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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예술축구가 강하다

등록일 2014-06-24 02:01 게재일 2014-06-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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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월드컵의 열기가 다시 밤잠을 설치게 한다. 월드컵축구를 TV로 시청하면서 그동안 세월호참사로 인해 우울했던 마음이 다소 걷히고 축구공에 빨려드는 열정을 느껴보고 있다. 러시아에 비기고 알제리에 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있고 역시 국가 대항 월드컵은 재미있다.

그런데 그 월드컵 축구 속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중남미축구와 유럽축구의 대조적인 모습이다. 유럽축구는 조금은 과학적이고 조직적이며 힘에 넘치는 박진감의축구인데 반해서 중남미축구는 여름날 베짱이들처럼 뜨거운 땡볕아래서 그늘에 앉아 기타치고 즐기는 예술축구를 하고 있었다.

현란한 발재주라든지 정확한 문전대쉬와 자연스럽게 볼을 가지고 상대방 골문전 앞으로 가지고 가면서 여유를 즐기는 패스감각이 뛰어난 세트플레이는 삼바춤을 보듯이 플라멩고춤을 추듯이 축제를 즐기며 노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긴장감 없이 재미삼아 어린애들이 장난하듯이 축구경기에 임하는 중남미 선수들의 얼굴표정과 몸짓에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유럽축구는 자본주의의 힘과 권력과 돈의 축구 였다면 중남미축구는 일상에서 즐기는 예술과 문화의 축구였다.

반면 한국축구는 많이 발전하긴 했어도 아직도 열정만을 앞세운 태권도 같은 느낌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아시아축구 전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 일 수도 있다.

한국축구는 끈기, 열정과 부지런함은 칭찬할만한 수준이지만 정확한 패스라든지 조직력을 앞세운 골문 앞에서의 골결정력은 아직도 세계수준에는 못미치는 미숙한 단계이고 긴장감에 몸이 유연하지 못한 그러한 축구로 보여진다.

과학적이고 조직적인 유럽축구와 즐기고 여유있는 중남미 축구의 장점들을 갖지 못한 열정만의 축구라고 할 수 있다.

골프코치들은 늘 힘을 빼고 자세를 낮추고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아마도 유연한 마음으로 게임을 즐기라는 뜻일 것이다.

그것처럼 우리 선수들이 힘을 빼고 마음을 비우고 중남미의 삼바춤을 추는 것처럼 유연해진다면 훨씬 더 선진축구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다.

즉 유럽의 조직의축구와 중남미의 예술축구가 우리 한국축구 틀안에서 새롭게 창조되고 융합된다면 한국축구의 미래는 청신호가 켜지리라 생각한다

즉, 과학과 조직력의 바탕위에 즐기고 여유있는 그런 축구가 한국축구를 세계최고의 수준으로 올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생각해보면, 한국사회 전체에 자리잡고 있는 조직력 부족과 경직된 체질도 이 기회에 한번 짚어보고 싶다.

필자가 유학시 배웠던 것은 학문에 있어서나 조직을 끌어가는데 있어서 조직적인 접근과 유연하면서도 창조적인 사고였다. 이 점이 우리가 부족한 점이라고 느꼈다. 조직력에 있어서 그리고 일을 즐기는 유연성에 있어서 뒤진다고 생각된다.

창의력은 절대적으로 조직적인 사고와 접근, 그리고 일자체에 빠져서 즐기는 상황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

한국이 과학에서 노벨상을 못내고 있는 것도 자기가 하는 분야를 조직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즐기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은 문화적인 차이는 꽤 큰편이긴 하지만 조직력과 즐기는 문화는 같아 보인다. 일본도 서구에 비해 적긴 하지만 20개 가까운 노벨상을 낸 것도 한군데 빠지는 즐김의 문화가 있다고 한다.

좀더 정밀히 분석하면 우리는 최근 조직적인 접근은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자기 분야에서 빠져서 즐기는 힘은 여전히 약하다.

일은 즐길때 가장 효율이 높다고 한다.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될때 삶은 풍요로워지고 일의 효율의 극치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조직과 즐김의 융합이 우리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돼야 할 것 같다.

요즈음 사회, 경제, 과학, 산업 모든 분야에서 시대의 흐름 중의 하나가 융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융합을 위한 기초적인 토양도 조직과 즐김의 융합이 돼야 할 것 같다. 즐기는 예술축구가 강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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