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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주의와 세월호 참사

등록일 2014-04-22 02:01 게재일 2014-04-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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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또 안전 후진국 한국의 적당주의가 대 참사를 불러왔다. 진도 여객선 침몰로 희생된 학생들 부모들은 지금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의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절대 현실이 아니라고, 절대로 믿지 않고 있으리라. 아마도 차라리 이게 꿈이었으면이라고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후진국형 사고라고 강하게 한국의 안전불감증을 외신은 비판하고 있으며, 서구 선진국에 거주하는 해외교포들은 너무 황당해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 참사의 원인은 절대적으로 한국의 `적당주의`에 있다. 우선 해운사의 운영을 점검하고 감독하는 해양항만청의 부실 감독의 적당주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세월호는 여러 차례 안전점검에서 `우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호는 일본에서 폐기처분한 선박을 헐값에 구입해 정원을 늘리기 위해 증축을 한후 현저히 안전위험에 처했다고 전해진다. 선박을 관리하는 적당주의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구명정은 대부분 불능상태로 이러한 사고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차량과 짐 등은 제대로 묶지를 않아서 배의 쏠림때 한쪽으로 몰리면서 침몰에 큰 역할을 했다. 세월호를 운행한 선장들이 여러 차례 운항불안을 제기 했지만 선사측은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적당주의를 보여 줬다.

배가 침몰하기까지 2시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선장과 선원들의 적당주의도 가관이다. 각 선장과 선원이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만 반복적으로 이야기 하고 정작 자기들은 제일 먼저 탈출했다. 선장은 모든 승객을 대피시킨 후 마지막으로 선박을 떠나는 것이 선장의 프라이드 임에도 이러한 프라이드를 저버린 선장의 모습은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의 안전사고는 끝없는 행렬이다. 안전사고의 효시였던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를 시작으로 대연각화재, 카페리호 침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그리고 최근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건 등으로 한국의 적당주의와 날림공사, 그리고 재해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한국은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전 세계에 떨치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똑같이 일어났던 1970년의 남영호, 1993년의 서해 페리호 침몰 사건를 통해 `멈춰버린 한국의 안전시계`라는 느낌을 더욱 절실히 갖게 된다.

영세화된 선박회사의 부실운영, 선박의 부실관리, 비용절감을 위한 안전방치, 부실한 관리, 위험시 대처능력 부족 등…. 3개의 선박침몰 사건은 기가막힌 닮은꼴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서해페리호때는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후 장열하게 산화했던 것이 이번 세월호와 대조를 이룬다.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이 승객을 내팽겨치고 탈출한 상황은 오히려 윤리의식과 준법의식이 퇴보한 것을 보여준다.

매번 사건이 터지면 재난 예방 체계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진단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된다.

“이번 사고는 효율적인 것만 생각하다 보니 `이런 것은 대충 넘어가도 되겠지`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이런 분위기가 사회 전체로 퍼지면서 안전 의식 부재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고는 전 국가적 재난 예방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못해 빚어낸 전형적인 후진국형 대형참사로 지적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OECD 국가에서 일어날 성격의 사고는 아니었다.

이번에 희생된 부모들의 눈물과 슬픔을 TV로 보면서 필자 자신이 겪었던 고통과 아직도 진행형인 슬픔을 회상하면서 이 한국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언제까지 젊음을 희생시키고 부모에게 가슴이 터지는 고통을 줄 것인지 묻고 싶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인재를 당하고 또한 아까운 젊음과 생명을 떠나 보내야 하는 것인가?

세월호의 희생학교인 안산 단원고는 학교운영이 힘들 정도로 대다수의 학생을 잃은 것으로 추측된다. 각 반의 반 이상의 학생이 갑자기 사라진 학교에서 다시 수업이 가능할 것인지 필자는 상상하기 힘들다.

정말 아까운 우리의 젊음들 언제까지 이렇게 우리의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의 인재로 인해 보내야 하는 지 알지 못한다.

정말 우리 사회의 `적당주의`는 이제 뿌리를 뽑아야 한다. 국민소득, 경제성장도 `적당주의`에 의한 안전사고가 계속되는한 우리는 행복할 수도 없고 선진국 국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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