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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요제와 젊음의 낭만

등록일 2013-12-17 02:01 게재일 2013-12-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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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대학 가요제, 아마도 요즘 젊은이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각종 TV 방송국이 주최하는 대학가요제는 오랫동안 젊음의 발산과 낭만의 상징으로 자리잡아 왔었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70~80년대는 대학가요제를 통하여 많은 젊은 대학생들이 대중음악의 무대로 데뷔하였다. 오늘날 명곡으로 자리잡은 `연`, `J에게`, `젊은연인들`, `바위섬`등의 무수한 명곡을 생산했다. 노사연, 심수봉, 배철수 등의 유명한 대중가수들이 대학가요제를 통해 태어났다.

지금도 대학가요제의 옛 필름을 보면 지금 유명한 중견가수들의 그 시절의 젊은 앳띤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 정겹다.

사실 대학가요제는 가요나 음악을 떠나서 젊음의 지성, 창의성, 그리고 낭만의 상징이었다. 그런 대학가요제가 단순히 시청률 저하로 작년에 폐지되었었다. 외국프로그램을 본딴 이상한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도 한몫을 하였고 젊은이들의 즉석문화도 이유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대학가요제는 젊음이 모여서 노래하고 소리지르고 그리고 함께 어울린다는 점에서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크게 차별화 된다.

대중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대학가요제가 많은 대중가요 애호가들의 노력으로 다시 되살아난다는 소식은 참 반가운 소식이다. 이 행사가 다시 명맥을 잇게 됐다는 것이 오랜 기억을 갖고 있는 중년들에겐 큰 안도가 될 것이다. 대중음악계에서는 대학가요제의 부활은 사회적 `복고` 분위기와 대학가요제를 고사 위기로 몰았던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의 퇴조가 겹쳐 가능했다고 본다. 순수한 대학생들의 창작곡으로 경연하는 대학가요제와 남의 곡으로 가창 실력을 겨루는 오디션은 창의성에 있어서 근본을 달리하고 있다.

대학가요제의 부활이 오늘날 젊은이들의 인스턴트적인 사고 보다는 좀더 깊이가 있는 낭만과 창의적인 사고를 배양하는 계기가 되길 생각해 본다. 젊은이들이 즐겨보는 개그쇼를 보면 정말 인스턴트적인 사고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알 수가 있다. 이건 빠른 발전의 IT와 SNS 발전과도 관계가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스마트폰으로 메시지, 사진을 즉석에서 주고받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대화를 할 수도있는 상황은 편지나 엽서를 대신한다.

대학생들은 인터넷북을 좋아하고 종이책을 사지 않는다. 지하철을 타보면 이젠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얼마전까지 있던 무가지 신문도 사라졌다. 모두들 앉아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그러나 즉석에서 연락이 가능하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의 감정과 정서는 점점 메말라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 문제는 더 심각해 보인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제자들, 친구들에게서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이 사무실에 쌓일 정도로 받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러한 카드나 연하장이 이메일로 대신되고 있다. 대량으로 뿌려지는 이메일은 감정을 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창작 보다는 인용이 너무도 많다. 창작의 대학가요제 보다는 방송오디션을 보는 기분이다.

정보 통신의 발달이 삶을 엄청나게 편리하게 만들었다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발달이 젊음의 순수와 낭만을 해쳐서는 안되고 더구나 창의적인 도전정신을 저해해서는 안된다. 대학시절, 젊은시절은 연구와 학업, 연인과의 사랑, 그리고 젊음의 낭만과 순수를 배양 하고 구사하는 시절이다. 학업을 통해 실력을 쌓고 사랑을 배우고, 그리고 미래의 사회를 이끌어갈 순수와 낭만의 정신적 소양을 배양하는 기간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학가요제의 부활은 큰 의미가 있다.

대학가요제 부활의 밝은 소식을 접하면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순수한 낭만과 정열을 기대해 본다. 국가와 사회의 미래는 그러한 순수와 정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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