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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는 사람과 뽑히는 사람

등록일 2014-06-10 02:01 게재일 2014-06-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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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그날 아침은 상쾌했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집을 나섰다. 근처 체육관에서 아침운동을 하고 요즘 숫자가 늘고 있는 드라이브인 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투표장으로 향하였다.

투표장에는 새벽 7시이건만 벌써 여러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조금을 기다린후 필자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투표용지를 받아 들었다. 정단선거 참관인들도 보이고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그리고 자원봉사하는 분들의 모습도 보였다. 분위기는 차분하지만 우리가 우리를 위해 일할사람을 뽑는다는 가벼운 흥분이 일고 있었다. 투표를 하려는 사람들의 차량이 계속 주차장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기표를 마치고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투표소를 나서면서 진한 감흥이 다가왔다. 필자가 경험한 수십년 동안의 한국 민주주의 역사가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그건 한편의 드라마 같기도 헀다.

60년대 초등학교시절 부정선거를 보았다. 피아노표라고 해서 한 사람이 여러표를 연속적으로 기표하고, 올빼미표는 투표장이나 개표장의 불을 끄고 몰래 표를 찍어서 집어넣고 하는 부정선거, 고무신표라고 하여 고무신 얻어신고 찍어주는 돈선거 등이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70년대는 체육관선거라고 하여 각 로보트 같은 지역대표들이 모여 국민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대표자를 뽑는일도 있었다.

필자는 어려서 그런 일들을 듣고 보면서 부정선거에 대한 증오심 같은 것이 마음에서 커왔다. 그래서 항상 선거와 투표에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몇일전 본 지역 투표장의 모습에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하고 이땅에 민주주의가 정착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았다.

이제는 부정선거는 물론 금전을 살포한다고 해도 그에 그렇게 넘어가는 유권자도 많지 않은 뽑는사람의 깨끗한 모습은 크게 나아졌고 선진국에 근접하는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뽑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떤가?

의회에 출석도 제대로 안하고 의정활동 보다는 자기자신의 출세와 관련된 이권에 개입하는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은 아직도 여전한 것 같다.

우리지역은 아니지만 그런 의원 중 상당수가 이번에 재선되기도 했다.

국민과 지역민을 섬긴다는 입장 보다는 일단 선출만 되면 거들먹 거리는 의원들도 특히 국회의원들도 많이 보아왔다.

여전히 정당들은 공천제를 고집하고 공천을 통해 힘을 과시하려고 한다.

지방선거는 두개의 함축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지방자치가 이제 우리나라에도 진정으로 정착되고 있느냐 하는 것과 또 하나는 민주주의의 진보이다.

지방자치의 정착은 힘을 지방에 돌려주는 것이다. 정당들이 아직도 중앙의 힘을 과시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것이다. 공천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야 하는 과정에서 능력과 상관없는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당들이 선거철만 되면 이합집산으로 이름을 바꾸곤 한다. 그렇지만 정당의 운영방식은 구태의연하다. 권위주의와 중앙집권주의로 민의와 상관없이 힘을 과시하려는 현상은 여전하다. 정치인들의 이권에 의해 이합집산하고 이름을 바꾸고 그래서 거기서 뽑히는 의원, 공무원 선량들 뽑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구태의연하다.

진정한 지방자치의 힘은 자율에 있고 민의에 있다. 그건 중앙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민의를 파악하고 지역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필자의 소신은 우리는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의 이름을 바꾼다고 더 나은 정치가 약속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명칭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당을 이끄는 소프트웨어와 그리고 뽑히는 선량들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뽑는사람과 뽑히는 사람…. 뽑는사람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강한 욕구와 그리고 민주에 대한 의식은 성숙됐고 발전됐는데 뽑히는 사람들의 정당과 각 개인의 자세는 아직도 성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3·15 부정선거의 함성이 외쳐진 지 50년이 지났다. 뽑는사람의 의식은 크게 바뀌었다. 이제 뽑히는 사람이 바뀔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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