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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형 도시 만들기

등록일 2014-07-15 02:01 게재일 2014-07-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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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어렸을 때 친구들이 주말에 포항을 찾아왔다. 경주에서 등산을 하고 난 후 귀경길에 포항을 들른 친구들이다. 포항에 처음 오는 친구들도 있었다. 포항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그들의 발이 멈춘 곳은 포스코 설립당시 손님접대를 위해 만들었다는 영일대 부근이었다. 낭만적으로 갖춰진 영일대 호숫가와 잘 조성된 둘렛길, 주변의 주택단지를 보면서 너무 멋지다는 말을 하고, 외국에 온 것 같다는 말도 했다.

한 친구는 “한국에서 가장 외국과 같이 보이는 곳”이라고 극찬했다. 필자도 외국에서 오랜 생활을 했기에 그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

`선진국형 도시만들기`. 이는 새로 취임한 포항시장의 최우선의 정책이 됐으면 한다.

영일대 주변 모습에 감탄하는 그 친구의 머릿속에 있는 도시의 모습은 무엇일까?

아마도 간판이 잘 정리된 거리, 질서있는 주차, 그리고 나무, 잔디 이런 것들이 주택과 잘 어울린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진국형 도시만들기의 답은 나와있는 듯하다.

우선 거리의 간판이 대대적으로 정비돼야 한다. 한국의 대부분의 도시의 거리는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리는 간판으로 어지럽다. 서로 간판 경쟁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 상점보다 더 크게 간판을 달아야 손님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크게, 더높게`의 간판의식이 보편화 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 서울의 일부 지역은 이미 간판정비가 돼 아름다운 거리를 실천하고 있고 계속적으로 지역내의 가게점포주들과 간판 디자인 협의를 하고 업소를 방문해 지원책을 논의하는 등 다양한 간판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 서울의 마포구는 `백범로 간판이 아름다운거리 조성사업`과 관련해 간판개선 주민위원회와 옥외광고물협회 마포구지부의 협약식을 거행하고 시범적으로 대학가 일대의 건물의 옥외광고를 대대적으로 정비한다고 한다.

이 일대는 젊음의 대학가이기에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에게 간판이 정비된 아름다운 거리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어 보인다.

또하나는 정체성 있는 거리다. 한국의 도시들의 거리는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꼭같다. 도시의 일부지역의 거리는 정체성이 있는 거리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좋은 예가 있다. 청주의 한복문화의 거리가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장소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청주시는 2012년 안전행정부 간판개선 시범사업 공모로 선정돼 1억원이상을 지원받아 남문로 한복문화의 거리 일대에 대해 간판개선사업을 벌였고 이후 이 사업이 성과를 거두자 선진사례로 인정받으면서 전국 지자체에서 견학을 하는 장소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 사업이 단순한 거리정비가 아닌 정체성 있는 거리로 만들기 위해 한복이라는 전통소재와 오방색이라는 주요 요소를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포항의 일부거리도 정체성있는 거리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옛모습을 복원한 어촌의 거리, 철강도시를 보여주는 철강의 거리, 국제화된 도시의 상징인 외국인 거리 등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주차질서가 확립되었으면 한다. 도시의 옛골목들은 자동차가 개인소유가 아니던 시설 만들어졌기에 주차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않고 매우 어지럽게 주차가 돼 있다.

아마도 일본의 골목거리가 벤치마킹돼야 할 것같다. 일본의 도시들도 골목이 매우 좁지만 지정된 주차장소를 매우 선명하게 표시하고 그것이 잘 지켜지고 있다. 차량의 주차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시가 철저한 계몽을 통해 정해진 주차장소에 주차할수 있도록 주차질서를 정착해야 할 것이다.

그린색의 도시도 큰 과제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포항 도심은 아파트와 건물들이 뺴곡히 들어선 모습이며 그린색이 보이지 않는다. 외국의 도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토가 좁은 한국의 총체적인 문제이겠지만 운영의 묘를 발휘해 좀더 도시공간에 그린을 조성했으면 한다. 나무와 숲, 그리고 그린이 어울린 주택가의 모습은 꼭 선진국만의 독점물은 아닐 것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이미 선진국이라면, 도시의 모습도 선진화 돼야 할 것이다. 포항시가 그 중심에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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