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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빨랫줄과 별 소나타

등록일 2015-07-08 02:01 게재일 2015-07-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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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볕이 좋다 못해 강한 7월이다. 비록 볕을 가리는 장마와 태풍이 7월 초입을 장식하고 있지만, 지독한 가뭄과 지독한 메르스에서 `지독한`을 씻어낼 이들이라 우리에겐 좋은 볕이다. 볕 좋은 7월 초 산자연중학교 운동장에는 빨랫줄이 쳐졌다.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산자연중학교는 전국에서 학생들이 전입학을 오는 전국 단위 기숙사 학교다. 학생들은 금요일 오후 학교스포츠클럽을 마치고 전국에 있는 자신들의 집으로 간다. 메르스가 점령한 6월의 귀갓길은 언제나 걱정이었다. 혹시나 양심을 저버린 사람들에 의해서 우리 학생들이 아프지나 않을까 해서.

학교에서는 그런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학생들이 귀가한 6월 중순 어느 날 운동장 한쪽에 빨랫줄을 치고 전교직원이 동참해서 아이들의 이불을 운동장 가득 널었었다. 6월의 건강한 햇살을 가득 받은 이불은 그 건강함으로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을 지켜 주었다.

6월에 이어 지난주에 다시 운동장에 빨랫줄이 쳐졌다. 이번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서울 K방송사에서 행복학교 박람회 참가 학교인 산자연중학교의 교육활동을 촬영하기 위해 PD를 포함 5명의 제작진이 내교했다. 사전 협의를 통해 저녁 프로그램인 스마트 독서 대화(SRD)와 일과 전 프로그램인 생태도감 그리기, 그리고 일과 중 프로그램인 생태교실, 사회 교과동아리의 마을 지도 그리기, 마을을 학교에 들인 마을학교 등을 촬영하기로 하였다. 학생들의 밤 교육 활동 촬영을 위해 제작진들은 밤늦게까지 학교에 머물러야 했다. 산자연중학교 소재지인 오산리는 슈퍼는커녕 네온사인 하나 없는 말 그대로 교육 청정 지역이라 숙박시설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제작진들을 위해 기숙사를 제공하기로 했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손님맞이 준비를 한 것이다.

2015년 7월은 교육계에서 또 하나의 실험이 시작되는 달이다. D-DAY는 7월 21일. 이 날은`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는 날이다. 세월호 이후 불거진 나 하나 즈음이야 하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바로 잡기 위해 시행되는 인성교육진흥법!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많은 법들의 취지는 매우 좋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도 우리나라 교육과 만나면 이론과 현실이 따로 논다. 그 괴리감은 상상 이상이며, 인성교육법 또한 마찬가지다.

곧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인성`에 대한 정확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인성 교육`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인성교육진흥법`은 출발부터가 잘못되었다. 그러기에 과정과 결과가 어떨지는 안 봐도 뻔하다. 주입식 교육을 통해 키울 수 있는 인성은 어떤 것일까? 설마 인성을 주입 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그런데 그 염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벌써 인성 교육 덕목이 정해졌다. “예절, 효도,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우리 학생들은 또 수업 시간에 성적 지상주의 교사들에 의해 이 여덟 가지 덕목을 고통스럽도록 주입받을 것이다. 그러면서 인성 법에서 원하는 인성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성이 형성될 것이다. 우리 학생들의 마음에는“강요, 강압, 불신, 짜증, 반항”이 더 크게 자리 잡을 것이다. 일전에 필자는 학생들의 건전한 인성을 잡아먹는 것이 인성교육진흥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도 눈에 선하다.

볕 강한 7월, 우리 사회의 끝과 끝을 연결하여 빨랫줄을 치고 싶다. 그 빨랫줄 위에 정치, 교육, 경제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널고 싶다. 그래서 7월의 뜨거운 햇살로 소독하여 다시 제자로 돌려놓고 싶다. 그러면 이 나라에 조금이라도 온기가 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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