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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 수학 천재소녀와 로젠탈 효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한 천재 수학 소녀 이야기가 뜨겁게 지면을 달구고 있다.하버드와 스탠퍼드대학을 동시에 다니게 되었고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가 전화를 걸어 격려해주었다는 18살 천재 소녀 이야기가 결국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이를 믿었던 국민들을 허탈 속에 몰아 넣었다.필자도 처음 이 기사를 보았을 때 과연 두 대학을 동시에 다니는 게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대단한 천재라는 생각에 스크랩을 해서 학생들에게 보여줄 생각까지 했었다.결국 부모가 사과까지 하게 된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많은 이들은 과열한 간판주의 학력주의를 비난하며 이 천재소녀를 리플리 증후군에 시달리게 한 부모를 비난했다.또한 명문대 입시에 얽매인 강박적인 우리의 교육 환경에 대한 격렬한 비난이 지면을 채웠다.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이다.그러나, 이 천재소녀의 비극적인 결말을 과연 리플리 증후군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실제 현상은 어떤가? 명문대 입시, 학력 지상주의가 한국만의 문제인가?정도는 다르겠지만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 문제는 있다.“동경대 나오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인재입니다”라고 사람을 소개하는 일본의 TV 멘트를 본 적도 있다.또한 미국도 마찬가지이다.1970년초 한국에서 상영하여 대 히트를 친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예일대학, 예일대학 넌 꼭 예일대학을 가야 해!”아버지의 강요로 마지못해 예일대로 간 워렌비티는 고향에 두고 온 애인(나탈리우드)에 대한 생각으로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날로 폐인이 되어가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아버지는 결국 이를 비관하여 자살하고 고향에 남은 애인 나탈리우드는 정신이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이런 비극적인 전개는 지금 한국대학의 신분동질화를 위한 맹목적인 대학지원의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1968년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은 초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실험을 했다. 즉 교사들에게 거짓으로 지적 능력과 학업 성취가향상될 수 있는 학생들을 구별해 낼 수 있는 테스트를 개발했다고 말했다.학생을 상대로 지능 검사를 한 후에 검사 성적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20%를 뽑아 명단을 교사들에게 주면서 `지적 능력이 뛰어나거나 향상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라고 거짓으로 믿게 하였다. 그러자 결과를 받은 교사는 결과를 토대로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부여했고 학생은 학생대로 자신이 특별하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실제로 명단에 속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도 더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이렇게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좋은 결과를 얻게되는 현상을 로젠탈 효과라고 한다. 로젠탈 효과로 인한 강박적인 교육의 환경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이러한 사회 현상은 자녀들에게 지나친 학구열을 강요하는 학부모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지나친 학벌과 스펙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와 우리들 자신들의 문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강박적 교육 시스템을 반성하고, 우리 자녀들이 적성에 맞고 행복한 환경에서 공부 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수학천재 소녀와 그 가족이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천재소녀가 앞으로 자신의 소질을 잘 발휘하여 사회에 큰 공헌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5-06-18

메르스 공포와 확률게임

▲ 서의호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서로 악수 하지 말고 눈으로 목례로 인사합시다” 일요일 예배후 성도들을 걱정한 한 교회 목사님의 말씀은 메르스 공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느끼게 한다. 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많은 학교들이 임시휴업을 하고 한국으로 오는 관광객 취소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메르스! 이름도 낯선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중동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바이러스 인데, 2003년 아시아에서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되며 1천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사스와 비슷한 바이러스라고 한다. 사스와 마찬가지로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 심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지만, 급성 신부전증을 동반하기도 하기 때문에 사스보다 치사율이 높다고 한다. 낙타가 전파한 바이러스라는데, 낙타도 없는 한국이 메르스 감염 2위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중동과의 교류가 잦고, 한국인의 체질이 메르스에 약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왔다.그렇다 해도 악수를 거부하고 모임이나 관광을 취소할 정도의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여기서 확률과 공포감의 관계를 설명하는 확률게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확률게임의 대표적인 예는 항공기 사고에 대한 공포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항공기 추락사고에 대한 공포 때문에 항공기를 타지 못하는 고공공포증 환자는 꽤 많다. 북한의 김정일이 기차만 타고 여행했다거나 유명한 미국의 미식축구해설가가 그 넗은 미국대륙을 특수 제작된 차를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해설을 했다는 일화는 항공사고에 대한 공포증을 잘 보여준다.항공여행은 정말 불안한건가? 매일 전 세계적으로 뜨고 내리는 항공편은 10만회쯤 된다. 따라서 1년에 3천만번 이상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치명적인 항공사고는 10회 이내다. 그러면, 항공사고 확률은 지상의 교통사고보다 훨씬 적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 교통사고에 대한 공포증보다 고공공포증이 더 심한 것은 사람이 느끼는 공포의 크기가 사고의 확률과 사고가 났을 경우 피해의 곱셈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항공사고의 경우 확률은 작지만 사고가 났을 경우 거의 전원이 사망하므로 공포가 훨씬 크다. 사고의 확률은 적지만 사람이 느끼는 공포는 매우 큰 것이다.현재 메르스에 대한 공포도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메르스 공포는 메르스의 전염율과 치사율에 달려있다. 그런데 전염율이 과장됐다는 평가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를 `낮은 전염성, 위험한 질환`으로 공식 분류한다. 네이처와 사이언스도 “인간끼리 전파는 매우 힘들다”고 보도했다. 잠복기에는 전염이 안되고, 바이러스가 폐 깊숙이 서식하기에 잘 튀어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스는 병원 내 감염이 75%나 되어 병원 밖에서 일반 접촉에 의한 전염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전염율이 낮다고 해도 치사율이 공포의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치사율도 공포를 느낄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감기 원인인 코로나바이러스는 상기도, 즉 코~목구멍을 감염시켜 경증 호흡기증상으로 끝난다.낙타도 메르스가 상기도만 감염시켜 가벼운 호흡기 증상에 머문다. 문제는 메르스가 사람에게 전파되면 하기도, 즉 기관지와 폐 깊숙이 파고들어 중증호흡기 증상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그래도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심각한 중병의 환자를 제외하면 치사율은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물론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 관련 기관과 병원들의 늑장 대응 등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늦은 발표로 일반 국민들의 공포를 증폭시키고, 발생한 환자를 제때에 격리 시키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 보건행정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한다.그러나 국민들도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확률게임에서 보듯 과장된 전염률과 치사율 때문에 메르스공포 역시 과장됐기 때문이다. 다만 각자의 공포지수가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조심할 것이냐 하는 것은 개인의 판단에 맡길 뿐이다. 어쨌든 정부와 의료당국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메르스를 퇴치하는 데 만전을 기해 주길 바란다.

2015-06-11

포항 생활 26년, 그리고 28년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지난 주말 제자들이 포항에 모였다. 연구실 창설 26주년 기념모임.1989년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름만 들었던 포항의 포스텍에 온 지 어언 26년이 지났다.정말 포항이라는 도시라면 포항제철로만 알고 있던 필자가 포항에 온 건 물론 포항공대의 설립 때문이었다.미국서 학위를 마치고 미국의 한 대학의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시절 포항공대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번 같이 여기서 함께 일해 보지 않겠냐는 제의였다.그전에 재미과학자협회가 한국에서 열은 학회에 참석차 왔었던 필자는 포항공대가 제공한 버스를 타고 학교를 한번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사실 1980년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첫 대학이었던 스탠포드 대학의 환경은 충격적이었다.월등한 시설과 건물,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나 기숙사, 기혼자를 위한 연립주택은 물론이고 각 가정마다 보이는 여러 대의 자가용 차량들…. 풍부한 물자, 멋진 자연환경….이런 것들을 보면서, 이 세상에 이렇게 잘 사는 나라도 있구나, 라는 탄식을 하였다.그리고 또 놀란 것은 학업의 질이었다. 한국 대학에서 한 학기에 하던 분량을 2~3주에 커버 하는 속도감은 물론이었고 미국의 엘리트 학생들의 학구열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은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물론 스스로 부끄럽게 느끼기도 하였다.그리고 귀국한 1989년의 포스텍은 한창 건물을 짓고 있었다. 첫 입학생들은 이제 갓 3학년이 되어 있었다.세계적인 공과대학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이 작고 서울이 아닌 한국적인 사고로는 변방의 도시였던 포항에서 퍼붓고 있는 분들과 합류하면서 포항생활은 시작되었다.포항의 포스텍의 열기는 비록 미국보다는 덜한 환경일 지라도 솟아오르는 정열을 고국에 쏟겠다는 과학자들을 충족 시키기에 충분하였다.미국에서 영원히 살수 있는 권리인 영주권을 포기하고 귀국한 필자의 결정은 옳았다는 것은 연구실 창설 26주년 기념식에서 더 강렬히 다가왔다.한국의 과학, 산업, 기업, 교육 등의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는 제자들 숫자가 어언 80명이 넘는다. 대학, 국가연구소, 대기업, 벤처기업은 물론 3군에도 제자들이 퍼져있다.연구실의 모토인 `Be a leader, not simply a winner`(단순한 승리자에 도취되지 말고 주변과 사회를 돌보는 리더가 되라)를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고맙다.이러한 인재들이 포항에서 배출되었다는 것도 자랑스럽다.대학 밖에서 포항의 공공기관, 시청, 상공회의소, 방송국, 지역 사회단체, 언론기관 등에 참여하여 지역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뛴 26년은 꽤 긴 세월이었다.30대의 청년은 60의 초로의 길에 접어들었다.이제 2년만 더 있으면 포항생활 28년이 된다. 28년은 서울에서 생활하였던 28년과 꼭 같아 진다. 이제 2년만 지나면 포항이 새로운 고향으로 완벽하게 필자에게 자리 잡게 된다.학생유치를 위해 고교를 방문하면 항상 하는 소리가 있다.“여러분들의 시야를 넓혀라. 그러면 어디가 서울이고 어디가 지방 인가? 여러분이 살고 있는 그 지역이 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이 된다”그런 의미에서 포항은 그리고 경북은 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이 되어야 한다. 모든 지역은 세계를 향해 각개 약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적으로 자리잡은 포스코와 포스텍의 성공은 최근 조금 주춤하긴 하지만 눈여겨 볼만한 것이다.포항 생활 28년을 결산하는 2년후`포항 28년`이란 책을 하나 내고 싶다. 타향 포항은 이제 고향이 되었다.

2015-06-04

행복한 사회와 내쉬(Nash)균형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지난 주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이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 존 내쉬와 그의 부인 알리샤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과학계를 강타했다.정신분열증을 앓는 천재 수학자에서 `게임이론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존 내쉬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의 인생 역정은 파란만장했다. 그의 대표적인 이론인 `내쉬균형(Nash Equilibrium)`은 필자의 전공분야인 산업공학의 운용과학(OR)의 한 분야인 게임이론의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잡아 왔기에 개인적으로 그의 죽음이 특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내쉬는 20대에 세웠던 내쉬균형 이론으로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 수상 후보로 일찌기 거론되었으나 너무 젊은 나이라는 이유로 수상하지 못했고 후에 정신분열증에 걸려 필즈상을 받을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렸다. 하지만 지난 1994년 게임이론으로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게임이론은 수학에 기반하고 있지만 경제학 발전에 이바지하면서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된 것이다.그의 드라마틱한 삶은 영화로도 구현되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27쪽짜리 논문 하나로 150년 동안 지속되어 온 경제학 이론을 뒤집고 신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로 2002년 아카데미상 작품·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명작이다.1940년대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프린스턴 대학원 장학생으로 입학한 존 내쉬는 이미 입학 당시부터 수학 천재로 불리지만 너무나 내성적이나 무뚝뚝해 보이고, 자기 생각만으로 꽉 차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다소 괴짜 같은 모습을 보이던 존 내쉬는 어느날 술집에서 학교 친구들이 금발의 미녀를 둘러싸고 벌이는 경쟁을 지켜보다가 이를 바탕으로 `균형이론`의 단서를 발견하며, 이 논문을 발표한 후 20살의 청년 존 내쉬는 하루 아침에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제2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린 인물이지만, 30년 동안 정신분열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 영화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았다.게임이론에서 내쉬균형이란 무엇인가?내쉬균형은 각 경기자들은 다른 경기자들의 균형전략을 알고 있고 어떠한 경기자들도 자신의 전략을 바꾸지 않을 유인이 있다고 가정하는 두 명이나 그 이상의 경기자들의 비협조적인 게임에 관한 해결방식이다. 만약 각 경기자들이 자신의 전략을 고수하고 아무도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의 전략선택은 내쉬균형에 부합하는 결과를 갖게 된다.다시 말해, 각 참여자가 상대방의 전략을 주어진 것으로 보고 자신에게 최적인 전략을 선택할 때 그 결과가 균형을 이루는 최적 전략의 집합을 말한다. 즉 상대방의 전략이 공개되었을 때 어느 누구도 자기 전략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는 전략의 집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 구성이 두 참여자에 의해 모두 예측되었을 때 이 게임은 내쉬 균형에 도달하게 된다.그러나 내쉬균형은 각각의 플레이어의 이기적인 입장에서 보면 최적의 귀결을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기업들, 개인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한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남을 이기기 위해 경쟁기업을 이기기 위해 전략을 사용한다. 때로는 필요에 따라 소비자를 중독시키기도 하고, 제품의 위상 제고를 위해 과장된 광고전략을 쓰기도 한다.그리고 그러한 전략을 가르치는 것이 아이러니칼하게도 필자와 같은 대학교수의 의무이기도 하다.그러나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부합되는 시점에서 개인의 정열은 폭발점을 찾게 되고 그것이 결국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는 점에서 내쉬균형을 생각케 한다.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부합되는 순간들의 합이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내쉬균형이다.천재 수학자 내쉬의 명복을 빈다.

2015-05-28

중년의 제자와 스승의 날

▲ 서의호 포스텍 교수 ·산업경영공학과“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스승의 날이면 울려 퍼지는 노래가 새삼스럽다.외국 대학에서 교수를 하는 친구들이 한국에서 교수를 하는 필자를 제일 부러워 하는 것이 한국의 `스승의 날`이다.페이스북에 제자들에게서 받은 꽃다발 사진을 여러 개 올려놓으니까 반응이 폭발적이고 여러 제자들의 댓글이 달린다.특히 외국에 있는 동료 교수들이 부럽다는 감탄사의 댓글이 눈에 띈다.스승의 날에는 졸업생, 재학생들로부터의 꽃다발로 꽃가게를 열어야 한다는 조크도 나오고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사제지간의 정을 나눈다.제자들도 다양하다. 졸업생, 학부생, 대학원생, 그리고 동아리제자들, 주례를 서준 제자들 모두 한마음으로 함께 정을 나누는 날이다. 연락을 주는 제자들이 그렇게 고맙게 느껴진다.그런데 올해 스승의 날은 특히 감명이 깊었다. 올해 스승의 날에는 30여년 전 미국 유학을 가기 직전 필자가 2년 동안 가르쳤던 한 대학에 초청을 받게되었다. 그 대학의 학과 설립 40주년 기념식이었고 옛 원로교수님들을 찾아서 초청하게 된 것이다.20대 후반 필자 자신이 청년이던 시절 가르쳤던 제자들은 나이 차가 불과 4~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기에 친구처럼 어울렸고 이제 함께 중년의 나이를 넘기고 있다.희끗희끗한 머리가 보이는 그런 제자들이 모여 들었다.당연히 화제는 30여 년전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한 번은 수학여행을 가서 배를 타고 가는데 학생들이 하도 떠든다고 어른들에게 핀잔을 들었는데 “여기 교수님도 계시니까 반말 쓰지 마세요”라고 하니 “누가 교수님인데”라고 물었고 그래서 학생들이 필자를 가르치니까 “장난 하지마”라고 하면서 필자의 머리를 툭 치던 그 어른 이야기. 그리고 복학하고 난 후 돌아온 강의시간에 용어를 몰라서 쩔쩔매던 이야기. 학교축제 때 학생과 교수가 구분없이 어울렸던 추억들. 공부를 등한히 했던 제자는 “이제 교수님께 석고대죄합니다”라고 즐겁게 웃고 있었다.사은회의 추억들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 당시엔 여학생들은 사은회날 한복을 입고 와서 스승들에 대한 예의를 차리던 그런 시절이었다.그런 제자들이 이젠 대기업 사장, 교수, 벤처사업가, 고위공무원 등 어엿하게 성장하였고 제자들의 자녀들도 모두 대학을 졸업할 나이가 되었다.30여 년만에 찾은 캠퍼스는 이젠 완전히 변해서 옛 강의실을 찾기도 힘들었다.스승의 날은 1950년대 스승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시작되어 청소년 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에서 1963년 5월 26일을 `은사의 날`로 정하면서 시작 되었다고 한다.그후 1965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이 때부터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기념일이 되었다고 한다.1970년대 초 한 때 정부의 사은행사 규제 방침에 의해 `스승의 날`이 일시적으로 폐지되기도 하였지만, 1982년부터 다시 국가기념일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한국의 아름다운 전통 스승의 날이 오래 오래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행사가 각국으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그리고 이제는 조금은 퇴색되는 듯한 스승과 제자 사이도 좀더 가까워 졌으면 좋겠다. 스승의 날 한복을 입는 옛 관습도 그리워진다.스승의날에 받은 꽃의 향기가 오늘도 사무실에 가득하게 퍼져 흐른다. 저 꽃들이 시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승과 제자의 영원한 사랑처럼….

2015-05-21

포스텍과 서울대

▲ 서의호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포스텍과 서울대는 어디가 더 좋죠? 어떤 차이가 있죠? 어디를 가야 하나요?”포스텍 홍보를 위해 고교를 방문하거나 고교생들을 학교 투어를 시키면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쉽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쉽게 설명할 수 있는 차이점은 `소수정예`의 차별화 일 것이다. 포스텍은 연구중심 대학이고 작은 대학이니까 학생들과 교수들이 집중적인 교육과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 차별화의 또 하나는 중소도시에 위치하여 교수, 학생이 모두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환경을 들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두 대학의 차별화를 가져올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였다.최근 서울대 일부 과목 중간고사에서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었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훈계로 끝날 수준을 넘어서 대학전체의 학생들의 시험에 관한 윤리의식이 위험한 수준이라는 것이다.최근 한 교양 과목의 중간고사에서 수강생들의 집단커닝이 있었고 조교의 눈을 피해 서로 커닝을 하거나 시험 시간 중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강의실 밖으로 나가 스마트폰에 찍어온 교재를 보고 들어와 답안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수강생 전원이 재시험을 치렀다고 한다.이뿐만이 아니라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달 전공필수 과목인 한 과목에서는 중간고사 1차 시험에서 일부 학생이 채점이 끝난 답안지를 고쳐 쓴 뒤 성적을 바꿔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강생 전원의 성적이 전부 무효처리 됐다고 한다. 남의 답안이나 메모를 베끼는 `커닝`수준을 넘어 일종의 성적 조작에 해당하는 셈이어서 담당 교수는 시험을 무효처리 했다고 한다.포스텍의 학생회관에는 이런 구호가 걸려져 있다.“정직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함께하는 포스테키언의 미래는 명예롭다”정직을 지키고 타인에 대한 존중을 지키려는 학생들의 의지가 돋보인다. 그래서 포스텍에서 시험윤리는 스스로 잘 지켜지고 있다.포스텍과 서울대를 구분하는 중요한 아이템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문득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경험이 떠오른다. 스탠포드대의 어너 코드(honor code : 명예선언)는 스탠포드대 학생들의 자부심이다.시험시간에 교수는 들어와 5분정도 해설과 질문만 받고 반드시 시험장을 나가야 한다. 학생들의 명예를 의심하지 않기 위해 교수가 시험감독하는 것은 허락 되지 않으며 무감독 시험을 치룬다.한 번은 한국학생 하나가 답안지를 걷는 시간에 제출된 답안지를 순간적으로 다시 잡아서 답안을 고쳤다. 답안지를 걷는 와중이었으므로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는 행위였다.그러나 이는 곧바로 어너 코드에 걸리면서 대학내 재판소에 회부되었다. 몇달에 걸친 대학내의 재판과정에서 큰 곤욕을 치르면서 무죄가 되긴 했지만 그 학생은 결국 석사만 끝내고 졸업해야 했다.사실 서울대의 시험윤리 부족은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70년대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입학의 기쁨도 잠시 시험시간에 커닝을 일삼는 서울대의 풍토를 보면서 매우 낙담하였던 경험이 있다.당시 정치 독재에 항거하는 데모가 자주 일어났는데 하루는 한 학생이 일어나서“시험 커닝을 한 학생들은 나가 달라. 정치적인 독재와 부정에 항거하려면 우리도 깨끗해야 하지 않은가”라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포항의 이웃에 있는 한동대는 개교 당시부터 무감독 시험을 실시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학생들이 정직성을 강조하며 먼저 제안해 무감독 시험을 치러왔고, 현재까지 자체적으로 이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고 한다.포스텍이 서울대와 구분되는 점은 여러 개 있지만 이러한 시험윤리에서 구분된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포스텍도 시험전에 반드시 명예코드에 사인을 하고 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그러한 명예를 지키는 건 바로 학생 자신이다.이러한 전통은 포스텍을 확실하게 차별화 된 대학으로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포항의 한동대와 포스텍의 차별화가 정말 멋지게 느껴진다.

2015-05-14

아일랜드에서의 상념과 포항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포항은 어떤 도시죠?” 질문들이 이어졌다. 포항, 포스코, 포스텍의 홍보가 이 먼 나라 아일랜드에서 이어진다는 것이 어깨가 으쓱거리는 느낌이었다.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는 지난주 영국 타임즈 신문에서 파생한 타임즈고등교육 전문지 (THE: Times Higher Education)가 매년 발표하는 `설립 50년이하 세계 100대 대학 랭킹(THE 100/50)` 이 발표되었다.포항의 포스텍은 스위스의 로잔공대(EPFL)에 이어 세계 2위로 랭크 되는 영광을 가졌다. 지난 3년간 1위로 랭크되어 약간 하락은 했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대학의 위상을 보여주는 쾌거였다.세계 50여개 대학에서 온 200 여명의 대표들은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졌다.“포항은 어떤 도시이죠? 포스코의 매출은 얼마인가요? 포스텍의 학생수는 얼마죠?”포항이 이 유럽의 유서깊은 국가 아일랜드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아일랜드는 오랜 영국지배에서 1921년 독립한 전통깊은 국가이다. 더블린에서 회의 시간에 쫓기면서도 두 군데를 둘러보았다.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흑맥주의 세계 최고봉 기네스 맥주회사는 세계기록을 기록하는 기네스북의 발행으로도 유명한 회사이다. 워낙 마니아들이 많고 맛과 색이 특이한데다 광고 역시 독특해서 기네스는 맥주로서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코카콜라가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라면 기네스 맥주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브랜드일 것이다.덴마크의 칼스버그, 네덜란드의 하이네켄과 함께 아일랜드의 기네스는 세계적인 아일랜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국가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인 자부심 일 것이다.또 하나 방문해 본 것은 1592년 세워진 트리니티 대학이다. 트리니티 대학은 유서 깊은 보물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구 도서관에는 20만여 권의 고서와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하프가 보관되어 있다고 하며, AD 800년경 제작된 복음서 `켈스 서`도 이곳의 자랑이라고 한다.이 대학은 국립으로 아일랜드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평가를 받는다. 형식상 단과대학이지만 성격상 종합대학교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더블린 대학교의 일부이지만 더블린대학은 설립 이후 트리니티 대학 이외에 다른 단과대학을 만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트리니티 대학이 더블린 대학교의 유일한 단과대학이 됐다. 더블린트리니티 대학은 대학평가 기관들이 아일랜드 1위, 세계 50위권으로 평가하는 명문대학이다.이 대학은 노벨상도 여러명 배출하였는데, 특히 세계적인 문학가 오스카 와일드와`고도를 기다리며`로 우리에게 익숙한 노벨 문학상의 사무엘 베케트 등을 배출하였다.아일랜드를 떠나며 공항의 책방에서 아일랜드가 배출한 또 하나의 유명 작가를 만났다. 제임스 조이스 (James Joyce).1900년대 초 중반 문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조이스 문학의 정점은 1914년이었다. `더블린 사람들`이 출간되고,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연재를 시작하고, 그 유명한`율리시스`집필을 시작한 해가 1914년이었다. 이른바 `더블린 3부작`이 1914년에 모두 어떤 식으로든 결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1914년부터 `에고이스트`지에 연재되기 시작한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1916년 출간됐다. 그러나 조이스와 조국의 불화가 1914년 극점에 이르렀다. 계속되는 항의와 무시, 소송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문학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불만 때문에 조이스는 1915년 아일랜드를 떠나 스위스 취리히로 옮겼고 다시는 아일랜드로 돌아오지 않았다.인천공항을 거쳐 KTX로 포항역에 도착했다. 제임스 조이스를 그토록 좋아하여 자신의 닉네임을 조이스(Joyce)라 부르고 포항에서 성장한 한 작가의 모습이 문득 차창 가에 떠올랐다. 이번 아일랜드 여행은 포항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한 작가에 다시 한번 빠져들었던 감동적인 여행이기도 했다.

2015-05-07

새로운 총장, 새로운 포스텍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포스텍을 새로이 이끌 새로운 총장이 발표되었다. 포스텍 이사회는 제7대 새로운 포스텍 총장으로 김도연 박사를 선임하였다. 거의 1년 가까운 세월 포스텍의 캠퍼스를 격동으로 몰아넣었던 총장연임 이슈는 이제 막을 내리고 포스텍과 지역의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국민들은 관심으로 새로운 총장의 리더십에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다.포스텍 이사회는 김도연 박사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등의 공직과 서울공대 학장, 울산대 총장 등 교육계의 수장을 거친 화합형 리더십의 소유 학자로 포스텍의 미래를 합리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발표하였다.이제 김 신임 총장 내정자는 새로운 포스텍을 세워야 하는 큰 미션을 안게 되었다.우선 인적 경쟁력 측면에서 포스텍은 86년 설립당시 유치된 30대 교수들의 대량 퇴직이 곧 예상되며, 이에 따른 적극적인 교수충원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스타 교수들의 타 대학 이직 사태를 막을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포스텍의 국가과학자를 포함한 여러 인재들이 대학을 떠나고 있다.이제는 교수들에게 대학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강한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 또한 교수, 직원들의 떨어진 사기를 올리고 신나는 캠퍼스를 조성하여 인적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또한 합리적인 경영이 계획되어야 한다.마이크로한, 미세한 경영방식을 지양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경영을 신임 총장 내정자는 추구하여야 한다.교수, 직원, 학생들과의 적극적인 의사 소통을 통하여 구성원의 열망을 받는 정책이 추구돼야 한다. 여러가지 대학 안팎의 이슈들을 비롯 여론수렴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의 공통분모를 찾아 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현실을 인지하는 경영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권한의 과감한 위임으로 교수, 직원들의 창의적인 대학정책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여야 한다. 신 산학협동 장학금 정책 같은 정책이 면밀히 검토되어 산학협동정책도 현실화 되어야 한다.산학협동의 맥락에서 포스코와의 유대강화 및 협력은 절대적인 미션이다. 포스코의 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에 포스코-포스텍이 긴밀히 협력할수 있는 플랫폼이 더욱 확고히 정립되어야 한다.지역과의 유대강화도 중요하다. 20여년째 시행되어온 최고경영자과정과 새로운 지역협력 형태인 AP포럼 등은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지역 협력 과정과 포럼을 통하여 지역의 인사들과 교류하고 지역발전에 공헌하여야 한다.아울러 세계로 뻗어가는 포스텍을 세워야 한다.포스텍은 2010년 타임즈 랭킹 세계 28위에 오르고 50년이하 대학에서 연속 3년 세계 1위에 오른 세계적인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이제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제협력 및 대외협력 측면에서 좀더 공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국내외 포스텍을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의 재건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리더십을 아우르는 전국적인 포럼, 국제총장포럼 등도 구상 해볼만한 행사들이다. 동문들을 활용한 세계 네트워크의 구성과 해외거점의 설치, 적극적인 국제화 및 국제 인지도 향상에 대한 정책 등이 필요해 보인다.사실상 대학 총장의 역할은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두 가지로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다.교수, 직원, 학생 구성원들을 신나게 하기 위해 구성원들 개개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그러한 극대화를 위해 총장이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것이 그 하나이다.또 하나는 총장은 대학을 대표해 대학 이미지를 제고하고 이를 위해 국내외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내부적 역량을 국내외의 네트워크와 연결하여 대학의 평가와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이 그것이다.총장은 대학교수로서 명예로운 직이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직책이다.김도연 새 포스텍 총장 내정자에게 큰 기대를 걸어본다.

2015-04-30

잊혀져선 안될 4·19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3·15 부정선거 다시 하라! 일인 독재 물러가라! 이 대통령은 하야하라!“젊은 사람들을 비롯하여 많은 국민들에게 4·19가 잊혀져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4·19는 잊어서도 잊혀져서도 안될 역사적인 사건이다.4·19혁명의 최초의 도화선은 1960년 2월 28일 대구경북지역, 즉 대구로 알려져 있다. 야당탄압의 일환으로, 민주당 대구 유세일인 28일은 일요일이었는데 대구시내 모든 초중고 학생은 당국의 지시로 등교를 강요당했고 야당의 선거유세장에 학생들이 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대구지역 고교생들은 “학생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시위를 벌였고 학생시위는 연속적으로 이어졌다.3월 15일 선거 당일에는 경남 마산에서 학생들이 시위를 벌였고, 자유당의 부정선거를 목격한 시민들도 선거포기선언을 한 민주당 당사 주변에 모여 “협잡선거 물리치자”고 외치면서 학생 시위에 합류하였다. 경찰과 자유당 정치폭력배들의 무자비한 제지로 많은 사상자와 행방불명자가 속출하였으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 4월 11일, 행방불명 됐던 고교생 김주열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시신으로 바다에서 발견되자, 전국의 학생들과 국민들의 흥분은 고조되기 시작했다.4·19의 커다란 의의는 한국 국민의 민주의식의 발전을 의미하며 민주주의 토착화를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었다. 공권력의 횡포에 대한 민권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원리를 그대로 입증한 것이었다. 국민의 지지와 신망을 받지 못하는 정권은 결코 존립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결정적인 도화선이 된 마산 사건 이후, 4월 18일 고려대학생 수천여 명이 의사당 앞에서 연좌 시위를 한 후 귀교하는 길에 정치폭력배들의 습격을 받아 다수의 학생이 부상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청년학도여! 총궐기하자”라고 외친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4·18시위는 역사적인 4·19 학생들의 총궐기를 이끌어 내었다.4월 19일 서울 시내 각 대학 학생들이 미리 약속했던 계획에 따라 각 대학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중앙청을 향해 행진하였다. 그 선언문도 4·18 고려대 선언문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학생들은 더이상 현실을 좌시할 수만은 없으며 정의와 민주수호를 위해 궐기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수많은 고등학생들과 일반인들도 시위에 참가하였다.이는 20세기 후반 전세계적으로 일기 시작한 이른바 학생들의 힘, 즉, `스튜던트 파워(student power)`의 한국적 표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4·19혁명은 그러한 전통적 저항의식이나 애국심의 발로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경찰이 효자동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승만과의 면담을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무차별 발포를 하여 사상자가 늘어가자, 시위 군중은 더욱 흥분하여 전쟁터 같은 혼란이 시작되었다. 서울 시내는 완전히 무정부상태였고, 모든 질서는 회복할 수 없는 수라장이 되었다. 이날 서울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탱크를 앞세운 계엄군에 의해 100여 명의 사망자와 수많은 부상자가 속출하였다.서울의 각 대학 교수 수백명이 “대통령 이하 3부요인들은 3·15부정선거와 4·19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시 물러나는 동시에 정부통령선거를 다시 하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채택하고, 구속학생의 즉시석방을 요구하면서 교수들도 시위에 나섰다. 교수들의 시위는 자유당정권 퇴진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결국 이승만은 하야 하고 하와이 망명길에 올랐으며, 자유당 정권은 무너졌다.4·19혁명의 민주이념은 비록 정권담당세력의 무능과 경제·사회적 기반의 취약성으로 미완의 상태로 좌절되고 5·16 혁명을 불러 일으켰지만 독재에 맨 주먹으로 일어선 한국민의 커다란 민주의식의 승리였다. 그 민주의식의 승리는 오늘 한국의 민주와 번영의 뿌리가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2015-04-23

워렌비티의 비극과 대학구조 조정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예일대학, 예일대학 넌 꼭 예일대학을 가야 해!”아버지의 강요 속에 사랑하는 여자 나탈리 우드를 시골 조그마한 마을에 놔두고 워렌비티는 결국 예일대학으로 떠난다.1970년초 한국에서 상영하여 대 히트를 친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은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를 주제로 `욕망의 이름이란 전차` `에덴의 동쪽` 등을 감독한 세계적인 미국의 영화감독 엘리아 카잔이 만든 애정 영화로 오스카상을 휩쓸었었다.이 영화는 당시 전세계의 젊은이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대학생 시절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가슴앓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지난 3일로 마감된 각 대학에 대한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을 위한 데이터 제출은 대부분 대학의 기획처 직원들을 연일 밤샘을 하도록 만들었다.교육부는 줄어드는 고교졸업생으로 인하여 곧 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지역대학부터 정원 부족으로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으로 모든 대학이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정원을 축소하고 학과를 통폐합하라는 주문이다.마감된 데이터 제출을 검토하여 대학을 5개의 등급으로 구분한 후 최우수 등급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등급에 따라 적절한 정원감축 및 재정지원 제한을 하고 최하위 등급의 경우는 대학 폐쇄까지 불사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생각이다. 이로 인하여 4년제, 2년제 대학 모두 홍역을 앓고 있다.대학들의 학과통폐합으로 인하여 각 대학마다 해당학과 졸업생, 학생, 교수들의 저항운동이 일어나고 대학마다 이를 해결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2017년부터 대학정원 초과는 심각한 문제를 경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그러나 여전히 들어가기 힘든 대학들이 있고 정원부족으로 폐쇄 될수도 있는 대학이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의 명분은 여기에 있다고 한다. 지원자 부족을 걱정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여전히 경쟁이 치열한 대학이 있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여러 대학에서 대학경쟁력에 대한 순회강연을 하면서 대학지원의 동기를 `신분 동질화(Status Synchronization)` 라는 생각을 제시해 보았다.대학 선택의 동기는 무엇일까? 대학의 연구,교육 수준, 교수의 질, 시설 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결국 대학 선택의 동기는 신분의 동질화에 있다.그 대학을 졸업한 사람과 본인의 신분을 동질화시키려는 욕망에서 시작되는 것이다.이러한 신분동질화는 브랜드가치(Brand Value)와 같은 것인데 가령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든가 샤넬 화장품을 쓴다든가 하는 욕망과 같은 것이다.해결책은 쉽지는 않지만 거점대학의 육성과 대학의 클러스터(Cluster)화라고 생각한다. 거점대학의 육성은 수도권 대학 집중을 막을 수 있고, 클러스터화는 대학별 서열화를 완화할 수 있다.클러스터란 대학들이 대학별로 서열화되지 않고 그룹별로 특성화되는 것을 말하며, 비슷한 질의 대학들이 서열화되지 않고 어느 대학을 가든 상관없이 대학의 질이 그룹으로 대표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현재 이공계 특성화 대학의 경우는 이러한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초원의 빛에서 예일로 간 워렌비티는 애인에 대한 생각으로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예일대로 가라고 강요한 아버지는 이를 비관하여 자살하고 고향에 남은 애인 나탈리우드는 정신이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다.이런 비극적인 전개는 지금 한국대학의 신분동질화를 위한 맹목적인 대학지원의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그 속에 숨겨진 힘을 찾겠다”는 초원의 빛의 시구절처럼 이제 대학의 단순 서열화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추억으로 묻어 버렸으면 한다.

2015-04-16

KTX 포항- 첫 시승의 실망과 희망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손님 혹시 아침에 와플 시키셨던 분이죠?”갑작스런 목소리에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 커피숍 종업원처럼 보이는 그는 나에게 천원짜리 두장과 동전을 내밀었다.첫 KTX 포항 산천을 시승하면서 아침부터 마음이 들떠 있었다. 사실 15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혹시 길을 잃을지도 모를일에 집에서 일찌감치 출발했다.처음 가보는 KTX 포항역. 아직 네비게이터도 잘 알려주지 못하는 그곳을 대강의 눈썰미로 차를 운전하여 가면서도 첫 등교를 하는 초등학교 아이마냥 마음은 들떠 있었다. 다행히 길을 헤매지 않고 포항역을 쉽게 찾을수 있었다.멀리서 보이는 역의 웅장한 모습을 보면서 필자의 가슴은 뛰었다.“아 드디어 포항에서 단 한 번의 열차로 서울을 갈수 있구나” 26년간 포항에서 지내면서 서울에는 거의 매주 한 번은 가야 하는 그런 생활의 연속속에서 좀더 편리한 교통편을 꿈꿔왔고 이제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그러나 그러한 들뜸과 꿈은 곧 실망스러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우선 역앞에서 승객들이 내리거나 주차장으로 접근하는 길들은 아직 정리가 되지않아 어수선 했고 그래서 유연하게 차들이 움직이기가 쉽지않았다.간신히 주차하고 승객대기실에 들어서긴 했다. 현대식으로 꾸며진 모습은 크게 다가왔지만 편의시설이나 식사시설의 다양성은 부족해 보였다.표를 구입하고 이곳 저곳 구경하다 보니 출발까지 10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커피숍에 길게 줄을 서있는 손님을 따라 내 순서가 다가왔을 때 이젠 8분정도 남아있었다.아메리카노 원두커피와 진열대의 와플(waffle)을 주문한 필자는 1~2분 기다리면 되리라고 조금은 급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그러나 3~4분이 지났는데도 주문한 커피와 와플은 나오지 않았다.필자의 마음은 초조해 지기 시작헀다. 첫 시승의 열차를 놓칠 판이었다.“왜 빨리 안나오죠 ?” “네, 와플은 5분정도는 기다려야 해요” “아니 거기 진열대에 있는 걸 주는 것 아닌가요?” “아니요 직접 구워 드리죠” “아니, 그럼 5분정도 걸린다는 걸 손님에게 알려줘야 하잖아요”가벼운 설전끝에 난 그냥 커피만 들고 뛰기 시작했다. 너무도 시간이 촉박하여 돈을 돌려받을 시간도 없었지만 이런 경우 와플값을 돌려받을 권리가 손님에게 있는지 법적인 판단도 쉽지 않았다.허겁지겁 기차에 오른 필자에게 연속의 실망이 다가왔다. 우선 좌석이 맨앞이었는데 바로 앞의 벽이 꽉막혀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좌석을 놔두고 객량 사이의 간이의자에 앉기 위해 객량을 나왔다.그런데 그 간이의자는 바로 화장실문 앞에 있었다. 좌석은 모두 차서 다른 자리도 보이지 않고 울고 싶은 심정으로 간이의자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7살짜리 꼬마가 내 앞에 엄마와 함께 서있었다. “왜 좌석이 없니? 내 자리가 저기인데 거기 가서 앉을래?” 그런데, 꼬마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아뇨. 거긴 답답해서 앉기 싫어요”“아니 무슨 돈이죠?” “손님이 아침에 와플을 놓고 가신분 아닌가요? 돈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럼 ?”첫 시승에 다소 실망과 짜증을 느끼며 다시 포항역에 내린 필자의 가슴은 씻겨 나가고 있었다. 얼마전 싱가폴에서 겪었던 잃어버린 돈을 찾았던 그 정직성을 이곳 포항역에서 다시 경험하는 순간이었다.그래 바로 이거야. 그래서 우리도 희망이 있는거지. 포항역을 빠져 나오면서 필자의 마음은 첫 시승의 실망이 모두 사라지는 가볍고 흔쾌한 마음이었다. 어둠이 깊게 드린 포항역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2015-04-09

빨라진 서울 가기 - KTX 포항 시대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더 이상 지역 간 거리는 서로를 가르는 소통의 장애가 될 수 없다” 3월 31일 KTX 포항 개통식에서 이완구 총리의 말이다.그는 덧붙여 “전국 고속철도망 구축을 계기로 지역과 지역을 떠나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는 하나의 한국을 강조했다고 한다.기다리고 기다리던 KTX 포항 시대가 드디어 열렸다. 한국 산업발전의 상징인 포항은 사실상 교통의 오지였다. 그러한 오지가 그동안 여러 단계를 거쳐 서울과의 거리가 단축되어 왔다.항공편을 예외로 한다면, 하루 종일 걸렸던 완행버스에서 5시간 내외의 고속버스, 그리고 새마을호 포항 입성. KTX의 동대구와 신경주역 정차로 단계적으로 시간이 단축되어 왔다. 시간의 단계적 단축에도 불구하고 서울-포항이 불편했던 건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불편이 여전히 있었기 때문이다.이제 서울과 포항에 직통 고속철도가 설치되었다는 것은 아마도 60년대 포스코가 포항에 세워진 것만큼 메카톤급의 지역발전을 가져 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포항권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 관광 등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또한 이번 KTX 개통 구간은 부산에서 울산과 포항을 거쳐 영덕, 삼척까지 연결하는 동해선 철도사업 일부이고 장기적으로는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이어질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이므로, KTX 개통은 포항뿐만 아니라 동해안 일대의 획기적인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한편 이런 질문도 해본다. KTX 포항시대의 개통이 가져올 부정적인 면은 없을까? `빨대효과(Straw Effect)`에 의한 의료, 관광, 쇼핑 등에서 역외 유출로 인한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이러한 빨대효과를 불식하고 진정한 KTX 포항시대가 포항 및 동해안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새로운 도시 인프라의 구축, 관광자원의 개발, 창조경제와의 연계를 주문해 보고 싶다.도시 인프라의 구축은 지역에 대한 인재의 흡입과 연결될 수 있다. 세계 정보산업의 본산이라는 실리콘 밸리는 그 지역의 유명대학 인재는 물론 전세계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도시 인프라와 통신망이 인재를 유치하는데 다른 어떤 지역에 비하여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포항지역이 매력적인 도시로 인재를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도시 인프라가 매력적으로 확충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주거환경, 문화환경, 교육환경 등이 포함된다.또한 관광자원의 개발에서는 옛것을 회복하고 보존하는 관광자원 건설을 주문하고 싶다. 관광자원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찰과 같은 종교관련 건물이나 취타대 같은 옛 예술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유럽의 대부분의 도시들에서 볼 수 있는 옛 건물들을 회복하여 집단화하는 것이 타 도시와 차별화할 수 있는 관광자원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2년전 옛 동독의 드레스덴에 머물면서 유럽의 도시들은 옛 건물 및 옛 모습을 복원하여 엄청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그 도시들의 자부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창조경제와 관련한 테마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도시 및 지역개발이 필요하다. 창조경제와 관련하여서 신항만, 한동대, KTX 역세권을 묶는 국제교육과 경제자유지역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지역에는 제주도와 같이 세계 유명대학들을 유치하고 해외어학연수 및 유학수요를 포항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또한 벤쳐기업, 창업교육과 연구와 교육을 방사광 가속기, 엔지니어링 대학원, 창의 IT프로그램이 있는 포스텍과 테크노 파크를 중심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창의력을 가진 졸업생들이 포항에 그 아이디어를 펼치는 모티브를 줄 수가 있다. KTX 포항시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2015-04-02

싱가포르의 정직과 리콴유

▲ 서의호 포스텍 교수 ·산업경영공학과싱가포르엔 특별히 봄이 없는 듯 따뜻하고 온 세상이 그린 색이다. 늘 열대 과일의 향기가 흐르는 느낌이고 공기는 싱그럽고 하늘은 맑다. “계십니까?” 호텔방의 전화가 힘차게 울렸다. “프런트 데스크로 내려 오십시오. 손님이 버스에 놓고 내린 봉투가 도착했습니다.”일요일 밤 학회참석을 위해 싱가포르 공항에 도착해 호텔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서 주머니에 있던 봉투 하나를 버스 안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했다. 그 봉투에는 현지에서 교통비 등에 사용하려고 인천공항에서 환전한 싱가포르 달러 200여 달러(20만원)가 있었다.호텔 체크인을 하면서 그 봉투를 버스 안에 떨어뜨린 걸 안 필자는 호텔 프런트에 버스회사 연락을 부탁했다. 그러나 리무진에는 여러 승객이 있었고 혼잡했기에 필자는 사실상 봉투를 포기하는 심정이었다. 봉투를 길가에 떨어뜨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나에게 봉투를 내민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차비 9달러를 본인 돈으로 운전기사에게 지급했다고 하였다. 내가 10달러를 주니까 1달러를 내밀었다. 그냥 관두세요 라는 표정을 지으니까 그렇게 고마워하는 표정이었다. 사실 190달러를 돌려받은 내가 더 고마워 해야하는 상황이었다.싱가포르!국민소득 5만불이 넘는 세계적인 부자이면서 모범국가. 이 국가가 어떻게 이런 성장을 했는가를 느끼는 정직성이었다.싱가포르에 출장 왔다고 하니까 지인들이 “리콴유 전 총리 조문 왔는가?”라고 농담을 건넨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의 대통령이 다투어 조전을 보내고 조문을 올 정도로 리콴유의 감동과 위력은 싱가포르에선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으로 대단하다.The Founder of the Nation. 싱가포르 국가를 창설한 총리. 필자가 싱가포르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전 세계, 특히 한국신문에는 큰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었다.강력한 리더십과 효율적인 경제정책으로 신생 독립국가 싱가포르를 아시아 최고 부자국가로 만든 리콴유 전 총리가 향년 9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는 뉴스였다.한 국가의 전직 지도자의 사망이 이토록 우리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리 전 총리는 1959년 영국 식민지에서 자치령으로 승격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 퇴임하기까지 31년간 싱가포르를 이끌었고 총리 퇴임 후에도 선임장관 등을 맡아 내각에 자문 역할을 해 오는 등 지난 50 여년 간 싱가포르의 정신적인 그리고 정치적인 지주역할을 해온 지도자이다.리 전 총리의 리더십 아래 작은 항구도시였던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발전했다.싱가포르에 여러 차례 출장을 왔지만, 일인당 소득 5만 달러가 넘는 싱가포르의 기반시설, 생활수준, 그리고 필자가 관심이 많은 대학의 시설 및 운영규모는 세계적이다. 구미 어떠한 사회, 대학들에 뒤지지 않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그는 시장에 기반한 경제 모델을 추진하면서도 서구식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법치와 강력한 리더십을 통한 `아시아적 발전 모델`로 싱가포르의 발전을 이뤄냈다.리콴유의 통치 방식에 여러 이의도 있고 후세에 역사가들의 평판이 있겠지만, 싱가포르를 주변 말레이시아와 태국, 인도네시아와 확실히 차별화된 국가로 키운 리콴유의 업적은 두고두고 연구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우리가 서울의 수도권보다도 더 작은 이 조그만 국가 싱가포르에서 배울 것은 무엇일까?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엄격한 잣대, 정직성, 근면성 그리고 세계를 향한 글로벌 마인드와 국제화. 그런 것들의 융합체일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엇일까?지금까지 필자는 싱가포르의 성공은 국제화에 있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지금 싱가포르에서 느끼는 싱가포르의 힘은 정직성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어제 나에게 봉투를 건넨 그 직원의 흔쾌한 미소와 겸손이 아마도 영영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2015-03-26

포항에도 봄은 오는가?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포항의 봄은 캠퍼스를 감도는 개나리, 진달래의 꽃망울로 시작된다. 그리고 영일대 부근의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으로 절정을 이룬다.그토록 오래 기다렸던 포항에 봄은 이제 오고 있는 느낌이다. 바람은 따뜻해지고 솔바람도 불어오고 그리고 나무에 물오르는 냄새가 느껴진다.물오르는 계절 봄, 정말 가슴이 들뜨는 계절이다.그러나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 지는 느낌은 왠일일까? 포항에도 진정 봄이 오고 있는가?박근혜 대통령이 비리 척결을 강도높게 주문하고 이완구 국무총리가 비리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검찰의 조사가 재계, 정계 등 전방위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정계도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포항에 있는 국가기업 포스코도 혼란속에 빠져 들고 있다.포스코 관계자들은 “난리가 났다. 정말 힘들다”라는 표현으로 현재의 포스코의 상황을 힘들어 하고 있다.대기업 사정의 신호탄이 된 포스코 건설 수사를 시작으로, 포스코와 포스코 관련회사들로 수사가 확대일로에 있는 가운데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른 시일내 환부만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하라”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강조하고 나섰다고 하니 그나마 기간이 오래 가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검찰은 이미 포스코 뿐 아니라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검찰이 칼을 빼든 자원 외교 사업, 포스코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정계도 사정의 불통이 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포항이 이러한 난리와 수사의 중심에 있다는 것도 봄을 맞는 포항시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그런 가운데 6년 넘게 표류하던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 조성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투자사들이 포항시에 투자손실금 반환을 요구하는가 하면 전 시장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고 한다.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2월 공문을 보내 사업 실패의 책임이 포항시에 있으므로 투자손실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는데 포항시는 현행상법에는 주식회사의 투자손실금은 공동 분담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의사를 밝혔기에 이 또한 법적인 분쟁으로 갈 수도 있는 분위기이다.대학가도 어수선하다.경북지역으로 이전할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이전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최근 기사화 되면서 이 지역 대학가의 젊은이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인재 채용비율에서 타 시도에 비해 크게 뒤지면서 아직 공공기관이 경북으로 이전이 덜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근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인 평균수치에 크게 못미쳐 경북도의 적극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여파는 포항과 경주 등지의 지역대학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작년 혹독한 파동을 겪은 필자가 재직하는 포스텍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이다. 작년 총장 연임문제로 큰 곤욕을 치루었지만 아직 신임 총장에 대한 기대와 또 다른 사태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면서 심리적 갈등이 종료되지 않고 있다.사실상 포스코와 포스텍은 국민의 기업이고 국민의 대학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기관들의 빠른 안정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얼마전 얼굴에 피습을 당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필자와 동창회에서 만난 자리에서 빠른 시일내에 포스텍을 방문하겠다고 약속 했었다. 전임자 성킴 미국대사가 대학 중 제일 먼저 포스텍을 찾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듯 했다.그러나 손님을 맞아야 할 포항의 모습은 어수선하다.포항에 봄은 올 것이다. 캠퍼스의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영일대의 벚꽃도 꼭 피어날 것이다. 포항의 봄이 오면 지인들과 어울려 영일대둘레길을 오르고 싶다.

2015-03-19

리퍼트 대사 피습이 준 교훈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주한 미국대사인 마크 리퍼트 대사의 피습사건(이하 리퍼트 사건)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 행사를 위한 조찬 식사중에 기습적으로 한 진보성향의 운동가에게 피습을 당해 안면 등에 큰 부상을 당하고 입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10일 리퍼트 대사가 치료를 끝내고 병원을 퇴원하면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 사건은 일단은 제 1막을 끝낸 분위기이다.이번 리퍼트 사건은 우리에게 몇가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첫째, 피습후 리퍼트 대사와 그 가족이 보여준 의연한 자세와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의 표현이다.필자는 작년 연말 서울에서 있었던 그가 졸업한 스탠포드대학 동창회에서 리퍼트 대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그 당시 필자와의 대화에서 리퍼트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였는데, 곧 태어날 첫아이에게 한국이름을 지어주겠다고 했고, 한국말 단어를 구사하면서 한국과 한국사람에 대한 깊은 친밀감을 보여 주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특별한 경호없이 동창회에 참석하여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사심없이 나누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이번 사건 후에도 그는 한국말을 자주 구사하면서 한국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표현하였다. 더욱 감동을 주는 건 리퍼트 대사의 아버지인 제임스 리퍼트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아들이 한국에 대한 호감을 잃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아들은 한국인을 사랑한다. 이 사건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모든 이들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퇴원 기자회견에서 리퍼트 대사는 자신을 세준아빠라고 불러달라고 했고 또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라는 한국 격언도 소개하면서 계속적인 한·미연합을 강조했다고 한다. 인상적인 대목이다.이런 리퍼트 대사의 모습은 우리 외교관들도, 아니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태도라고 본다.둘째, 공권력 위상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범인이 수갑 없이 담요에 싸여 현장에서 체포된 후 이동식환자 침대에 실려 나오면서 경찰서 밖으로 소리가 들리도록 범행동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키리졸브 훈련 반대”등의 구호를 외쳤다.이는 사실상 미국과 같이 공권력이 강한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범죄를 저질렀든가 공권력에 저항한 범인은 즉각 수갑을 채우고 체포하는 강하고 권위있는 공권력의 집행이 아쉬운 부분이었다.한국의 심야의 파출소는 술먹은 사람들의 행패로 가득찬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고 길가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잘 다루지 못하고 어쩔줄 몰라 하는 경찰의 모습을 본적이 있는데 이제 우리 공권력은 권위와 힘을 가져야 하고, 국민들은 이러한 공권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된다.셋째, 이번 리퍼트 사건에서 우리 국민이 보여준 위로와 격려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병원비를 내겠다는 사람부터 음식을 준비하고 방문하는 분들 세브란스 병원측은 선물 접수대를 별도로 마련 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퇴원 기자회견후 병원을 나설 때 여러 인파들이 환영한 것이나 꽃다발 등이 쌓인 모습은 외국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멋진 모습이다.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너무 지나치지 않은 것이 좋다는 교훈대로 광장에서 퍼모먼스 식의 부채춤이나 석고대죄라고 쓰고 단식을 하는 행위 등은 너무 과장된 행위로 보인다.리퍼트 대사는 너무 많은 정치인들 중심의 위로방문에 피로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는 사실상 위로가 아니라 자기과시이며 언론에 눈도장 찍기 형식으로 보이기 십상이다.리퍼트 사건을 통해 두 국가의 국민들이 더 가까운 관계를 느끼고, 서로의 유대가 더욱 공고히 강화되어 세계평화와 발전을 위한 두 국가의 공헌이 빛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빌어본다.

2015-03-12

포항상의 회장 선출, 승복과 협력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포항상공회의소는 제22대 회장 선거와 관련 3일 선거공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들어갔다. 선거공고에 이어 6~10일 후보자 등록, 19일에는 상공의원 선거를 치르고 25일 회장 선가를 치른다고 한다.회장 선거에 앞서 치뤄지는 상공의원 선거는 총 50명을 선출하고 의원들의 선거로 회장이 선출된다고 한다. 의원들이 회장을 선출하는 투표권이 있어 상공의원 선거가 사실상 회장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현재 몇 분이 회장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벌써부터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되고 있다.필자는 몇 년전 상의 경제센터 책임을 맡은 적이 있으며 상의를 가까이서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정말 상의회장은 지역경제에서 시장, 시의회장과 함께 지역 경제 발전의 삼각체제를 이루는 중요한 자리이다.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돌아볼 때 회장 후보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역 경제계가 분열되고, 지지자 사이에 반목을 거쳐 회장이 당선된 다음에도 상의가 단결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는 경우이다.상의는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대로 회장 선거에 소수의 기업의 영향력이 지배하지 않고 지역의 600개가 넘는 기업들이 골고루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단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 지역 경제계의 뜻이라고 보여진다.과거 포항상의 회장은 오랜 전통을 지키고 있다. 이는 포항상의회장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역 상공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오랜 전통이 있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포항상의회장이 독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경영인이 맡아 포항 지역 경제계를 민주적으로 화합적으로 이끌어 나가야한다는 의미 일것이다.지역 경제계는 선거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회장 합의추대를 위해 움직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후보군들이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누구를 추대할것인지에는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이론적으로 합의추대는 잘 시행된다면 서로간의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선출 후에도 후유증을 최소화 하는 장점이 있다.그러나 합의추대는 경선의 과열과 반목을 막을 수는 있지만 영향력있는 인물 몇 명이 후보자들을 조율하게 되는 문제가 있으며, 운영의 묘를 살리지 않으면 밀실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합의추대는 반드시 후보자들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과 공개적인 발표 등을 통한 철저한 검증절차가 전제돼야 할것이다. 따라서 제3의 영향력을 최소화 하고 후보자들이 공정한 검증을 통해 합의추대가 되는 것이 바람직 할것이다.반면 합의추대보다 공정한 경선은 그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경선도 잘만 치뤄 진다면 원칙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의 측면에서 공정한 면이 있다. 그러나 과거에 보듯이 선거갈등의 부작용이 심하게 발생할 수 있다.이와 관련, 지역 경제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 지역 경제계 원로, 포스코 등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선거로 간다고 해도 공정하고 아름다운 선거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그리고 선거후 누가 당선되더라도 승복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전제가 돼야 한다.침체기인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막중한 임무를 맡게될 포항상의 회장 선거가 머지 않았다.포항 경제계는 이번 선거에서 합의 추대를 하든, 경선을 하든 화합되고 공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합의 추대라면 공정한 검증을 거쳐서 합의를 해야 하고, 경선이라면 경선후 승복하고 서로 협력하는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침체되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경제의 내일의 도약을 맡을 멋진 상의 회장을 기대해 본다.2015년은 지역경제가 새로이 도약하는 해가 되길 빌어본다.

2015-03-05

마츠에市, 그리고 독도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필자가 고교를 다니던 시절은 외국의 학생들과 편지를 교환하는 해외 편지 친구 펜팔(Pen Pal)이 유행 하였다. 그 당시 필자는 마츠에시의 한 고교생과 오랫동안 펜팔을 나누었는데 그래서 시마네현의 마츠에시는 아주 낯이 익은 도시였다.그 마츠에시에서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났다.일본 시마네현은 최근 도청 소재지인 마츠에시에서 독도의 일본 명칭을 사용하여 다케시마(이하 독도로 명칭)의 날 행사를 개최하였다고 한다.이들은 일본 국민들이 이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독도는 일본 땅이 명확한 만큼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광적인 행사를 가진 것으로 보도 되고 있다.또한 현 청 바로 옆 이른바 독도 자료실에서 특별전을 열고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던 지도들을 대거 전시하면서 `독도 백문 백답`이란 문답집을 만들어 교육용으로 활용하였다고 한다.아베 정권은 뻔뻔스럽게도 독도의 날은 한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차관급 정부인사를 파견하였다고 한다. 이제 시마네현은 지자체 차원 행사를 넘어섰다며 크게 고무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계속 이 행사를 확대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고 한다.우익들은 집결하여 한국 규탄 시위도 동시에 벌였다고 하고, 산케이신문 등 주요언론은 “시마네현이 독도의 영유권 확보를 위해 계몽 광고탑을 설치해 결의를 다지는 기념식을 가졌다”고 보도했다.이번 행사는 지난 2003년 3월 독도를 시마네현의 소속으로 한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 이후 3번째로 열린 것이며, 계속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 시마네현은 지난 2007년 9월부터 독도 관련 표어가 들어간`다케시마 상품`판매에 박차를 가하면서 일본대중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도대체 일본은 제정신인가?그리고 일본의 침략 야욕은 아직도 진행형인가? 스스로의 모순점을 드러내고 있는 일본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센카쿠 열도는 일본 스스로가 실효지배하고 있으니까 중국영토가 아니라고 하고, 독도는 한국이 실효지배 중이고 역사적으로 증명된 한국땅을 자기 땅이라고 우긴다면 일본이 과연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국가인가를 의심케 한다.바로 다음날 이러한`억지 독도의 날`주장과 관련한`경북도민 규탄 결의대회 및 제96주년 3·1절 나라사랑 국기 달기 캠페인`이 23일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되었다.이번 행사는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행사에 대응하고, 일본의 독도침탈 야욕을 조기에 분쇄하고 대한민국의 영토 독도를 수호키 위한 경북도민의 단결된 의지와 역량을 한데 모으기 위해 마련되었고 대대적인 성황을 이루었다.특히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독도홍보버스 전시와 독도수호 글씨쓰기, 대형 태극기 제막식, 태극기 풍선 날리기, 기증태극기 배부 등을 통해 도민의 애국심을 높이고 독도 영토수호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였고, 포항시는 시민들의 애국심과 애향심을 드높이기 위한 나라사랑 국기달기 캠페인도 함께 진행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진행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마츠에시와 독도. 참으로 필자에겐 감동의 지역이다.마츠에시에 사는 한 일본 고교생과 나누었던 우정은 이제 그 도시가 우리 사랑하는 독도를 침탈하려는 일본의 핵심도시가 되었다는 사실은 필자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몇 년전 일본 여행중 마츠에시를 방문했다. 그리고 먼 옛날의 우정을 생각했고 그 도시에 진한 감흥을 두고 떠났던 기억이 있다.그러나 마츠에시는 더 이상 우정과 감흥의 도시로만 떠오르지 않는다.먼 추억의 우정의 도시 마츠에시가 독도를 인정하고 다시 필자에게 돌아올 날을 기다려 본다.

2015-02-26

뜨거운 감자인가 `인터넷 셧다운`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대학가에서 인터넷 셧다운(Shut-down)이 큰 화제이다. 정확히는 학생들의 게임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도이다. 국내의 여러 대학이 셧다운을 시도했다가 철회하기도 하고 다시 시행하려는 대학도 있다미국의 대학들도 게임에 몰입하는 학생들로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이다. 대학 신입생들이 게임에 몰입하다가 성적 저하로 인하여 퇴학을 당하는 경우가 흔히 목격된다.필자가 아는 친구의 자제도 미국대학에서 게임에 너무 빠져서 성적이 나빠지고 가족이 매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미국대학들도 셧다운 제도를 쉽게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민감하고 매우 첨예한 이슈이기 때문이다.지금 일부 대학들에서는 학교 게시판이 각종 의견으로 도배 되다시피 하면서 이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학교측 입장을 들어보면 학생들이 게임에 몰입하여 성적이 떨어지고 또 새벽까지 게임에 몰입하면서 룸메이트의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학교는 선의의 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또한 그러한 셧 다운은 학생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고 대다수 학생을 보호 하려는 정책이며, 집단 기숙사 생활을 하는 대학의 특성상 학교가 학생의 생활에 부모를 대신하는 심정으로 어느정도 통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또한 게임을 완전 차단한 것이 아니므로 개인의 행복 추구권을 제한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숙면권을 보장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학교는 교육의 장이므로 모든 학교의 정책이 학생들과의 의사를 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우선 셧다운을 실시해도 다른 게임을 할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실효성 없는 제도라는 것이다.또한 게임이 유해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에 뒤쳐지는 시선이며, 게임은 유력한 기술과 산업이며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다. 게임산업으로 진출하는 학생들을 위축시킨다는 우려도 있다.이밖에 여가활동이 부족한 현실에서 게임이라는 것을 통해 학업의 휴식을 취하려는 문화활동을 방해한다는 것과 개인의 자유이며 위헌이라는 법적인 문제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필자는 이러한 논쟁을 보면서 비유가 적절치는 못할 지 몰라도 미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총기금지(Gun Control)의 문제를 떠올렸다. 물론 필자 개인은 총기금지를 지지한다. 그러나 총기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지만 개인의 자기 보호권 이라는 관점에서 지난 200년동안 총기금지는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또한 각자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기에 사고를 막는 경우도 종종 있기에 과연 총기소유가 자기 보호권을 보장하는지, 사고를 촉발하는지는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분명한 것은 미국은 개인의 자유와 개인의 자기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기에 총기금지를 선뜻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반면 각 주별로 소위 개인배경 체크(Background check)라는 방법으로 개인별 감시를 하고 있다.그런 관점에서 대학도 그러한 개인별 감시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숙면권을 보장해야 할 룸메이트들을 별도로 한방에 배치한다든가 게임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에 한하여 게임 셧다운을 실시하면 어떨까?어떠한 경우이든 현명한 해결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논쟁 때문에 교수와 학생들의 소중한 관계가 훼손되어서도 안되고, 또한 대학의 명예에 해를 주어서도 안된다.대학은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청취하고 학생들은 학생보호의 대학정책을 이해하려는 상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적인 대학과 그리고 교육의장인 대학의 본질이 운영의 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2015-02-12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경제성장의 모멘텀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지난주 포스텍에서 문을 연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는 경북 포항시 포스텍C5(융합동) 연구동 건물 5층에 연면적 1천980㎡에 문을 열었고 10여개 업체가 입주하게 된다고 한다.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 활성화, 강소기업 육성, 디자인에서 시제품을 생산하는 창의 공작소 운영 등 창업지원의 표준모델을 만들어 나간다고 한다. 또 창업을 희망하는 지역 예비창업자들에게 법률 자문, 창업 컨설팅 등의 위한 서비스 제공 등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창업 문화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한다.이 센터는 박근혜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과학, 창조경제의 핵이 되는 센터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스타트업 허브 조성의 추세와도 연관된 개념이기도 하다.세계는 스타트업 허브 조성으로 기존의 샌호세의 실리콘밸리 이외에도 뉴욕은 금융, 이스라엘 텔아비브는 자금, 투자연결 등의 허브조성을 하고 있고, 핀란드는 헬싱키를 중심으로 강소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영국도 런던을 중심으로 `테크시티(Tech City)`를 조성하고 있다고 한다.정부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전국적으로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허브로 하여 전국단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센터간의 노하우가 서로 전수되고 교환되는 센터 간 연계 및 협력 프로그램도 발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판 스타트 허브 조성이라고 할 수 있다.사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앞서 언급한 각국의 스타트업 허브와 차이점이 있는데 대기업이 참여해 역량과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각 지역별 특성과 기업의 강점에 맞게 핵심사업을 발굴, 아이디어와 기술의 사업화, 스타트업, 벤처 및 중소기업의 성장까지 전주기적인 밀착 지원을 제공하게 된다고 한다. 지역별 특성화 발전이라는 전제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특성화를 생각케 한다.포항시는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포항시민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는 기치 아래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대형 RD사업을 유치해 산업다변화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이는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포항시는 강소기업육성을 위한 구체적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를 허브로 하여 대학 및 연구기관 관계자, 중소기업인들의 다양한 의견도 청취하고 국내외 우수기업 유치를 위한 전략적 사업에 대해 꾸준히 정보를 교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포스코도 마찬가지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아담스컴퍼니와 같은 성공신화를 발굴하기로 했다고 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무에서 유를 이룩했던 포스코의 창조정신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지속 기여해 세계인으로부터 존경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활용에 큰 기대를 걸고 실제적으로 활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줬다.포스코의 보도 자료에 의하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활용해 포항철강산업단지를 에코산업단지로 탈바꿈하는 촉매제를 만들 계획이며, 스마트그리드 기반의 에너지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쇳물 등 철강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줄인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다. 또 포스코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해양생태계 복원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는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포스코의 친환경 기술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함께 공유하고, 에너지 절감형 공장 솔루션을 제시해 친환경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한다.전국적인 창조경제혁신센터 허브 조성의 열풍과 포항의 케이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과연 앞으로 예견되는 강한 지역, 강한 국가는 무엇일까?지금까지는 자원이 풍부하거나 국토가 넓거나 또는 제조업이 발달하거나 경제 교역의 중심지인 나라가 경제강국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IT를 기반으로 하는 첨단기술은 다르다.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가치 창출은 창의력과 창조력이 뛰어난 지역이나 나라가 강한 지역, 강한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자원이 없는 국토가 좁은 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오고 있다.국가이든 지역이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경제성장의 모멘텀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일에 포항이 선두주자가 되길 빌어본다.

2015-02-05

코리언 드림은 코리언 프라이드로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올해 초에도 연례행사처럼 방학을 이용해 미국 동남부 지역을 돌아보고 돌아왔다.개인적으로는 필자의 가족들 몇사람이 일하고 생활하는 인연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기술경영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아틀랜타를 중심으로 하는 미 동남부 지역은 항상 경제와 기술에서 새로운 생동감을 주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을 매년 돌아보는 기쁨과 보람이 있다.특히 이 지역에서 코리언 드림(Korean Dream)은 이제 코리언 프라이드(Korean Pride)로 바뀌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지역의 단연 선두 도시는 아틀랜타다. 1970, 80년대 아틀랜타는 카지노로 이름난 아틀랜틱 시티와 혼동이 될 정도로 한국에서 알려지지 않은 도시였다. 아틀랜타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의 수도였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무대 도시이며, 코카콜라의 본사가 있는 지역이었지만 여전히 뉴욕, 워싱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에 몰려 살던 그 당시 한국 교민들에겐 꽤 낯선 지역이었다.한국 교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역시 1996년 하계 올림픽의 아틀랜타 개최가 계기가 됐다고 보인다. 이 지역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미국 여러 지역의 교민들 특히 워싱턴 지역 교민들의 아틀랜타 이주가 증가했다.아틀랜타는 코카콜라, CNN 등 대기업의 본사가 위치함은 물론이고 많은 미국 대기업 본사들의 이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NCR, BMW 등 미국과 외국기업 본사들이 아틀랜타로 몰려오고 있다.아틀랜타 공항은 이미 세계 최대의 공항으로 알려져 있고, 아틀랜타 인근 항만인 사바나와 찰스톤을 합치면 미국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항구가 된다고 한다. 또한 동남부 지역을 망라한 노동력이 풍부하고 비교적 온화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한국 교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 교민들에게 이 지역이 코리언 드림을 코리언 프라이드로 바꾸는 여건이 조성된 건 이 지역에 최근 10여년 동안 한국기업들의 공장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기아, 현대, 삼성, SK 등 수십개의 대기업들이 공장들과 지사를 아틀랜타 인근에 설치하고 있는데 그중 단연히 돋보이는 것은 인근 알라바마 몽고메리시에 세워진 연산 35만대 수준의 현대자동차 공장과 비슷한 규모의 조지아주와 알라바마주 경계선인 웨스트포인트에 세워진 기아자동차 공장이다. 알라바마 몽고메리시의 현대 블루바드라고 부르는 큰길을 따라가면 광대한 대지에 한국의 현대자동차 몽고메리공장이 나타난다. 수십만평의 광활한 대지 위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공장은 3천명 가까운 직원을 고용해 미국 남부지역의 고용창출과 인근에 들어선 한국의 부품업체들과 함께 연간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이 지역에 가져 오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몽고메리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인 웨스트포인트라는 조지아주 도시의 기아자동차 공장을 잇는 85번 고속도로는 한국 자동차의 벨트라인이다. 주변의 부품공장도 수십개가 산재해 있다. 몽고메리와 인근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줄잡아 1만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사실 미국 내에서 자동차 뿐만이 아니다.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 IT 제품 시장에서 한국제품의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과거 일본이나 미국제품에 밀렸던 가전제품시장에서 한국가전제품의 약진은 실로 매우 놀라운 것이다. 이제 미국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70년부터 봇물을 이루었던 한국의 코리언 드림은 이제 코리언 프라이드로 바뀌고 있다.미국의 비자가 필요 없는 노비자 지역으로 선포돼도 불법체류자는 감소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프라이드는 증가하면서 합법적인 거주자가 300만을 육박하고 있다.현대의 국가의 힘은 면적이나 인구숫자에 상관없이 얼마나 세계로 뻗어나가는가 하는 세계적인 민족의 분포로 결정된다.이제 한국은 기업, 경제, 문화, 교육 모든 분야에서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그러기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필자의 가슴에서는 새해 벽두의 코리언 프라이드가 강하게 느껴진다.

2015-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