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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백성기 총장의 정년퇴임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지난주 백성기 포스텍 5대 총장의 정년퇴임식 및 명예교수 추대식이 있었다. 1986년 포스텍에 부임해 28년간 포스텍에서 처장, 부총장, 가속기연구소장 등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쳐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총장을 역임한 백 총장의 지난 세월은 포스텍의 역사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포스텍은 1986년에 개교하여 백 총장은 그 첫 교수 그룹의 일환으로 부임했다.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인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테네시의오크리지연구소에 근무하던 백 총장은 “한국의 진정한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기치를 건 포스텍을 창설한 박태준 회장, 김호길 초대총장의 설득으로 영구귀국한 금속공학자였다.포스텍에 부임한 후 그는 특유의 탁월한 조직력으로 여러 보직을 거치면서 포스텍의 28년을 끌어왔다. 또한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YMCA 이사장 등 지역사회활동, 지역 TV 방송에서 명사 인터뷰 프로를 맡는 등 지역과 대학의 연계에도 매우 활동적이었다. 특히 작년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해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에도 큰 관심을 보여온 특이한 과학자였다.필자는 1994년 그가 기획처장으로 있을 당시 포스텍의 지역사회 네트워크인 최고경영자과정(PAMTIP)을 함께 만들면서 그의 정열적이고 일에 대한 욕구를 일찌기 느껴왔다.또한 그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재임중 한국대학 역사상 가장 높은 세계대학 랭킹인 포스텍 세계 28위 달성일 것이다.2010년 영국의 타임즈는 포스텍을 세계 28위에 올려 세계적인 대학으로 랭크했다.이 기록은 현재 국내 어떠한 대학도 깨지 못했고, 아마도 이 기록을 깰 수 있는 대학은 포스텍 자신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그의 많은 업적 중에서도 특이하게 돋보이는 업적이 두 개 있다.첫째는 국제화이다. 총장 재직시 국제화기금을 유치해 공격적인 국제화를 도모했다. 이는 포스텍뿐만 아니라 포스코, 포항의 국제화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베이징, 하노이 등지에 국제사무소를 개소하고 현지 기자 인터뷰 등으로 대학과 지역을 알리고, 또한 현지의 명문대학 졸업생들을 포스텍의 대학원에 유치하는등의 활동을 했다.유럽의 프랑크프루트, 미국의 LA 등지로 추가 사무소를 계획해 전세계적인 네트웍을 만들려고 계획했었다.이는 동경대의 베이징 사무소, 서울대의 LA, 베이징, 동경 사무소 등이 잇달아 개소되는 촉발제가 됐으며, 신설대학인포스텍과 포스텍이 위치한 지역인 포항을 세계적으로 알리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또한 국제적인 캠퍼스를 조성하기 위해 외국인 교수 학생들을 위한 영어공용화 캠퍼스(Bilingual Campus)를 선언하고 이들을 위한 전담사무소 ISSS (International Student and Scholar Service) 를 개설하고 포스텍 캠퍼스가 국제적인 캠퍼스로 탈바꿈 하도록 했다.또 다른 활동은 캠퍼스와 지역을 연결하는 사회적 활동이다. 그중 하나가 YMCA 활동이다. YMCA 이사로서 그리고 이사장으로서 지역발전을 위한 활동에 많은 공헌을 했다.또한 지역 TV 방송 등에서 명사인터뷰 등 지역방송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전형적인 과학자와는 다른 모습으로 지역활동에 적극 참여했다.이제 그는 포스텍을, 포항을 떠난다. 그러나 그의 몸은 떠나있어도 마음과 정신은 이 지역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필자와 같이 GP(Greater Postech)이라는 전세계에 포항과 포스텍을 알리는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교육부 대학구조조정위원장으로 한국대학의 개혁과 발전을 위한 노력도 계속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은퇴, 퇴임은 영어로 retire라고 하는데 이는 re와 tire 를 분리하면 `타이어를 다시 갈아 끼운다`로 해석 할 수도 있다고 한다.백성기 총장이 모든 정성을 바치어 키운 포스텍, 그리고 포항에 대한 사랑을 계속 이어나가길 바란다. 퇴임을 축하하며 그에게 새로운 기대를 걸어본다.

2014-08-26

“아! 윤동주 !”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올해는 우리나라 광복 69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세월호 참사와 교황의 방문으로 비극과 반가움이 교차되는 가운데 맞는 8월15일 광복절 기념일이었다.또한 이번 광복절은 40년전 육영수 여사 시해사건과 한국 역사상 첫 지하철 개통의 40주년이 되는 날로 한국역사의 슬픔과 기쁨을 간직하고 있는 날이기도 하다.광복절이 되면 안중근, 윤봉길 등 일제치하의 여러 애국지사들이 떠오르지만 일제에 저항한 애국시인이며 저항시인인 윤동주(1917~1945)를 잊을 수 없다.그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주옥 같은 시와 애국정신을 후대에 남겨주었다.특히 1941년 쓰여지고 그의 유고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통해 발표된 서시는 70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자리 잡고 있다.“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이러한 천재시인 윤동주는 일제의 상상을 초월한 고문과 탄압에 의해 생을 마쳤다. 그는 일본군의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감옥에서 생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일본 유학중 한국어로 시를 쓴다고 하여 일본 형무소에 수감된 윤동주는 후꾸오카 감옥에 투옥된지 1년도 안돼 일제의 혈액관련 생체 실험으로 27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친다.일본의 만행은 이런 한국이 낳은 천재시인의 생을 앗아갔지만 사실상 일제하에서 여러 종류의 일본의 탄압과 만행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요즘 일본의 극우주의의 부활을 보면서 새삼 윤동주가 생각 나는 건 비단 필자뿐민이 아닐 것이다.최근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위안부 존재 부인 등을 비롯해 과거사를 부정하고 극우주의, 군국주의를 부활하려는 움직임은 우리를 더욱 우려케 한다.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기류가 사실 심상치 않다. 아베 정부는 지난 7월1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무력행사가 가능하다고 헌법 해석을 변경함으로써 전쟁 당사자로서 침략전쟁과 군사력 포기를 영원히 약속했던 평화헌법 9조 정신을 근본적으로 훼손시켰고 주변 국가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과거사를 반성하고 겸허한 자세로 살아가야 할 일본의 과거사 부정과 새로운 패권주의적 움직임은 저항시인 윤동주를 새삼 기억하게 한다.윤동주 그가 억울한 희생을 통해 꿈꾸던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천재시인 윤동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두사람이 있다.필자와 친근한 가수 윤형주는 7080 세대의 통기타 가수로 유명하지만 윤동주의 6촌 동생으로 윤동주의 서시를 자신이 작곡한 곡에 올려 심금을 울려 줬다. 또한 윤동주, 윤형주의 대학 후배이면서 윤동주의 서시를 늘 암송했던 이중언어 작가 서영은은 포항에서 성장한 작가였다.윤동주! 그의 애국정신과 가슴을 울리는 시를 읽으면서 일본의 반성을 다시 촉구하고 싶다. 일본은 진정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평화질서에 앞장서야 한다.일본은 윤동주의 서시처럼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을 추구하는 국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건 윤동주가 바라는 일본의 모습이고 그 길 만이 일본이 윤동주에 대한 사죄를 하는 길일 것이다.아! 윤동주! 새삼 애국시인 윤동주가 그리워 진다.

2014-08-19

AP포럼의 발전을 위하여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2년전부터 포스텍 캠퍼스에서 매달 실시되고 있는 AP포럼 (Advance Pohang Forum) 이라는 모임이 있다. 지역의 현안에 대한 해법과 미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지역 협의체인데, 미국의 피츠버그 또는 시애틀 같은 곳에서 시행되는 포럼을 벤치마킹 했다고 한다.그런 AP 포럼에 대하여 최근 포스텍 내에서 교직원, 학생들의 이의 제기가 있었다. AP 포럼이 열리는 날이면 국제관 근처에 무질서하게 주차된 차량으로 캠퍼스가 어지럽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량들이 `고급 외제 차량`이 많아서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지역을 발전시키려는 모임이라면 기본적인 질서부터 지켜야 되지 않느냐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지역발전을 위한 모임의 구성원들의 차량이 외제차량 이라는 것도 모순된 느낌을 갖게한다. 지역발전은 결국 지역이나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포럼의 정의는 포럼- 디스커션(forum discussion)의 준말로서 의제를 가지고 토의하는 방법의 한 종류이다.옛날 로마에는 신전이나 공공건축물에 둘러싸인 시민을 위한 광장이 있었는데, 그곳에선 많은 집회가 열리고 정치적 일들이 논의됐기에 `포럼`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그러한 유래로 인해 지금은 사회자의 지도 아래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간략한 발표를 한 다음, 청중이 그에 대하여 질문하면서 토론하는 형식을 `포럼`이라고 부르고 있다.토론의 3대 조건은 주제, 발표자, 청중일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청중일 것이다. 포럼에서 청중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해야 할것이고, 그래서 포럼은 대중에 오픈돼야 한다.현재 AP 포럼은 포스텍 내에서 개최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교직원, 학생등은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언제 열리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 내에서 열리지만 일부의 보직교수만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AP 포럼이 유명인사 불러 조찬 모임하고, 지역 유지들이 해외에 다녀 온 것 이외에 내세울만한 성과가 있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작년 AP 포럼과 관련된 신문기사가 눈에 띄였다.“포항 `AP포럼`이 지난해 열흘간 미국 주요 도시들을 방문, 지역 발전 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방문 기간동안 미국 주요 도시의 공공기관과 글로벌 기업, 대학 등을 둘러보면서 지역 발전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벌였다. 방문단은 시애틀 방문에서 각계각층의 대표자들이 매달 한자리에 모여 지역발전을 위한 비전을 공유하는 것과 피츠버그에서 지역 개발에 대한 의사결정을 주민이 주체가 돼 결정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이러한 해외방문 취지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후 어떠한 정책이 토론되었는지 그러한 토론에 실제적으로 누가 참여하고, 어떻게 실천이 되고 있는지는 일반 시민들은 알길이 없는 형편이다. 방문이 방문으로 그쳐서는 안되고,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해외방문을 통해 배운 정책들이 실제적으로 실천이 되어야 하고, 또한 이는 일반 시민들에게 오픈되어 feed back을 받을수 있어야 한다.최근의 포럼들, 특히 정치인이 관련된 포럼들은 포럼이라는 공개토론을 통해 개인이나 집단의 입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인들이 종종 포럼을 정치적 입지강화에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AP포럼이 그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려면 좀더 투명하게 진행해야 하며, 참가자들은 공공질서의 기본인 `주차질서`부터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AP포럼을 통해 진정 지역발전의 꿈이 차근차근 실천되길 빌어본다.

2014-08-12

영화 `명량`과 병영문화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불과 개봉 5일만에 관객수 5백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명량`의 주인공인 한국 군인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은 500여년전 임진왜란 당시 적 3백여척에 맞서서 불과 12척 배로 왜군을 격파시킨 민족의 영웅이다. 모두가 포기한 전쟁이지만 이순신 장군은 왜군을 물리치는 기적을 일으킨다. 기적은 계속되는 듯 명량대첩을 그린 영화 `명량`도 개봉 이후 매일 한국영화사의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명량`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간다고 한다. 광복절인 15일에 미국 전역 30개관에서 개봉하고 전세계로 확산될 전망이다.이처럼 `명량`이 파죽지세를 펼치는 주요 원인은 어렸을 때부터 이순신 전기를 읽어왔던 중장년층 관객의 힘이기도 하지만 북한의 위협, 중동과 서남아시아 지역의 위기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한 애국의 진면목을 보여준 이순신 장군에 대한 동경일 것이다.또한 세월호 사건으로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의식 속에 영웅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오르며 이순신장군의 용맹과 리더십을 주목하고 싶은 욕망도 그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이순신 장군의 또하나의 진면목은 그의 동료애에도 있다고 한다. 그의 절친 유성룡은 일찌기 그의 동료애를 칭찬했다. 동료를 아끼고 사랑한 이순신은 끝내 자기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하면서 동료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그의 애국심, 나라에 대한 충성심, 용맹심, 부모에 대한효심 모두 유명한 일화를 남기고 있지만 그것의 완결판은 동료애라고 여겨진다.그러한 군에서의 동료애가 무참히 무너지고 있다. 우리 군이 전우애도 군기도 잃어버린 채 내부 폭력으로 멍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지난 4월 28사단에서 발생한 윤모 일병의 군내 구타와 가혹 행위로 인한 사망사고는 이순신의 애국심과 동료애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선임병에게 구타당하고 기도가 음식물로 막혀 숨진 윤 일병은 내무반에서 상습적으로 구타와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병사들이 구속되기는 했지만 고질적인 낙후된 병영문화의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관련 병사들은 윤 일병에게 내무반에서 오전 3시까지 기마 자세로 서 있으라고 지시해 잠을 못 자게 했고, 치약을 먹이고 누운 상태로 물을 부어 고문하고, 바닥의 가래침을 핥아먹게 하는 등 엽기적이고 상습적인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군 당국은 그동안 병영 내부의 폭언과 폭력, 왕따 등 행위가 크게 줄고 있다고 했지만 병영 내 폭력은 병사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고 있다.군 당국은 지난 4월 한 달간 전 부대를 대상으로 병사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구타·언어폭력 등 가혹 행위를 수천 건 적발했다고 한다. `제2 윤일병 사건`이 될 수 있었던 위기였다. 동료끼리 우정과 신뢰가 사라진 군대가 과연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것인가? 실전에서 제대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이러한 깊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제 군 당국이 개별 사건에 대해 미봉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폭력적 군 문화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대 수술을 해야 한다.지금의 병영문화는 30여년전 필자가 겪었던 군 훈련 시절의 병영문화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오늘 새삼 이순신 장군이 떠오르는 것은 500년전으로 거슬러 가서 배워야만 하는 우리 병영문화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군대는 국가를 지키는 군인들이 신나게 근무해야 하는 곳이다. 병영문화는 신나게, 그리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돼야만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가 조성돼야만 누구든 군대를 가는데 주저하지 않고 또한 부모들도 안심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올바르고 정의로운 병영문화는 국가의 군사력이고 또한 국가의 경쟁력이다. 새삼 오늘 이순신 장군이 그리워 진다.

2014-08-05

한국전쟁 언제 끝날 것인가?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제자가 장교로 근무하고 있는 최전선 부대를 찾았다. 이곳은 강원도 인제의 제4땅굴 근처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이 자주 방문했던 최전선 부대다. 지난 27일은 정전협정이 맺어진 지 6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64년전인 1950년에 일어났던 6·25는 3년간의 전쟁 끝에 정전협정이 맺어졌다.정전협정이란 이론적으로는 남북한은 아직도 전쟁 중이며 잠시 전쟁을 쉬고 있을 뿐이라는 의미이다.이곳에서 을지전망대라고 통일전망대와 유사한 휴전선 너머 북쪽을 내려다 볼수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비무장지대인 DMZ는 폭이 원래 4㎞이지만 서로 앞으로 당겨서 이제 불과 2㎞ 정도로 서로 마주보고 있다고 한다. 실제 그 거리는 서로 소리지르면 들리는 거리일 정도로 가까웠다.3중으로 쳐져있는 철책망도 모자라서 레이저감시까지 이중삼중으로 감시선이 쳐져있는 모습을 보면서 분단의 아픔이 절절히 다가왔다.바로 옆의 펀치볼이라는 격전지는 정전직전 수만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서로 빼았고 뺏긴 전투지역으로 미군기자가 파티때 쓰이는 펀치(punch) 그릇과 비슷하다고 해 지었다고 한다.근처 제4땅굴도 둘러보았다. 한국군이 땅굴발견을 위해 마주 파내려간 갱도를 직접 걸어들어가서 북한군이 파 내려온 굴속을 조그만 레일차로 들어갔다. 그들이 설치했다는 철로도 둘러 보았다.분명히 아직도 휴전선 155마일은 전쟁중 임이 틀림없다.감시초소인 GP와 GOP의 병사들과 길목 요소요소에 있는 전쟁시 적의 남하를 막을 장애물들, 그리고 전망대에서 적의 동태를 감시하는 병사들의 모습은 아직도 우리는 전시상황임을 실감할수 있었다.이들 병사들의 노고가 새삼 다가왔다. 후방에서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수 있는 것은 이들 병사들의 수고 덕분이다.그러나 한편 정전이란 허구 속에서 서로 전쟁 발발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는 생동감 넘치는 이 젊은이들을 전쟁준비에 대비하도록 해야 하는 모순에 처해있다.세계의 유일한 분단국 한국- 한국전쟁은 언제 끝나고 통일이 올수 있을까? 어린 시절 왜 분단국에서 태어났을까 스스로를 원망한 적이 있을 정도로 한반도의 분단은 민족의 슬픔이다.1972년 남북 당국 간 최초의 접촉이 있어 평화의 기운은 보인 이후에도 북한은 40여년간 도발-위기조성-회담-원조유도 등의 패턴을 반복해 왔다. 미사일-핵 개발도 이러한 패턴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6·25전쟁의 끝무렵 태어난 필자는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북한의 도발을 보아왔다.그러나 이제 북한이 분명이 알아야 할 것은 그토록 의지하던 중국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중국에는 6·25전쟁 때 개입한 것이 실책이라는 정서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을 변화시켜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정치적인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이제 의지를 해왔던 중국도 변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이제 변해야 한다. 북한이 핵에 집착할수록 주변국은 더 강경해지고 더 무장하게 될 것이며 평화의 길은 더 멀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은 깨달아야 한다.북한은 중국의 변화를 인정하고 정치사회적인 전환을 통해 남북 상호간의 위협이 현저히 감소하는 상황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한참 창의력을 발휘하고 발랄하고 그리고 생산적인 일에 정열을 쏟아야할 젊은이들이 전쟁에 대비해 서로 감시해야만 하는 상황은 정말 이제 종식 시켜야 한다.세계 경제 강국이며 문화, 체육 등에서도 세계적인 플레이어로 등장한 한국은 이제 통일만 된다면 명실공히 세계강국의 하나가 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60여년을 끌어온 한국전쟁은 이제 끝을 내야 한다.

2014-07-29

대학 총장선임의 명암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한국의 최고의 엘리트 대학들이 총장선임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영국의 타임즈 또는 QS 같은 평가기관들이 세계 100위 이내에 꼽고 있는 한국의 대학은 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 이 세 대학뿐이다.그런데 한결같이 이 대학들이 최근 총장선임 문제로 시끄럽다.지금은 조용하지만 카이스트는 몇 년 동안 국회 청문회에 총장을 세워서 갑론을박으로 시끄러웠다. 교수협의회가 급기야 농성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학생들도 가세하는 큰 혼란을 겪었고 결국 이사회는 총장을 임기이전에 해임 해야만 했다.이 대학은 그 이전에도 외국인 총장을 영입하여 임기를 반정도 채운 상태에서 교체를 한 적도 있을 정도로 총장선임문제로 홍역을 앓아왔다.최근 서울대 사태도 크게 주목을 끌고 있다.차점자로 올라간 후보가 이사회에 의해 총장으로 선임된 것에 교수들이 크게 반발해 캠퍼스 시위와 교수들이 성명서를 발표했고, 후보들이 이사회 결정에 승복을 했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상태이다.포스텍도 현 총장이 임기만료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임문제로 시끄러운 상태이다. 이미 보도가 됐지만 교수들의 찬성비율은 매우 낮은데 반해 재단이 교수들의 의견을 반드시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사실상 한국 대학에서는 총장이 연임하기는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한 이름있는 대학의 경우 몇 년전 1천억원이 넘는 기금을 유치하고 대학랭킹을 크게 끌어올린 총장이 연임이 안되면서 한국대학에서 연임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 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대학이 총장이 어떤 분이 선임되느냐 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보는 견해도, 그것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사실 대학은 총장이 누가 되든 자생적으로 굴러가는 탄력을 가지는 것이 가장 좋다.미국의 대학들은 그러한 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총장의 역할이 기금조성 이라든가 대외협력들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그러한 탄력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조금 다르다. 총장의 개인적인 철학과 생각이 대학운영을 좌우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정책적인 면에 있어서도 총장의 철학이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수, 직원 등 구성원의 사기를 북돋우고 동기부여를 하는 정신적 측면에 있어서 리더인 총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것은 동양적인 사고나 문화 때문 일 수도 있다.그러한 관점에서 위에 언급한 대학들의 문제도 발생한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한국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대학의 총장도 준 선출직 내지는 선출직의 인식이 강해지면서 대학 캠퍼스 내에서는 대학총장의 지지율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그러한 지지율에는 명암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대학 구성원들은 지지율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대학 측의 반박논리도 있기 때문이다.대학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개혁에 대한 저항”은 참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판단은 현실적인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올바른 개혁은 그것이 비록 힘들더라도 보편적인 저항이 일어나지는 않는다.시험을 어렵게 내고 과목이 어렵다고 하여 무조건 강의평가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서 우리는 이러한 예를 찾을 수 있다.대학의 연구 및 교육의 생산력은 기업의 생산력과는 달리 강제에 의해 끌어올리기 힘들며, 구성원의 의욕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한국의 엘리트 대학들이 구성원의 지지와 화합 속에 한국을 대표해 세계적인 대학의 반열에 올라서기를 빌어본다.

2014-07-22

선진국형 도시 만들기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어렸을 때 친구들이 주말에 포항을 찾아왔다. 경주에서 등산을 하고 난 후 귀경길에 포항을 들른 친구들이다. 포항에 처음 오는 친구들도 있었다. 포항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그들의 발이 멈춘 곳은 포스코 설립당시 손님접대를 위해 만들었다는 영일대 부근이었다. 낭만적으로 갖춰진 영일대 호숫가와 잘 조성된 둘렛길, 주변의 주택단지를 보면서 너무 멋지다는 말을 하고, 외국에 온 것 같다는 말도 했다.한 친구는 “한국에서 가장 외국과 같이 보이는 곳”이라고 극찬했다. 필자도 외국에서 오랜 생활을 했기에 그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선진국형 도시만들기`. 이는 새로 취임한 포항시장의 최우선의 정책이 됐으면 한다.영일대 주변 모습에 감탄하는 그 친구의 머릿속에 있는 도시의 모습은 무엇일까?아마도 간판이 잘 정리된 거리, 질서있는 주차, 그리고 나무, 잔디 이런 것들이 주택과 잘 어울린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그렇다면 선진국형 도시만들기의 답은 나와있는 듯하다.우선 거리의 간판이 대대적으로 정비돼야 한다. 한국의 대부분의 도시의 거리는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리는 간판으로 어지럽다. 서로 간판 경쟁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 상점보다 더 크게 간판을 달아야 손님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크게, 더높게`의 간판의식이 보편화 돼 있다.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 서울의 일부 지역은 이미 간판정비가 돼 아름다운 거리를 실천하고 있고 계속적으로 지역내의 가게점포주들과 간판 디자인 협의를 하고 업소를 방문해 지원책을 논의하는 등 다양한 간판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특히 최근에 서울의 마포구는 `백범로 간판이 아름다운거리 조성사업`과 관련해 간판개선 주민위원회와 옥외광고물협회 마포구지부의 협약식을 거행하고 시범적으로 대학가 일대의 건물의 옥외광고를 대대적으로 정비한다고 한다.이 일대는 젊음의 대학가이기에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에게 간판이 정비된 아름다운 거리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어 보인다.또하나는 정체성 있는 거리다. 한국의 도시들의 거리는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꼭같다. 도시의 일부지역의 거리는 정체성이 있는 거리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좋은 예가 있다. 청주의 한복문화의 거리가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장소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청주시는 2012년 안전행정부 간판개선 시범사업 공모로 선정돼 1억원이상을 지원받아 남문로 한복문화의 거리 일대에 대해 간판개선사업을 벌였고 이후 이 사업이 성과를 거두자 선진사례로 인정받으면서 전국 지자체에서 견학을 하는 장소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이는 이 사업이 단순한 거리정비가 아닌 정체성 있는 거리로 만들기 위해 한복이라는 전통소재와 오방색이라는 주요 요소를 접목시켰기 때문이다.마찬가지로 포항의 일부거리도 정체성있는 거리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옛모습을 복원한 어촌의 거리, 철강도시를 보여주는 철강의 거리, 국제화된 도시의 상징인 외국인 거리 등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또 주차질서가 확립되었으면 한다. 도시의 옛골목들은 자동차가 개인소유가 아니던 시설 만들어졌기에 주차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않고 매우 어지럽게 주차가 돼 있다.아마도 일본의 골목거리가 벤치마킹돼야 할 것같다. 일본의 도시들도 골목이 매우 좁지만 지정된 주차장소를 매우 선명하게 표시하고 그것이 잘 지켜지고 있다. 차량의 주차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시가 철저한 계몽을 통해 정해진 주차장소에 주차할수 있도록 주차질서를 정착해야 할 것이다.그린색의 도시도 큰 과제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포항 도심은 아파트와 건물들이 뺴곡히 들어선 모습이며 그린색이 보이지 않는다. 외국의 도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국토가 좁은 한국의 총체적인 문제이겠지만 운영의 묘를 발휘해 좀더 도시공간에 그린을 조성했으면 한다. 나무와 숲, 그리고 그린이 어울린 주택가의 모습은 꼭 선진국만의 독점물은 아닐 것이다.한국이 경제적으로 이미 선진국이라면, 도시의 모습도 선진화 돼야 할 것이다. 포항시가 그 중심에 있었으면 한다.

2014-07-15

한국 외교의 중대한 실험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한국을 둘러싼 주변 정치상황이 요동 치고 있다.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한한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은 방한내내 한국과 중국의 유대강화를 지나칠 정도로 강조했다.중국 주석이 전통적인 우방국인 북한을 제치고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은 그 사실 자체 하나만이라도 한국외교가 도박에 가까운 중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주변국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북한은 서운한 감정을 대규모 상륙작전 등 군사훈련으로 도발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일제강점, 위안부, 독도문제 등으로 한국과 한목소리로 그토록 비난하던 일본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일본은 한국과의 소원한 관계에 대한 반작용으로 또한 한중공동협력의 일본압박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개선의 의지를 보이며 맞불을 놓으려고 하고 있다.한국 최대의 우방국 미국은 공식입장은 피하지만 한중 밀착에 대해 매우 우려섞인 감정을 드러내고 매우 신중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중국과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중국은 한국전쟁 당시 연합군에 의해 한반도가 거의 통일된 상황에서 인해전술로 개입해 한국통일을 가로막은 국가이고 미국은 수만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한국이 적화되는 것을 막아준 최고의 우방국이고 현재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동맹국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은 외교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냉철한 원리를 또한번 보여 주고 있다.한반도 주변국들은 지금 한중 정상회담 결과의 손익을 가늠하는 작업에 분주하다. 사실상 한국은 지금 시진핑주석의 방한 결과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 한국의 국익을 위해 어떤 외교전략을 취해야 하는가를 냉철히 분석해야 할 시점이다.`한반도 핵무기 반대`를 한중 정상 공동성명에 처음 명기한 것은 최대 성과인 것이 틀림없다.그러나 중국과 동북아 패권에서 대립하고 있는 미국으로 볼 때에는 이러한 공동성명이 바람직하긴 하지만 한중밀착자체는 거북하게 느껴질 것이다. 차라리 이상적으로는 한국, 중국, 미국, 일본이 공동으로 이러한 성명을 내면 더 좋았을 것이다.중국은 사실상 국제외교에서 한국을 잘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해는 북한 길들이기에 지렛대로 한국을 사용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한중연합으로 공동압박,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전략적 완충지대` 역할을 한국이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전략을 짜고 있다.중국 언론은 한국은 미국-중국 간 분쟁을 격화하기 보다는 양국 간 완충역할을 할 의지가 있으며 중국 주변국 외교의 핵심 기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략적 완충지대는 중국이 북한의 입지와 역할을 가리킬 때 쓰던 용어여서 이 용어를 수정 없이 그대로 한국에 사용한 것이 매우 흥미롭다.한반도 통일에서 중국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중국의 지지가 없었다면 북한은 벌써 붕괴됐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 한국, 중국의 밀착외교는 한반도 통일에 매우 중요한 진전이다.그러나 미국과의 우호를 해쳐서는 안되는 한계를 지켜야 하기에 이러한 점에서 한중외교의 미묘함이 있는 것이다.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동아시아 정세가 요동을 치는 상황은 우리에게는 시련이자 기회라고 본다. 강대국들의 전략적인 요충지인 동북아에서 섬세하고도 정밀하게 외교적 전략을 짜는 것이 한국에게 필요하다. 한국이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가치를 앞세워 관련 당사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정밀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내년이면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난지 해방 70년이 된다. 이제 한반도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이고 정밀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한국외교는 지금 중요한 실험대위에 올라와 있다. 해방을 경험한 세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한반도는 통일돼야 한다.

2014-07-08

이단아 손흥민이 던져준 교훈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비록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예선탈락을 했지만 한국 축구는 기대치 않은 큰 소득과 교훈을 얻었다. 그건 이번 대회를 통한 손흥민 선수의 발굴과 그가 가르쳐준 교훈이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를 통해 대표팀 막내에서 명실상부한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고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러시아전에서 최우수 선수로 뽑힌 그는 알제리전에서 월드컵 데뷔 골을 터뜨리는 등 100m를 11초대로 주파하는 빠른 발과 두려움 없는 슈팅, 창의적인 플레이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한국팀의 공격을 이끌었다.손흥민은 대표팀에서 가장 골결정력이 뛰어난 선수로서 그의 플레이의 과감성과 창의성은 한국축구가 가야할길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그 비결은 무엇일까?손흥민은 사실상 한국축구계에선 `이단아`로 불리운다.전형적인 `한국식 학원 축구`를 거의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축구선수 출신인 그의 아버지는 승패를 강조하는 학원 축구 시스템이 싫어 직접 축구의 기본기를 아들에게 가르쳤다고 전해진다.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보다는 최대한 축구의 즐거움을 깨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7세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7년간 학교 축구부에 들어가지 않고 아버지와 슈팅과 패스 등 기본기 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손흥민은 “아버지와 훈련하며 맘껏 슈팅을 날리면서 즐기는 축구를 해서 너무 좋았다”고 한다.테니스광인 필자도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1998년에 승부에 집착하는 한국식 학교테니스에 회의적인 학부모들과 함께 STA라고 하는 테니스아카데미를 포항에 설립했었다. STA 아카데미는 `한국 최초의 민간 테니스 아카데미`로 기록돼 있다.주니어선수들을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즐기는 테니스와 국제대회 참가를 통한 국제적인 감각을 길러 줬다. 그 결과 지금도 활약중인 여러 국가대표선수를 배출했다. 이 성공에 힘입어 그후 대기업에서 앞다투어 아카데미를 설치하게 됐다.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입시에 시달리지 않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중고교의 학교생활이 너무도 중요하다.필자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칼도티라고 하는 미국학생이 있었다. 어느날 숙제가 나왔는데 도저히 풀기 힘든 문제였다. 당시 한국의 소위 일류대학을 졸업한 한국학생 여러명이 머리를 맞대고 풀었지만 풀지 못했다.그 문제는 문제유형자체가 생소해 기존의 해법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미국형 창의적인 천재인 칼도티는 나에게 말했다 “해법을 찾을수 없다면 해법을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당시의 충격은 정말 신선했다. 해법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한국학생들이었다. 해법을 찾아서 문제에 적용해 문제를 푸는데 익숙한 우리에게 해법을 만드는 창의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미국의 명문대학에서 교수로 활약하는 한국대학을 졸업한 한국교수들 상당수가 한국에서 꼭 입학시험에 수석을 한 그런 스타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많은 걸 깨닫게 된다.스탠포드, 브라운, MIT 등 명문대의 한국교수들은 한국에서 중고교 대학시절 특이한 생각을 하는 이단아들이었던 경우가 많다.그러나 이들은 한국식 암기식 교육을 충실히 따라 입학시험등에서 수석을 했던 스타들보다 더 창의적인 연구로 미국에서는 더 인정을 받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이단아 손흥민이 한국에서는 좀더 많아져야 한다. 더 많은 손흥민이 나오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그건 스포츠에서도 물론이고 학문분야, 산업분야 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우리국가 경쟁력의 토대가 돼야 한다.

2014-07-01

즐기는 예술축구가 강하다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월드컵의 열기가 다시 밤잠을 설치게 한다. 월드컵축구를 TV로 시청하면서 그동안 세월호참사로 인해 우울했던 마음이 다소 걷히고 축구공에 빨려드는 열정을 느껴보고 있다. 러시아에 비기고 알제리에 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있고 역시 국가 대항 월드컵은 재미있다. 그런데 그 월드컵 축구 속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중남미축구와 유럽축구의 대조적인 모습이다. 유럽축구는 조금은 과학적이고 조직적이며 힘에 넘치는 박진감의축구인데 반해서 중남미축구는 여름날 베짱이들처럼 뜨거운 땡볕아래서 그늘에 앉아 기타치고 즐기는 예술축구를 하고 있었다.현란한 발재주라든지 정확한 문전대쉬와 자연스럽게 볼을 가지고 상대방 골문전 앞으로 가지고 가면서 여유를 즐기는 패스감각이 뛰어난 세트플레이는 삼바춤을 보듯이 플라멩고춤을 추듯이 축제를 즐기며 노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긴장감 없이 재미삼아 어린애들이 장난하듯이 축구경기에 임하는 중남미 선수들의 얼굴표정과 몸짓에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한마디로 유럽축구는 자본주의의 힘과 권력과 돈의 축구 였다면 중남미축구는 일상에서 즐기는 예술과 문화의 축구였다.반면 한국축구는 많이 발전하긴 했어도 아직도 열정만을 앞세운 태권도 같은 느낌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아시아축구 전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 일 수도 있다.한국축구는 끈기, 열정과 부지런함은 칭찬할만한 수준이지만 정확한 패스라든지 조직력을 앞세운 골문 앞에서의 골결정력은 아직도 세계수준에는 못미치는 미숙한 단계이고 긴장감에 몸이 유연하지 못한 그러한 축구로 보여진다.과학적이고 조직적인 유럽축구와 즐기고 여유있는 중남미 축구의 장점들을 갖지 못한 열정만의 축구라고 할 수 있다.골프코치들은 늘 힘을 빼고 자세를 낮추고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아마도 유연한 마음으로 게임을 즐기라는 뜻일 것이다.그것처럼 우리 선수들이 힘을 빼고 마음을 비우고 중남미의 삼바춤을 추는 것처럼 유연해진다면 훨씬 더 선진축구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다.즉 유럽의 조직의축구와 중남미의 예술축구가 우리 한국축구 틀안에서 새롭게 창조되고 융합된다면 한국축구의 미래는 청신호가 켜지리라 생각한다즉, 과학과 조직력의 바탕위에 즐기고 여유있는 그런 축구가 한국축구를 세계최고의 수준으로 올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한편 생각해보면, 한국사회 전체에 자리잡고 있는 조직력 부족과 경직된 체질도 이 기회에 한번 짚어보고 싶다.필자가 유학시 배웠던 것은 학문에 있어서나 조직을 끌어가는데 있어서 조직적인 접근과 유연하면서도 창조적인 사고였다. 이 점이 우리가 부족한 점이라고 느꼈다. 조직력에 있어서 그리고 일을 즐기는 유연성에 있어서 뒤진다고 생각된다.창의력은 절대적으로 조직적인 사고와 접근, 그리고 일자체에 빠져서 즐기는 상황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한국이 과학에서 노벨상을 못내고 있는 것도 자기가 하는 분야를 조직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즐기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은 문화적인 차이는 꽤 큰편이긴 하지만 조직력과 즐기는 문화는 같아 보인다. 일본도 서구에 비해 적긴 하지만 20개 가까운 노벨상을 낸 것도 한군데 빠지는 즐김의 문화가 있다고 한다.좀더 정밀히 분석하면 우리는 최근 조직적인 접근은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자기 분야에서 빠져서 즐기는 힘은 여전히 약하다.일은 즐길때 가장 효율이 높다고 한다.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될때 삶은 풍요로워지고 일의 효율의 극치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조직과 즐김의 융합이 우리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돼야 할 것 같다.요즈음 사회, 경제, 과학, 산업 모든 분야에서 시대의 흐름 중의 하나가 융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융합을 위한 기초적인 토양도 조직과 즐김의 융합이 돼야 할 것 같다. 즐기는 예술축구가 강하듯이….

2014-06-24

미래부 새 장관 내정자에 거는 기대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창조경제 사령탑`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출범했던 미래창조과학부가 불과 1년여 만에 수장이 전격 교체되면서 제2기 체제를 맞이했다. 미래부는 사실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새 정부 출범 신임장관 내정자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이 미래창조과학부의 김종훈 장관 내정자였다. 해외에 이민을 가서 성공한 한국계로서 최초의 해외파 장관에 대한 실험이었고 그러기에 온 국민의 초미의 관심을 끌었었다. 그러나 기대를 걸었던 이 실험은 아쉽게도 불발로 끝났었다. 새로운 개념의 정부부처가 새로운 개념의 수장의 임명을 실험조차 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었다.그리고 임명된 두 명의 미래부 장관은 우연히도 필자와 학교를 같이 다닌 오랜 친우들이었다. 물러나는 최문기 장관은 대학원 같은 학과를, 그리고 새로 임명된 최양희 장관 내정자는 어려서 고교와 대학을 같이 다닌 인연이 있다.미래부가 하고 있는 일을 보면 크게 과학기술정책과 정보통신방송정책, 그리고 창조경제정책과 관련된 일을담당하고 있는데 지난해 3월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기존교육과학기술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부처의 관련기능과 조직을 합쳐 설치된 범기능적조직이다.미래부는 국가과학기술정책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로서 기초연구와 세계수준의 독창적인 원천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연구에서 나온 결과물을 활용해 창업을 하거나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것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민관의 모든 과학자들이 함께 모여 연구할수 있는 환경 구축 및 안전과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러한 과정에서 정보통신과 과학정책을 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통해 창조적인 경제를 구축하고 먹거리를 창조한다는 것이 핵심이다.미래부의 업무정의와 추진이 어려운 것은 이러한 융합적 성격과 여러 부처를 아우른 범기능적 조직의 성격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신임 미래부 장관 후보자에게 주어진 가장 첫번째 과제는 무엇보다 창조경제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하고 범기능적인 조직을 잘 운영하는 운영의 묘, 그리고 관련 부처의 협조 및 국민들과 과학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시작하기도 전에 방황하는 `창조경제` 엔진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국가 미래 신산업 조성`과 `일자리 창출`이 분명한 목표를 다시 한번 명확히 해야 하고 이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창조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실히 끌어내야 하는 것이다.지난 1년간 창조경제 정책 추진과 미래부 위상이 흔들리고 관련 부처들의 협력을 끌어내지 못한 것 등을 신임장관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창조경제가 부처간 협업을 전제로 하는 만큼 창조경제부처 수장으로서 확실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통신과 방송 등 주요 업무를 분담하는 방통위는 물론이고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와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국회와의 원활한 관계 설정을 통하여 미래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를 비롯해 창조경제 관련 입법에 국회 협조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최양희 장관 내정자는 어려서 천재라는 칭호를 달고 다니며 여러 번 월반을 거쳐 고교와 대학을 친구들보다 어린 나이에 다녔다. 공부도 아주 잘했고 명석한 두뇌와 예리한 판단력으로 유명했다. 또한 학급에서 반장을 맡아서 리더십의 역량을 보여 줬다.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후 특히 통신 네트워크에 기반한 `ICT 융합`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또한 전자통신연구소,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등을 거치면서 `ICT 융합` 관련 경험을 쌓아왔다. 정부정책의 자문을 맡아왔기에 정부정책 집행에도 낯설지 않다.얼마전 포스텍을 방문했던 그와의 대화를 통해 과학기술향상과 창조경제육성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이제 융합기술을 통한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와 창조적인 경제 창출, 그리고 이를 통한 한국의 세계적인 위상확립에 최 장관 내정자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2014-06-17

뽑는 사람과 뽑히는 사람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그날 아침은 상쾌했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집을 나섰다. 근처 체육관에서 아침운동을 하고 요즘 숫자가 늘고 있는 드라이브인 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투표장으로 향하였다. 투표장에는 새벽 7시이건만 벌써 여러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조금을 기다린후 필자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투표용지를 받아 들었다. 정단선거 참관인들도 보이고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그리고 자원봉사하는 분들의 모습도 보였다. 분위기는 차분하지만 우리가 우리를 위해 일할사람을 뽑는다는 가벼운 흥분이 일고 있었다. 투표를 하려는 사람들의 차량이 계속 주차장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기표를 마치고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투표소를 나서면서 진한 감흥이 다가왔다. 필자가 경험한 수십년 동안의 한국 민주주의 역사가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그건 한편의 드라마 같기도 헀다.60년대 초등학교시절 부정선거를 보았다. 피아노표라고 해서 한 사람이 여러표를 연속적으로 기표하고, 올빼미표는 투표장이나 개표장의 불을 끄고 몰래 표를 찍어서 집어넣고 하는 부정선거, 고무신표라고 하여 고무신 얻어신고 찍어주는 돈선거 등이 난무하던 시절이었다.그리고 70년대는 체육관선거라고 하여 각 로보트 같은 지역대표들이 모여 국민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대표자를 뽑는일도 있었다.필자는 어려서 그런 일들을 듣고 보면서 부정선거에 대한 증오심 같은 것이 마음에서 커왔다. 그래서 항상 선거와 투표에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몇일전 본 지역 투표장의 모습에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하고 이땅에 민주주의가 정착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았다.이제는 부정선거는 물론 금전을 살포한다고 해도 그에 그렇게 넘어가는 유권자도 많지 않은 뽑는사람의 깨끗한 모습은 크게 나아졌고 선진국에 근접하는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다.그런데 뽑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떤가?의회에 출석도 제대로 안하고 의정활동 보다는 자기자신의 출세와 관련된 이권에 개입하는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은 아직도 여전한 것 같다.우리지역은 아니지만 그런 의원 중 상당수가 이번에 재선되기도 했다.국민과 지역민을 섬긴다는 입장 보다는 일단 선출만 되면 거들먹 거리는 의원들도 특히 국회의원들도 많이 보아왔다.여전히 정당들은 공천제를 고집하고 공천을 통해 힘을 과시하려고 한다.지방선거는 두개의 함축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지방자치가 이제 우리나라에도 진정으로 정착되고 있느냐 하는 것과 또 하나는 민주주의의 진보이다.지방자치의 정착은 힘을 지방에 돌려주는 것이다. 정당들이 아직도 중앙의 힘을 과시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것이다. 공천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야 하는 과정에서 능력과 상관없는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정당들이 선거철만 되면 이합집산으로 이름을 바꾸곤 한다. 그렇지만 정당의 운영방식은 구태의연하다. 권위주의와 중앙집권주의로 민의와 상관없이 힘을 과시하려는 현상은 여전하다. 정치인들의 이권에 의해 이합집산하고 이름을 바꾸고 그래서 거기서 뽑히는 의원, 공무원 선량들 뽑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구태의연하다.진정한 지방자치의 힘은 자율에 있고 민의에 있다. 그건 중앙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민의를 파악하고 지역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필자의 소신은 우리는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의 이름을 바꾼다고 더 나은 정치가 약속되는 것이 아니다.그러한 명칭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당을 이끄는 소프트웨어와 그리고 뽑히는 선량들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뽑는사람과 뽑히는 사람…. 뽑는사람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강한 욕구와 그리고 민주에 대한 의식은 성숙됐고 발전됐는데 뽑히는 사람들의 정당과 각 개인의 자세는 아직도 성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3·15 부정선거의 함성이 외쳐진 지 50년이 지났다. 뽑는사람의 의식은 크게 바뀌었다. 이제 뽑히는 사람이 바뀔때이다.

2014-06-10

기러기 가족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선 한 입후보자의 딸이 해외에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내용인즉 자기는 아빠로부터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자라왔고, 자식에게 관심이 없고 자식의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한 도시의 교육을 책임 질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본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어릴적 사진도 게재했다.후보자는 자식을 외국에 보내기를 거부했고 엄마가 자녀를 데리고 외국에 나가 교육을 시키는 과정에서 빚어진 불행한 사건이었다.입후보자는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면서도 어쩔수 없었다고 강변하면서 이를 경쟁후보자의 공작정치라고 했고, 해당 경쟁 후보자는 즉각 명예훼손이라고 발끈하고 나서 상황은 점점 복잡해져 가고 있다. 진실이 어디 있든지간에 이번 사건은 부모 중 한 부모가 없이 자라는 자녀들의 애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러기 가족의 문제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이번과 같이 엄마가 자녀를 데리고 외국을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아빠가 교육을 위해 자녀들을 외국에 엄마와 함께 보내는 경우도 많다.영어교육과 선진국의 창의적인 교육을 선망해 자녀를 외국에 보내는 기러기 가족이 한국에 줄잡아 5만가족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과연 교육을 위해 가족이 같이 있는 삶을 잠시 보류하는 것이 좋을까, 나쁠까? 이를 두고 수많은 토론과 보도가 있어왔다.기러기 아빠가 한국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심지어는 사망까지 이르는 사건들, 또 해외에 나가 있는 기러기 가족의 여러가지 문제를 다루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 됐었다.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다 보면 부부 관계가 소홀해져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서구권 문화에서 유학한 자녀들과 문화적 갈등을 일으키는 일도 빈번하며 극단적으로는 가족 붕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정신적 외로움과 경제적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기러기 아빠들의 자살 사건이 종종 일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경제 기업, 사회, 정치가 글로벌화 되는 사회에서 자식을 글로벌화 시키겠다는 욕심과 한국의 암기식위주와 혹독한 대학입시의 국내 교육 문제도 기러기 가족 양산에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한국은 자식교육에 대한 열정과 투자가 어떤 나라보다 앞선 나라로서 이러한 중년에서 이산가족 생산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이러한 이산가족인 기러기 가족이 자녀들의 정서적 교육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이번 교육감 선거의 케이스에서 보듯이 자녀들이 아빠의 부재에 대해 외로움 속에 성장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 하지 않고 또 혼자 남겨진 아빠의 생활도 바람직한 건 아니다. 가족은 부모 자녀가 아침, 저녁으로 함께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 주말엔 야외에도 나가면서 사랑이 형성되고 가족애를 통한 정서적인 교육이 돼 나가는 것이다.그러나 최근 워싱턴한인회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자녀를 기르는 기러기 가족의 대다수가 자녀의 글로벌교육에 대한 부모의 기대가 한마음을 이루고 가족간의 소통이 잘 이뤄진다면 기러기 가족이 꼭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따라서 결론은 부모와 자녀의 사랑과 관심이라고 본다. 같은 가정에서 산다고 해도 부모와 자녀가 전혀 대화가 없는 격리된 생활을 할수도 있고,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 해도 자주연락해 목소리를 듣고 소식과 사진을 주고 받고 자녀의 진로를 조언해주는 그런 가족관계라면 지리적인 거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아마도 이번 교육감 선거의 케이스는 떨어져 살았다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비록 떨어져 있다 해도 아빠의 관심이 부족했다는 데에 자녀의 불만이 생긴 것이 더 큰 문제였다고 보여진다.아빠의 관심이 자녀의 성공과 관심이 직결된다는 연구보고도 있었다. 기러기 가족이 바람직한 건 아니겠지만 피할수 없는 상황이라면 부모 또는 아빠의 지속적인 관심과 가족과의 대화가 올바른 자녀교육과 가족행복에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된다.가족의 행복은 결국 가족간의 관심과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2014-06-03

능력이 존중되는 사회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지난 24일 서울의 한 사립대학 한 학과의 홈커밍데이에 참석했다. 필자가 30여년전 미국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2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조교수로 재직해 학생들을 가르쳤던 대학이었다. 그 시절은 필자도 20대 였기에 학생과 교수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교육과 연구를 하던 시절이었다. 옛 제자들도 이젠 50대에 접어들어 사회 요소요소에서 활약 중이었고 희끈희끈한 머리가 이제 스승이었던 필자와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이 감개 무량 했다. 국내의 유명한 대기업의 부사장으로 있는 제자와 함께 이 모임을 참석하면서 정말 정겹고 보람된 시간을 가졌다.참석한 시니어 제자들이 학생 후배들에게 사회 경험과 사회진출의 준비들을 설명하고 인생의 나침반 같은 교훈적인 이야기를 할 때 그들은 멋진 든든한 모습이었다.이 대학은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자리잡은 사립대학으로 교육이 충실하고 인성교육이 훌륭한 대학으로 명성을 가지고 있다.필자는 30여년전 그 시절의 대학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달라진 캠퍼스, 달라진 대학생활을 보여주고 또한 달라진 커리큘럼 등도 설명하면서 나름 대학생활에서 갖춰야 할 덕목 등을 이야기 하면 흔쾌한 시간을 가졌다. 모임은 근처 식당으로 이어져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재학생, 졸업생 100여명의 참석자가 식당을 꽉 메우고 시끄럽긴 하지만 즐거운 저녁식사가 이어졌다.그러던 중 좌석에서 해당학과 현직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해할 수 없는 대화가 오고 가게 됐다. 이 전공분야에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금융공학을 가르치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 교수는 가르쳐야 하지만 안가르친다고 했다. 왜냐고 물어보는 나의 질문에 금융계는 매우 폐쇄적으로 아주 제한된 소수의 대학 졸업생만 받아들이기 떄문이라는 황당한 답을 내놓았다.필자의 당황스러움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물론 제한된 분야이긴 하겠지만 졸업생들이 대기업의 임원으로 진출해 크게 활약하고 있는 유명한 중견대학인 이 대학이 이런 상황이라면 소위 중소대학이나 지역대학(지방대학, 필자는 지방대학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은 이보다 심한 사회진출의 문제를 안고 있을것이라는 생각을 했다.사실 대학교수들도 대학이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여 중앙정부 자문과 정책참여에 여러가지 차별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필자가 미국대학 교수시절 워싱턴에서 수천km 떨어진 도시의 대학교수 였지만 중앙정부 정책참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사실상 스탠포드, 버클리, 칼텍과 같은 대학들은 워싱턴에서 비행기로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지만 미국정부의 정책 등의 자문에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다.인재에 대한 차등은 학생, 교수 모두 광범위하게 차등 적용되는 것이 한국적인 현실이다. 사실 정부는 그동안 지방대학 특성화사업, 지역대학 할당제, 지역 인재 우대정책 등 줄곧 관련 정책을 발표해왔다. 이러한 정책에 환영과 찬성을 보내고 싶다.그러나 강제적으로 실시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정책은 사실상 우리의 자화상이다. 근본적으로 사회에 퍼져있는 편향된 인식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정책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필자는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지방대학`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세계지도를 들여다 보면 한반도는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점에서 점 왼쪽에 있으면 어떻고, 점의 오른쪽에 있으면 어떤가? 글로벌 시대에서의 지방대학이란 말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그렇다면 서울 중심의 사고방식은 기업의 채용방식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 중소 도시에 위치한 지역대학들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번거롭지 않고 쾌적한 삶의 환경 때문에 학생들의 학업과 교수들의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대학교육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좋은 대학들이 중소도시나 도시외곽에 있는 경우가 흔하다.이제 우리는 간판이나 지역 보다는 능력이 우선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 기업이 능력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사회는 결국 선진국으로 가는 사회의 전제조건이다.이 조그만 나라에서 어디가 서울이고 어디가 지방인가. 이 미국의 한 주보다도 더 작은 나라에 무슨 지방대학이란 말이 필요한가? 이젠 우리는 바뀌어야 한다.

2014-05-27

한국의 두 얼굴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한국의 얼굴 하나:영국 피카딜리 광장 영국 런던 시내의 유명한 피카딜리 광장은 에로스상으로 유명하지만 그보단 광장을 둘러싼 대형간판들은 기업의 쟁탈전이 된다.이곳에 간판을 거는 비용은 고가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업의 세계화를 증명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존심을 거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 간판을 다는 조건은 단순히 돈을 많이 내는 것만이 아니며, 해당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한 조건이라고 한다.필자는 지난주 런던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이곳 피카딜리 광장을 들렀다. 놀랍게도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 현대, 삼성, LG가 이곳에 간판을 걸고 있었다. 간판들의 절반 정도가 한국기업의 간판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었다.현지교민들 이야기로는 소니의 간판을 밀어내고 삼성이 간판을 다는 날 그룹회장단이 런던에 올 정도로 이곳에 간판을 거는 것은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과 함께 기업 자존심의 상징이라고 한다.작년 독일에 갔을 때 호텔과 공항의 TV들이 모두 한국제품이었고, 방문한 체코 프라하의 거리는 한국기업선전으로 뒤덮여 있었던 기억이 있다.한국자동차, 전자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은 동남아와 중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과 같은 서구지역에 공장들을 여러 개 가지고 있어 세계경영을 하고 있고 여러 제품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한국을 보는 시각은 이제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는 외국인들이 많다. 70년대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 10-100-1000이 정부의 슬로건이었다. 10은 조금 정치적이었지만 100은 수출 100억불 달성, 1000은 국민소득 1000불 시대를 열자는 것이었다.이제 5천억불이 넘는 수출과 2만불이 넘는 국민소득은 이제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고 있고 국민들에게 프라이드를 심어주고 있다.□한국의 얼굴 둘:전남 진도 팽목항아직도 실종된 10여명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여기서 밤을 세우고 있다. 체육관의 차디찬 바닥에서 밤을 세우고 이제 한달이 넘었다. 이들은 매일 팽목항을 오가면서 초조한 날을 지내고 있다.한 개 고교의 한 학년의 생명을 거의 몽땅 앗아간 사상초유의 여객선참사인 세월호의 비극. 이건 전 세계의 선진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최후진국형 사고였다.1천명이 넘는 유족들이 이곳 팽목항을 거쳐갔다. 먼바다를 바라보면서 자식의 시신이라도 발견하기를 바라는 부모와 유가족의 심정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없을 정도로 처절하다.이제 막 피어 오르는 그 멋지고 예쁜 아들 딸을 하루아침에 보내고 통곡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팽목항의 노을은 더 이상 미와 낭만이 아니다.팽목항의 먼 바다속으로는 끝없는 외침이 흐른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나는 꿈을 꾸고 있을꺼야…`. 부모의 슬픈 눈물이 허공에 흐르고 메아리 친다.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방에서 기다리라고만 방송하고 그리고 단 한명도 구하지 않고 선장과 선원은 자신들만 탈출했다. 그리고 달려온 해경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애당초 출발 때부터 배는 불법적인 변경과 과적운항 등으로 불법투성이었다. 구명정은 고장이었고 평형수는 채워지지 않았다. 해양청은 제대로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고, 관피아라는 관료들은 업체와 연결돼 태만한 관리와 운영을 해왔다.전 세계는 한국의 안전의식을 비웃고 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사회의 안전의식 결여의 결정판이며 한국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한국은 과연 선진국인가? 후진국인가?한국의 두개의 얼굴을 보면서 과연 한국이 선진국인지 후진국인지 헷갈린다는 외국인들이 많았다.런던 학회장에서 만난 외국 학자들은 휴식시간마다 필자에게 질문을 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날수 있냐고?” 한국의 두 얼굴을 보고 있는 그들이 어리둥절하고 있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된다.한국은 과연 선진국인가? 후진국인가?한국은 하드웨어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소프트웨어와 윤리는 후진국이라고 외국인들은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소프트웨어가 후진국이라면 영원히 후진국을 벗어날 수 없다. 이제 한국의 두 얼굴은 한 얼굴로 바뀌어야 한다.

2014-05-20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본 우리의 모습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생명을 거의 몽땅 앗아간 사상초유의 여객선참사인 세월호의 비극을 통해서 우리 현재의 처절한 모습을 보게 된다.`공무원 마피아`라는 부조리의 관행, 안전의식부재의 적당주의, 실종된 전문의식 및 책임의식, 그리고 공권력 장악력의 부재 등등…. 우리 사회의 부실의 총체적인 결정판을 보는듯 하다. `공무원 마피아`라는 단어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의 범죄, 폭력조직은 세계적으로 마약과 도박, 금융 따위에 관련된 거대한 범죄 조직을 형성하면서 마피아라는 단어를 만들었다.세월호 사건을 통해 `해수부 마피아`집단의 온갖 부조리 관행이 언론에 폭로되고 있지만 그러나 마피아는 해수부에 국한된 건 아니다. 각종 부조리가 터질 때 마다 그뒤엔 공무원 마피아들이 있다. 공무원들이 산하기관을 장악하고 은퇴후 거처로 삼으면서 업체-산하기관-정부기관의 삼각관계에서의 온갖 부조리는 이제 관행처럼 보도되고 있다. 중앙정부 모든 부처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공무원 마피아집단. 정부 산하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장을 온통 퇴직고위 공무원이 차지하고 있는데 정부가 어떻게 그 산하기관과 관련 민간단체를 효율적으로 감독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다. 비전문성으로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단체를 장악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 집단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마피아 집단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렇게 틀린 것 같지는 않다.또한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결여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다.일단정지가 지켜지지 않는 유일한 국가, 한국의 자화상이다. 적당주의는 사회곳곳에 만연돼 있다.해양항만청의 부실 감독으로 여러 차례 안전점검에서 `우수`를 받았지만 형편없는 상태였던 세월호. 아무런 양심의 가책없는 정원늘리기와 이를 승인하는 비양심성, 사용 불능상태의 구명정, 침몰에 큰 역할을 한 묶지않은 차량과 짐, 운항불안을 무시한 안전불감증 선사의 적당주의 등은 적당주의의 백미였다.영세화된 선박회사의 부실운영, 선박의 부실관리, 비용절감을 위한 안전방치, 부실한 관리, 위험시 대처능력 부족 등등은 역시 고쳐지지 않는 적당주의가 우리 사회에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또한 세월호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전문의식, 즉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의 결여를 보게 된다.1천800년대 중반 여자와 어린이를 구명보트에 태우고 장열하게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한 영국의 버큰헤드호의 이름을 따서 만든 버큰헤드 정신은 한국에서는 완전히 실종돼 있다. 세월호 참사에는 왜 이같은 정신이 발휘되지 않았던 것일까. 전 세계 선원들이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절대준칙이 유독 한국에서만 무력화된 이유는 아마도 우리사회에 만연된 이기주의와 책임의식 결여로 볼 수 있다.우리 사회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인간상실은 아마도 함수관계가 있어 보인다. 압축성장에 따른 개인화의 심화가 공동체 의식의 상실로 이어졌다고 사회학자들은 비판한다.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는 너무도 만연 돼 있을지도 모른다. 직업적 책임감 보다는 나만의 안위를 추구하는 책임의식의 결여가 사회 전방 위에 퍼져 있는 것이다. 이같은 책임의식 부재는 매뉴얼 재정비나 처벌조항 강화 등과 같은 하드웨어적 처방으로는 치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선장도 항해 기술은 배웠을지 몰라도 버큰헤드 같은 직업윤리는 배운 적이 없었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 모두가 자기 책임을 지고 자신의 직업윤리를 지키는 사회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상실된 공권력의 장악능력도 문제이다.해경의 헬리콥터가 도착했을떄 갑판에 거의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경은 착륙을 감행해 승객들을 직접 구해내야 하는데도 배를 선회하면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또한 선장과의 무선대화에서도 선장에게 부탁만 했지 직접 배를 장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공권력상실과 장악력 부족은 사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민족적인 슬픔과 아픔이 온 국가를 덮고 있다. 너무도 슬픈 일이다. 수백명의 어린 생명들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스러졌다.후진국형 사고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언제까지 우리는 반성과 대책없이 울음을 반복할 것인가?

2014-05-13

함께 울고 있습니다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이 글을 아들, 딸을 보내고 슬픔에 잠겨 계신 안산 단원고 학부모님께 드립니다.이제 막 피어 오르는 그 멋지고 예쁜 아들, 딸을 하루 아침에 보내 고통의 눈물을 흘리시고 계시는 안산 단원고 학부모님들께. 지금 어떤 위로도 통곡의 눈물을 흘리고 계실 부모님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는 부족할 것입니다.부모님들의 모습을 TV로 볼때마다 우리 모두는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함께 울고 있습니다. 지금 부모님들의 심정을 잘 헤아리고 싶습니다. 자식을 앞세운 모든 부모님들, 아니 우리 모두는 같은 심정으로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입니다.사랑하는 아들과 딸의 급작스러운 떠남은 믿어지지 않습니다. 바로 눈앞에 어제까지 함께 웃고 보듬던 아이가 사라졌을때 그 현실을 믿지 못합니다. 온갖 추억이 함께 흐릅니다. 젖먹이에서 학교에 입학하기까지 키웠던 그 세월과 정성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느낌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입니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그리고 여기까지 키워놓았는데….“이건 아닐꺼야, 아니야, 나는 꿈을 꾸고 있을꺼야. 우리애는 분명히 어디엔가 있을꺼야” 그리고 가슴은 찢겨나갑니다.자면서도 심장이 멈추는 느낌과 고통, 그리고 눈을 뜨면 이것이 꿈이겠지라는 믿지 못하는 몽류병 환자 같은시간들이…. 이어지는 원망은 끝없이 다가옵니다. 재난을 막지 못한 행정당국을 원망하고 구출을 하지 못한 주변의 모든 환경이 원망스럽습니다.절대자인 신이 있다면 그에게도 원망의 소리는 메아리칩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애를 데리고 가실 수 있냐고” 길거리에서, 그리고 산에 올라 소리치면서 울기도 합니다. 어떻게 300여명의 그 어린 같은 학교 같은 학년 학생들을 한 시간에 데리고 가실 수 있을까? 이해도 되지 않습니다.자책이 다가옵니다. 왜 그곳에 가는 것을 부모가 막지 못했을까? 부모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자식이 해를 입는 것인가? 아, 이렇게 할걸, 저렇게 할걸…. 수없는 “만일에 이렇게 했으면…”이라는 자책과 후회를 반복하는 나날 입니다. 수학여행을 보낸 걸 후회하는 건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 일 것입니다. 전학을 오지 말걸…. 왜 이곳으로 이사를왔을까?주변에선 “잊으라, 보내주어라”는 말을 쉽게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하고 고귀한 자식을 어떻게 잊을 수 있고 어떻게 보낼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게 말하는 주위분들이 더욱 원망스러웠고 더욱 고통스럽습니다. 고통 속에서 눈물로 지새고 계실 부모님. 필자인 저는 같은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그 아픔이 진행형인 자식을 보낸 한 부모로서 여러분과 그 고통과 눈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여러분들의 심정과 고통을 너무도 잘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들이 그렇게 애지중지 키우신 그 귀여운 아들, 딸들은 결코 헛되이 떠난 것은 아닙니다. 그 아이들은 떠난 것이 결코 아닙니다.아름다운 추억만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16년간 가족에게 기쁨과 보람을 가져다 준 그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16년간 그 아이들은 사회를 위해 큰보람 이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몫을 해낸 장한 아들, 딸들입니다.그 아이들은 지금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는 느끼면 존재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보는 시각도, 만지는 촉각도 모두 뇌가 느끼는 것입니다. 뇌가 느끼면 존재하는 것입니다. 어딘가 존재하고 있으며 함께하고 있습니다.부모님들께, 원망하지 않고, 그리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가족의 사랑을 더욱 돈독히 지켰으면 합니다. 떠난 아이는 함께 하고 있기에 가족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과의 사랑을 통해서 이 아픔을 극복하길 기도합니다. 가족의 사랑이 아이의 떠남으로 더욱 돈독해지고 가족의 사랑을 더 깨닫는 것이 지금 보낸 그 아이가 원하는 것입니다. 삶의 소중함을 더 깨닫는 계기가 되고, 우리가족, 그리고 이웃의 생명의 소중함을 더깨닫는 순간이 된다면 그 아이는 함께 기뻐할 것 입니다.여러분의 자녀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면서 가족을 지켜줄 것입니다.지금 어떠한 말도 지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온국민이 여러분과 지금 이 순간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함께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울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2014-04-29

적당주의와 세월호 참사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또 안전 후진국 한국의 적당주의가 대 참사를 불러왔다. 진도 여객선 침몰로 희생된 학생들 부모들은 지금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의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절대 현실이 아니라고, 절대로 믿지 않고 있으리라. 아마도 차라리 이게 꿈이었으면이라고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후진국형 사고라고 강하게 한국의 안전불감증을 외신은 비판하고 있으며, 서구 선진국에 거주하는 해외교포들은 너무 황당해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이번 참사의 원인은 절대적으로 한국의 `적당주의`에 있다. 우선 해운사의 운영을 점검하고 감독하는 해양항만청의 부실 감독의 적당주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세월호는 여러 차례 안전점검에서 `우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호는 일본에서 폐기처분한 선박을 헐값에 구입해 정원을 늘리기 위해 증축을 한후 현저히 안전위험에 처했다고 전해진다. 선박을 관리하는 적당주의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구명정은 대부분 불능상태로 이러한 사고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차량과 짐 등은 제대로 묶지를 않아서 배의 쏠림때 한쪽으로 몰리면서 침몰에 큰 역할을 했다. 세월호를 운행한 선장들이 여러 차례 운항불안을 제기 했지만 선사측은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적당주의를 보여 줬다.배가 침몰하기까지 2시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선장과 선원들의 적당주의도 가관이다. 각 선장과 선원이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만 반복적으로 이야기 하고 정작 자기들은 제일 먼저 탈출했다. 선장은 모든 승객을 대피시킨 후 마지막으로 선박을 떠나는 것이 선장의 프라이드 임에도 이러한 프라이드를 저버린 선장의 모습은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한국의 안전사고는 끝없는 행렬이다. 안전사고의 효시였던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를 시작으로 대연각화재, 카페리호 침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그리고 최근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건 등으로 한국의 적당주의와 날림공사, 그리고 재해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한국은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전 세계에 떨치고 있다.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똑같이 일어났던 1970년의 남영호, 1993년의 서해 페리호 침몰 사건를 통해 `멈춰버린 한국의 안전시계`라는 느낌을 더욱 절실히 갖게 된다.영세화된 선박회사의 부실운영, 선박의 부실관리, 비용절감을 위한 안전방치, 부실한 관리, 위험시 대처능력 부족 등…. 3개의 선박침몰 사건은 기가막힌 닮은꼴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서해페리호때는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후 장열하게 산화했던 것이 이번 세월호와 대조를 이룬다.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이 승객을 내팽겨치고 탈출한 상황은 오히려 윤리의식과 준법의식이 퇴보한 것을 보여준다.매번 사건이 터지면 재난 예방 체계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진단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된다.“이번 사고는 효율적인 것만 생각하다 보니 `이런 것은 대충 넘어가도 되겠지`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이런 분위기가 사회 전체로 퍼지면서 안전 의식 부재를 낳았다”고 진단했다.이번 사고는 전 국가적 재난 예방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못해 빚어낸 전형적인 후진국형 대형참사로 지적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OECD 국가에서 일어날 성격의 사고는 아니었다.이번에 희생된 부모들의 눈물과 슬픔을 TV로 보면서 필자 자신이 겪었던 고통과 아직도 진행형인 슬픔을 회상하면서 이 한국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언제까지 젊음을 희생시키고 부모에게 가슴이 터지는 고통을 줄 것인지 묻고 싶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인재를 당하고 또한 아까운 젊음과 생명을 떠나 보내야 하는 것인가?세월호의 희생학교인 안산 단원고는 학교운영이 힘들 정도로 대다수의 학생을 잃은 것으로 추측된다. 각 반의 반 이상의 학생이 갑자기 사라진 학교에서 다시 수업이 가능할 것인지 필자는 상상하기 힘들다.정말 아까운 우리의 젊음들 언제까지 이렇게 우리의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의 인재로 인해 보내야 하는 지 알지 못한다.정말 우리 사회의 `적당주의`는 이제 뿌리를 뽑아야 한다. 국민소득, 경제성장도 `적당주의`에 의한 안전사고가 계속되는한 우리는 행복할 수도 없고 선진국 국민도 아니다.

2014-04-22

위대한 포스코, 세계적 포스텍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한국을 대표하는 포항의 기업과 대학이 `그레이트:Great`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고 있다. 포스코가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 즉 `위대한 포스코`를 선언했다.신임 권오준 회장은 지난달 취임식에서“글로벌 철강시장은 매우 심각한 공급과잉으로 포스코가 자랑하던 경쟁우위도 곧 사라질 위기이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철강경쟁력을 높이고 재무와 조직구조를 쇄신해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히며 위대한 포스코를 선언하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포스코의 새로운 비전 `포스코 더 그레이트`의 뜻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권 회장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는 분은 세종대왕이고 영어로 `대왕`은 `the Great`가 붙는다는 것에 착안해 포스코와 `the Great`를 결합한 포스코 더 그레이트가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사실 포스코는 한국능률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10년 연속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가장 존경받는 철강기업` 1위에 뽑히기도 했다. 가장 존경받는 기업과 위대한포스코의 기본철학임은 틀림없고 더 그레이트의 의미는 포스코의 상징성으로 충분하다.권 회장은 또한 `포스코 1.0`이라는 부가적 설명을 하였는데 이는 “포스코가 새롭고 위대한 포스코를 만들어가겠다는 의미, 기본에 충실하면서, 차별화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 기술력과 판매, 생산성, 품질 등 모든 면에서 1등이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세계 5위 조강 생산량,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등으로 포스코를 바라보는 외부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세계철강산업의 저성장 속에서 포스코에도 위기가 다가왔으며 한때 20%를 넘던 영업이익률은 한자릿수로 떨어졌고 전성기때 5조원을 넘던 영업이익도 하락했다. 포스코는 과연 위기를 벗어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는 매우 신선한 것이다.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포스코의 기술신화를 써온 권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포스코 더 그레이트`를 외치며 철강의 본원 경쟁력을 회복해 글로벌 저성장에 맞선다는 전략은 시기적절하다.경영 다각화 보다는 철강자체에서 경쟁력을 찾겠다는 포스코는 이미 그 명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그 명성에 걸맞는 철강 1.0을 실천하겠다는 것은 경영학에서 잘 알려진 경쟁기저(Competition Basis)를 원래의 모습에서 찾는다는 전략으로 포스코가 지금 매우 필요로 하는 전략이다.위대한 포스코선언은 최근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선언한 포스텍의 `세계적인 포스텍:그레이터 포스텍`과 맞물려 대조를 이룬다.Great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은 공통점이지만 포스코가 세계적인 명성을 지키기 위해 근본적인 철강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것과는 다소 대조적으로 포스텍은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야 한다는 외부 지향적인 명제를 안고 있다.포스텍은 90년대 교수들이 중심이 돼 센세이션을 일으킨 `슈퍼 텍(SuperTech)`캠페인을 통해 국내에 포스텍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국제적인 명성은 여전히 뒤져 있다. 타임즈나 QS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국제랭킹에서 최근 랭킹이 저하하고 있는 것은 연구력에도 불구하고 포스텍의 명성이 아직도 큰 숙제로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포스코 1.0처럼 포스텍도 근본적인 연구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하는 철강업과는 달리 대학의 경쟁력은 연구 및 교육력과 함께 명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대학의 명성은 연구실적, 대외인지도, 그리고 다양한 인적네트워크로 3분화 된다.연구실적을 위한 노력과 함께 대외인지도 및 네트워킹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그러한 의미에서 교수들이 직접 나서고 있는 `세계화된 포스텍:Greater Posech` 운동은 포스코의 `위대한 포스코: POSCO the Great`과 함께 포항의 대표적인, 아니 한국의 대표적인 두 개의 기업과 대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기적절한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위대한 포스코, 세계적 포스텍이 이제 함께 뛰어야 한다.

2014-04-15

벚꽃, 새봄, 새출발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봄은 물오르는 나무에 초록의 잎사귀가 움트고 그리고 개나리, 진달래에 이어 화사하게 피어나는 벚꽃으로 절정을 이룬다.포항, 경주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포스텍캠퍼스, 영일대 지역, 그리고 지역 곳곳은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으로 가족, 친지, 애인들과 함께 손을 잡고 벚꽃사이로 걷는 인파의 생기가 넘친다.아마추어 기타 동호회의 기타선율이 향기로운 벚꽃 향기속에 흐르며 가슴을 타고 내린다. 조금은 어설픈 연주라도 너무 좋다. 꽃향기 속의 선율은 그냥 흥얼거려도 좋다.경주벚꽃놀이도 절정을 이루고 있다.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벚꽃이 피는 벚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인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제주도에 선교사로 온 프랑스인 신부가 1900년초 한라산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한 이후 한국 자생지 설이 유력해졌다고 전해진다.또한 조선 효종 때 화살대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벚나무를 지금의 우이동 지역에 심었다는 기록도 있는 것으로 보아서 벚나무는 우리나라에 원래부터 있던 나무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매년 4월초 열리는 경주벚꽃놀이는 진해벚꽃놀이와 함께 양대 벚꽃놀이를 만들고 있다. 아쉽게도 곳곳에서 열리는 벚꽃놀이 벚꽃 축제는 일제 식민 강점기 식민 통치 시절 일제의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고 한다.식민 통치 방식을 변경하면서 서울 창경원에 벚나무를심고 밤 벚꽃 놀이를 시작한 것이 지금의 벚꽃 축제의 유래라고 한다.창경원의 밤 벚꽃 놀이는 우리 민족의 해방에 대한 관심을 화사한 벚꽃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해방 후에도 창경궁 밤벚꽃 축제는 매년 계속 되다가 1980년대 창경궁 복원 공사가 이뤄지면서 중단되게 됐다.필자도 어려서 서울 창경원의 벚꽃놀이에 부모님 손을 잡고 갔던 기억이 있다.그당시 창경원은 동물원으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지만 봄이되면 벚꽃놀이로 흥을 돋우던 시절이었다. 대학때 학생회장 시절 창경원 수정궁에서 신입생들의 남녀미팅을 주선해주던 기억도 새롭다.올해의 경주벚꽃은 예년보다 개화가 빨랐다.매년 벚꽃 축제에 맞추어 열리는 경주 벚꽃 마라톤대회가 날짜 맞추기가 힘들어 벚꽃아래에서 시행되는게 반도 안된다고 하는데 그건 벚꽃만개의 시기가 1주일도 안되는 특성 때문이다. 다행히 금년엔 벚꽃아래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려 다행이었다.이제 벚꽃축제에서 일제 강점기의 아픈 기억을 일부러 떠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벚꽃이 피는봄에 포항은 다양한 새출발이 시작되고 있다.우선 곧 실시될 지방선거에서 시장, 광역, 기초 의원들이 모두 새로이 선출된다. 이를 위해 선거운동이 본격화 되고 있고, 내가 해야 된다라는 경쟁자들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의원에 대한 부푼기대를 안고 있다.또한 이지역의 버팀목 기업인 포스코가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여 산뜻한 출발을 하고 있다. 연구자 출신으로 오랫동안 산학연의 연결역할을 하였던 분으로 포스코 새회장의 역할이 크게 주목되고 있다.지역의 대표적인 대학인 한동대도 새로운 총장을 맞이했다. 새 총장은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국내외에 잘 알려진 학자로서 새로운 한동대의 도약이 기대된다.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한 포스텍도 총장의 임기말년에 접어들면서 전환의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포스텍은 포항만의 대학이 아니며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세계속에 뚜렷하게 각인돼야 할 대학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새로운 환경과 각오가 절실한 시점이다.벚꽃향기 그윽한 포항, 경주 그리고 경북동해안의 모습은 새로운 수장들의 새로운 출발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봄이다. 새로운 출발이다.

2014-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