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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과 병영문화

등록일 2014-08-05 02:01 게재일 2014-08-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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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불과 개봉 5일만에 관객수 5백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명량`의 주인공인 한국 군인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은 500여년전 임진왜란 당시 적 3백여척에 맞서서 불과 12척 배로 왜군을 격파시킨 민족의 영웅이다.

모두가 포기한 전쟁이지만 이순신 장군은 왜군을 물리치는 기적을 일으킨다. 기적은 계속되는 듯 명량대첩을 그린 영화 `명량`도 개봉 이후 매일 한국영화사의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

`명량`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간다고 한다. 광복절인 15일에 미국 전역 30개관에서 개봉하고 전세계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처럼 `명량`이 파죽지세를 펼치는 주요 원인은 어렸을 때부터 이순신 전기를 읽어왔던 중장년층 관객의 힘이기도 하지만 북한의 위협, 중동과 서남아시아 지역의 위기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한 애국의 진면목을 보여준 이순신 장군에 대한 동경일 것이다.

또한 세월호 사건으로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의식 속에 영웅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오르며 이순신장군의 용맹과 리더십을 주목하고 싶은 욕망도 그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또하나의 진면목은 그의 동료애에도 있다고 한다. 그의 절친 유성룡은 일찌기 그의 동료애를 칭찬했다. 동료를 아끼고 사랑한 이순신은 끝내 자기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하면서 동료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그의 애국심, 나라에 대한 충성심, 용맹심, 부모에 대한효심 모두 유명한 일화를 남기고 있지만 그것의 완결판은 동료애라고 여겨진다.

그러한 군에서의 동료애가 무참히 무너지고 있다. 우리 군이 전우애도 군기도 잃어버린 채 내부 폭력으로 멍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 4월 28사단에서 발생한 윤모 일병의 군내 구타와 가혹 행위로 인한 사망사고는 이순신의 애국심과 동료애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선임병에게 구타당하고 기도가 음식물로 막혀 숨진 윤 일병은 내무반에서 상습적으로 구타와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병사들이 구속되기는 했지만 고질적인 낙후된 병영문화의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관련 병사들은 윤 일병에게 내무반에서 오전 3시까지 기마 자세로 서 있으라고 지시해 잠을 못 자게 했고, 치약을 먹이고 누운 상태로 물을 부어 고문하고, 바닥의 가래침을 핥아먹게 하는 등 엽기적이고 상습적인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그동안 병영 내부의 폭언과 폭력, 왕따 등 행위가 크게 줄고 있다고 했지만 병영 내 폭력은 병사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 4월 한 달간 전 부대를 대상으로 병사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구타·언어폭력 등 가혹 행위를 수천 건 적발했다고 한다. `제2 윤일병 사건`이 될 수 있었던 위기였다. 동료끼리 우정과 신뢰가 사라진 군대가 과연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것인가? 실전에서 제대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이러한 깊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제 군 당국이 개별 사건에 대해 미봉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폭력적 군 문화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대 수술을 해야 한다.

지금의 병영문화는 30여년전 필자가 겪었던 군 훈련 시절의 병영문화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오늘 새삼 이순신 장군이 떠오르는 것은 500년전으로 거슬러 가서 배워야만 하는 우리 병영문화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군대는 국가를 지키는 군인들이 신나게 근무해야 하는 곳이다. 병영문화는 신나게, 그리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돼야만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가 조성돼야만 누구든 군대를 가는데 주저하지 않고 또한 부모들도 안심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르고 정의로운 병영문화는 국가의 군사력이고 또한 국가의 경쟁력이다. 새삼 오늘 이순신 장군이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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