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얼굴 하나:영국 피카딜리 광장
영국 런던 시내의 유명한 피카딜리 광장은 에로스상으로 유명하지만 그보단 광장을 둘러싼 대형간판들은 기업의 쟁탈전이 된다.
이곳에 간판을 거는 비용은 고가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업의 세계화를 증명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존심을 거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 간판을 다는 조건은 단순히 돈을 많이 내는 것만이 아니며, 해당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한 조건이라고 한다.
필자는 지난주 런던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이곳 피카딜리 광장을 들렀다. 놀랍게도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 현대, 삼성, LG가 이곳에 간판을 걸고 있었다. 간판들의 절반 정도가 한국기업의 간판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었다.
현지교민들 이야기로는 소니의 간판을 밀어내고 삼성이 간판을 다는 날 그룹회장단이 런던에 올 정도로 이곳에 간판을 거는 것은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과 함께 기업 자존심의 상징이라고 한다.
작년 독일에 갔을 때 호텔과 공항의 TV들이 모두 한국제품이었고, 방문한 체코 프라하의 거리는 한국기업선전으로 뒤덮여 있었던 기억이 있다.
한국자동차, 전자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은 동남아와 중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과 같은 서구지역에 공장들을 여러 개 가지고 있어 세계경영을 하고 있고 여러 제품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을 보는 시각은 이제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는 외국인들이 많다. 70년대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 10-100-1000이 정부의 슬로건이었다. 10은 조금 정치적이었지만 100은 수출 100억불 달성, 1000은 국민소득 1000불 시대를 열자는 것이었다.
이제 5천억불이 넘는 수출과 2만불이 넘는 국민소득은 이제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고 있고 국민들에게 프라이드를 심어주고 있다.
□한국의 얼굴 둘:전남 진도 팽목항
아직도 실종된 10여명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여기서 밤을 세우고 있다. 체육관의 차디찬 바닥에서 밤을 세우고 이제 한달이 넘었다. 이들은 매일 팽목항을 오가면서 초조한 날을 지내고 있다.
한 개 고교의 한 학년의 생명을 거의 몽땅 앗아간 사상초유의 여객선참사인 세월호의 비극. 이건 전 세계의 선진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최후진국형 사고였다.
1천명이 넘는 유족들이 이곳 팽목항을 거쳐갔다. 먼바다를 바라보면서 자식의 시신이라도 발견하기를 바라는 부모와 유가족의 심정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없을 정도로 처절하다.
이제 막 피어 오르는 그 멋지고 예쁜 아들 딸을 하루아침에 보내고 통곡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팽목항의 노을은 더 이상 미와 낭만이 아니다.
팽목항의 먼 바다속으로는 끝없는 외침이 흐른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나는 꿈을 꾸고 있을꺼야…`. 부모의 슬픈 눈물이 허공에 흐르고 메아리 친다.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방에서 기다리라고만 방송하고 그리고 단 한명도 구하지 않고 선장과 선원은 자신들만 탈출했다. 그리고 달려온 해경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애당초 출발 때부터 배는 불법적인 변경과 과적운항 등으로 불법투성이었다. 구명정은 고장이었고 평형수는 채워지지 않았다. 해양청은 제대로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고, 관피아라는 관료들은 업체와 연결돼 태만한 관리와 운영을 해왔다.
전 세계는 한국의 안전의식을 비웃고 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사회의 안전의식 결여의 결정판이며 한국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국은 과연 선진국인가? 후진국인가?
한국의 두개의 얼굴을 보면서 과연 한국이 선진국인지 후진국인지 헷갈린다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런던 학회장에서 만난 외국 학자들은 휴식시간마다 필자에게 질문을 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날수 있냐고?” 한국의 두 얼굴을 보고 있는 그들이 어리둥절하고 있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한국은 과연 선진국인가? 후진국인가?
한국은 하드웨어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소프트웨어와 윤리는 후진국이라고 외국인들은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후진국이라면 영원히 후진국을 벗어날 수 없다. 이제 한국의 두 얼굴은 한 얼굴로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