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통계의 함정

등록일 2021-12-02 19:52 게재일 2021-12-03 18면
스크랩버튼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국민 98%는 종부세 청구서를 받지 않는다.” 정부가 크게 뛰어오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고지서를 받아들고 낙담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외친 말이다. 고지서를 받아든 국민이 약 100만이니까 5천만 인구의 2%라는 뜻이다. 일견 듣기에 “종부세 내는 사람은 2%밖에 안 되는구나. 많지 않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통계의 함정이다.

거꾸로 이런 질문을 해보자. “종부세를 낼 사람의 모집단의 크기는 얼마인가?” 어린아이나 청소년 등 또한 자기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인구를 제외한다면 이 모집단의 크기는 1천만 이하일 수 있다. 1천만 이하라고 가정하면 종부세 내는 사람은 10% 이상이라는 통계가 나올 수 있다. 언론이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 언론도 이런 종류의 통계의 오류에 빠져서 여론을 잘못 호도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코로나 중증환자 숫자가 매일 발표된다. 그런데 숫자가 얼마나 늘었는가보다는 현재의 중증환자 숫자만 발표하여 현 상황이 악화되어 있다고만 보도한다. 현재의 숫자보다 얼마나 중증환자가 늘어가는지를 보도하는게 중요하다. 중증환자의 증가 추세가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는지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최근 65세 시니어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증가한다는 보도와 함께 시니어 운전자의 면허증 유효기간을 짧게 하고 검사를 엄격히 강화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체 교통사고에 시니어 운전자의 비율이 매년 높아진다고 대서특필하는 언론도 있다. 의학상으로 시니어들의 노화 현상으로 운동감각이 저하되고 운전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시니어의 절대 숫자가 늘고 있다면 당연히 시니어의 교통사고가 느는 건 인구 고령화 시대에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는 인구 중 65세 시니어 비율이 늘어가는 통계와 시니어 운전자의 비율이 함께 고려되어야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내년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론조사도 들쭉날쭉하다. 조사방식과 조사대상의 표본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게 대통령 후보의 선호도에 따른 여론조사의 본질이다. 조사방식이 어떤 계층에 유리한가 조사대상이 누구인가가 엄청 중요하지만, 조사기관들은 그런걸 발표하지 않고 여론조사라는 명목으로 결과를 발표한다.

이러한 오도된 결론을 “컨벤션 효과가 있다 없다”로 언론매체들은 그에 따른 해석을 내놓는다. 결국 2중의 오류가 빚어진다. 통계도 문제지만 거기에 해석을 맞추는 언론의 견강부회식 해석도 분석의 오류일 뿐이다.

최근 끝난 야당후보 경쟁에서 ‘역선택’ 논란도 있었다. 한 후보는 민심이 자기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를 인용했다. 그런데 그 통계를 들여다보면 여당 지지자들의 다수가 그를 지지했다. 그렇다면 그가 선출되면 그 지지자들이 그를 찍어 줄 것인가? 야당 후보 중 누가 제일 좋으냐고 물으면 여당 지지자들은 야당 후보를 약화시키기 위해 약한 후보를 지지한다고 역선택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통계의 오류, 해석의 오류를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나 관계기관은 통계의 오류를 이용하여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해서도 안 되고 언론들은 해석의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된다.

서의호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