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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울고 있습니다

등록일 2014-04-29 02:01 게재일 2014-04-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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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이 글을 아들, 딸을 보내고 슬픔에 잠겨 계신 안산 단원고 학부모님께 드립니다.

이제 막 피어 오르는 그 멋지고 예쁜 아들, 딸을 하루 아침에 보내 고통의 눈물을 흘리시고 계시는 안산 단원고 학부모님들께. 지금 어떤 위로도 통곡의 눈물을 흘리고 계실 부모님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는 부족할 것입니다.

부모님들의 모습을 TV로 볼때마다 우리 모두는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함께 울고 있습니다. 지금 부모님들의 심정을 잘 헤아리고 싶습니다. 자식을 앞세운 모든 부모님들, 아니 우리 모두는 같은 심정으로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의 급작스러운 떠남은 믿어지지 않습니다. 바로 눈앞에 어제까지 함께 웃고 보듬던 아이가 사라졌을때 그 현실을 믿지 못합니다. 온갖 추억이 함께 흐릅니다. 젖먹이에서 학교에 입학하기까지 키웠던 그 세월과 정성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느낌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입니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그리고 여기까지 키워놓았는데….

“이건 아닐꺼야, 아니야, 나는 꿈을 꾸고 있을꺼야. 우리애는 분명히 어디엔가 있을꺼야” 그리고 가슴은 찢겨나갑니다.

자면서도 심장이 멈추는 느낌과 고통, 그리고 눈을 뜨면 이것이 꿈이겠지라는 믿지 못하는 몽류병 환자 같은시간들이…. 이어지는 원망은 끝없이 다가옵니다. 재난을 막지 못한 행정당국을 원망하고 구출을 하지 못한 주변의 모든 환경이 원망스럽습니다.

절대자인 신이 있다면 그에게도 원망의 소리는 메아리칩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애를 데리고 가실 수 있냐고” 길거리에서, 그리고 산에 올라 소리치면서 울기도 합니다. 어떻게 300여명의 그 어린 같은 학교 같은 학년 학생들을 한 시간에 데리고 가실 수 있을까? 이해도 되지 않습니다.

자책이 다가옵니다. 왜 그곳에 가는 것을 부모가 막지 못했을까? 부모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자식이 해를 입는 것인가? 아, 이렇게 할걸, 저렇게 할걸…. 수없는 “만일에 이렇게 했으면…”이라는 자책과 후회를 반복하는 나날 입니다. 수학여행을 보낸 걸 후회하는 건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 일 것입니다. 전학을 오지 말걸…. 왜 이곳으로 이사를왔을까?

주변에선 “잊으라, 보내주어라”는 말을 쉽게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하고 고귀한 자식을 어떻게 잊을 수 있고 어떻게 보낼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게 말하는 주위분들이 더욱 원망스러웠고 더욱 고통스럽습니다. 고통 속에서 눈물로 지새고 계실 부모님. 필자인 저는 같은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그 아픔이 진행형인 자식을 보낸 한 부모로서 여러분과 그 고통과 눈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심정과 고통을 너무도 잘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들이 그렇게 애지중지 키우신 그 귀여운 아들, 딸들은 결코 헛되이 떠난 것은 아닙니다. 그 아이들은 떠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아름다운 추억만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16년간 가족에게 기쁨과 보람을 가져다 준 그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16년간 그 아이들은 사회를 위해 큰보람 이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몫을 해낸 장한 아들, 딸들입니다.

그 아이들은 지금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는 느끼면 존재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보는 시각도, 만지는 촉각도 모두 뇌가 느끼는 것입니다. 뇌가 느끼면 존재하는 것입니다. 어딘가 존재하고 있으며 함께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께, 원망하지 않고, 그리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가족의 사랑을 더욱 돈독히 지켰으면 합니다. 떠난 아이는 함께 하고 있기에 가족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과의 사랑을 통해서 이 아픔을 극복하길 기도합니다. 가족의 사랑이 아이의 떠남으로 더욱 돈독해지고 가족의 사랑을 더 깨닫는 것이 지금 보낸 그 아이가 원하는 것입니다. 삶의 소중함을 더 깨닫는 계기가 되고, 우리가족, 그리고 이웃의 생명의 소중함을 더깨닫는 순간이 된다면 그 아이는 함께 기뻐할 것 입니다.

여러분의 자녀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면서 가족을 지켜줄 것입니다.

지금 어떠한 말도 지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온국민이 여러분과 지금 이 순간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함께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울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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