지만 자신이 돈을 주고 상품을 구입하는 만큼 충분한 서비스를 받아야할 자격이 있음을 현대의 소비자들은 자각하고 있다.

만약 과거의 전통시장처럼 친절한 미소와 최근 유행 결제수단인 현금만이 아닌 디지털화폐의 결제, 보다 편리한 쇼핑카트를 가지고 시장 온 구석을 다니며 쇼핑하고 일괄적으로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철저하게 지역산 농수산물을 청결하고 깨끗하게 구매할 수 있고, 물어보고 옆 가게에서 사더라도 욕설하지 않고 그 가게도 좋다는 마음씀씀이를 주는 곳, 오후 대여섯 시만 되면 깜깜해져서 감히 퇴근해서는 갈 생각도 못하는 곳이 아니라 퇴근길에 언제든지 대형마트처럼 등불을 밝혀두고 언제든지 쇼핑을 할 수 있는 곳, 굳이 외지에 사는 친지에게 택배를 보내기 위해 누구 아는 사람 가게를 주변에서 물어 찾지 않더라도 어느 가게든지 믿고 의뢰할 수 있는 곳 바로 그런 가게들이 존재하는 시장이야말로 시민의 세금을 들여서라도 활성화해야할 가치가 있는 진정한 `전통시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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