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한국의 국토를 넓히자”라고 하면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깜짝 놀랄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가뜩이나 전쟁에 대한 불안이 늘 상존하는 한반도에서 한국의 국토를 넓히자라고 한다면 전쟁하자는 이야기인가라고 반문을 할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전쟁을 해서 다른나라 땅을 빼앗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전쟁을 하지 않고 어떻게 한국의 국토를 넓힐 수 있을까?한국은 국토가 10만㎞로, 넓이로 세계 100위 정도인 아주 조그만 나라이다. 반면 인구밀도는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방글라데시, 대만에 이어 세계 3위이다. 한마디로 너무 좁다. 좁은 국토에 고층아파트는 즐비하고 공장을 지을 토지는 턱없이 부족하다. KTX 선로를 까는 것도 전부 공중부양식으로 진행될 정도로 땅이 비좁다. 그런데 이러한 좁은 국토에서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다. 경제력이 활발해지면서 기업들은 좁은 국토를 떠나 해외에서 살길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결국 이러한 기업들의 해외진출은 국토확장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필자가 신년벽두부터 여행중인 미국 조지아·알라바마주에는 기아·현대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수십개의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 미주공장이 들어서 있다. 한인인구 200명이던 알라바마 몽고메리는 이제 한인 5천명이 붐비는 도시가 됐고 85번 고속도에 즐비하게 늘어선 한국기업 공장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이제는 이 지역에 한국을 통째로 가져다 놓은 느낌이다.한산했던 이 지역이 이렇게 붐비는건 분명 한국기업들의 미국진출 덕이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한인들이 사는 지역이 한반도를 넘어 넓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부쪽으로 워싱턴, 북버지니아, 뉴저지, 뉴욕을 연결하고 북쪽으로 시카고, 남쪽으로 아틀란타, 달라스, 플로리다로 연결하는 등 동부와 남부만 한국의 50배가 넘는 광활한 대지 위에 한국인 100만명 이상이 살고 있고 현대, 기아, LG, 삼성 등의 공장이 들어서 있다. 캘리포니아까지 포함하는 미국 전체로는 300만에 가까운 한국인, 또는 한국계가 살고 있다.바로 이것이 한국의 영토확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토를 물리적으로 확대할 수는 없어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으로 확장하는 개념, 바로 이것이 영토확장 일 것이다. 국가를 국가면적의 크기로 한정하지 않는 이스라엘,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들이 있다. 우리도 그러한 국가의 반열에 끼어야 한다. 이스라엘, 네덜란드의 기업은 세계도처에 있고 무역을 하고 있으며 인재들이 세계도처에 퍼져 있다.필자는 작년초 칼럼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 버츄얼 코리아(Virtual Korea), 즉 세계를 하나의 무대로 삼는 한국을 경영해 달라는 부탁을 한 바 있다. 영어로 버츄얼이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아도 실제로 존재하는 개념을 말한다. 글로벌(Global)이 물리적인 개념이라면 버츄얼은 한걸음 더 나아간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제 경제, 산업, 외교,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전 세계는 하나이기 때문에 이러한 개념이 한국에 적용돼야 한다.기업들의 해외진출과 현지화 전략, 그리고 그에 따른 인력의 해외진출은 결국 국토의 확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국가는 해외에 퍼져있는 국민들과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고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활용해 국토확장의 개념으로 나아가야 한다.지난 칼럼에 지적했지만 제2의 현대자동차 공장 설립을 두고 조지아, 테네시, 알라바마 주지사들이 앞다퉈 한국을 방문한다고 한다는 것은 영토확장의 개념이 국가위상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시사한다.실제로 대기업들의 해외매출액이 국내매출액을 상회한지는 오래됐고, 해외 생산량이 국내생산량을 초과하고 있다. 현대·기아가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해외 판매비중이 갈수록 높아져 이미 80%를 넘어섰다고 하며 금년에는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전략과 적극적 마케팅에 힘입어 그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전자, 조선, 철강 등 다른 산업분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리 지역의 젖줄인 철강업, 그리고 포스코도 글로벌 생산판매에 미래를 걸고 있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글로벌화는 분명히 한국의 영토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영토확장, 꼭 전쟁을 하지 않고도 넓은 한국을 우리는 소유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4-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