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봄은 캠퍼스를 감도는 개나리, 진달래의 꽃망울로 시작된다. 그리고 영일대 부근의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으로 절정을 이룬다.
그토록 오래 기다렸던 포항에 봄은 이제 오고 있는 느낌이다. 바람은 따뜻해지고 솔바람도 불어오고 그리고 나무에 물오르는 냄새가 느껴진다.
물오르는 계절 봄, 정말 가슴이 들뜨는 계절이다.
그러나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 지는 느낌은 왠일일까? 포항에도 진정 봄이 오고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비리 척결을 강도높게 주문하고 이완구 국무총리가 비리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검찰의 조사가 재계, 정계 등 전방위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정계도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포항에 있는 국가기업 포스코도 혼란속에 빠져 들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들은 “난리가 났다. 정말 힘들다”라는 표현으로 현재의 포스코의 상황을 힘들어 하고 있다.
대기업 사정의 신호탄이 된 포스코 건설 수사를 시작으로, 포스코와 포스코 관련회사들로 수사가 확대일로에 있는 가운데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른 시일내 환부만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하라”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강조하고 나섰다고 하니 그나마 기간이 오래 가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검찰은 이미 포스코 뿐 아니라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검찰이 칼을 빼든 자원 외교 사업, 포스코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정계도 사정의 불통이 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항이 이러한 난리와 수사의 중심에 있다는 것도 봄을 맞는 포항시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6년 넘게 표류하던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 조성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투자사들이 포항시에 투자손실금 반환을 요구하는가 하면 전 시장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고 한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2월 공문을 보내 사업 실패의 책임이 포항시에 있으므로 투자손실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는데 포항시는 현행상법에는 주식회사의 투자손실금은 공동 분담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의사를 밝혔기에 이 또한 법적인 분쟁으로 갈 수도 있는 분위기이다.
대학가도 어수선하다.
경북지역으로 이전할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이전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최근 기사화 되면서 이 지역 대학가의 젊은이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인재 채용비율에서 타 시도에 비해 크게 뒤지면서 아직 공공기관이 경북으로 이전이 덜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근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인 평균수치에 크게 못미쳐 경북도의 적극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여파는 포항과 경주 등지의 지역대학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작년 혹독한 파동을 겪은 필자가 재직하는 포스텍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이다. 작년 총장 연임문제로 큰 곤욕을 치루었지만 아직 신임 총장에 대한 기대와 또 다른 사태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면서 심리적 갈등이 종료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포스코와 포스텍은 국민의 기업이고 국민의 대학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기관들의 빠른 안정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전 얼굴에 피습을 당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필자와 동창회에서 만난 자리에서 빠른 시일내에 포스텍을 방문하겠다고 약속 했었다. 전임자 성킴 미국대사가 대학 중 제일 먼저 포스텍을 찾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듯 했다.
그러나 손님을 맞아야 할 포항의 모습은 어수선하다.
포항에 봄은 올 것이다. 캠퍼스의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영일대의 벚꽃도 꼭 피어날 것이다. 포항의 봄이 오면 지인들과 어울려 영일대둘레길을 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