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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학 천재소녀와 로젠탈 효과

등록일 2015-06-18 02:01 게재일 2015-06-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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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한 천재 수학 소녀 이야기가 뜨겁게 지면을 달구고 있다.

하버드와 스탠퍼드대학을 동시에 다니게 되었고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가 전화를 걸어 격려해주었다는 18살 천재 소녀 이야기가 결국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이를 믿었던 국민들을 허탈 속에 몰아 넣었다.

필자도 처음 이 기사를 보았을 때 과연 두 대학을 동시에 다니는 게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대단한 천재라는 생각에 스크랩을 해서 학생들에게 보여줄 생각까지 했었다.

결국 부모가 사과까지 하게 된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많은 이들은 과열한 간판주의 학력주의를 비난하며 이 천재소녀를 리플리 증후군에 시달리게 한 부모를 비난했다.

또한 명문대 입시에 얽매인 강박적인 우리의 교육 환경에 대한 격렬한 비난이 지면을 채웠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이다.

그러나, 이 천재소녀의 비극적인 결말을 과연 리플리 증후군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실제 현상은 어떤가? 명문대 입시, 학력 지상주의가 한국만의 문제인가?

정도는 다르겠지만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 문제는 있다.

“동경대 나오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인재입니다”라고 사람을 소개하는 일본의 TV 멘트를 본 적도 있다.

또한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1970년초 한국에서 상영하여 대 히트를 친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예일대학, 예일대학 넌 꼭 예일대학을 가야 해!”

아버지의 강요로 마지못해 예일대로 간 워렌비티는 고향에 두고 온 애인(나탈리우드)에 대한 생각으로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날로 폐인이 되어가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아버지는 결국 이를 비관하여 자살하고 고향에 남은 애인 나탈리우드는 정신이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이런 비극적인 전개는 지금 한국대학의 신분동질화를 위한 맹목적인 대학지원의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1968년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은 초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실험을 했다. 즉 교사들에게 거짓으로 지적 능력과 학업 성취가향상될 수 있는 학생들을 구별해 낼 수 있는 테스트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학생을 상대로 지능 검사를 한 후에 검사 성적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20%를 뽑아 명단을 교사들에게 주면서 `지적 능력이 뛰어나거나 향상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라고 거짓으로 믿게 하였다. 그러자 결과를 받은 교사는 결과를 토대로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부여했고 학생은 학생대로 자신이 특별하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실제로 명단에 속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도 더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이렇게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좋은 결과를 얻게되는 현상을 로젠탈 효과라고 한다. 로젠탈 효과로 인한 강박적인 교육의 환경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이러한 사회 현상은 자녀들에게 지나친 학구열을 강요하는 학부모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지나친 학벌과 스펙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와 우리들 자신들의 문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강박적 교육 시스템을 반성하고, 우리 자녀들이 적성에 맞고 행복한 환경에서 공부 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수학천재 소녀와 그 가족이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천재소녀가 앞으로 자신의 소질을 잘 발휘하여 사회에 큰 공헌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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