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고의 엘리트 대학들이 총장선임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영국의 타임즈 또는 QS 같은 평가기관들이 세계 100위 이내에 꼽고 있는 한국의 대학은 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 이 세 대학뿐이다.
그런데 한결같이 이 대학들이 최근 총장선임 문제로 시끄럽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카이스트는 몇 년 동안 국회 청문회에 총장을 세워서 갑론을박으로 시끄러웠다. 교수협의회가 급기야 농성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학생들도 가세하는 큰 혼란을 겪었고 결국 이사회는 총장을 임기이전에 해임 해야만 했다.
이 대학은 그 이전에도 외국인 총장을 영입하여 임기를 반정도 채운 상태에서 교체를 한 적도 있을 정도로 총장선임문제로 홍역을 앓아왔다.
최근 서울대 사태도 크게 주목을 끌고 있다.
차점자로 올라간 후보가 이사회에 의해 총장으로 선임된 것에 교수들이 크게 반발해 캠퍼스 시위와 교수들이 성명서를 발표했고, 후보들이 이사회 결정에 승복을 했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상태이다.
포스텍도 현 총장이 임기만료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임문제로 시끄러운 상태이다. 이미 보도가 됐지만 교수들의 찬성비율은 매우 낮은데 반해 재단이 교수들의 의견을 반드시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한국 대학에서는 총장이 연임하기는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 이름있는 대학의 경우 몇 년전 1천억원이 넘는 기금을 유치하고 대학랭킹을 크게 끌어올린 총장이 연임이 안되면서 한국대학에서 연임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 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대학이 총장이 어떤 분이 선임되느냐 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보는 견해도, 그것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사실 대학은 총장이 누가 되든 자생적으로 굴러가는 탄력을 가지는 것이 가장 좋다.
미국의 대학들은 그러한 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총장의 역할이 기금조성 이라든가 대외협력들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그러한 탄력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조금 다르다. 총장의 개인적인 철학과 생각이 대학운영을 좌우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인 면에 있어서도 총장의 철학이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수, 직원 등 구성원의 사기를 북돋우고 동기부여를 하는 정신적 측면에 있어서 리더인 총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것은 동양적인 사고나 문화 때문 일 수도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위에 언급한 대학들의 문제도 발생한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대학의 총장도 준 선출직 내지는 선출직의 인식이 강해지면서 대학 캠퍼스 내에서는 대학총장의 지지율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한 지지율에는 명암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 구성원들은 지지율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대학 측의 반박논리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개혁에 대한 저항”은 참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판단은 현실적인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바른 개혁은 그것이 비록 힘들더라도 보편적인 저항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시험을 어렵게 내고 과목이 어렵다고 하여 무조건 강의평가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서 우리는 이러한 예를 찾을 수 있다.
대학의 연구 및 교육의 생산력은 기업의 생산력과는 달리 강제에 의해 끌어올리기 힘들며, 구성원의 의욕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국의 엘리트 대학들이 구성원의 지지와 화합 속에 한국을 대표해 세계적인 대학의 반열에 올라서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