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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대입 수능 오류

등록일 2021-12-16 19:52 게재일 2021-12-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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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2022학년도 수능을 치른 입시생 중에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수험생들은 과목 성적이 공란인 채 수능 성적표를 받았었다. 출제 오류 논란이 벌어진 한 문제를 놓고 수험생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모두 정답 처리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이 상황으로 수능 최저학력 등급이 걸린 수시는 물론이고 정시모집 일정에도 혼란이 우려된다.

입시 출제 논란의 효시는 1965년 중학 입시의 ‘무즙 파동’이다. 필자는 ‘무즙 파동’을 직접 겪은 세대이다.

당시 ‘엿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을 고르는 문제가 출제됐다. 발표한 정답은 디아스타아제였는데 무즙도 맞는다고 학부모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이듬해 무즙도 정답으로 됐고 추가 합격자들이 나왔다. 이 사건은 과열 경쟁의 중학교 입시가 폐지되는 한 실마리가 됐다. 3년 후 1968년 중학교 입시에서 ‘목판화를 새길 때 창칼을 바르게 쓴 그림은?’이란 미술 문제의 복수 정답 인정 여부를 놓고 ‘창칼 파동’이 일어났고 1969년 결국 중학교 입시가 폐지되었다.

입시경쟁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다시 대학으로 옮겨갔다.

2014학년도 대입 수능의 세계지리 출제 오류는 1년 만에 판가름이 났다. 교과서에는 EU(유럽연합)의 총생산액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권역보다 크다고 되어 있다. 세계 금융 위기로 2010년 무렵부터 EU와 NAFTA 경제 규모가 역전됐다. 평가원은 교과서대로 정답을 발표했으나 소송이 진행되었다. 결국 전부 정답 처리하고 대학들도 입학 사정을 다시 해서 수백 명이 추가 합격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금년도 또 대입 수능 오류가 발생했다.

시험시간에 비행기의 이착륙을 금지하는 국가는 한국뿐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듯이 한국의 대학 입시에 관한 관심은 절대적이다. 도대체 입학 시험문제로 소송을 거는 이러한 현상은 왜 자주 일어나는가? 이 현상은 절대적으로 대학 서열화 입시의 과열화에 있다. 대학이 서열화 되어 있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미국 입시가 다른 건 대학들이 클러스터(cluster), 집단화되어 서열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학에 갈 때 꼭 어느 특정 대학을 고집하지 않는다. 하버드, 스탠퍼드, MIT, 예일 등 소위 일류 사립대학은 하나의 거대한 클러스터를 형성하면서 어떤 대학을 가든 괜찮다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주립대학들도 버클리, 일리노이, 미시간 등 우수한 여러 개의 주립대학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대학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우리도 대학을 6개까지 지원해서 수험생이 골라서 가는 제도는 매우 잘한 제도이다. 그리고 이공계는 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 등 몇 개의 대학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어 이공계 학생 지원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입 수능 오류’가 반복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물론 문제 출제를 오류 없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가진 실력으로 원하는 대학의 클러스터에 갈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은’ 풍토가 정립된다면 반복되는 ‘대입 수능 오류’는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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