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둘러싼 주변 정치상황이 요동 치고 있다.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한한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은 방한내내 한국과 중국의 유대강화를 지나칠 정도로 강조했다.
중국 주석이 전통적인 우방국인 북한을 제치고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은 그 사실 자체 하나만이라도 한국외교가 도박에 가까운 중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주변국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서운한 감정을 대규모 상륙작전 등 군사훈련으로 도발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일제강점, 위안부, 독도문제 등으로 한국과 한목소리로 그토록 비난하던 일본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일본은 한국과의 소원한 관계에 대한 반작용으로 또한 한중공동협력의 일본압박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개선의 의지를 보이며 맞불을 놓으려고 하고 있다.
한국 최대의 우방국 미국은 공식입장은 피하지만 한중 밀착에 대해 매우 우려섞인 감정을 드러내고 매우 신중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중국은 한국전쟁 당시 연합군에 의해 한반도가 거의 통일된 상황에서 인해전술로 개입해 한국통일을 가로막은 국가이고 미국은 수만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한국이 적화되는 것을 막아준 최고의 우방국이고 현재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동맹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은 외교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냉철한 원리를 또한번 보여 주고 있다.
한반도 주변국들은 지금 한중 정상회담 결과의 손익을 가늠하는 작업에 분주하다. 사실상 한국은 지금 시진핑주석의 방한 결과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 한국의 국익을 위해 어떤 외교전략을 취해야 하는가를 냉철히 분석해야 할 시점이다.
`한반도 핵무기 반대`를 한중 정상 공동성명에 처음 명기한 것은 최대 성과인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중국과 동북아 패권에서 대립하고 있는 미국으로 볼 때에는 이러한 공동성명이 바람직하긴 하지만 한중밀착자체는 거북하게 느껴질 것이다. 차라리 이상적으로는 한국, 중국, 미국, 일본이 공동으로 이러한 성명을 내면 더 좋았을 것이다.
중국은 사실상 국제외교에서 한국을 잘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해는 북한 길들이기에 지렛대로 한국을 사용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한중연합으로 공동압박,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전략적 완충지대` 역할을 한국이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전략을 짜고 있다.
중국 언론은 한국은 미국-중국 간 분쟁을 격화하기 보다는 양국 간 완충역할을 할 의지가 있으며 중국 주변국 외교의 핵심 기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략적 완충지대는 중국이 북한의 입지와 역할을 가리킬 때 쓰던 용어여서 이 용어를 수정 없이 그대로 한국에 사용한 것이 매우 흥미롭다.
한반도 통일에서 중국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중국의 지지가 없었다면 북한은 벌써 붕괴됐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 한국, 중국의 밀착외교는 한반도 통일에 매우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우호를 해쳐서는 안되는 한계를 지켜야 하기에 이러한 점에서 한중외교의 미묘함이 있는 것이다.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동아시아 정세가 요동을 치는 상황은 우리에게는 시련이자 기회라고 본다. 강대국들의 전략적인 요충지인 동북아에서 섬세하고도 정밀하게 외교적 전략을 짜는 것이 한국에게 필요하다. 한국이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가치를 앞세워 관련 당사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정밀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내년이면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난지 해방 70년이 된다. 이제 한반도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이고 정밀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외교는 지금 중요한 실험대위에 올라와 있다. 해방을 경험한 세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한반도는 통일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