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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비티의 비극과 대학구조 조정

등록일 2015-04-16 02:01 게재일 2015-04-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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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예일대학, 예일대학 넌 꼭 예일대학을 가야 해!”

아버지의 강요 속에 사랑하는 여자 나탈리 우드를 시골 조그마한 마을에 놔두고 워렌비티는 결국 예일대학으로 떠난다.

1970년초 한국에서 상영하여 대 히트를 친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은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를 주제로 `욕망의 이름이란 전차` `에덴의 동쪽` 등을 감독한 세계적인 미국의 영화감독 엘리아 카잔이 만든 애정 영화로 오스카상을 휩쓸었었다.

이 영화는 당시 전세계의 젊은이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대학생 시절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가슴앓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지난 3일로 마감된 각 대학에 대한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을 위한 데이터 제출은 대부분 대학의 기획처 직원들을 연일 밤샘을 하도록 만들었다.

교육부는 줄어드는 고교졸업생으로 인하여 곧 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지역대학부터 정원 부족으로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으로 모든 대학이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정원을 축소하고 학과를 통폐합하라는 주문이다.

마감된 데이터 제출을 검토하여 대학을 5개의 등급으로 구분한 후 최우수 등급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등급에 따라 적절한 정원감축 및 재정지원 제한을 하고 최하위 등급의 경우는 대학 폐쇄까지 불사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생각이다. 이로 인하여 4년제, 2년제 대학 모두 홍역을 앓고 있다.

대학들의 학과통폐합으로 인하여 각 대학마다 해당학과 졸업생, 학생, 교수들의 저항운동이 일어나고 대학마다 이를 해결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7년부터 대학정원 초과는 심각한 문제를 경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여전히 들어가기 힘든 대학들이 있고 정원부족으로 폐쇄 될수도 있는 대학이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의 명분은 여기에 있다고 한다. 지원자 부족을 걱정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여전히 경쟁이 치열한 대학이 있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러 대학에서 대학경쟁력에 대한 순회강연을 하면서 대학지원의 동기를 `신분 동질화(Status Synchronization)` 라는 생각을 제시해 보았다.

대학 선택의 동기는 무엇일까? 대학의 연구,교육 수준, 교수의 질, 시설 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결국 대학 선택의 동기는 신분의 동질화에 있다.

그 대학을 졸업한 사람과 본인의 신분을 동질화시키려는 욕망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신분동질화는 브랜드가치(Brand Value)와 같은 것인데 가령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든가 샤넬 화장품을 쓴다든가 하는 욕망과 같은 것이다.

해결책은 쉽지는 않지만 거점대학의 육성과 대학의 클러스터(Cluster)화라고 생각한다. 거점대학의 육성은 수도권 대학 집중을 막을 수 있고, 클러스터화는 대학별 서열화를 완화할 수 있다.

클러스터란 대학들이 대학별로 서열화되지 않고 그룹별로 특성화되는 것을 말하며, 비슷한 질의 대학들이 서열화되지 않고 어느 대학을 가든 상관없이 대학의 질이 그룹으로 대표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현재 이공계 특성화 대학의 경우는 이러한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초원의 빛에서 예일로 간 워렌비티는 애인에 대한 생각으로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예일대로 가라고 강요한 아버지는 이를 비관하여 자살하고 고향에 남은 애인 나탈리우드는 정신이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다.

이런 비극적인 전개는 지금 한국대학의 신분동질화를 위한 맹목적인 대학지원의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그 속에 숨겨진 힘을 찾겠다”는 초원의 빛의 시구절처럼 이제 대학의 단순 서열화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추억으로 묻어 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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